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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의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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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창 내부의 공기는 타들어 가는 구리와 매캐한 그리스 냄새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머리 위의 철제 격벽이 둔중하게 진동할 때마다 미세한 고철 가루가 안개처럼 흩날렸다.


유선우는 신경 포트 케이블을 해제하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척추 뒤쪽의 포트에서 차가운 냉각 가스가 치익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왔다. 입술 사이로 흘러내린 은빛 피가 턱끝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선우는 마비된 왼손의 손가락 끝으로 그 피를 닦아냈다.


나노 침식률 15% 돌파.


가혹한 페널티는 그의 육체를 서서히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 혀끝은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해 타액조차 씁쓸한 기계액처럼 느껴졌고, 왼쪽 손가락 끝은 온기가 완전히 거세된 채 차가운 은빛 금속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움직이려 할 때마다 미세한 서보모터가 작동하는 듯한 기묘한 진동만이 신경망을 타고 올라왔다.


“전하! 각혈이 더 심해지셨습니다!”


지하 해커 켄이 모니터 무리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다가왔다. 그의 관자놀이에 이식된 개조 등급 2단계의 신경 칩에서 푸른색 데이터 스파크가 거칠게 튀고 있었다. 화면에는 정크야드 상공을 붉은빛으로 물들이며 강림한 교단 2등 심문관 발락의 직속 순양함 ‘여명의 빛’호의 실시간 에너지 파동 그래프가 핏빛 곡선을 그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상공 봉쇄망이 90% 이상 전개되었습니다! 발락 그 잔혹한 자식이 정크야드 전체의 전파를 완전히 가둬버리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자칼 놈들이 민아 씨를 가둔 폐기 선박실 본거지의 좌표는 확보했지만, 기지 주변의 보안 밀도가 평소의 세 배로 치솟았습니다!”


정비창의 육중한 수동 잠금장치를 걸어 잠그던 늙은 정비사 바스가 삐걱거리는 기계 의수를 이끌고 다가왔다. 그의 한쪽 눈에 달린 돋보기 루페가 붉은 경고등 불빛을 받아 기괴하게 번뜩였다.


“자칼 놈들은 기계교단과 밀거래를 하는 비열한 쥐새끼들이다. 전하의 마스터 링을 손에 넣는 순간, 교단에 밀고해 자신들의 신분 상승을 꾀하겠지. 발락의 순양함이 대공포를 정렬하기 전에 민아를 구출해야 하네.”


“알고 있다.”


선우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의 은빛 머리칼 아래로 드러난 눈동자는 깊고 푸른 금빛으로 일렁였다. 분노는 그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천 년 전 제국의 정통 황태자로서 다져진 냉철한 이성은 그의 뇌 신경을 극도로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선우는 방전 직전인 마스터 링의 표면을 쓸어내렸다. 배터리 잔량은 이제 단 10%. 단 한 번의 무리한 광역 방출로도 반지는 정지하고, 그의 뇌 세포는 영구적인 기계화 오염에 노출될 터였다.


“켄. 정크 크레딧을 아끼지 마라. 외곽 사설망을 해킹해 가짜 데이터 트래픽을 대량으로 살포해라. 적들의 센서를 교란해야 한다.”


“예, 전하! 암시장에서 긁어모은 5만 정크 크레딧을 전부 우회 노드 구매에 투입하겠습니다!”


켄이 단말기 자판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 정크야드 외부 사설망의 노드들이 차례로 과부하를 일으키며 가짜 통신 신호들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기 시작했다.


선우는 다시 한번 척추 포트에 케이블을 연결했다. 눈을 감는 순간, 그의 의식은 물리적 육체를 벗어나 자칼 갱단의 본거지인 폐기 선박실 외곽 가상망으로 침투했다.


[키퍼 프로토콜 동조 완료. 고스트 해킹 기법(Ghost Hacking)을 전개합니다.]


가상 현실 속에서 선우의 자아는 반투명한 은빛 고스트 형상으로 시각화되었다. 자칼의 기지 방어망은 고철 더미처럼 조잡하게 얽힌 구리색 톱니바퀴의 형태로 굴러가고 있었다. 그 톱니바퀴들 사이를 순찰하는 다섯 개의 붉은색 감시 광선—자칼 기지 외곽의 경비 드론 5대였다.


