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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 채주의 아들과 자전거 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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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돌이의 손이 자전거 체인에 닿으려던 찰나, 대남은 굳어버린 목구멍을 억지로 열어 침을 삼켰다.


양다리에 찾아온 극심한 쥐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허벅지 근육이 마치 단단한 영석 덩어리처럼 뭉쳐 있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무력 상태. 하지만 대남의 눈앞에서는 대장간의 어린 조수 쇠돌이가 사당 문틈으로 기어 들어와 자전거 번개호와 자가발전기를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제발, 다리 쥐 좀 풀려라! 저 꼬맹이가 내 자전거 부품이라도 하나 빼 가거나 망가뜨리면 난 진짜 원래 세계로 못 돌아간단 말이다!’


대남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겉으로는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했다. 이미 낙안현 전체에 자신은 ‘기운을 완전히 무(無)로 돌린 반박귀진의 대종사’로 소문이 나 있었다. 여기서 쥐가 나서 뒹굴고 있다는 꼴을 보였다가는 대종사고 배달원이고 간에 사기꾼으로 몰려 관청에 잡혀갈 판이었다.


대남은 깊은 호흡을 내쉬며, 목소리에 인위적인 무게감을 실었다. 마치 속세의 모든 풍파를 초탈한 은거 기인의 그것처럼, 낮고 깊은 성음이 사당의 음침한 공기를 갈랐다.


“거기 누구냐.”


*희익!*


체인에 손을 대려던 쇠돌이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자빠졌다. 소년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사당 전체를 푸른 뇌전 스파크로 가득 채우고, 천지를 흔드는 효천사자후(사실은 다리 쥐 때문에 지른 비명)를 토해내던 괴물이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그 공포가 오죽하겠는가.


“대, 대종사님!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결코 보패를 훔치려던 것이 아니옵고, 단지…… 단지 철수 사부님의 명을 받고 대종사님의 철마를 정비해 드리고자 오던 길에 신비로운 기운에 이끌려……!”


쇠돌이는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부들부들 떨었다. 대남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 역시 내 허세가 먹히는구나. 꼬맹이, 아주 겁을 제대로 먹었어.’


대남은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가부좌를 튼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엄숙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내 이미 천뢰(天雷)의 기운을 몸 안의 경맥으로 통과시켜 보패의 전력을 비축하는 수련을 마쳤느니라. 지금 내 몸은 천지의 음양 조화를 조율하는 태식(胎息)의 경지에 들어섰으니, 하찮은 범인의 손길이 닿으면 뇌전의 반동으로 네놈의 단전이 터져 나갈 것이다.”


“히익! 단전이……!”


“허나, 네놈이 철수의 제자로서 기계 장치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품은 것을 내 어찌 모르겠느냐. 마침 만검총의 검기 폭풍을 뚫느라 내 철마의 바퀴살(스포크) 두 개가 늘어나 미세한 소음을 내고 있느니라. 이를 대장간으로 끌고 가 철수에게 영석 합금으로 완벽하게 재제련하여 보강하라고 전하거라.”


대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쇠돌이는 마치 신의 계시라도 받은 듯 눈을 반짝였다.


“존, 존명! 대종사님의 신물을 만질 기회를 주시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소인이 목숨을 걸고 철마를 대장간으로 안전하게 운송하겠나이다!”


쇠돌이는 자전거 번개호와 자가발전 장치를 거의 신성한 제단 위의 제물 다루듯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 사당 밖으로 나갔다. 대남은 쇠돌이가 완전히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참았던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주물렀다.


“아아아! 쥐났다! 진짜 다리 잘려 나가는 줄 알았네! 아저씨, 아니 쇠돌아! 자전거 살살 다뤄라! 기스 나면 인수 거부다!”


***


다음 날 아침, 철수의 대장간.


밤새 끙끙 앓으며 겨우 다리 근육을 풀어낸 대남은 대장간으로 향했다. 대장간 안쪽에서는 외눈박이 대장장이 철수와 그의 조수 쇠돌이가 자전거 번개호의 뒷바퀴를 올려두고 경이로운 눈빛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오오…… 김 대종사님, 어서 오십시오!”


