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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의 첫 골드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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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마구간 담벼락 너머로, 굶주림에 눈이 뒤집힌 수십 개의 눈동자들이 어둠 속에서 번뜩이며 냄새의 근원을 향해 서서히 좁혀오기 시작했다.


“으, 으스스하게 왜 이래 진짜…….”


김대남은 등 뒤로 식은땀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냄비 속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라면 국물의 MSG 향기는 낙안현 시장통 구석구석에 잠들어 있던 거지들의 야성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꼬질꼬질한 누더기를 걸친 개방 거지들이 침을 흘리며 담벼락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가락이 주황색 배달 가방을 향해 꼬물거리는 비주얼은 좀비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었다.


그 거지 떼의 선두에는 낯익은 덩치 셋이 서 있었다. 바로 며칠 전, 대남의 자전거를 털려다가 에어백 유니폼의 질소 폭발과 3M 장갑의 맨손 단검 캐치에 경악해 도망쳤던 전직 산적 졸개들이었다. 험상궂은 인상의 일호, 날렵한 체구의 이호, 그리고 멧돼지 같은 덩치를 지닌 삼호가 그 주인공들이었다.


“두, 두목! 저 주황색 괴물이 또 천상의 영약을 연성하고 있습니다!”


이호가 침을 질질 흘리며 일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일호 역시 코를 킁킁거리며 대남의 냄비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그들의 미각 세포는 이미 라면 스프 냄새에 완벽하게 지배당해 있었다.


대남은 직감했다. 이 배고픈 야수들을 평화적으로 해산시키지 못하면, 자신의 소중한 배달 가방은 물론이고 남은 컵라면 재고까지 몽땅 털릴 판이었다. 게다가 스마트폰 배터리는 단 24%. 여기서 물리적인 패싸움이라도 벌어지다간 자전거가 파손되어 내일 배달은커녕 원래 세계로 돌아갈 포탈 좌표를 추적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질 터였다.


‘그래, 이판사판이다. 조미료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대남은 급히 마구간 구석에 있던 커다란 무쇠 가마솥에 우물물을 가득 들이부었다. 그리고 장작불을 지핀 뒤, 아껴두었던 ‘인스턴트 컵라면 스프’ 한 봉지를 뜯어 끓는 물에 탈탈 털어 넣었다. 맹물 수십 리터에 스프 한 봉지라니, 현대 기준으로는 지독하게 맹맹한 국물이겠지만 MSG가 전혀 없는 무림인들에게는 이조차 미각의 대혁명이었다.


여기에 대남은 왕씨네 만두가게에서 얻어온 딱딱하게 굳은 밀가루 빵(만투) 수십 개를 가마솥에 사정없이 던져 넣었다. 이른바 ‘백미단약 희석 살포 계획’이었다.


*보글보글보글-!*


가마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감칠맛의 수증기가 마당 전체를 휘감자, 담벼락을 넘으려던 거지들과 산적 삼인조가 단체로 비명을 지르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으, 으아아아! 단전이…… 내 단전이 냄새만으로 요동친다!”


“이것이 정녕 하늘의 신선들이 마신다는 태양의 이슬이란 말인가!”


대남은 국자 대신 낡은 나무 주걱을 들고 가마솥을 휘저으며 짐짓 엄숙한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주목! 줄을 서시오! 질서를 지키지 않는 자에게는 천상의 국물을 단 한 방울도 베풀지 않겠다! 배고픈 자들은 식기를 들고 차례대로 줄을 서라!”


그의 목소리에 신비로운 권위가 실려 있는 듯했다. 사실은 고등학교 시절 급식실에서 다져진 배식 통제 화술이었지만, 냄새에 취한 거지들에게는 천도의 율법과도 같았다. 험상궂은 산적 일호가 가장 먼저 무기를 내팽개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대종사님! 제발 저 가련한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대남은 혀를 차며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에 벌건 국물과 불어 터진 만투 조각을 담아 차례대로 배식했다. 국물을 한 입 삼킨 거지들의 입에서 단체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혀끝을 마비시키는 압도적인 짠맛과 쇠고기 엑기스의 감칠맛이 그들의 뇌하수체를 다이렉트로 강타한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국물을 들이켜는 거지들의 모습은 흡사 득도의 경지에 도달한 구도자들과 같았다.


배식이 끝나갈 무렵, 가마솥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나자 산적 삼인조인 일호, 이호, 삼호는 대남의 발밑에 완전히 대가리를 박았다.


“대종사님! 저희를 거두어 주십시오! 이토록 위대한 영약을 매일 맛볼 수만 있다면, 평생 마차를 끄는 노예가 되어도 좋습니다!”


