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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청의 단속과 장문인의 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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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비켜라! 관청에서 나왔다!”


낙안현 저잣거리의 평화로운 오후를 깨뜨린 것은 철제 쇠사슬이 절렁거리는 살벌한 소리였다.


주황색 천막이 선명하게 빛나는 ‘팔도익스프레스 임시소’ 앞마당으로 관청의 포졸 이십여 명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손에는 무시무시한 무쇠 몽둥이와 범죄자를 포박할 때 쓰는 붉은 오라줄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배가 불룩 나오고 콧수염을 기른 사내, 낙안현 관청의 수석 포교인 최포교가 거들먹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 차인 관도가 걸을 때마다 짤랑거리며 위압감을 풍겼다.


“아이고, 최포교 나리! 갑자기 이게 무슨 해괴한 소란이랍니까?”


시장통 상인 연합의 회장인 조할머니가 생선 비린내가 가득 묻은 앞치마에 손을 쓱쓱 문지르며 다급히 뛰어왔다. 조할머니의 등 뒤로 만두가게 주인 왕씨를 비롯한 저잣거리 상인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모여들었다.


최포교는 흥 코웃음을 치며 침을 퉤 뱉었다.


“시끄럽다, 조할멈! 관청의 엄숙한 공무 수행 중이니 늙은이는 뒤로 물러서라! 오늘 낙안현의 치안을 어지럽히는 무허가 야바위꾼 놈들을 일망타진하라는 현령 나리의 엄명이 떨어졌다!”


최포교의 시선이 천막 마당 한가운데에 주차된 삼륜 자전거 ‘번개호’로 향했다. 철수가 대장간에서 밤새 닦고 기름칠해 둔 덕분에 은빛으로 번쩍이는 그 기괴한 탈것을 보며, 최포교는 탐욕스러운 침을 꿀컥 삼켰다.


이미 흑풍상단주 팽무적에게서 은자 오십 냥이라는 거액의 뒷돈을 챙긴 최포교였다. 팽무적의 요구는 간단했다. ‘저 주황색 옷을 입은 놈의 수레를 압수하고 영업을 완전히 폐쇄할 것.’ 공권력의 힘으로 신생 배달 업체를 합법적으로 묻어버리겠다는 비열한 자본주의적 음모였다.


“네놈이 이 무허가 불법 운송단의 대가리인 김대남이냐?”


최포교가 관도를 툭툭 치며 천막 안에서 장부를 정리하던 대남을 향해 척 걸어갔다.


대남은 주황색 유니폼의 칼라를 만지작거리며 귀찮다는 표정으로 최포교를 바라보았다. 머리에는 플라스틱 헬멧을 얹고, 양손에는 빨간색 3M 특제 미끄럼 방지 장갑을 낀 기괴한 몰골의 청년. 대남의 뇌리에는 오직 한 가지 걱정뿐이었다.


*‘아, 저 아저씨는 또 뭐야. 나 지금 6시까지 백가촌에 배달 가야 할 만두 상자가 산더미인데. 지연되면 평점 깎이고 박 점장 영감탱이가 또 감봉 카드 꺼낼 텐데…….’*


대남은 한숨을 쉬며 현대식 고객 응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예. 안녕하십니까, 포교님. 저희는 불법 야바위가 아니라 고객의 물건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민간 물류 대리점 ‘팔도익스프레스’입니다. 무슨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저희는 도로 교통법을 준수하며 인도 주행은 삼가고 있습니다만.”


“입을 닥쳐라! 어디서 해괴한 서양 오랑캐의 법률을 들먹이느냐!”


최포교가 벼락같이 호통을 쳤다.


“낙안현의 모든 상행위는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늘, 네놈들은 조정의 허가증도 없이 기괴한 세 바퀴 수레를 몰며 도로 교통을 마비시키고 시장의 상권을 어지럽혔다! 이는 명백한 무허가 불법 상행위이자 국법을 기만하는 대역죄다!”


“오라를 받아라!”


최포교의 명령에 포졸 두 명이 철제 쇠사슬을 절렁거리며 삼륜 자전거 번개호로 다가갔다. 그들이 번개호의 앞바퀴에 쇠사슬을 채우려 하자, 대남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미친! 내 번개호를 압수한다고? 저거 할부금도 아직 다 안 끝났는데! 저거 없으면 나 배달 어떻게 해!’*


“잠깐만요! 아저씨들, 남의 영업 장비에 함부로 손대지 마세요! 이거 기물 파손죄로 고소할 겁니다!”


대남이 다급하게 앞을 가로막았으나, 포졸들은 거칠게 대남을 밀쳐냈다. 그 과정에서 임시소 천막 입구의 버팀목 판자 하나가 포졸의 거친 발길질에 ‘퍽!’ 소리를 내며 부서져 나갔다.


