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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황금의 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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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붉게 물들인 수십 개의 조준선 너머로, 자칼이 황금색 가문 가면 너머로 비열한 안광을 번뜩이며 선우의 가슴에 권총을 조준했다. 밀폐된 제어실 내부를 가득 채운 차가운 침묵 속에서, 오직 자칼의 어깨 아래 장착된 거대한 회전 칼날이 자아내는 불길한 구동음만이 공기를 찢고 있었다.


“천 년 만에 깨어난 고대의 유령이라기에 무언가 대단한 무기라도 숨겨두고 있을 줄 알았건만.”


자칼이 황금 가면 밑으로 낮게 킬킬거렸다. 전신을 감싼 육중한 황금색 사이보그 장갑판이 움직일 때마다 불쾌한 전자기 마찰음이 흘러나왔다.


“결국 계집 하나 구하겠다고 스스로 덫에 걸어 들어오는 멍청한 애송이일 뿐이었군. 황태자 유선우 전하, 네놈의 그 은빛 반지를 순순히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이 계집의 목을 날려버리고 네 손가락을 통째로 잘라가겠다.”


“안 돼……! 선우 씨, 어서 도망쳐!”


낡은 철제 의자에 전자기 구속구로 결박된 민아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마비 가스의 여파로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와 자신 때문에 선우가 함정에 빠졌다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자칼의 부하들이 민아의 머리채를 잡아채며 강제로 입을 틀어막았다.


선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차가운 은빛 안광 너머로, 뇌 신경망이 초고속 연산을 개시했다. 망막 UI 구석에 뜨는 붉은색 경고등이 그의 시야를 어지럽게 뒤덮고 있었다.


[경고: 기지 내부 국소 전자기 차폐 장벽 가동 중. 무선 해킹 신호 차단.]

[황실 마스터 링 잔여 배터리: 9.8%]

[나노 침식률: 15.2%]


마비된 왼손가락 끝은 이미 감각이 소실되어 얼음처럼 차가운 쇠붙이처럼 느껴졌다. 무리하게 가상망을 우회하며 뇌 세포가 기계화된 대가였다. 입안에서는 여전히 각혈의 여파로 씁쓸한 은빛 피의 비린내가 맴돌았고, 혀는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했다. 무선 해킹이 차단된 이 폐쇄된 방에서 그가 쓸 수 있는 패는 단 하나뿐이었다.


‘거리를 좁혀야 한다.’


선우는 비틀거리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일부러 깊은 기침을 토해내며, 은빛이 감도는 붉은 피를 바닥에 흘렸다. 마치 메디컬 나노의 고갈로 인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것처럼 연출한 철저한 기만이었다.


“반지를…… 원하는가.”


선우가 마비된 왼손을 가늘게 떨며 앞으로 내밀었다. 창백한 얼굴과 흔들리는 신체는 자칼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래, 그렇게 기어 와야지. 위대한 제국의 정통 후계자도 결국 목숨 구걸 앞에서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군.”


자칼이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권총의 조준을 유지한 채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 거리는 단 3미터. 선우의 금빛 눈동자가 찰나의 순간 예리하게 빛났다.


선우는 뇌파 동조율을 순간적으로 폭주시키며, 마비된 왼손 주먹을 기지 바닥의 금속 데크를 향해 강하게 내리꽂았다.


“마스터 링 전자기 펄스(EMP) 방출, 격발.”


쿠우우웅—!


선우의 왼손가락에 끼워진 은빛 마스터 링이 순간적으로 백색의 광채를 뿜어냈다. 링 내부에 남아 있던 마지막 에너지가 단 한 점으로 압축되었다가, 사방으로 물결치듯 거대한 은빛 전자기 충격파를 방출했다.


파지직! 콰아아앙!


제어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수십 개의 레이저 조준선 포탑들이 일제히 스파크를 일으키며 터져 나갔다. 붉은 조준선들이 순식간에 사그라졌고, 기지 전체의 조명과 전력 장치들이 완벽하게 암전되었다. 블랙햇이 구축해 두었던 국소 차폐 장벽마저 영거리 EMP의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다.


차가운 암흑이 지배하는 공간 속에서, 선우는 뇌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신경통과 함께 위장이 뒤틀리는 구토감을 느꼈다. 마스터 링의 배터리가 0%에 도달하며 그의 왼쪽 손가락 전체가 완벽한 마비 상태로 굳어 들어갔다.


“끄아아악! 내 센서가! 내 눈이!”


어둠 속에서 자칼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개조 등급 3단계 수준의 뇌 반기계화 개조를 받은 자칼은 뇌파의 절반을 시각 센서 연산에 의존하고 있었다. 영거리 EMP 충격은 그의 광학 센서와 뇌 신경 칩을 일시적으로 완전히 마비시켰다.


하지만 자칼은 정크야드의 잔혹한 지배자였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본능적으로 자신의 전신 사이보그 장갑의 아날로그 비상 전원을 켰다.


위이이잉—!


“어디 있느냐, 쥐새끼 같은 황태자 놈!”


