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검이 자전거를 비켜 가다
“좌회전 후 직진입니다. 전방에 낙석 주의 구간이 있습니다.”
지독하게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치던 낙안현의 하늘이 개고, 맑은 햇살이 마구간 자취방의 뚫린 지붕 사이로 들이치고 있었다. 평화로운 아침이어야 정상이었지만, 김대남의 손에 쥐인 스마트폰 화면은 전혀 평화롭지 않았다.
[띠링! 새 특급 배송 의뢰가 도착했습니다.]
[의뢰지: 청운문 내문 심처, 비전 연공실 장로 앞]
[배송 물품: 봉인된 극비 서찰]
[수수료: 은자 50냥]
[제한 시간: 15분]
[※ 경고: 배송 지연 시 배달 앱 신용 평점 감점 및 일당 50% 삭감]
“은자 오십 냥?! 미친, 이거 한국 돈으로 치면 거의 백만 원 돈이잖아!”
D대남의 눈동자가 탐욕과 공포로 동시에 뒤집혔다. 낙안현 관청의 최포교를 삥 뜯어, 아니 정당한 피해보상금으로 받아낸 은자 스무 냥도 주머니에 든든하게 들어있었지만, 은자 오십 냥이라는 거금은 생계형 택배 기사인 그에게 절대 놓칠 수 없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하지만 제한 시간이 단 15분이었다.
“청운문 내문 깊숙한 곳까지 자전거로 15분 만에 가라고? 네비게이션, 최단 경로 탐색해!”
대남이 다급하게 스마트폰 거치대를 두드리자, GPS 최단경로 네비게이션 어플이 지도를 빠르게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면 위에 선명하고 붉은색 일직선 경로를 그려냈다.
경로는 청운문 외문을 지나, 내문의 가파른 골짜기를 관통하여 곧장 비전 연공실로 이어져 있었다. 문제는 그 붉은 선이 지나가는 한가운데에, 기괴한 해골 마크와 함께 붉은색 경고 글씨가 선명하게 박혀 있는 구역이 있었다는 점이다.
[경고: 만검총(萬劍塚) - 진입 금지 구역]
“만검총? 무슨 고철 쓰레기장 이름이 이따위야? 하지만 네비게이션이 여기로 가라잖아. 지름길인데 어쩔 거야! 늦으면 내 돈 반토막 난다고!”
대남은 주황색 헬멧의 턱끈을 꽉 조이고, 양손에 빨간색 3M 특제 미끄럼 방지 장갑을 끼었다. 그리고 철수가 영석 합금 조각을 녹여 휠과 스포크를 무식하게 튼튼하게 보강해 준 삼륜 자전거 ‘번개호’의 안장에 올라탔다.
“일호! 이호! 삼호! 나 배달 다녀올 테니까 창고 잘 지키고 있어! 최포교 아저씨 땡땡이치는지 감시 똑바로 하고!”
“존명! 대종사님,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주황색 조끼를 터질 듯이 차려입은 전직 산적 라이더들의 우렁찬 배웅을 뒤로하고, 대남은 번개호의 페달을 사정없이 밟았다.
*카르르릉!*
영석 합금으로 강화된 체인이 부드러운 기계음을 내며 돌아갔다. 철수가 WD-40을 듬뿍 쳐둔 덕분에 자전거는 소음 하나 없이 바람을 가르며 낙안현 저잣거리를 순식간에 벗어났다. 청운산맥의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되었지만, 대남의 허벅지 근육은 이미 지독한 감봉의 공포로 단련되어 있었다. 기어를 1단으로 낮추고 엄청난 속도로 페달을 밟아 오르막을 평지처럼 평평하게 오르는 ‘무한 기어 변속 페달링’이 작렬했다.
“후우, 후우! 일당 오십 냥…… 내 돈 오십 냥……!”
대남이 땀을 뻘뻘 흘리며 청운문 내문 입구에 도달했을 때, 남은 시간은 단 8분이었다.
그리고 그가 만검총의 경계선 비석 앞에 멈춰 섰을 때, 푸른색 청운문 정복을 입고 장검 ‘청풍’을 등에 멘 사내가 그 앞을 엄숙하게 가로막았다. 청운문 최고의 천재 검객이자, 대남의 자전거 속도에 패배한 뒤 혼자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던 송백이었다.
“멈추시오, 김 대종사.”
송백이 장검의 자루를 쥔 채,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깊은 눈빛으로 대남을 응시했다.
