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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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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를 짓누르던 거대한 얼음 장막이 산산조각 나며, 칠흑 같은 도크 내부로 푸른 빙하의 잔해가 쏟아져 내렸다.


지하 공동 전체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천 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얼음 벽들이 비명을 지르며 갈라졌고, 수십 톤에 달하는 빙하 조각들이 무자비하게 낙하했다. 대기가 극도로 압착되며 고막을 찢을 듯한 파열음이 도크를 가득 채웠다.


“전하! 위험합니다!”


가디언 아틀라스가 육중한 은빛 합금 신체를 움직여 선우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거대한 얼음 기둥을 주먹으로 처부수었다. 단단한 티타늄 장갑과 얼음이 충돌하며 차가운 냉기와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아틀라스의 가슴에 새겨진 고대 에테르니아 황실의 문양이 낙반의 먼지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해치 입구에서는 여전히 살기가 번뜩였다. 철의 집행관 크론이 거대한 플라즈마 중력 도끼를 치켜든 채, 마비되었던 의족의 제어권을 억지로 되찾으며 가혹한 기계음을 내뿜었다.


“악마의 인형이 버텨봐야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도크와 함께 매몰시켜 주마!”


크론의 도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 플라즈마 불꽃이 무너져 내리는 얼음 파편들을 증발시키며 아틀라스를 향해 쇄도했다. 바르토 역시 부서진 철제 가면 너머로 광기에 찬 붉은 의안을 번뜩이며 수송선의 열린 해치를 향해 고전압 진압 장비를 연사했다. 청백색의 전류가 해치 내부의 격벽을 때리며 불꽃을 일으켰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수송선 조종실의 콘솔에 마스터 링을 연결한 채 묶여 있던 유선우는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몸을 떨었다. 함선의 거대한 연산 장치와 마스터 링이 급격히 동조화되면서, 그의 뇌 신경망에 흐르는 나노 기계들이 과부하를 일으킨 탓이었다. 나노 침식률 15%의 경계선이 그의 정신력을 사정없이 갉아먹고 있었다. 선우는 창백한 입술 사이로 은빛이 섞인 붉은 피를 각혈하면서도, 콘솔을 쥔 왼손을 결코 떼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가 차가운 금빛으로 일렁였다.


[엔진 코어 전력 충전율 55%…… 60%…….]

[에테르-플라이어 자율 제어 시스템 활성화.]


조종실 메인 콘솔 중앙에서 푸른색 구체 인터페이스가 떠올랐다. 부드러운 바람 소리 같은 음성이 조종실 내부에 울려 퍼졌다. 함선의 인공지능 ‘윈드’가 완전히 깨어난 것이다.


[황태자 전하, 천 년 만에 뵙습니다. 에테르-플라이어 AI 윈드, 전하의 명령을 대기합니다.]


“윈드…… 보조 추진기 즉각 예열해라. 도크의 폐쇄 게이트를 강제 오버라이드한다.”


선우가 피를 훔쳐내며 명령했다.


그때, 에테르-플라이어의 보조 도킹 해치 방향에서 둔중한 충격음이 울렸다.


쿵—!


“전하! 접니다! 민아가 보낸 밀수선이 도킹에 성공했습니다!”


해치가 열리며 낡은 가죽 조종사 재킷을 걸치고 한쪽 뺨에 거친 흉터가 있는 사내가 조종실로 들이닥쳤다. 입에 껌을 질겅거리며 날렵한 눈빛을 빛내는 사내, 탈영병 파일럿 제이콥이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 화려한 깃털 장식이 달린 코트를 입고 양손에 반지를 가득 낀 중년 사내가 헐떡이며 따라 들어왔다. 실바 크루의 수장, 밀수업자 실바였다.


실바는 조종실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을 가득 채운 제국의 푸른 에테르 광채와 선우의 손가락에서 빛나는 은빛 마스터 링을 보고 탐욕스러운 침을 삼켰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세상에…… 진짜 고대 황실의 전함이잖아? 게다가 저 반지…… 전설로만 듣던 마스터 키로군. 민아 그 계집애가 허풍을 떤 게 아니었어. 이건 은하계 전체를 사고도 남을 비즈니스다!”


실바는 이 위험천만한 탈출극에 동참한 것이 일생일대의 기회임을 직감했다. 기회주의적인 밀수업자의 본능이 그를 움직였다.


“황태자 전하! 저는 실바 크루의 선장 실바입니다. 이 비행선을 안전하게 대기권 밖 정크야드로 인도해 드리지요. 물론, 그 대가는 나중에 톡톡히 치르셔야겠지만요!”


“조잘거릴 시간 없어, 선장! 당장 이 무너지는 얼음 구덩이부터 빠져나가야 해!”


제이콥이 실바의 어깨를 밀쳐내며 조종석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콘솔의 물리 레버와 제국 고유의 뇌파 동조 인터페이스를 번갈아 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미쳤군…… 전자기 반응 속도가 현대 쓰레기 전투기들과는 차원이 달라! 전하, 조종간은 제가 잡겠습니다!”


제이콥이 조종간을 움켜쥐는 순간, 에테르-플라이어의 엔진이 포효했다.


쿠우우웅—!


수송선 하부의 중력 제어 추진기가 가동되며 쌓여 있던 빙하 파편들을 사방으로 밀어냈다. 아틀라스가 크론의 무자비한 도끼질을 방패로 막아서며 해치 내부로 신속히 퇴각했고, 수송선의 슬라이딩 해치가 굉음과 함께 굳게 닫혔다.


“꽉 잡아!”


제이콥이 메인 추진 레버를 끝까지 밀어 올렸다.