자칼의 어깨 아래 장착된 거대한 회전 칼날이 비상 동력으로 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맹렬한 쇳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선우는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다. 시각 정보가 차단되자, 그의 선천적 감각 특이점인 ‘기계의 속삭임 청취’ 능력이 극대화되었다. 자칼의 사이보그 관절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미세한 전자기 마찰음, 황금 의수의 냉각 팬이 돌아가는 불규칙한 회전 주기, 그리고 그의 무거운 강철 발소리가 선우의 뇌리에 3D 가상 홀로그램처럼 선명하게 그려졌다.


스윽.


선우는 몸을 낮추며 오른쪽 허리춤에서 고전압 전기 충격 봉을 뽑아 들었다. 바르토에게서 탈취했던 전리품이었다. 그는 충격 봉의 전극 끝에 자신의 피 묻은 손가락을 문질렀다. 은빛 나노 입자가 전류 배선망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자칼이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황금 의수의 고출력 파일벙커를 가동하며 돌격해왔다. 육중한 강철의 기류가 선우의 뺨을 스쳤다. 선우는 신경 가속 연산을 극한으로 쥐어짜며 몸을 비틀었다. 파일벙커의 끝부분이 선우의 왼쪽 어깨 장갑을 찢고 지나갔으나, 선우는 고통을 무시한 채 자칼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자칼의 황금 의수 팔꿈치 관절 틈새를 정확히 조준했다. 그 틈새는 사이보그 신체의 고압 전선들이 외부 장갑판 사이로 노출되는 유일한 기술적 사각지대였다.


서걱!


선우는 자신의 은빛 피가 묻은 충격 봉의 칼날 끝을 자칼의 황금 의수 관절 틈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나노 오버라이드(Nano Override).”


지직! 지지직!


충격 봉을 타고 흐르던 고전압 전류와 선우의 혈액 속 황실 나노 입자들이 자칼의 황금 의수 내부 전선망으로 거미줄처럼 침투해 들어갔다. 은빛 피가 닿는 순간, 황금색 의수의 기계 제어 장치들이 일제히 푸른색 황실 코드로 변환되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경고: 외부 나노 입자 침투. 동력 코어 제어권 상실. 과부하 프로토콜 가동.]


“이, 이게 무슨 지거리냐! 내 팔이 왜 제멋대로……!”


자칼이 경악하며 자신의 황금 의수를 떼어내려 했으나, 제어권을 빼앗긴 의수는 그의 명령을 거부한 채 스스로의 동력 코어 출력을 300%로 폭주시켰다. 황금색 장갑판 틈새로 붉은색 전자기 과부하 스파크가 번개처럼 피어올랐다.


선우는 칼날을 쥔 손을 놓으며 뒤로 도약했다.


“파멸하라.”


선우의 나직한 음성이 떨어짐과 동시에, 자칼의 황금 의수 내부 동력 코어가 임계점을 돌파했다.


콰아아아앙—!


눈을 멀게 할 정도의 거대한 황금빛 전자기 폭발이 제어실 내부를 집어삼켰다. 자칼의 비명은 폭발음 속에 흔적도 없이 묻혔다. 그의 육중한 사이보그 신체는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온 플라즈마 에너지에 의해 장갑판 채로 찢겨 나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폭발의 충격파가 제어실 벽면을 통째로 무너뜨렸다. 선우는 바닥을 구르며 민아가 결박되어 있던 의자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마비된 왼손 대신 오른손의 근력을 쥐어짜 민아를 묶고 있던 전자기 구속구의 볼트를 강제로 뜯어냈다.


스르륵.


결박에서 풀려난 민아가 선우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선우의 창백한 얼굴과 피 묻은 손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선우 씨…… 바보같이 왜 올 거라는 생각을…….”


“살려내겠다고 약속했지 않습니까.”


선우는 차갑게 식어버린 왼손을 가죽 재킷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담담히 말했다. 자칼 갱단은 보스의 죽음과 기지 폭발로 인해 완전히 와해되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이었다.


삐이이이—!


무너진 제어실 콘솔 더미 속에서, 반파된 자칼의 개인 단말기가 비상 전력으로 자동으로 부팅되며 날카로운 비프음을 내뿜었다. 허공에 푸른색 홀로그램 영상이 영사되었다.


그 영상 속에 투영된 존재를 확인한 선우의 금빛 눈동자가 굳어졌다.


그것은 기계교단 이단심문소의 2등 심문관, 발락의 냉혹한 형상이었다. 발락의 뒤편으로 정크야드 상공을 완전히 뒤덮은 거대 순양함 ‘여명의 빛’호의 실루엣과, 지표면을 향해 강하하기 시작한 수십 대의 중장갑 특수 기동대 수송선들이 실시간 전술 지도로 표시되고 있었다.


[자칼. 이단자의 유전자 데이터 전송이 지연되고 있다. 즉각 보고하라. 이미 정크야드 전체에 전면 봉쇄령을 내렸고, 소탕 부대의 강하를 개시했다. 반역자는 생포하여 뇌를 회수한다.]


발락의 차가운 기계음 섞인 목소리가 무너진 방 안에 무겁게 울려 퍼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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