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정비소의 속죄
경보음이 고철 더미의 틈새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울려 퍼졌다. 붉은색 탐지 드론의 레이더가 철의 무덤 상공을 쓸어내릴 때마다, 녹슨 강철 파편들이 기괴한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윽...!"
신채준은 타들어 가는 가슴을 움켜쥐고 폐전차의 깨진 장갑판 사이로 몸을 던졌다. 이길수의 목덜미를 베어내고 사냥개들을 고철로 만들었지만, 대가는 가혹했다. 딜레이 포켓 내부에서 방출되지 못한 45%의 충격 에너지가 심장 주변의 혈관과 장기를 사정없이 압박하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가죽 코트 ‘데스 딜레이’ 너머로 새어 나와 밤공기를 그을렸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손 끝이 차갑게 굳어 가고 있었다. 검지와 중지의 끝마디가 마치 얼어붙은 쇳덩이처럼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신경 세포의 급격한 노화와 마비 전조였다.
‘여기서 잡히면 아라도, 나도 끝이다.’
채준은 입안 가득 고인 검붉은 피를 바닥에 뱉어냈다. 그는 슬럼가 제13구역의 복잡한 지하 스팀 파이프 라인을 꿰뚫고 있었다. 드론의 서치라이트가 발밑을 스쳐 지나가는 찰나, 채준은 어둠이 짙게 깔린 사각지대로 몸을 날렸다. 쉭쉭거리며 고압 증기를 뿜어내는 파이프들 사이로 몸을 숨긴 채, 그는 오직 생존 본능 하나만으로 그림자처럼 달렸다. 목표는 단 하나, 오 영감의 고철 정비소였다.
제13구역 변두리, 녹슨 기어와 쇠파이프가 폐허처럼 얽혀 있는 고철 정비소의 뒷문 앞에 도달했을 때 채준의 의식은 이미 반쯤 끊어져 있었다. 삐걱거리는 철문을 두드리자, 숨겨진 생체 인식 스캐너가 채준의 망막을 붉은 선으로 훑었다.
철컥.
문이 열림과 동시에 채준의 몸이 지하 수술실의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졌다. 매캐한 기름 냄새와 오래된 납땜 연기가 코끝을 찔렀다.
"이 미친놈이! 또 죽을 자리를 찾아 들어왔구나!"
백발을 헝클어뜨린 노인이 기계식 의안을 번뜩이며 달려왔다. 오 영감이었다. 그는 채준의 낡은 가죽 코트를 거칠게 찢어발기며 오른손목의 수명 보존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의 디지털 화면이 붉은색 경고등을 깜빡이며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경고: 작동 오차율 17.4% 초과]
[남은 수명: 15시간 02분 11초]
"오차율이 15%를 넘었어! 이 멍청한 녀석아, 기어가 완전히 어긋나서 심장이 기계째로 갈려 나가고 있단 말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네 가슴팍이 먼저 폭발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거다!"
오 영감은 호통을 치면서도 재빠르게 나노 드라이버 세트를 쥐어 들었다. 그는 채준을 녹슨 수술대 위에 눕히고, 가슴 흉판의 잠금장치를 향해 드라이버를 찔러 넣었다.
치이이익!
채준의 가슴뼈 안쪽에서 시퍼런 불꽃과 함께 끓어오르는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생체 조직과 기계 장치가 기괴하게 뒤엉킨 ‘딜레이 포켓’의 실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외계 시간 물질을 품은 핵심 실린더가 미친 듯이 진동하며 주변의 살점을 태우고 있었다. 타들어 가는 오존 냄새와 비릿한 혈향이 수술실 내부를 가득 메웠다.
"이악물어라, 채준아!"
오 영감의 꼬장꼬장한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정비소 깊은 곳의 이중 차폐 금고에서 차가운 푸른빛을 내뿜는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냈다. 제국 전투 드로이드의 냉각 계통에서만 극미량 추출할 수 있는 특수 방열 윤활유, ‘블루 오일’이었다.
노인은 블루 오일을 정밀 주입기에 옮겨 담고, 채준의 심장 장치 톱니바퀴 틈새로 아슬아슬하게 도포하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푸른 액체가 어긋난 기어들 사이로 스며들자마자, 가슴을 짓누르던 살인적인 열량이 거짓말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얼음물처럼 차가운 냉기가 심장을 타고 전신으로 뻗어 나가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마취시키듯 유예해 주었다. 미친 듯이 날뛰던 심장 박동수가 서서히 떨어져 분당 40회의 고요한 주기로 안정화되었다.
하지만 고통이 가라앉은 대가는 냉혹했다. 채준은 자신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 끝마디가 완전히 감각을 잃고 딱딱하게 굳어 버린 것을 느꼈다. 손가락을 움직이려 해도 아무런 신호가 가지 않았다. 영구적인 마비였다.
채준은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오 영감의 손을 보았다. 노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그의 앙상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채준은 알지 못했다. 오 영감이 채준의 심장 박동과 딜레이 포켓의 동조율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수명 에너지를 나노 드라이버의 전도체에 실어 은밀히 흘려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노인의 손목에 채워진 수명 수치가 소리 없이 깎여 나가고 있었다. 오 영감은 깊은 기침을 토해내며 붉은 피가 묻은 입가를 소매로 급히 훔쳤다.
"영감님... 수명 시계가..."
"시끄럽다. 네 걱정이나 해라."
오 영감은 채준의 가슴 흉판을 거칠게 닫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 하지만 그의 기계식 의안 깊은 곳에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임시방편으로 기어는 맞물려 놓았지만, 이건 미봉책일 뿐이다. 네 심장의 외계 물질은 네 인간 세포를 연료로 삼아 끊임없이 잠식하고 있어. 머리카락 끝을 봐라. 벌써 회색빛으로 노화가 진행되고 있잖냐."
오 영감은 나노 드라이버를 내려놓고, 담배 파이프를 쥐려다 손을 멈추었다. 그의 목소리가 지하 수술실의 정적 속에서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이 지옥 같은 슬럼가 제13구역에는 널 살릴 백신이 없다. 여기선 그저 제국의 귀족들에게 바칠 수명을 쥐어짜는 가축처럼 살다 죽을 뿐이지. 채준아, 네가 진정으로 살고 싶다면, 그리고 그 아이를 살리고 싶다면 장벽을 넘어야 한다."
노인은 채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중층 구역, '크로노스 시티'로 가라. 그곳의 거대 시간 연구소 깊은 곳에 네 심장의 동화율을 높이고 세포 노화를 억제할 진짜 백신이 숨겨져 있다. 그것만이 네 심장이 멈추기 전에 살아남을 유일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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