철수가 거구의 몸을 숙이며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그의 손에는 이미 대지의 영기가 서린 ‘청운산 하급 영석’을 녹여 만든 푸르스름한 영석 합금 조각들이 들려 있었다.


“쇠돌이 녀석에게 들었습니다. 어젯밤 사당에서 직접 천뢰를 소환하여 보패를 충전하셨다지요? 게다가 만검총의 무시무시한 검기 폭풍을 오직 자전거의 회전력만으로 받아내셨다니, 정말 강호의 전설이 사실이었군요. 이 철마의 늘어난 바퀴살 두 개는 저희 대장간의 모든 야철 기술을 동원해, 일반 철보다 열 배는 단단한 영석 합금으로 완벽하게 보강해 두었습니다.”


대남은 자전거 뒷바퀴를 굴려 보았다. 늘어난 바퀴살이 짤랑거리던 기분 나쁜 소음은 완벽하게 사라져 있었고, 바퀴가 회전할 때마다 영석 합금 특유의 은은한 푸른 광채가 휠 주변을 맴돌았다.


“오, 철수 아저씨! 휠 밸런스가 기가 막히게 잡혔네요. 이제 시속 80km로 쏴도 흔들림이 없겠어. 역시 대장간 수석 미케닉다우십니다.”


대남이 엄지를 치켜세우자, 철수는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했다. 그때, 대남의 유니폼 주머니 속에서 경쾌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띠리링-!*


대남은 다급하게 스마트폰을 꺼냈다. 배터리는 어젯밤의 처절한 페달질 덕분에 50% 상태로 안정화되어 있었다. 화면을 켜자, 붉은색 경고창과 함께 새로운 배달 의뢰서가 도착해 있었다.


[긴급 특송: 낙안강 건너 남부 성(城) 백가촌 상단 - 만두 및 특제 약재 상자]

[배송 완료 수수료: 은자 십 냥]

[배송 제한 시간: 1시간 이내]

[※ 경고: 배송 지연 시 평점 감점 및 일당 50% 삭감(감봉)]


“은자 십 냥?! 한국 돈으로 오십만 원짜리 초고액 퀵서비스잖아!”


대남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감봉’이라는 붉은색 글씨를 본 순간 대남의 척수 신경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1시간 이내에 낙안강을 건너 남부 성까지 가야 한다. 낙안강은 낙안현을 가로지르는 가장 넓은 강이었고, 그곳을 건너려면 반드시 나루터를 통해 배를 타야 했다.


“철수 아저씨, 저 지금 급한 배달이 생겨서 가봐야 합니다! 수리비는 외상 장부에 달아두세요!”


“대종사님, 낙안강 나루터로 가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조심하셔야 합니다! 최근 수적 채주 독안룡(독안룡)이 이끄는 수적 떼가 나루터 수역 전체를 봉쇄하고 통행세를 뜯어내고 있어 배들이 전혀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수의 경고가 등 뒤에서 울렸지만, 대남은 이미 자전거 안장에 올라탄 상태였다.


“수적이든 뇌신이든 상관없어! 내 일당을 깎으려는 놈들은 전부 내 자전거 바퀴 아래의 먼지일 뿐이다!”


*카르르릉-!*


영석 합금으로 보강된 번개호의 세 바퀴가 대장간 바닥을 박차고 나갔다. 대남은 주황색 헬멧의 턱끈을 조이고, 빨간색 3M 특제 미끄럼 방지 장갑을 낀 손으로 핸들을 움켜쥐었다. 그의 등 뒤에는 왕씨네 만두가게에서 갓 쪄낸 뜨거운 만두 상자와 청아 소저가 의뢰한 약재 상자가 주황색 방수 배달 가방 안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


낙안강 나루터.


강가에 도착한 대남은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넓은 낙안강의 누런 물줄기가 거세게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었고, 나루터 선착장 주변에는 거대한 목조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쳐져 있었다. 강가에는 수십 척의 수적선들이 닻을 내린 채 대기하고 있었고, 험상궂은 수적들이 칼과 창을 든 채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멈춰라! 괴상한 주황색 옷을 입은 놈아!”