에테르-플라이어는 낙하하는 수십 톤의 빙하 더미를 정면으로 들이받으며 수직 상승했다. 선체가 거칠게 흔들렸고, 날카로운 얼음 파편들이 장갑 표면을 긁고 지나가는 소름 끼치는 소음이 조종실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제국의 자가 수복 나노 장갑은 그 무시무시한 마찰을 견뎌내며 어두운 빙하 도크를 완전히 뚫고 나와 아르카디아-0의 지상 상공으로 솟구쳤다.


“하하하! 날아오른다! 이 가속력은 정말 예술이군!”


제이콥이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그러나 해방감은 길지 않았다. 에테르-플라이어가 구름층을 뚫고 아르카디아-0 궤도 대기 구역에 진입하는 순간, 온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대기권 상층부에 배치된 기계교단의 궤도 전초기지 요새에서 방출된 강력한 전자기 스캔 웨이브가 함선을 훑고 지나갔다. 조종실 내부의 스크린들이 일제히 적색 경고등으로 깜빡이기 수백 개의 붉은 조준선이 전방 유리창 너머 허공에 투영되었다.


[경보. 궤도 전초기지 방어 시스템 가동.]

[사령관 브루노, 궤도 레이저 포탑 정밀 조준 완료. 에너지 완충률 80%…….]


“젠장, 벌써 록온 당했잖아!”


실바가 비명을 지르며 함선의 스텔스 차폐막 가동 장치를 더듬었다.


“내가 광역 레이더 교란막을 전개하겠소! 교단의 센서를 먹통으로 만들면…….”


실바가 다급히 교란 장치를 작동시켰으나, 윈드 AI의 차가운 경고가 그의 희망을 꺾었다.


[경고. 궤도 요새의 광역 전자기 억압장 가동 중. 외부 통신 및 교란 장치 비활성화.]


“억압장 내부라 기만 장치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물리적으로 뚫어야 합니다!”


제이콥이 조종간을 거칠게 꺾으며 외쳤다.


그때, 붉은 하늘 너머로 기계교단 이단 추격 편대장 울프가 이끄는 고속 전투기 편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십여 척의 전투기들이 일제히 에테르-플라이어를 향해 유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수십 줄기의 화염 궤적이 푸른 수송선을 향해 사방에서 좁혀들었다.


“제이콥, 회피 기동을 준비해라.”


선우가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완전한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뇌파를 수송선의 무장 제어 시스템에 직접 연결했다. ‘다중 기계 동시 제어 프로토콜’이 가동되며, 선우의 머릿속으로 함선 외부에 장착된 보조 입자 포탑들의 시야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었다.


“내가 길을 열겠다.”


선우는 뇌 신경이 타들어 가는 듯한 신경통을 견디며 조준 연산을 시작했다. 그의 망막 UI 상에 울프 편대의 비행 궤적과 미사일의 도달 시간이 황금색 예측 선으로 그려졌다.


타다당—!


선우의 의지에 따라 에테르-플라이어 하부와 상부에 장착된 고대 에테르 입자 포탑들이 스스로 회전하며 불을 뿜었다. 정밀한 물리 연산에 기반한 백발백중의 사격이었다. 날아오던 유도 미사일들이 대기 중에서 차례로 폭발하며 거대한 화염 장막을 형성했다.


“선두 편대, 탄도 예측 완료.”


선우는 뇌파 주파수를 순간적으로 극대화하여 울프 편대의 선두 전투기 3대의 비행 경로에 입자 빔을 일점사했다.


콰아앙—!


제국의 입자 빔은 현대 교단의 장갑판을 종이처럼 찢어발겼다. 선두 기체 3대가 공중에서 산산조각 나며 불타는 고철 조각이 되어 추락했다. 울프의 추격 편대는 예측 불가능한 고대 병기의 화력에 일순간 대형이 무너지며 뒤로 밀려났다.


“와우! 전하, 방금 사격은 정말 끝내줬습니다!”


제이콥이 환호하며 소행성 파편들이 밀집한 대기 상층부의 기류를 타고 불규칙한 회전 회비 기동을 전개했다. 직선 비행 시 궤도 레이저의 정밀 사격에 격추당할 것임을 직감한 베테랑다운 판단이었다.


그러나 궤도 전초기지의 사령관 브루노는 타협이 없는 인물이었다.


“성역을 더럽히는 악마의 잔재들을 말살하라. 궤도 포탑, 최대 출력 발사.”


브루노의 냉혹한 명령과 함께, 궤도 요새 중앙의 거대한 광학 레이저 포탑이 청백색에서 극도의 붉은색으로 충전되었다. 대기권 전체가 진동할 정도의 파괴적인 에너지가 일점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플라즈마 레이저 빔이 에테르-플라이어를 향해 발사되었다.


콰아아아앙—!


빛의 속도로 뻗어 나온 붉은 파멸의 광선이 소행성 파편들을 단숨에 증발시키며 에테르-플라이어의 선체 좌측면을 직격했다.


“끄아아악!”


실바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고, 제이콥은 조종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버텼다. 함선 내부 전체가 기괴한 금속 파열음을 내며 비틀거렸다.


삐이이이—!


조종실 전체가 붉은색 비상 경보등으로 뒤덮였고, 윈드 AI의 다급한 경고음이 고막을 때렸다.


[치명적 경보. 좌측 외부 장갑 일부 용융. 보조 엔진 하나 영구 반파.]

[메인 동력 출력 40% 급감. 대기권 돌파 궤도 유지 불가…….]


용융된 장갑판의 열기가 조종실 내부까지 밀려들며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가득 찼다. 수송선은 중심을 잃고 대기권 하층부를 향해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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