대남은 그들의 다부진 체격과 넓은 어깨를 훑어보았다. 마침 늘어나는 배달 주문 때문에 혼자서는 도저히 칼 같은 배송 시간을 맞추기 힘들던 참이었다. 자전거를 타는 도중 배송이 지연되어 평점이 깎이고 감봉을 당하느니, 이 무식하게 튼튼한 인력들을 고용해 배달망을 넓히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좋다. 너희들의 성의가 기특하니, 내 특별히 우리 ‘팔도익스프레스’의 정식 라이더로 임명하겠다. 하지만 내 밑에서 일하려면 혹독한 교육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어떤 고초든 달게 받겠나이다!”


그리하여 다음 날 아침, 낙안현 마을 입구에 위치한 ‘팔도익스프레스 임시소’ 앞마당에는 기괴한 풍경이 펼쳐졌다.


험상궂은 산적 삼인조가 눈이 부실 정도로 선명한 주황색 조끼를 터질 듯이 입고, 머리에는 삐딱하게 플라스틱 헬멧을 쓴 채 일렬로 서 있었다. 대남은 손에 클립보드를 쥔 채, 엄격한 표정으로 그들 앞을 서성였다.


“오늘부터 너희들은 무림 최고의 신용을 자랑하는 팔도익스프레스의 정식 배달원이다. 우리의 사훈은 친절, 신속, 정확!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규칙은 바로 ‘시간 엄수’다. 배송이 단 1분이라도 지연되는 순간, 너희들의 일당은 물론이고 내 목숨줄 같은 평점까지 날아간다. 알겠나?”


“대종사님, 하지만 소인들은 평생 칼질만 하던 몸이라…… 이 괴상한 주황색 옷을 입고 시장통을 뛰어다니는 것이 조금 부끄럽사옵니다.”


일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투덜거리자, 대남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대남은 품속에서 은자가 가득 든 주머니를 꺼내 그들의 눈앞에서 짤랑짤랑 흔들었다.


“부끄럽다고? 하루 배달 50건을 무사히 완료하면 은자 두 냥을 칼같이 지급하겠다. 게다가 평점 5점 만점을 받아오는 우수 사원에게는 매주 토요일 저녁, 가마솥 백미단약 국물 한 사발과 천하장사 소시지 한 토막을 보너스로 주지. 그래도 부끄럽나?”


은자 두 냥이라는 구체적인 액수와 백미단약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삼인조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무림에서 목숨을 걸고 남의 가문을 털어봤자 관청에 쫓기며 한 달에 은자 한 냥 만지기도 힘든 법이었다. 그런데 단지 물건을 배달하는 것만으로 은자 두 냥과 영약을 보장받는다니! 자본주의의 압도적인 금융 치료 앞에 그들의 해적 자존심은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부끄러움이라니요! 이 주황색 의복이야말로 천하에서 가장 고귀한 신선의 법의(法衣)가 분명합니다!”


삼호가 거친 근육을 뽐내며 주황색 조끼를 자랑스럽게 쓰다듬었다. 대남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배달 표준 매뉴얼’ 교육을 시작했다.


“좋아. 첫 번째 훈련은 ‘고객 감동 미소 기법’이다. 무림인들은 자존심이 세서 배달원을 하찮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프로다. 고객이 문을 열면 무조건 무릎을 90도로 꺾고 폴더 인사를 하며 외쳐라. 입꼬리는 귀에 걸릴 정도로 당겨 올리고 눈웃음을 지어야 한다. 자, 따라 해 봐.”


대남이 직접 가식적인 자본주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일호와 이호, 삼호는 침을 삼키며 얼굴 근육을 억지로 쥐어짰다. 험상궂은 칼잡이들이 주황색 모자를 쓰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객님, 사랑합니다! 평점 5점 부탁드립니다!”라고 외치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공포 그 자체였다. 지나가던 시장 주민들이 그 모습을 보고 기겁하며 도망칠 정도였다.


하지만 대남은 단호했다.


“일호! 미소가 너무 썩었어! 삥 뜯으러 가는 깡패 새끼 같잖아! 더 상냥하게 웃어! 이호, 목소리 톤 올려! 솔 톤으로 외치란 말이야! 삼호, 덩치가 크니까 무릎을 더 확실하게 꿇어라!”


지독한 가스라이팅 교육이 한 시진 동안 이어졌다. 산적들은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대남의 불호령 아래 90도 폴더 인사와 강제 가식 미소를 마스터해 나갔.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시간 엄수, 평점 5점, 그리고 은자 두 냥’이라는 단어가 천도의 절대적인 계율처럼 각인되고 있었다.


교육이 끝날 무렵, 대장간의 철수가 자전거 번개호를 끌고 임시소 마당으로 들어왔다. 철수는 자전거 뒷바퀴의 통고무 타이어를 유심히 살피며 혀를 찼다.


“대종사님, 어제 그 자객 놈의 가시밭을 지나면서 타이어 표면에 미세한 스크래치가 남았더군요. 천계의 가죽이라 불릴 만한 질긴 물건이지만, 중원의 거친 오프로드를 계속 달리다간 기어 축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제가 대장간의 모든 영석 합금을 동원해 휠과 프레임을 더욱 단단하게 보강할 제련법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오, 철수 아저씨. 역시 믿을 만하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대남은 철수의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했다. 철수는 대종사의 따뜻한 손길에 감격하여 얼굴을 붉히며 물러갔다.