대남이 자전거를 몰고 나루터 초입에 들어서자, 가슴에 붉은 용 문신을 새긴 거구의 수적들이 앞길을 막아섰다. 그들의 중심에서, 얼굴에 깊은 칼자국이 나 있고 한쪽 눈에 가죽 안대를 찬 사내가 위압적인 풍채를 드러내며 걸어 나왔다. 낙안강 수역 전체를 통제하는 전직 수적 채주, 독안룡이었다.


“내 허락 없이 낙안강의 물 한 방울도 건널 수 없다. 이 강을 건너고 싶다면 통행세로 은자 다섯 냥을 내놓아라!”


독안룡이 거대한 구환도를 땅에 쿵 내리찍으며 으르렁거렸다. 강한 내공이 실린 진동이 대남의 발밑까지 전해졌다.


대남은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은자 다섯 냥?! 내 이번 배달 수수료가 십 냥인데, 길바닥 통행세로 절반을 떼어가겠다고? 이 강도 같은 수적 놈들이 진짜 자본주의의 매운맛을 못 봤구나!’


대남은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은 채, 핸들바를 잡고 정색하며 쏘아붙였다.


“아저씨, 통행세가 너무 비싼 거 아닙니까? 무슨 강 하나 건너는데 은자 다섯 냥이나 받아요! 영수증 발행은 됩니까? 관청 허가는 받고 도로 점거하신 거예요?”


“법률? 관청? 하하하! 이 낙안강 위에서는 내 구환도가 곧 법이고 내 말이 곧 하늘의 뜻이다! 돈이 없다면 저 기괴한 세 바퀴 수레와 배달 가방을 두고 당장 꺼지거라!”


수적들이 단체로 무기를 흔들며 험악하게 웃어댔다. 대남은 스마트폰 화면을 슬쩍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이제 35분. 강을 건너지 못하면 평점 감점과 일당 삭감이라는 최악의 재앙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 속에서,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가 강바람을 찢고 울려 퍼졌다.


“아부지! 살려주이소!”


“……!!”


독안룡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나루터 선착장 옆, 거센 물살이용돌이치는 강가였다.


선착장 기둥에 묶여 있던 조그만 목선 한 척이 거센 강물에 쓸려 밧줄이 풀려 가고 있었고, 그 배 위에는 독안룡의 대여섯 살 남짓한 어린 아들이 울부짖으며 밧줄을 붙잡고 있었다. 배가 떠내려가는 방향은 낙안강에서 가장 험난하고 위험하기로 소문난 ‘사룡 와류(사룡 와류)’ 구역이었다.


그곳은 수중 암초가 가득하고 물살이 수시로 뒤틀려, 거대한 황포돛배조차 한번 휩쓸리면 순식간에 침몰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마의 수역이었다.


“아, 아들아!!!”


독안룡이 구환도를 내팽개치고 강가로 거칠게 달려갔다.


“전원 배를 띄워라! 당장 아들을 구해라!”


“채주님! 물살이 너무 셉니다! 지금 배를 띄웠다간 사룡 와류에 휘말려 우리까지 몰살당합니다!”


“시끄럽다! 내 아들이 저기 있다는데 무슨 소리냐!”


수적들이 다급하게 밧줄을 던졌으나, 거센 강바람과 와류의 저항 때문에 밧줄은 배에 닿지도 못하고 물속으로 허무하게 가라앉았다. 수적 두 명이 강물로 뛰어들었지만, 사룡 와류가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회전 흡입력 앞에 내공을 쓰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가 겨우 수적선에 매달려 건져졌다.


“안 된다! 내 아들아!!!”


독안룡은 자신의 수룡호흡법 내공을 끌어올려 직접 물속으로 뛰어들려 했으나, 거대한 소용돌이의 중심부로 빨려 들어가는 아들의 배를 보며 절망의 비명을 질렀다. 배는 이미 사룡 와류의 초입에 진입하여 뒤틀리기 시작했고, 아이의 작은 몸은 배가 뒤집히기 직전의 강한 진동으로 인해 강물 속으로 발을 헛디뎌 툭 떨어져 내렸다.


“아부지-!!!”


