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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 속의 절대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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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암시장의 가장 깊은 나락에 자리 잡은 투기장, ‘철창의 지배자’는 피와 녹슨 쇠비린내로 숨이 막힐 것 같은 공간이었다. 사방을 둘러싼 거대한 원형 철창 위로 슬럼가의 부랑자들과 탐욕스러운 암시장 상인들이 뿜어내는 광기 어린 함성이 폭풍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죽여라! 당장 사지를 찢어버려!”


“오늘 밤은 은빛 괴물이 몇 분 만에 저 고철 대검을 부러뜨릴지 내기하자고!”


공중 높이 매달린 VIP 관람석의 유리창 너머로, 연명 치료실의 관리인 최 씨가 기름진 얼굴에 비열한 미소를 지은 채 채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가슴팍에 부착된 맥박 감지기의 녹색 표시등이 깜빡일 때마다, 채준은 병상에 누워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동생 아라의 가녀린 숨소리를 떠올려야 했다. 최 씨의 맥박이 멈추는 순간 아라의 호흡기는 과전류로 타버린다. 그 족쇄가 채준의 목을 단단히 죄고 있었다.


채준은 가죽 코트 ‘데스 딜레이’의 깃을 가볍게 털어내며 핏빛 모래가 깔린 투기장 바닥을 밟았다. 그의 오른손목에 채워진 오 영감의 수제 수명 보존 시계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남은 수명: 14시간 28분 15초]


이재현과의 대결과 연명실 잠입을 거치며 깎여 나간 수명은 이제 반나절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투기장에서 최 씨의 판돈을 불려주는 동시에, 적들의 판돈을 역으로 갈취해 아라의 영구적인 수명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채준에게는 내일이 없었다. 게다가 그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는 여전히 감각이 완전히 죽어 굳어 있었다. 가죽 장갑을 낀 손가락 끝으로 고철 단분자 대검의 손잡이를 쥘 때마다 파지법이 미세하게 어긋나며 둔탁한 통증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검을 쥐는 것 자체가 위태로운 페널티였다.


철창의 반대편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관중들의 함성이 대기를 찢을 듯이 커졌다. 먼지 구름을 헤치고 걸어 나오는 사내는 키가 2미터에 달하는 거구였다. 상의를 탈의한 채 전신의 근육을 드러낸 사내, 지하 투기장의 무패 제왕이자 전신 피부를 강철처럼 금속화하는 돌연변이 백건우였다.


백건우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의 은빛 피부가 투기장의 조명에 반사되어 눈부신 광채를 뿜어냈다. 그의 전신은 이미 세포 내부의 철분을 극대화한 금강불괴의 합금 피막으로 덮여 있었다. 백건우는 채준이 들고 있는 낡고 이가 빠진 단분자 대검을 힐끗 보더니,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최 씨 영감이 데려온 새로운 장난감이 고작 이런 뼈다귀 같은 녀석이었나? 그 손가락은 왜 그렇게 벌벌 떨고 있지? 검도 제대로 못 쥐는 주제에 고철 더미에서 주워온 장난감 칼로 내 피부를 벨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백건우가 주먹을 마주 부딪쳤다. 깡! 하는 묵직한 금속성 타격음이 철창 내부에 메아리쳤다.


“이빨 빠진 개 장난은 이제 끝내지. 1분 안에 네 뼈를 전부 가루로 만들어 주마.”


채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마비된 오른손 손가락 대신 왼손으로 대검의 손잡이 끝을 단단히 받쳐 잡으며 자세를 낮췄다. 머릿속에서는 도진 스님에게 배웠던 호흡의 궤적과 백건우의 질량, 그리고 속도가 차갑게 연산되고 있었다.


“시작해라!”


심판의 외침과 함께 백건우가 대지를 박차고 돌진했다. 그의 육중한 은빛 신체가 엄청난 관성을 실어 채준의 정면을 덮쳐왔다.


채준은 뒤로 물러서는 대신 대검을 비껴 쥐며 백건우의 목덜미를 향해 사선으로 참격을 날렸다. 단분자 초진동 기능을 켠 대검이 은빛 궤적을 그리며 백건우의 목에 닿는 순간, 귀를 찢는 듯한 불쾌한 금속 마찰음이 터져 나왔다.


키이이이잉!


검날과 은빛 피부가 맞부딪친 지점에서 사방으로 시퍼런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대검은 백건우의 목덜미를 단 1밀리미터도 파고들지 못했다. 오히려 반동으로 인해 채준의 마비된 손가락이 미끄러지며 대검 손잡이가 거칠게 흔들렸다. 대검의 날끝이 미세하게 이가 빠져나가며 불똥이 튀었다.


“하하하! 틱장애 걸린 모기새끼 같은 칼질이군!”


백건우가 호탕하게 웃으며 오른팔을 뒤로 뺐다. 그의 은빛 어깨 근육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며 채준의 복부를 향해 묵직한 어퍼컷을 날렸다.


