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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5%와 사당의 전기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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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이 사당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갔을 때, 스마트폰 화면은 마지막 1%를 가리키며 꺼지기 직전의 비명을 질렀다.


“제발! 제발 꺼지지 마! 여기서 꺼지면 나 진짜 현대 복귀고 뭐고 끝장이라고!”


낙안현 뒷산 자락에 방치된 버려진 사당은 거미줄과 퀴퀴한 흙먼지가 가득했다. 천장 구석에는 박쥐들이 놀라 퍼덕였고, 쓰러진 신상 위로 달빛이 쓸쓸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하지만 대남에게는 그런 음산한 분위기를 감상할 여유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의 눈동자는 스마트폰 액정 구석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붉은색 배터리 아이콘에 고정되어 있었다. 째깍째깍 흐르는 시간은 그의 목숨줄을 죄는 밧줄과 같았다. 대남은 자전거 번개호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렸다. 만검총의 검기 폭풍을 뚫고, 사선애 절벽 길을 무호흡으로 폭주하며 달려온 대가로 그의 양다리는 이미 흐물흐물한 낙지처럼 떨리고 있었다.


“짤랑, 짤랑.”


늘어난 바퀴살 두 개가 힘없이 흔들리며 내는 쇳소리가 사당의 고요를 깨뜨렸다. 정비가 시급했지만 지금은 자전거가 문제가 아니었다. 스마트폰이 꺼지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차원 GPS 좌표 추적 장치 자체가 영구히 먹통이 된다.


대남은 다급하게 자전거 뒷바퀴의 적재함 구석에서 묵직한 무쇠 덩어리를 꺼냈다. 현대 피트니스 센터에서 버려진 실내 자전거의 자가발전 다이내모 모터를 떼어내고, 철수의 대장간에서 영석 합금 톱니바퀴를 덧대어 마개조한 ‘수동식 자가발전 페달 장치’였다.


“조상님, 김해 김씨 삼십이대손 대남이가 오늘 여기서 굶어 죽지 않게 제발 도와주십시오!”


대남은 자전거 뒷바퀴를 발전 거치대의 회전축에 단단히 끼워 넣었다. 그리고 자전거 체인을 발전기의 동력 전달 기어에 연결했다. 손끝이 바르르 떨렸지만, 매일같이 택배 상자를 나르며 다져진 정밀한 손놀림으로 USB 케이블을 ‘스마트폰 보조배터리’에 꽂고, 그것을 다시 스마트폰 충전 단자에 연결했다.


[연결 확인: 충전 시작]


화면에 번개 표시가 뜨는 것과 동시에 배터리 잔량이 ‘1%’로 내려앉았다.


“지금이다! 페달 밟아!!!”


대남은 자전거 안장에 튀어 오르듯 앉아 양발을 페달에 얹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다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고요하던 사당 내부에 무겁고 기계적인 회전음이 울려 퍼졌다. 발전기 코일이 자전거 뒷바퀴의 회전력을 받아 돌기 시작하자, 미세한 고주파 마찰음이 사당 벽을 타고 진동했다. 하지만 속도가 부족했다. 발전 전압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마트폰의 고속 충전 회로가 작동하지 않는다.


“더 빨리! 더 빨리 밟아야 돼! 내 돈 오십 냥! 내 평점 5점! 내 월급!!!”


대남은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속에서 현대 대리점의 박 점장이 “김대남 기사, 오늘 배송 미완료로 평점 깎였으니 일당에서 삼만 원 감봉이야!”라고 확성기로 소리치는 환청이 들려왔다.


그 지독한 감봉의 공포가 대남의 척수 신경을 강타했다. 내공이 단 한 톨도 없는 평범한 흙수저 청년의 다리 근육이, 오직 생계형 광기 하나만으로 초인적인 회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카르르르릉-!!!*


자전거 번개호의 뒷바퀴가 보이지 않는 속도로 회전했다. 발전 장치의 영석 합금 기어가 맞물리며 엄청난 마찰열을 내뿜었고, 마침내 코일 내부의 자계가 한계치에 도달했다.