아이가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허우적거렸다. 수적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눈물을 흘렸다. 인간의 내공이나 무공으로 저 대자연의 무자비한 와류를 이겨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 순간, 대남의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저 꼬맹이가 죽으면 이 수적 채주 놈은 평생 상갓집 분위기일 테고, 그럼 나루터 봉쇄는 평생 안 풀리겠지. 그럼 내 남부 성 배달 노선은 영구히 막히는 거야! 내 평점 5점 만점과 대륙 확장 계획이 저 강물 속으로 가라앉게 둘 순 없다!’


대남은 자전거 번개호의 안장 가방을 거칠게 열었다. 그의 손에 잡힌 것은, 철수의 대장간에서 타이어 수리용 비상 재료로 챙겨두었던 ‘초마찰성 고무 원료’로 제작된 빵빵한 현대식 자전거 이너 튜브(Inner Tube)였다.


대남은 튜브의 공기 주입구에 휴대용 고속 펌프를 연결하고 미친 듯이 펌프질을 시작했다.


*쉭! 쉭! 쉭! 쉭!*


단 5초 만에, 초마찰성 고무 원료 특유의 압도적인 탄성력과 질긴 내구성을 지닌 주황색 자전거 튜브가 직경 1미터 크기의 빵빵한 도넛 모양으로 부풀어 올랐다. 현대 과학의 가황 고무 기술로 제작된 이 튜브는, 무림의 그 어떤 영수가죽보다 가볍고 질기며 물 위에서 절대로 가라앉지 않는 초자연적(?) 부력을 지니고 있었다.


“비켜봐요, 아저씨들! 택배 기사의 정밀 배송이 뭔지 보여줄 테니까!”


대남은 자전거에서 내려 강가 절벽 끝으로 달려갔다. 그의 양손에는 NBR 고무 코팅이 된 3M 미끄럼 방지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장갑의 완벽한 마찰력이 주황색 고무 튜브의 표면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대남은 바람의 풍향과 사룡 와류의 회전 방향을 시각적으로 빠르게 계산했다.


‘바람은 북서풍, 와류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어. 그렇다면 이 각도와 이 회전 스핀을 주어 던지면, 튜브가 와류의 회전력을 타고 역풍을 뚫고 정확히 아이의 품으로 흘러 들어간다!’


대남은 오른팔을 뒤로 크게 젖혔다. 신문 배달과 택배 던지기로 단련된 그의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가 터질 듯이 긴장했다.


“가라! 특급 배송-!!!”


대남은 손목 스냅을 극한으로 튕기며 주황색 고무 튜브를 허공을 향해 사정없이 던졌다.


*쉬이이이이익-!*


주황색 고무 튜브는 허공에서 맹렬한 스핀(회전)을 그리며 날아갔다. 단순한 투척이 아니었다. 대남의 정밀한 손목 스냅이 만들어낸 자이로 효과와 회전 스핀이 강바람의 저항을 물리적으로 찢어발기며 비행 궤적을 유지했다.


지켜보던 독안룡과 수적들의 눈동자가 자전거 튜브의 궤적을 따라 좌우로 움직였다. 그들의 눈에는 대남이 던진 주황색 고무 고리가, 스스로 바람을 가르고 물의 기운을 조율하는 신비로운 구도자의 비전 암기 수법처럼 보였다.


*퓽-! 촤아아아!*


정확했다.


주황색 튜브는 거센 강바람을 뚫고, 사룡 와류 한가운데에서 허우적거리던 독안룡의 아들의 머리맡에 정확히 낙하했다. 대남이 계산한 스핀 덕분에, 튜브는 수면에 닿자마자 물살을 거슬러 오르듯 회전하며 아이의 가슴팍으로 스스로 쏙 안겨 들어갔다.


“아기야! 그거 꽉 잡아! 놓치면 평점 1점이야!”


대남의 처절한 외침을 들었는지, 물에 빠진 아이는 본능적으로 주황색 고무 튜브를 양팔로 꽉 껴안았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수만 톤의 거센 급류와 소용돌이가 주황색 튜브를 집어삼키려 했으나, 현대 고무 공학의 정수가 담긴 초마찰성 고무 원료의 무식한 부력은 강물의 흡입력을 비웃듯 아이의 상체를 수면 위로 당당하게 띄워 올렸다. 튜브의 질긴 탄성이 암초와의 미세한 충돌마저 완벽하게 흡수하며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했다.


