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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칠성채의 야간 습격과 신비한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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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속선이 강 건너 선착장에 닿자마자, 대남은 자전거 번개호의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남부 성 대로로 튀어 나갔다. 남부 성 백가촌 상단에 약재 상자를 단 3분 만에 칼같이 배달 완료하고 평점 5점과 함께 은자 십 냥을 챙긴 대남은, 터질 것 같은 허벅지를 두드리며 낙안현의 낡은 마구간 자취방으로 무사히 복귀했다.


“아이고, 뒤지겠다. 진짜 마포구 언덕길 배달보다 백 배는 힘드네.”


대남은 주황색 유니폼을 대충 벗어 던지고, 땀에 젖은 몸을 대충 씻은 뒤 짚단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자전거 안장 옆에 장착된 배달 전용 스마트폰은 ‘수동식 자가발전 페달 장치’에 연결되어 은은한 충전 불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배터리 잔량은 안정적인 50%. 대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감봉의 공포에서 벗어난 소시민의 단잠은 그 어떤 화경 고수의 폐관 수련보다 깊고 아늑했다.


***


같은 시각, 사위가 어둠에 잠긴 낙안현 외곽의 숲속.


스산한 바람을 가르며 수십 개의 검은 그림자들이 팔도익스프레스 임시소 창고를 향해 은밀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청운산맥 일대를 주름잡는 흉악한 산적 연합 ‘칠성채’의 무리들이었다.


“두목, 저기 보입니다. 주황색 천막이 펄럭이는 저곳이 바로 요즘 소문이 자자한 ‘팔도익스프레스’의 본거지입니다.”


외눈박이 안대를 찬 부두목 독안룡이 낮게 소근거리며 창고 쪽을 가리켰다. 그의 손에는 독침이 장치된 기계 활이 쥐어져 있었고, 눈빛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칠성채의 두목 손귀는 거대한 전투 도끼를 어깨에 멘 채 비열하게 웃었다. 그의 우람한 가슴 털이 야간의 미세한 바람에 흔들렸다.


“흐흐흐, 청운문의 결계를 부수고 들어가 태상장로의 영맥을 뚫어준 대가로 거액의 은자와 보물을 쓸어 담았다는 그 주황색 괴물 놈의 창고로구나. 들리는 소문에는 저 마당에 쌓인 주황색 상자들 안에 천계의 단약과 황금 보물들이 가득 차 있다더군.”


“그뿐만이 아닙니다, 두목.”


독안룡이 침을 삼키며 덧붙였다.


“그놈이 타고 다닌다는 철마(자전거)는 축지법을 부리는 신물이라 들었습니다. 그걸 빼앗아 사천당가에 넘기기만 해도 평생 먹고살 은자를 챙길 수 있습니다. 지금 그 괴물 놈은 안에서 깊은 수련(단잠)에 빠져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으니, 이때가 기회입니다.”


“좋다. 형제들아, 무기를 단단히 쥐어라. 소리 없이 담을 넘어 상자들을 훔치고, 철마를 탈취한다. 방해하는 놈이 있다면 단칼에 베어버려라!”


손귀의 명령에 오십 명의 산적 졸개들이 일제히 흉기를 빛내며 팔도익스프레스의 낡은 목조 담벼락을 넘기 시작했다. 야습의 정석대로, 그들의 발걸음은 지극히 고요했고 은밀했다.


마당으로 침투한 손귀와 독안룡은 가장 먼저 구석에 세워진 주황색 삼륜 자전거 ‘번개호’를 발견했다. 밤이슬을 맞아 은은하게 빛나는 영석 합금 프레임과 정교한 기어 체인을 본 손귀의 눈이 뒤집혔다.


“오오…… 이것이 바로 그 축지법의 신물이구나! 독안룡, 당장 저걸 끌고 가라!”


독안룡이 급히 자전거를 끌어가려 핸들을 잡고 힘을 주었다. 하지만 자전거 뒷바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바퀴와 프레임 사이에는 묵직하고 거대한 검은색 U자형 강철 자전거 락이 단단하게 채워져 있었다.


“두목, 기괴한 흑쇠 고리가 바퀴를 묶고 있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쯧, 한심한 녀석. 비켜라! 내 무식한 참마도와 철사 톱 앞에서는 무림의 어떤 쇠사슬도 한낱 썩은 새끼줄에 불과하다. 당장 쇠톱을 가져와 잘라버려라!”


산적 졸개 두 명이 허겁지겁 다가와 고강도 강철 톱을 U자형 자물쇠에 대고 톱질을 시작했다.