“대종사님을 건드리지 마라!”


천막 뒤편에서 배달 대기 중이던 일호, 이호, 삼호가 장검과 쇠몽둥이를 쥐며 눈을 부릅떴다. 전직 산적 출신다운 살벌한 살기가 마당을 덮치자, 최포교의 포졸들이 흠칫하며 주춤했다.


최포교는 오히려 비열하게 웃으며 관도를 반쯤 뽑아 들었다.


“오호라! 관청의 공무 수행에 무력으로 대항하겠다는 말이냐? 이놈들이 드디어 사파의 도적 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전원 검을 뽑아라! 반항하는 자는 즉시 참수해도 좋다!”


상황이 일촉즉발의 유혈 사태로 치닫자, 구경하던 조할머니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야유를 퍼부었다.


“이 부패한 개똥개 같은 관청 놈들아! 흑풍상단 팽무적 놈에게 뒷돈을 얼마나 처먹었길래, 우리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주황색 총각을 이토록 핍박한단 말이냐! 당장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시장 상인들이 조할머니의 외침에 동조하며 돌멩이와 썩은 채소를 던질 기세를 취했다. 하지만 최포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관도를 완전히 뽑아 들며 소리쳤다.


“역적 놈들이 단체로 미쳤구나! 관청의 권위가 우스워 보이느냐!”


대남은 머리를 굴렸다.


*‘아, 진짜 피곤하게 하네. 무림인지 뭔지 하는 이 동네는 왜 맨날 칼부터 뽑고 난리야? 여기서 싸우면 영업정지 먹고 평점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텐데.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나?’*


그때, 대남의 뇌리에 청운문 장문인 처소에서 받아두었던 물건이 떠올랐다. 장문인 이청풍이 ‘이것만 있으면 중원 어디서든 통행이 자유로울 것’이라며 쥐여주었던 묵직하고 차가운 명패.


대남은 주황색 유니폼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새하얗게 빛나는 백옥 명패 하나를 툭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거들먹거리는 최포교의 콧등 바로 1인치 앞까지 내밀어 보여주었다.


“아저씨, 이거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한번 확인해 보시죠.”


“이딴 돌조각이…… 헉?!”


최포교는 귀찮다는 듯 대남의 손을 쳐내려다가, 코앞에 들이밀어진 백옥 명패의 정교한 문양을 본 순간 온몸의 피가 일시에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백옥 명패의 전면에는 구름을 뚫고 솟구치는 청룡의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고, 그 중앙에는 붉은색 주사로 쓰인 글자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청운(靑雲)]


그리고 그 뒷면에는 황실의 직인이 서린 문장과 함께 장문인의 친필 비전 낙인이 은은한 푸른 영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문파의 통행증이 아니었다. 중원 십대 정파 중 하나이자, 황실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국선(國仙)의 반열에 오른 청운문의 장문인 이청풍의 직속 대리패, 이른바 ‘청운패(靑雲牌)’였다.


무림의 법이 황실의 법률보다 우위에 서는 이 척박한 세계에서, 청운패를 소지한 자는 황실의 직속 사신에 준하는 초법적인 권위를 가졌다. 지방 관청의 현령 따위는 청운문의 말단 장로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관직이 날아가고 목이 달아나는 파리 목숨에 불과했다.


최포교의 안구과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팽무적이 주었던 은자 오십 냥이 순식간에 불타 없어지고, 대신 목이 잘려 효수당하는 자신의 미래 환영이 떠올랐다.


“이, 이것은…… 청, 청운문의 장문인 패……?”


최포교의 목소리가 사시나무 떨듯 갈라졌다.


“아저씨, 글씨 읽을 줄 아시죠? 청운문 장문인 이청풍 고객님이 나한테 직접 주신 건데. 이거 있으면 무허가니 뭐니 헛소리 안 하겠다고 약속하셨거든요? 근데 지금 제 자전거에 쇠사슬을 채우시겠다고요?”


대남은 귀찮다는 듯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하지만 최포교의 필터링을 거친 대남의 목소리는 완전히 다르게 들렸다.


*‘어리석은 필멸자 놈아. 감히 천도의 가호를 받는 청운문의 은인이자 대종사인 나의 법보에 쇠사슬을 채우려 하느냐? 네놈의 가문 전체를 삼멸진뢰로 쓸어버려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최포교는 대남의 주황색 유니폼 주변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사실은 평점 5점 만점 버프가 일으키는 빛의 굴절 현상인) 금빛 아우라를 본 순간, 다리가 완전히 풀려 버렸다.