“살았다! 아이가 물 위로 떴다!”


“오오! 저 주황색 보패가 물의 저주를 막아내고 있구나!”


수적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독안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룡호흡법 내공을 가동해 강물로 뛰어들었다.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튜브 덕분에 안전하게 둥둥 떠 있는 아들을 품에 안은 독안룡은, 가벼운 신법으로 강가를 탈출해 선착장 바닥으로 착지했다.


“아들아! 내 아들아!”


독안룡은 아이를 품에 안고 폭풍 같은 눈물을 흘렸다. 아이는 주황색 자전거 튜브를 목에 건 채 쌕쌕거리며 숨을 쉬고 있었다. 감격에 찬 독안룡은 머리를 들어 절벽 위에 서 있는 대남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대남은, 석양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주황색 유니폼(법의)을 입고, 머리에는 기이한 투명 바이저가 달린 신비로운 헬멧을 쓴 채, 아무런 내공의 기척도 없이 유유히 서 있는 절세의 은거 기인이었다.


독안룡은 아들을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대남을 향해 쿵 소리가 나도록 무릎을 꿇었다.


“대, 대종사님……! 이 독안룡, 평생 강물 위에서 살며 온갖 보패와 영물을 보았으나, 저토록 거센 사룡 와류의 저주를 단숨에 무력화하고 생명을 구하는 수상 구호 보패(水上救護寶牌)는 난생처음 보옵니다! 자식의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 평생 뼈에 새기겠나이다!”


독안룡은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싹싹 빌었다. 수적들 수십 명 역시 일제히 무기를 내팽개치고 대남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대남은 절벽 위에서 땀을 닦으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살았다. 그나저나 내 아까운 비상용 튜브 하나 날아갔네…… 저거 철수 아저씨한테 겨우 얻은 귀한 고무 원료인데. 뭐, 그래도 배달 노선은 뚫렸으니 다행인가.’


대남은 대종사다운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핸들바의 자전거 벨을 가볍게 튕겼다.


*따릉! 따르릉-!*


“허허, 채주님. 생명을 구하는 것은 배달원의 당연한 의무이자 신용의 기초이옵니다. 제 아까운 튜브, 아니 수상 보패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선물로 드릴 테니 목에 잘 걸어두십시오. 그나저나 제 배달 시간이 이제 15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강 좀 건너게 배 좀 띄워주시겠습니까?”


“배라니요! 당치 않으십니다!”


독안룡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대종사님께서 이 험난한 낙안강을 건너시는데 어찌 감히 하찮은 통행세를 논하겠습니까! 오늘 이 시간부로, 팔도익스프레스의 주황색 옷을 입은 모든 전령들에게 낙안강 수역 전체의 평생 무상 수상 통행권을 부여하겠노라! 또한 대종사님의 철마를 우리 수적 연합의 가장 빠른 쾌속선에 모셔 남부 성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호위해 올리겠다!”


“오오! 채주님 만세! 김 대종사님 만세!”


수적들이 함성을 지르며 대남의 자전거 번개호를 쾌속선 위로 조심스럽게 옮기기 시작했다.


대남은 쾌속선 상판에 편안하게 걸터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했다. 배송 완료까지 남은 시간은 15분이었지만, 수적들의 광속 노질 덕분에 강을 건너 남부 성 백가촌 상단까지는 단 5분이면 충분해 보였다.


‘좋아, 수로 배송로까지 완벽하게 공짜로 뚫었어! 이제 남부 성의 거대 문파들까지 내 배달 영토로 삼아버리는 거다!’


대남은 주황색 튜브를 목에 걸고 신나게 물장구를 치는 독안룡의 아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아끼던 튜브 하나를 분실하는 대가를 치렀지만, 평생 공짜 통행권과 수상 물류의 독점권을 확보했으니 자본주의적으로 이보다 더 남는 장사는 없었다.


강바람을 가르며 쾌속선이 사룡 와류를 유유히 우회하여 남부 성 선착장을 향해 광속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대남의 유쾌한 무림 정복기 1단계의 물길이, 주황색 자전거 튜브의 부력과 함께 더 넓은 중원 대륙을 향해 거침없이 뻗어 나가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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