*스윽, 스윽…… 깡! 깡!*


그러나 자물쇠 표면에 톱날이 닿는 순간, 기분 좋은 금속 마찰음 대신 이가 빠지는 불길한 파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대의 특수 열처리 고탄소강으로 제작된 무식한 경도의 자물쇠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고, 오히려 산적들의 특제 쇠톱날이 순식간에 두 동강 나며 부러져 버렸다.


“어, 어라? 톱이 부러졌습니다!”


“이 바보 같은 놈들! 힘을 똑바로 써야지! 내가 직접 하겠다!”


손귀가 짜증을 내며 쇠톱을 빼앗아 직접 자물쇠를 향해 거칠게 톱질을 가했다. 무식한 완력으로 톱을 밀어붙이자, 자물쇠 프레임에 강력한 물리적 진동이 가해졌다.


그리고 그 무식한 진동은, 자물쇠 안쪽에 장착되어 있던 현대식 ‘도난 방지 충격 센서’를 완벽하게 자극했다.


*삑-!*


고요한 마당에 아주 작고 기계적인 경고음이 울렸다.


“음? 방금 무슨 소리가……?”


손귀가 고개를 갸웃하는 찰나, 자전거 안장 아래와 가방 뒤편에 장착되어 있던 120데시벨 출력의 초강력 경보기 ‘사이렌 위압 (Siren Alarm)’이 폭발하듯 작동했다.


*위이이잉-!!! 삐용삐용삐용삐용-!!!*


전투기 엔진 소음에 육박하는 120데시벨의 무자비한 기계적 굉음이 고요한 낙안현의 밤하늘을 찢어발겼다. 소리 장벽이 물리적인 파동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가자, 자전거 주변에 모여 있던 산적들은 단체로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내 귀! 귀가 터진다!!!”


“이, 이것이 무슨 음공(音功)이냐! 뇌전이 머릿속에서 폭발하고 있다!”


하지만 재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보기의 마이크로칩이 작동함과 동시에, 자전거 핸들바에 장착되어 있던 ‘다이소제 LED 손전등’의 초고속 점멸 회로가 가동되었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어두컴컴한 마당 전체가 순식간에 붉고 푸른색의 강렬한 LED 스트로브 광선으로 뒤덮였다. 초당 15회 이상의 속도로 사방을 미친 듯이 비추는 빨갛고 파란 불빛은 야간 주행에 적응해 있던 산적들의 망막을 다이렉트로 테러했다.


“으악! 내 눈! 눈이 안 보인다!”


“하늘의 황제께서 천뢰와 신벌의 빛을 내리셨다! 눈이 멀어버렸다!”


산적들은 난생처음 겪는 현대식 ‘소음 및 시각 테러’ 장비의 기계적 파괴력 앞에 완벽하게 이성을 잃었다.


부두목 독안룡은 사방에서 번쩍이는 붉고 푸른 광선이 음양의 조화를 비트는 고대의 살상 진법 ‘음양혼돈진’인 줄 알고 극심한 공포에 질렸다. 게다가 고막을 찢는 120데시벨의 사이렌 소리가 단전을 직접 타격하는 천뢰의 음공이라 확신한 그는, 전신 경맥의 기운이 뒤틀리는 주화입마의 착각에 빠졌다.


“컥……! 이, 이것은 천도(天道)의 징벌이다! 내공이…… 내 내공이 부서진다!”


독안룡은 공포에 질려 허공에 대고 피를 토하는 시늉(실상은 침과 거품이 뒤섞인 비명)을 하며 제자리에서 세 바퀴를 돌더니 그대로 흰자위를 드러내고 짚단 위로 자빠져 기절했다.


두목 손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귀를 막은 채 억지로 주황색 상자 하나를 들고 도망치려 했으나, 눈앞에서 번쩍이는 LED 점멸 불빛 때문에 거리 감각과 방향 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다.


“으어어! 앞이 안 보여! 여기가 어디냐!”


허둥대던 손귀는 마당 한가운데에 놓여 있던 무거운 나무 말구유통에 발이 걸려 중심을 잃었다.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 그는 굵은 나무 기둥에 머리를 정통으로 들이받았다.


*퍽-!*


“구에엑!”


우람한 덩치의 산적 두목이 기둥에 머리를 박고 춤을 추듯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흙바닥에 대자로 처박히며 기절해 버렸다.


오십 명의 산적 졸개들은 아수라장이 된 마당에서 서로의 몸을 부딪치고, 엉켜 넘어지며 슬랩스틱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자빠지기 시작했다.