*파지직! 파직!*


사당 어둠 속에서 푸른색 전기 스파크가 폭발하듯 튀기 시작했다. 발전기 표면에서 뿜어져 나온 고압의 뇌전 스파크가 먼지 가득한 공기를 찢으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번쩍이는 푸른빛이 사당 벽면에 그려진 낡은 신상들의 얼굴을 기괴하고 장엄하게 비추었다. 마치 고대의 뇌신이 사당 한가운데에 강림한 듯한 광경이었다.


“으아아아! 밟아! 밟는 거야! 꺼지지 마라!”


대남은 호흡마저 잊은 채 다리를 굴렸다. 그의 등 뒤에 내장된 에어백 유니폼이 미세한 정전기 반응으로 인해 슬쩍 부풀어 오르며 주황색 빛을 반사했다. 번쩍이는 푸른 전기 불꽃과 웅웅거리는 기계음, 그리고 주황색 법의를 입은 대남의 실루엣이 결합되어 사당 전체가 기이한 영적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는 수련의 성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


같은 시각, 사당에서 불과 수십 장 떨어진 숲길.


낙안현 외곽의 낡은 창고를 지키는 야간 경비원 박씨는 대남이 선물해 준 ‘다이소표 초강력 LED 손전등’을 들고 순찰을 돌고 있었다. 밤눈이 어두운 그에게 있어, 태양보다 밝은 백색 광선을 뿜어내는 이 손전등은 신비로운 도법의 빛이나 다름없었다. 박씨는 손전등을 소중하게 품에 안은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었다.


“허허, 김 대종사님께서 주신 이 보패 덕분에 밤길이 무섭지 않구나. 참으로 자비로우신 분이셔.”


그때였다.


*쿠구구구구-!*


대지가 미세하게 떨리는 진동과 함께, 뒷산 꼭대기에 위치한 버려진 사당 방향에서 기묘한 굉음이 들려왔다. 박씨는 깜짝 놀라 손전등을 비추며 사당을 바라보았다.


“어, 어이쿠! 저게 무슨 소리당가?”


사당의 깨진 창문과 틈새 사이로, 눈이 멀 것 같은 푸른색 뇌전의 불꽃들이 번쩍번쩍 폭발하고 있었다. 웅웅거리는 굉음은 마치 수만 마리의 벌 떼가 울부짖는 듯했고, 사당 주변의 대기가 정전기로 인해 찌릿하게 떨려왔다.


박씨는 덜덜 떨며 사당 문틈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내부를 들여다본 순간, 그의 턱이 바닥까지 빠져버렸다.


사당 한가운데, 주황색 찬란한 빛을 내뿜는 법의(유니폼)를 입은 김대남이 해괴한 은빛 쇳덩이 수레 위에 올라타 있었다. 대남의 다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는데, 그 발끝이 움직일 때마다 수레바퀴 뒤편에서 푸른색 뇌전 스파크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와 사당 바닥을 태우고 있었다.


‘저, 저것은……!’


박씨는 마른침을 꿀컥 삼켰다.


‘하늘의 천뢰(天雷)를 직접 몸으로 받아들여 보패를 충전하는 전설의 뇌전 기공 수련(雷電氣功修練)이 아닌가!’


무림의 전설에 따르면, 번개의 기운을 다루는 고수들은 천둥 치는 날 절벽 끝에 서서 목숨을 걸고 뇌전을 흡수한다고 했다. 그런데 대남은 날이 맑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기계를 돌려 무에서 유로 뇌전을 창조해 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 엄청난 고전압의 전기 불꽃이 대남의 몸을 때리고 있었지만, 대남은 아프기는커녕 오히려 더 맹렬하게 다리를 굴리며 뇌전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과연 반박귀진의 대종사로다! 천뢰의 기운을 저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육체로 받아내어 자신의 신물에 주입하시다니! 저 주황색 의복은 만독불침을 넘어 만뢰불침(萬雷不侵)의 성물이 분명하구나!’