이제 본격적인 실전 배송의 시간이었다. 대남은 스마트폰 화면의 배달 접수 현황을 보며 삼인조에게 구역을 배정했다.


“일호, 너는 가벼운 신체와 빠른 신법을 지녔으니 시장통 내부의 급행 배달을 전담한다. 골목길 구석구석을 누비며 만두가 식기 전에 정확히 전달해라.”


“존명! 만두가 식기 전에 배달하는 신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호, 너는 빈집털이를 하던 은형보법을 살려 밤중에 고객의 마당에 소리 없이 물건을 두고 오는 ‘야간 새벽 배송’의 스페셜리스트가 된다. 고객이 자고 있을 때 담벼락을 소리 없이 넘어가 마당 구석에 상자를 두고 와라. 분실 시 배상해야 하니 주의하고.”


“제 장기를 살려 무덤보다 조용한 새벽 배송을 완수하겠나이다!”


“삼호, 너는 뚝심과 근력이 좋으니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청운산맥 절벽을 기어오르는 ‘특수 산악 배송’을 전담한다. 청운문 내문 전각으로 가는 쌀가마니와 철제 궤짝들은 전부 네 몫이다.”


“하하하! 이 정도 무게는 제 허벅지 근육의 훈련장일 뿐입니다!”


그들은 주황색 배달 가방을 등에 메고, 각자의 배송 구역을 향해 벼락처럼 달려 나갔다.


그날 오후, 낙안현 시장통은 거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험상궂은 거구의 사내가 주황색 옷을 입고 시장 골목을 광속으로 질주하더니, 만두가게 앞마당에 대기하던 상인의 코앞에 정확히 무릎을 꿇고 90도 폴더 인사를 올리는 것이 아닌가.


“고객님! 주문하신 왕씨네 만두가 식기 전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팔도익스프레스 일호입니다! 평점 5점 만점 부탁드립니다!”


일호의 얼굴에는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팽팽하게 당겨진 가식 미소가 걸려 있었다. 상인은 그 기괴하고도 압도적인 친절함과, 갓 찐 것처럼 뜨끈뜨끈한 만두의 온기에 감격하여 손을 벌덜 떨었다.


“오, 오오……! 이토록 신속하고 정중한 배달이라니! 내 평생 이런 대접은 받아본 적이 없다! 내 당장 평점 5점을 주겠소!”


이호 역시 밤눈이 어두운 고수들의 담벼락을 귀신같이 넘나들며, 소리 소문 없이 마당에 따뜻한 한약 상자를 내려놓고 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뜬 문주들은 문 앞에 놓인 상자와 스마트폰(소칠의 연락망)을 통해 전송된 배달 완료 메시지를 보고 무릎을 쳤다.


“이것이 바로 천상의 전령들이 구사한다는 새벽 배송이구나!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기막힌 신법이로다!”


삼호는 백 근이 넘는 쌀가마니 세 자루를 지게에 지고 청운산맥의 가파른 절벽 계단을 멧돼지처럼 뛰어올랐다. 내문 제자들은 삼호의 무식한 근력과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고 ‘저 주황색 옷을 입은 자들은 하나같이 괴물들뿐인가’라며 지레 겁을 먹었다.


그들의 활약 덕분에 팔도익스프레스의 배송 평점은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낙안현의 모든 서민들과 문파들은 이제 물건을 보낼 때 무조건 주황색 옷을 입은 배달원들을 찾았다. 만두가 식기 전에 배달되고, 밤사이에 물건이 마당에 와 있는 기적 같은 현대식 물류 시스템 앞에 시장의 상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눈부신 성장은 기존에 낙안현의 물류와 수레 운송을 독점하며 폭리를 취하던 흑풍상단에게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흑풍상단의 본점 집무실 안.


상단주 팽무적은 부하들이 가져온 팔도익스프레스의 배달 전단지와 주황색 모자를 바라보며 분노로 얼굴을 붉혔다. 주판을 내리치는 그의 손길이 사정없이 떨렸다.


“겨우 마구간에 둥지를 튼 주황색 괴물 놈이…… 감히 내 낙안현 상권을 통째로 뒤흔들고 있단 말이냐! 저놈들의 기괴한 바퀴 수레와 전령들 때문에 우리 상단의 마차 통행량이 반토막이 났다!”


팽무적의 눈에 탐욕과 살기가 번뜩였다. 그는 주먹을 꽉 쥐며 곁에 서 있던 행동대장에게 차갑게 명령했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관청의 최포교를 불러라. 은자 주머니를 두둑하게 챙겨주고, 저 무허가 불법 수레 놈들을 당장 도로 교통 방해죄로 압수수색해 가두어버리라고 해라!”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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