“이 앞은 우리 청운문의 절대 금지 구역인 만검총(萬劍塚)이오. 역대 장로님들의 영혼이 깃든 수만 개의 명검이 잠들어 있는 곳이지.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형의 검기 폭풍은 화경(化境)의 고수라 할지라도 온몸의 살점이 찢겨 나가는 지옥의 구역이오. 아무리 대종사라 할지라도, 이 해괴한 쇳덩이 수레를 타고 지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오.”
송백의 목소리는 지극히 진지했고 비장했다. 하지만 대남의 눈에는 오직 스마트폰 액정 화면에서 째깍째깍 흐르는 붉은색 타이머만 보였다.
[남은 시간: 5분 12초]
“아니, 송백 씨! 장난해요? 나 지금 5분 안에 저 안쪽 연공실 장로님한테 이 서찰 배달 안 하면 일당 날아간다고요! 비켜요, 바쁘니까!”
대남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소리쳤다. 하지만 송백의 필터링을 거친 대남의 눈빛은 완전히 다르게 해석되었다.
*‘저 차갑고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라……! 눈앞에 수만 개의 검기 폭풍이 대기하고 있거늘, 오직 ‘배달’이라는 구도의 행위를 완수하기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려 하시는구나. 세속의 두려움을 완전히 초탈한 저 풍모야말로 진정한 대종사의 기개로다!’*
송백은 전율했다. 대남이 스마트폰 액정의 붉은 불빛(사실은 배터리 경고등)을 노려보는 진지한 눈빛에 기가 눌려, 자신도 모르게 장검을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대종사…… 진정 목숨을 걸고 이 검기 폭풍을 뚫고 지나가시겠다는 말씀이오? 무공도, 내공도 쓰지 않고 오직 저 쇳덩이 수레의 힘만으로?”
“아, 시끄러워요! 비켜요! 부딪힙니다!”
대남은 기어를 가장 무거운 고단(7단)으로 변속했다. 그리고 핸들에 달린 따릉이 벨을 세차게 튕겼다.
*따릉! 따릉! 따르릉-!*
“택배요! 비켜주세요, 고객님!”
대남이 페달을 미친 듯이 내리밟으며 만검총의 경계선 비석을 무시하고 골짜기 안쪽으로 폭풍처럼 진입했다. 송백은 경악하며 그 주황색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
“대종사-!!!”
*스으으으응!*
대남이 만검총의 어두운 골짜기 안쪽으로 들어선 순간, 사방의 바위와 흙더미에 꽂혀 있던 수만 개의 낡은 검들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금속성 울림이 골짜기 전체를 뒤흔들더니, 공중에서 푸르스름한 무형의 검기 폭풍이 소용돌이치며 대남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엄마야! 저건 또 왜 저래!”
대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늘에서 푸른색 불꽃 같은 파편들이 무차별적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대남의 눈에는 그것이 무시무시한 무림의 검기가 아니라, 공사장에서 용접할 때 튀는 위험천만한 ‘용접 불꽃’이나 고압 전선이 합선되어 터지는 ‘전기 스파크’ 정도로 보였다.
“미친! 이 동네는 공사장 안전펜스도 안 쳐놓고 용접을 하나! 눈 부시잖아!”
대남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주황색 헬멧의 투명 플라스틱 바이저를 아래로 척 내렸다. 그리고 눈이 부시는 것을 막기 위해 자전거 핸들에 달아두었던 다이소제 LED 손전등의 광량을 미세하게 낮추며 오직 앞만 보고 페달을 밟았다.
*콰콰콰쾅!*
수백 개의 무형검기가 자전거 번개호의 금속 프레임을 감지하고 유도 미사일처럼 날아들었다. 영적 에너지를 전도하는 무림의 검기들은 대남의 몸에 흐르는 내공이 0이라 감지하지 못했지만, 자전거의 차가운 철제 프레임은 아주 정밀하게 표적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철수가 대장간에서 자전거 프레임과 바퀴살(스포크)에 꼼꼼하게 내장해 두었던 ‘영석 합금 조각’이 날아오는 검기의 영적 기운과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석 합금의 고유 진동 주파수가 날아오는 무형검기의 기 흐름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며, 칼날 기운을 사방으로 미끄러뜨렸다.
*깡! 깡! 깡깡깡-!!!*
푸른 검기들이 자전거 번개호의 바퀴살과 프레임에 부딪힐 때마다, 마치 맑은 유리잔을 부딪치는 듯한 청아한 금속음이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칼날들은 대남의 살점을 찢기는커녕, 자전거 프레임의 나노 발수 코팅 표면에 닿는 순간 각도가 비틀어지며 사방의 바위벽으로 튕겨 나가 폭발했다.