박씨는 대남의 위엄에 압도되어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바로 그 순간, 사당 내부의 대남에게 극단적인 육체적 한계가 찾아왔다.


만검총 돌파와 사선애 폭주 주행으로 이미 젖산이 한계치까지 쌓여 있던 그의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광란의 자가발전 페달질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완전히 뒤틀려 버린 것이다. 양다리에 무시무시한 쥐(Cramp)가 동시에 내리쳤다.


“으아아아아아악-!!!”


대남은 자전거 안장 위에서 몸을 활처럼 꺾으며 단장(斷腸)의 비명을 질렀다.


“내 다리! 다리에 쥐났다!!! 조상님! 으아아악! 다리가 안 움직여! 나 죽네!!!”


내공이 전혀 없는 일반인의 뼈를 깎는 듯한 원초적인 고통의 비명이었다. 하지만 사당 밖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박씨의 귀에는 이 비명이 완전히 다른 소리로 필터링되어 들려왔다.


*“효오어어어어어-!!!”*


사당의 낡은 기와들이 진동으로 인해 후두둑 떨어져 내렸고, 사당 주변의 숲속 동물들이 놀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박씨는 그 엄청난 음파의 위력에 귀를 막으며 바닥에 넙죽 엎어졌다.


‘효, 효천사자후(哮天獅子吼)……!’


박씨는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대종사님께서 뇌전의 기운을 온몸의 기경팔맥으로 통과시키며, 몸 안의 모든 탁기와 심마를 몰아내기 위해 하늘을 향해 사자후를 토해내시는구나! 저 우렁차고 웅장한 포효를 보라! 내공이 한 톨도 느껴지지 않던 범인의 몸에서 저토록 천지를 흔드는 음공이 나오다니, 역시 반박귀진의 극의는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박씨는 대남의 비명을 깨달음의 고통을 극복하는 위대한 구도자의 포효로 해석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러 나오는 경외심을 품고 사당을 향해 세 번 절했다.


사당 안에서 대남은 쥐가 난 다리를 붙잡고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아이고, 다리야…… 진짜 뒤지겠네…….”


대남은 먼지 가득한 사당 바닥에 대가리를 박은 채 헉헉거리며 침을 흘렸다. 그의 주황색 유니폼은 땀으로 완전히 젖어 시궁창 냄새와 땀 냄새가 기묘하게 섞여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전거 거치대에 고정된 스마트폰 화면은 파란색 빛을 내뿜으며 안도의 알림음을 울렸다.


*띠리링-!*


[충전 완료: 배터리 잔량 50%]

[알림: 배송 완료 신용도 유지 완료 - 평점 5점 만점]


“후우…… 살았다…….”


대남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양다리는 감각이 없고 허벅지는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굳어 버렸지만, 피 같은 일당 오십 냥과 평점 5점을 지켜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대남은 땀방울이 흥건하게 고인 사당 바닥에 대자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엄마…… 나 오늘 진짜 죽을 뻔했어…… 한국 가고 싶다…….’


그가 고독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 눈을 감으려던 바로 그 순간.


“끼이이익-”


사당의 낡은 나무 문틈이 아주 미세하게 열리며, 달빛을 가로막는 조그만 그림자 하나가 안쪽으로 살그머니 스며들었다.


대남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사당 문틈 사이로 조심스럽게 기어 들어온 것은, 얼굴에 검은 그을음을 묻힌 채 다부진 체구를 지닌 소년이었다. 철수의 대장간에서 일하는 어린 조수, 쇠돌이였다.


쇠돌이의 눈동자는 대남이 바닥에 남겨둔 푸른 불꽃을 내뿜던 발전기 기계 장치와, 늘어난 바퀴살이 짤랑거리는 자전거 번개호를 향해 탐욕스럽고도 호기심 가득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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