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사냥개들
붉게 타오르는 경고등 속에서 쇠톱 같은 이빨을 드러낸 사냥개들의 안광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지, 진짜로 쫓아왔어……! 이단 심문소의 사냥개들이야!”
민아가 사시나무 떨듯 떨며 선우의 뒤로 바짝 밀착했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조잡한 스캐너는 이미 선우의 역해킹으로 인해 새까맣게 타버린 채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의지할 무기 하나 없는 밀폐된 지하 동면실. 사방을 에워싼 붉은 경고등은 마치 침입자들의 피비린내 나는 살의를 대변하는 듯 격렬하게 요동쳤다.
크르르르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기계교단 ‘강철의 여명’이 자랑하는 살상 병기, ‘켈베로스-04’ 무리였다. 네 다리는 투박한 강철 의족으로 대체되어 있었고, 유기물 가죽과 금속 장갑이 기괴하게 봉합된 머리통 중앙에는 붉은색 유전자 스캐너 렌즈가 박혀 있었다. 그들의 강철 이빨 사이로 흐르는 합성 타액이 바닥의 고대 합금 판에 떨어질 때마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미세한 부식 연기가 피어올랐다.
선우는 숨을 죽였다. 동면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신을 타고 흐르는 신경 마비 증상이 여전히 척추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왼손가락에 끼워진 황실 마스터 링은 그의 혈액 속 나노 입자들과 공명하며 차가운 미세 전류를 뿜어냈지만, 뇌 신경망에 가해지는 과부하로 인해 손끝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움직여야 한다. 여기서 잡힐 수는 없다.’
선우는 입술을 깨물며 금빛으로 일렁이는 눈동자로 사냥개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의 감각 특이점인 ‘기계의 속삭임 청취’ 능력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귀를 찢는 경보음과 사냥개들의 으르렁거림 속에서, 사냥개들의 뇌 내에 이식된 신경 제어 칩이 발산하는 전자기적 진동 소음이 이진법의 속삭임이 되어 그의 고막을 두드렸다.
[목표물 탐색 중…… 잔류 생체 나노 주파수 매칭율 98.7%. 유전자 냄새 고정.]
“저 사냥개들은 내 몸속의 황실 유전자와 마스터 링이 방출한 전자기 신호의 흔적을 쫓고 있다.”
선우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앞의 죽음을 마주하고도 황태자로서의 기품을 잃지 않는 목소리였다.
“그, 그럼 어떡해? 저것들은 한번 록온하면 뼈가 가루가 될 때까지 물어뜯는다고! 도망칠 길도 없어!”
민아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망가진 스캐너를 주워 들었다. 어떻게든 적들의 신경을 교란해 보려는 필사적인 시도였다. 민아가 스캐너의 비상 배터리를 강제로 단락시켜 고주파 노이즈를 방출하려 한 순간이었다.
“안 된다! 멈춰라!”
선우의 경고가 채 끝나기도 전에, 민아가 스캐너의 트리거를 당겼다.
지직—!
조잡한 고주파 노이즈가 허공을 찢었지만, 켈베로스-04의 메인 컴퓨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단심문소의 강력한 방화벽이 민아의 신호를 즉각 역추적했다. 역전류가 스캐너의 회로를 타고 무섭게 역류했다.
펑—!
“아앗!”
스캐너가 민아의 손안에서 폭발했다. 파편과 불꽃이 그녀의 얼굴을 덮치려 하자, 선우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어깨를 낚아채 뒤로 끌어당겼다. 그 반동으로 선우의 어깨가 무너진 고대 격벽의 날카로운 합금 파편에 깊게 긁혔다.
스으으윽—.
찢어진 제복 사이로 은빛이 감도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천 년 전 제국의 나노 공학이 빚어낸 황실의 피였다. 피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에도 선우는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오직 그의 차가운 시선만이 동면실 입구 너머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철컥, 철컥.
무거운 군화 소리가 붉은 경고등 아래 울려 퍼졌다. 칙칙한 회색 심문관 로브를 걸치고, 얼굴의 오른쪽 절반을 차가운 철제 가면으로 덮은 사내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강철의 여명 이단심문소 소속 3등 심문관, 바르토였다. 그의 철제 가면 틈새로 드러난 외눈이 광신적인 유열로 가득 차 번뜩였다.
“위대한 기계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고대의 망령이여.”
바르토가 기계음이 섞인 서늘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의 손에는 푸른색 전류가 거미줄처럼 얽혀 흐르는 고전압 전기 충격 봉이 쥐어져 있었다.