선우는 ‘전자기 공명 해독술’을 발동했다. 그의 정신이 드론들이 방출하는 미세한 모터 회전음과 전자기 노이즈를 청취했다. 기계들의 속삭임이 이진법의 신호가 되어 그의 망막 UI 위에 실시간으로 번역되었다.


[스캔 주기: 4.2초. 주파수 대역: 8.4GHz. 사각지대 발생까지 남은 시간: 1.2초.]


선우는 드론들의 스캔 주파수 틈새를 정확히 파악했다. 은빛 고스트 아바타가 연기처럼 흐트러지며 첫 번째 드론의 센서 빔을 통과했다. 뒤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드론이 교차하는 지점. 켄이 살포한 가짜 트래픽 노이즈가 적들의 메인 서버를 흔들자, 선우는 그 노이즈의 파형 뒤로 자신의 연산 패킷을 완벽히 숨겨 침투했다. 단 한 줄의 흔적도 남기지 않는 고대의 해킹 비전이었다.


그때였다.


가상 공간의 잿빛 하늘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검은색 후드를 깊게 눌러쓴 형상의 아바타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기계교단이 정크야드의 정보망을 감시하기 위해 임시로 고용한 악질 사이버 테러리스트, ‘블랙햇’이었다.


[침입 패킷 감지. 원천 IP 역추적 시도.]


블랙햇이 가동한 붉은색 감시 바이러스가 선우가 흘린 미세한 전자기 흔적을 포착하고 뱀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데이터 사슬을 뻗어왔다.


“쥐새끼가 숨어 있었군.”


선우는 차갑게 독백하며 뇌파 주파수를 급격히 난수 변조했다. 블랙햇의 추적 펄스가 선우의 아바타를 직격하려는 찰나, 선우는 전자기 공명 해독술을 역으로 가동했다. 적의 스캔 주파수 자체를 매개체로 삼아 자신의 연산 패킷을 가상망의 백그라운드 잡음 신호로 변환시킨 것이다. 붉은색 사슬들은 허공을 가르며 먼지처럼 흩어졌다.


하지만 그 여파로 정비창에 있던 켄의 터미널 덱이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전하! 적들의 방화벽 역류가 너무 강합니다! 제 해킹 덱의 메인 프로세서가 타 들어가고 있어요! 장비의 30%가 영구적으로 파손되었습니다!”


물리 세계에서 켄이 단말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연기를 보며 비명을 질렀지만, 선우는 가상망 내부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칼 기지의 중앙 보안 터미널을 향해 은빛 전선을 뻗었다.


철컥, 철컥.


기지 내부의 자동 경보기가 침입을 감지하고 게토-9 전체에 경보음을 울리려 톱니바퀴를 맞물리려 했다. 경보가 울리면 민아의 신변이 위험해질 터였다.


선우는 마스터 링의 주파수를 기계의 속삭임에 완벽히 동조시켰다.


‘멈춰라.’


[마스터 링 공명 주파수 송출. 경보기 내부 연산 장치 강제 제어.]


경보기의 이진법 연산 회로 내부에 고대의 백도어 코드가 강제로 주입되었다. 경보 장치는 물리적으로 기동하려 했으나, 내부 연산 장치가 무음 오류(Silent Error) 상태의 무한 루프에 갇히며 단 한 줄의 경보음도 내지 못하고 정지했다.


선우는 마침내 기지 심부로 통하는 최종 보안 터미널 노드를 장악했다. 민아가 결박되어 있는 감금 구역의 정확한 좌표 데이터가 그의 망막 위에 황금빛 텍스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감금 구역 좌표: 폐기 선박실 지하 3층 제2독실…… 데이터 수신율 95%…….]


조금만 더 하면 완벽한 구출 경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블랙햇이 심어둔 특수 방화벽의 붉은색 장벽이 선우와 켄의 가상 링크를 거칠게 찢어발기며 내려앉았다.


지이이잉—!


[경고: 외부 다이렉트 무선 링크 강제 단절.]


“전하! 통신망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블랙햇 놈이 제 단말기를 강제로 역해킹해서 연결을 차단했어요! 더 이상 가상 보조를 해드릴 수가……!”


켄의 다급한 목소리가 노이즈 속으로 사라지며, 선우의 의식은 차가운 가상 공간의 암흑 속에 홀로 고립되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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