피할 수 없는 거리였다. 백건우의 주먹이 채준의 가죽 코트를 찢고 복부에 처박히는 순간, 채준은 마음속으로 지연 공식을 전개했다.


‘지연율 30% 단계(Delay Rate 30% Stage), 가동.’


쿵! 하는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백건우의 주먹에 실려 있던 가공할 물리적 파괴력의 30%가 채준의 복부 피부 표면에서 공중으로 정지했다. 나머지 70%의 충격만이 체내로 유입되었음에도, 채준의 척추와 장기가 뒤틀리는 듯한 통증이 들이닥쳤다. 가슴뼈 깊은 곳에 이식된 딜레이 포켓의 톱니바퀴들이 끼이익거리며 과부하를 내뿜기 시작했다.


“윽...!”


채준은 입안 가득 고이는 비릿한 혈향을 삼키며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 손목시계의 게이지가 순식간에 25%까지 차오르며 붉은 노이즈가 화면을 덮었다. 심장의 온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가슴팍 피부 너머로 푸른색 실핏줄 같은 에너지가 일렁였다.


백건우의 물리적 타격은 단순한 충격이 아니었다. 그는 타격하는 순간 자신의 체중과 관성을 지면으로 완벽히 분산시키는 특수한 접지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단순히 에너지를 가두었다가 방출하는 것만으로는 저 은빛 합금 피막을 내부에서부터 깨뜨릴 수 없었다.


백건우는 채준이 버텨내자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주먹을 고쳐 쥐었다.


“내 주먹을 정면으로 맞고도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고? 제법 튼튼한 맷집이군. 하지만 다음 주먹도 견딜 수 있을까?”


백건우가 다시 한번 대지를 밟으며 돌진해왔다. 그의 은빛 주먹들이 사방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채준은 엄폐물도 없는 철창 안에서 가죽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극도로 차분하게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도진 스님이 전수한 고요의 극의였다.


‘심장 박동 동기화 호흡법(Heartbeat Synchronization Breathing Method).’


채준은 들숨을 들이쉬고 날숨을 세 번에 걸쳐 미세하게 내쉬며, 과열되어 폭주하려는 심장 고동수를 분당 40회 이하로 강제로 떨어뜨렸다. 가슴을 쥐어짜던 살인적인 열기가 일시적으로 얼어붙듯 가라앉았다. 시야가 흑백으로 변하며 백건우의 움직임이 아주 미세하게 느려진 것처럼 보였다.


채준은 백건우의 주먹을 대검으로 아슬아슬하게 받아내며 그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스캔했다.


깡! 쾅! 캉!


쇠붙이가 맞부딪치는 고막을 찢는 굉음 속에서 채준의 뼈마디가 뒤틀리는 골절 직전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채준은 뇌신경을 가속해 백건우의 물리적 흐름을 관찰했다.


‘...찾았다.’


백건우의 전신은 완벽한 은빛 금속으로 덮여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관절이 구부러지고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팔꿈치와 어깨의 접합부 피막이 미세하게 갈라지며 얇아지는 물리적 틈새가 존재했다. 그 0.1밀리미터의 틈새가 백건우의 절대 방어막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러나 백건우의 공세는 채준의 연산 속도보다 빨랐다.


“쥐새끼가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구나!”


백건우가 포효하며 채준의 대검을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단분자 초진동 칼날이 그의 은빛 손바닥을 파고들려 했으나 강철 피부는 칼날을 꽉 물고 놔주지 않았다. 무기를 빼앗길 위기였다. 마비된 오른손가락이 힘을 잃고 스르륵 풀려나갔다.


“끝이다!”


백건우가 무방비해진 채준의 가슴을 향해 대포알 같은 오른발 앞차기를 내질렀다. 채준은 황급히 왼팔을 교차해 막아섰으나, 백건우의 묵직한 어깨와 허리 근육이 일직선으로 뻗어나오며 가공할 철권이 채준의 가슴 정밀 시계를 향해 그대로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엄청난 물리적 타격음과 함께 채준의 신체가 뒤로 5미터 이상 밀려나며 철창 벽에 거칠게 부딪쳤다.


“커헉...!”


채준은 벽을 짚고 무릎을 꿇었다. 가슴뼈 안쪽에서 뼈가 삐걱거리는 압박 골절 수준의 통증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그의 손목에서 들려오는 불길한 파열음이었다.


쩍.


채준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오른손목을 바라보았다. 백건우의 육중한 은빛 철권에 직접 강타당한 오 영감의 수제 수명 보존 시계의 유리막 정중앙에 선명하고 깊은 미세 균열이 비스듬히 가 있었다. 균열의 틈새 사이로 붉은색 경고등이 미친 듯이 점멸하며 치이익거리는 전자기 스파크 소리가 투기장의 모래밭 위로 무겁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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