“살려주십시오, 신선님!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겠나이다!”


“귀가 터져 죽을 것 같습니다! 천뢰를 멈춰 주십시오!”


그들은 머리를 땅에 박은 채 싹싹 빌다가, 굉음과 눈부신 섬광의 정신적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단체로 거품을 물고 하나둘씩 쓰러졌다. 오십 명의 흉악한 산적 떼가 단 한 톨의 무공도 쓰지 않은 대남의 현대식 경보기 하나에 문자 그대로 ‘광역 기절’ 당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창고 안쪽의 따뜻한 방.


대남은 바깥에서 울려 퍼지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비명 소리에 미세하게 눈꺼풀을 찌푸렸다.


“으음…… 시끄러워…… 옆집 자동차 경보기가 또 오작동했나 보네…… 민감도 다이얼을 낮춰놓으라니까 영감탱이가…… 쿠울…….”


대남은 잠결에 그것이 현대의 골목길에서 흔히 듣던 싸구려 자동차 도난 경보기 소리인 줄 알고, 베개를 귀에 얹은 채 몸을 돌려 다시 깊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무림인들에게는 천벌의 음공이었던 소리가, 현대인 대남에게는 그저 흔한 도시의 소음 공해에 불과했던 것이다.


***


다음 날 아침, 낙안현 시장통의 주민들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활기차게 길을 나섰다.


왕씨네 만두가게 주인 왕씨가 찜기의 수증기를 올리며 팔도익스프레스 대리점 쪽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눈이 쟁반만 하게 커졌다.


“어, 어이! 이보게들! 저기 좀 보게나!”


왕씨의 외침에 시장 상인들과 길 가던 주민들이 일제히 팔도 대리점 앞마당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목격한 비주얼은 가히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마당에는 청운산맥 일대에서 악명이 높던 칠성채의 산적 오십 명이 무기를 내팽개친 채 단체로 흙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두목 손귀는 머리에 커다란 혹을 단 채 기둥 옆에 자빠져 있었고, 부두목 독안룡은 양손으로 귀를 꽉 막은 채 입가에 하얀 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었다. 졸개들 역시 약속이나 한 듯 귀를 막고 태아처럼 몸을 웅크린 채 흰자위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 이 자들은 청운산맥의 흉악한 칠성채 산적들이 아닌가!”


“세상에…… 단 한 명의 상처도 없이, 오직 내공의 위압만으로 오십 명의 산적들을 단체로 기절시켜 놓았구나!”


“역시 주황색 대종사께서 계시는 곳이로다! 신들이 지키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따로 없구나!”


주민들은 팔도익스프레스 대리점을 향해 경외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수군거리며 머리를 숙였다.


그때, 대리점 천막 문이 스르륵 열리며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대남이 하품을 크게 하며 걸어 나왔다. 기지개를 켜며 눈을 비비던 대남은 마당에 널브러진 오십 명의 인간 시체(?)들을 보고 흠칫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


“엄마야! 이게 다 뭐야?! 웬 노숙자들이 내 마당에 단체로 쓰러져 있어?!”


대남이 당황하여 소리치자, 마침 소문을 듣고 달려온 최포교와 포졸들이 기겁하며 대남의 앞을 가로막고 무릎을 꿇었다.


“오오! 김 대종사님! 낙안현의 골칫거리였던 칠성채의 흉악범들을 이토록 완벽하게 소탕해 놓으시다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최포교가 싹싹 빌며 아부를 떨었다.


“이 손귀 놈에게 걸린 관청의 현상금만 해도 은자 삼십 냥이옵니다! 당장 이 자들을 압송하여 현상금을 대종사님께 바치겠나이다!”


대남은 ‘은자 삼십 냥’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졸음이 번개처럼 달아나며 눈을 번뜩였다.


“어? 현상금이 삼십 냥이라고요?! 아, 예! 맞습니다! 어젯밤에 제 자전거를 훔치려던 불순한 도둑놈들을 제가 아주 ‘물리적으로’ 참교육해 놓은 것입니다! 당장 끌고 가시고 현상금은 제 계좌, 아니 제 주머니로 바로 입금해 주세요!”


대남은 뻔뻔하게 가슴을 펴며 주황색 헬멧을 툭툭 쳤다. 주민들은 그런 대남의 당당한 모습에서 범접할 수 없는 절대자의 풍모를 느끼며 다시 한번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대남의 유쾌한 무림 정복기 1단계의 신화가, 120데시벨의 우렁찬 사이렌 비명 소리와 함께 낙안현 전체를 신성한 성역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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