“허가받지 않은 고대 기술을 무단 기동하고, 우주의 질서를 더럽힌 죄. 너의 영혼을 오염시키는 이단의 반지를 회수하고, 그 더러운 육신을 신성한 소모품으로 개조해 주마.”
바르토의 손짓과 함께 켈베로스-04 세 마리가 일제히 강철 다리를 튕기며 선우를 향해 도약했다. 쇠톱 같은 이빨이 선우의 목덜미를 조준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선우의 머릿속 연산 회로가 폭주하듯 돌아갔다. 정면 대결은 불가능했다. 무기가 없는 상태에서 저 살상 병기들을 상대할 방법은 단 하나, 지형과 고대의 기계들을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선우는 마스터 링을 낀 왼손을 허공으로 뻗으며 뇌파 주파수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동면실 천장에 대기 중인 드론들…… 황실의 명령이다. 기상하라.’
웅—!
선우의 목소리와 함께 마스터 링에서 푸른색 나노 전자기 파동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천 년 동안 이끼와 먼지 속에 파묻혀 정지해 있던 수백 마리의 아르카디아 청소 드론 무리의 안구에 일제히 푸른 불빛이 들어왔.
[황실 마스터 신호 수신. 청소 프로토콜 강제 기동.]
드론들이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며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선우는 드론들의 기본 청소 프로토콜을 역이용했다. 흡입 및 방출 알고리즘을 한계치까지 과부하시킨 것이었다.
쿠우우우웅—!
수백 마리의 드론들이 일제히 지하 묘지 바닥에 쌓여 있던 천 년 묵은 녹가루와 미세 금속 먼지들을 폭발적으로 빨아들인 뒤, 고열 플라즈마 노즐을 통해 사방으로 뿜어냈다. 순식간에 동면실 내부가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자욱한 회색 연막과 스파크로 뒤덮였다.
“컹! 컹!”
사냥개들의 열화상 카메라 센서가 청소 드론들이 방출한 초고열 플라즈마 잡음에 노출되며 완전히 먹통이 되었다. 사냥개들은 허공을 향해 맹목적으로 이빨을 까불며 갈팡질팡했다.
“지금이다! 뛰어라!”
선우는 민아의 손목을 움켜쥐고 자욱한 연막 속을 뚫고 달렸다. 그의 금빛 눈동자는 전자기 흐름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지상을 흐르는 고대 에너지 배관 터널의 해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선우는 바닥에 반쯤 묻혀 있던 육중한 고대 파이프라인의 입구 해치를 마스터 링으로 강제 개방했다.
“이 안으로 들어가라!”
민아가 비명을 지르며 어둡고 좁은 배관 내부로 몸을 던졌고, 선우 역시 뒤따라 몸을 들이밀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자욱한 연막 너머에서 기괴한 미전기 주파수의 파동이 선우의 뇌파를 강타했다.
“어리석은 이단자 놈이, 위대한 기계 신의 눈을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바르토의 차가운 외침이 들렸다. 그는 시각이 차단된 연막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철제 가면 뒤에 이식된 개조 등급 2단계의 뇌 신경 컴퓨터가 선우가 방출하는 독특한 황실 뇌파 주파수를 직접 감지해 실시간 좌표를 역추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휘이이잉—!
바르토가 허공을 향해 투척한 은색의 전자기 구속구가 번개 같은 속도로 날아와 배관 입구에 걸쳐 있던 선우의 양다리를 무섭게 휘감았다.
치이이이익—!
“으윽……!”
구속구가 선우의 다리에 밀착되는 순간, 강력한 전자기 구속 프로토콜이 작동하며 그의 전신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전류가 흘렀다. 다리의 근육이 석고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며 선우의 신체가 배관 입구 바닥으로 사정없이 처박혔. 몸을 움직이려 할 때마다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극심한 고통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철컥, 철컥.
자욱한 먼지 연막을 헤치고 바르토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전기 충격 봉이 푸른색 불꽃을 튀기며 기괴한 울음소리를 냈다.
바르토는 쓰러진 선우의 다리를 밟고 내려다보며, 차가운 전기 충격 봉의 끝을 선우의 창백한 목덜미에 천천히 가져다 댔다. 타들어 가는 전자기의 열기가 선우의 피부에 닿아 소름을 돋우었다. 철제 가면 너머로 바르토의 잔혹하고 오만한 조소가 흘러나왔.
“쥐새끼처럼 버둥거려 봐야 기계 신의 손바닥 안이다. 고대의 황태자여, 이제 네 뇌를 산 채로 열어 그 위대한 반지의 제어 코드를 통째로 추출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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