뒤를 쫓아 달려온 송백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 그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 이것은…… 태극혜검(太極慧劍)의 극의……?!”
송백의 눈에는 대남의 움직임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D대남이 자전거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지그재그로 달리는 ‘원심력 드리프트’ 주행이, 송백의 눈에는 우주의 음양 조화를 발바닥 끝으로 조율하며 검기의 궤적을 완벽하게 흘려보내는 극상의 신형보법으로 보였다.
게다가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자전거 바퀴살(스포크)의 원심력 풍압이 날아오는 검기들의 방향을 기묘하게 왜곡시키고 있었다. 대남은 단지 미끄러운 고철 더미 위에서 자 빠지지 않으려고 핸들을 필사적으로 꺾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송백에게는 그것이 검기 폭풍의 약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신의 한 수였다.
“아저씨들! 위험하니까 비키세요! 빵빵! 아니, 따릉따릉!”
대남은 날아오는 불꽃 파편 속에서 길을 비키라며 자전거 벨을 격렬하게 튕겼다.
*따릉! 따릉! 따르릉-!!!*
맑고 청아한 자전거 벨 소리가 골짜기 전체를 덮쳤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황동으로 제작된 클래식 벨의 고주파 음파 진동이, 영적으로 불안정하게 뭉쳐 있던 무형검기들의 정렬 상태를 물리적으로 흔들어버린 것이다. 벨 소리가 퍼져나갈 때마다 푸른 검기들이 허공에서 맥없이 부서지며 한 줄기 푸른 연기로 정화되어 사라졌다.
“벨 소리 하나로…… 수만 개의 검기 폭풍을 정화하다니…….”
송백은 무릎을 꿇을 뻔했다.
도가 최고의 극의라는 ‘무위자연(無위자연)’의 소리 장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검을 뽑지도 않고, 단지 손가락 끝으로 쇳조각을 가볍게 튕기는 동작 하나로 만검총의 저주를 완벽하게 무력화하는 대남의 모습은, 송백에게 있어 평생 쌓아 올린 검도(劍道)의 자존심을 완전히 으깨버리는 지옥 같은 충격이었다.
“저것이 바로…… 공간을 찢고 허공을 답보하는 대종사의 진정한 무공이로구나. 나는 아직 멀었구나. 검의 형상에 얽매여 진짜 도를 보지 못했어.”
송백의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의 마음속에서 대남을 향한 집요한 승부욕은 사라지고, 대신 경외심과 배움에 대한 갈망이 들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슈우우웅-!*
마지막 검기 폭풍을 자전거 앞바퀴를 들어 올리는 ‘분노의 윌리’ 기술로 사뿐히 타고 넘은 대남은, 만검총의 출구를 향해 유유히 빠져나갔.
“휴우, 드디어 공사 구역 다 빠져나왔네. 어우, 먼지 날리는 것 봐. 세탁비 또 들겠네.”
대남은 투덜거리며 자전거에서 내려 유니폼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었다. 바퀴살 두 개가 검기의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팽팽하게 늘어나 미세한 소음을 내고 있었지만, 자전거는 멀쩡했다.
[남은 시간: 12초]
“엄마야! 시간 다 됐잖아!”
대남은 다급하게 비전 연공실의 석문을 두드렸다. 석문이 스르륵 열리며, 하얀 수염을 기른 내문 장로가 경악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남은 가방에서 서찰 상자를 꺼내 장로의 품에 억지로 안겨주었다.
“청운문 내문 장로님 맞으시죠? 여기 액정에 손가락 서명 좀 해주세요! 빨리요, 시간 없어요!”
장로는 만검총을 뚫고 주황색 옷을 입은 채 나타난 대남의 기세에 압도되어, 얼떨결에 스마트폰 액정에 손가락 지장을 찍었다.
*띠링! 배달 완료! 평점 5점 만점! 수수료 은자 50냥이 입금되었습니다.*
“후우…… 살았다! 내 돈 오십 냥!”
대남은 바닥에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의 스마트폰 화면이 불길한 붉은색 빛을 내뿜으며 깜빡이기 시작했다.
[경고: 배터리 잔량 5% 미만. 시스템 방전 위기. 즉시 전원을 연결하십시오.]
“어……? 안 돼! 배터리가 꺼지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좌표 추적도 안 되고 다음 배달도 못 받는단 말이야!”
대남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절망과 패닉으로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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