*쿠당탕!*


“으아아악! 대, 대종사님! 소인이 미쳤나이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최포교는 들고 있던 관도를 바닥에 팽개치고, 그대로 무릎을 꺾어 대남의 발밑에 대가리를 쾅쾅 박기 시작했다. 마구간 마당의 흙먼지가 그의 이마에 사정없이 묻어났지만, 최포교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애걸복걸했다.


“소인이 흑풍상단 팽무적 그 개새끼의 감언이설에 속아 눈이 멀었나이다! 감히 청운문의 태상장로님과 장문인님의 영혼의 동맹이신 대종사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역천의 죄를 지었으니, 제발 가련한 처자식을 보아 목숨만은 거두지 말아 주십시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십 명의 포졸들 역시 단체로 뇌 정지가 왔다. 자신들의 기세등등하던 대장이 주황색 옷을 입은 청년 앞에서 걸레짝처럼 싹싹 비는 모습을 보며, 그들 역시 무기를 버리고 단체로 마당에 대가리를 박았다.


*쾅! 쾅! 쾅!*


이십 명의 장정이 단체로 절을 올리자, 마구간 앞마당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구경하던 조할머니와 왕씨, 그리고 저잣거리 상인들은 턱을 빠뜨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아니…… 저 주황색 총각이 대체 신분이 뭐길래, 관청의 포교들이 저렇게 대가리를 박는대?”


“내 저 총각이 보통 인물이 아닐 줄 알았어! 청운문의 대종사님이 직접 낙안현을 보살피러 오신 게 분명해!”


대남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과도한 경외의 시선과, 발밑에서 울부짖는 최포교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 진짜 무협지 감성 뇌절 오지네…… 명패 하나 보여줬다고 포졸들이 단체로 큰절을 하네. 군대 연병장에서도 이 정도 기합은 본 적이 없는데.’*


하지만 대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철저한 현대의 생계형 자본주의자였다. 그는 3M 장갑을 낀 손으로 턱을 괴며, 뻔뻔하고 거만한 목소리로 최포교를 내려다보았다.


“포교님. 제 자전거에 쇠사슬을 채우려던 무례는 그렇다 치고, 방금 당신 부하가 제 대리점의 소중한 지지대 판자를 부순 건 어떻게 보상하실 겁니까? 이거 천막 무너지면 배송 지연되고, 그럼 제 일당 깎이는데. 당신이 책임질 겁니까?”


“소, 소인이 즉시 보상하겠나이다! 은자 열 냥…… 아니, 스무 냥을 바치겠나이다! 그리고 부서진 판자는 관청의 목수를 동원해 당장 대리석 기둥으로 새로 세워드리겠습니다!”


최포교가 품 안에서 떨리는 손으로 은자 주머니를 꺼내 대남에게 바쳤다. 대남은 눈을 빛내며 슬쩍 은자 주머니의 무게를 확인하고는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넣었다.


“좋습니다. 물질적 피하는 보상받았으니 넘어가죠. 하지만 정신적 피해보상과 앞으로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데 말입니다.”


“대, 대종사님! 소인이 무엇이든 하겠나이다! 말씀만 하십시오!”


대남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최포교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부터 당신과 당신 부하들은 매일 밤, 저희 팔도익스프레스 임시소 주변을 전속으로 방범 순찰하십시오. 흑풍상단 놈들이나 잡상인들이 얼씬도 못 하게 철저히 치안을 유지하는 겁니다. 만약 먼지 하나라도 제 자전거에 묻거나 배송 상자가 분실되는 날에는…… 이 청운패가 장문인실이 아니라 현령 나리의 책상 위로 배달될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조, 존명! 대종사님의 명령을 받들어, 목숨을 걸고 팔도 대리점의 야간 경비를 서겠나이다!”


최포교는 황송함에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관청의 정식 공권력 무력이 팔도익스프레스의 무료 사설 경비원으로 전향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대남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전거 번개호의 안장에 올라탔다. 배송 완료 예정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단 5분.


“자, 그럼 전 배달 가야 하니 퇴근합니다. 수고들 하세요!”


*따릉! 따릉!*


대남이 벨을 청아하게 울리며 자전거 페달을 밟고 시장통 대로를 향해 바람처럼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주황색 뒷모습을 보며, 최포교와 포졸들은 대남이 시공간을 접어 달리는 축지법을 시전했다고 믿으며 다시 한번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저잣거리 모퉁이 그늘에서 지켜보던 흑풍상단의 밀정은, 팽무적에게 보낼 보고서에 떨리는 붓끝으로 이렇게 적어 내렸다.


[보고: 주황색 괴물은 단순한 고수가 아님. 관청의 힘마저 단 한 장의 명패로 굴복시켰으며, 배후에 청운문 전체가 버티고 있음. 흑풍상단의 파멸이 임박했음.]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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