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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정비사의 마지막 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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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크 천장이 산산조각 나며 쏟아지는 빙하 잔해 속에서, 크론의 핏빛 중력 도끼가 바스의 머리 위로 하강했다.


핏빛 전기가 지직거리며 대기를 찢는 광경을 보며, 유선우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뻗으려 했다. 그러나 뇌 신경망을 타고 흐르는 극심한 과부하가 그의 심장을 얼려버릴 듯 조여왔다. 나노 침식률 15.2%. 이미 은빛 금속처럼 차갑게 마비된 그의 왼쪽 손가락들은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못했다. 왼손가락의 황실 마스터 링은 푸른 광채를 잃은 채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배터리 잔량은 야속하게도 0%를 가리키며 붉은 경고등만을 깜빡이고 있었다.


"선우 씨, 안 돼요! 움직이면 안 돼요!"


옆에서 민아가 울부짖으며 선우의 창백한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의 갈색 머리는 흙먼지와 빙하 파편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눈동자에는 자신 때문에 선우와 정비창 전체가 파멸의 위기에 처했다는 극심한 자책감이 서려 있었다.


"가십시오, 전하!"


도크 잠금장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던 늙은 정비사 바스의 외침이 굉음 속을 뚫고 울려 퍼졌다. 그의 한쪽 눈에 끼워진 루페가 무너지는 도크의 화염을 반사하며 기괴하게 빛났다. 바스는 피가 흐르는 낡은 작업복을 입은 채, 삐걱거리는 기계 의수를 움직여 선우와 민아를 에테르-플라이어의 열려 있는 조종실 해치 안으로 거칠게 밀쳐 넣었다.


"이 배는 제국의 마지막 날개입니다. 결코 저 광신도 놈들의 손에 넘어가선 안 됩니다!"


바스는 해치가 완전히 닫히기 직전, 자신의 품속에서 기름때 묻은 황실 군사 전술 수첩과 평생을 함께한 수제 정밀 렌치를 꺼내 선우의 품 안으로 던져 넣었다.


"제 마지막 충성입니다, 나의 주군이시여."


찰나의 순간, 바스의 투박한 얼굴에 쓸쓸하면서도 고결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도크 제어 장치의 메인 전선망을 자신의 정밀 렌치 끝으로 강제로 내리쳐 끊어버렸다. 파지직! 청색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며, 에테르-플라이어의 탑승 해치가 둔탁한 금속음과 함께 강제로 폐쇄되며 안쪽에서 잠겼다.


"바스 아저씨! 안 돼! 문 열어!"


민아가 조종실 강화 유리창을 두드리며 오열했다. 선우 역시 이를 악물었지만, 마비된 전신은 그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쿵! 콰아아앙!


그 순간, 철의 집행관 크론의 거대한 사이보그 신체가 도크 입구를 완전히 짓밟았다. 개조 등급 4단계에 달하는 전신 티타늄 장갑이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을 번뜩였다.


"비효율적인 저항이다, 하등한 고철 지기여."


크론의 기계음 섞인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플라즈마 중력 도끼가 바스의 흉부를 정면으로 내리찍었다. 콰직! 바스의 투박한 기계 의수가 산산조각 나며 튕겨 나갔고, 그의 육체적 가슴 장갑이 찢어지며 붉은 피가 차가운 도크 바닥으로 비산했다.


바스는 고통 속에서 붉은 피를 토해내면서도, 피 묻은 입술을 올려 미소 지었다. 그의 남은 기계 손에는 정크야드 지하 저항군이 은밀히 제조했던 '고성능 전자기 펄스(EMP) 수류탄'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밑에는 정비창 전체의 고철 무덤 아래 매설해 둔 거대한 수제 전자기 재머의 격발 스위치가 연결되어 있었다.


"제국의 불씨는…… 결코 꺼지지 않는다!"


바스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격발 스위치를 내리눌렀고, 동시에 품고 있던 EMP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들었다.


쿠구구구구궁—!


정비창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백색의 전자기 폭풍이 대지를 찢고 솟구쳤다. 단순한 수류탄의 폭발이 아니었다. 정비창의 메인 전력 코어 전체가 연쇄적으로 과부하를 일으키며 발생한 초고전압의 전자기 연쇄 폭풍이었다.


크론은 자신의 전신을 감싼 절연 피갑으로 EMP를 무력화하려 했다. 그러나 바스가 목숨을 바쳐 일으킨 폭풍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규모였다. 크론의 백업 전원 제어기까지 순식간에 타버리며, 그의 붉은 안광이 어둠 속에서 가늘게 떨리다 완전히 꺼져버렸다. 크론의 육중한 전신 사이보그 신체와 주변의 교단 장갑차들이 일시에 마비되어 거대한 고철 석상처럼 얼어붙었다.


"바스 아저씨—!"


민아의 절규가 닫힌 해치 너머로 메아리쳤다. 정비창은 무자비한 전자기 폭풍과 함께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불길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선우의 기술적 은인이자 아버지 같았던 늙은 정비사의 장렬한 최후였다.


[도크 천장 완전 붕괴 감지. 에테르-플라이어의 이륙 경로가 차단되었습니다.]


함선의 인공지능 윈드가 경고음을 울렸다. 도크의 붕괴로 인해 수송선은 내부에 고립되어 버렸다. 선우는 각혈을 하며 입가에 묻은 은빛 피를 닦아냈다. 바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었다.


"민아…… 슬퍼할 시간이 없다. 움직여야 해."


선우의 차갑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조종실을 채웠다. 그는 아틀라스에게 명령을 내려 수송선의 비상 보조 해치를 강제로 개방하게 했다.


"게토-9 자치위원회 주민들을 이끌고 탈출한다."


도크 주변에 웅크려 울부짖던 피난민들이 선우의 위엄 있는 목소리에 이끌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틀라스가 거대한 은빛 신체로 무너지는 잔해를 막아서며 방패 역할을 자처하는 사이, 선우와 민아는 생존자들을 이끌고 정비창 하부와 연결된 어둡고 축축한 '정크야드 폐광 구역'의 입구로 몸을 던졌다.


도크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정비창이 영구 소멸하는 굉음이 등 뒤에서 멀어져 갔다. 칠흑 같은 폐광 터널 깊은 곳으로 숨어든 일행의 주변으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선우의 '기계의 속삭임 청취' 감각이 불길한 진동을 포착했다.


치익— 지직.


기괴한 전자기 소음과 함께, 폐광의 낡은 환기 배관 틈새에서 차가운 녹색의 안개가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유기체의 장기를 실시간으로 녹여버리는 교단의 고농축 나노 부식 독가스였다. 이단 추적 특수기동대장 킬러가 폐광의 모든 출구를 봉쇄하고 살포를 시작한 죽음의 덫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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