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RetroRoman_Battle

흘려보내는 법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지직, 지지직.


귓가를 찢는 전자기 노이즈 너머로 들려오던 정태수의 비굴한 목소리가 끊겼다. 저항군 ‘아워 글래스’ 제13지부의 비밀 은신처 내부에는 오직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녹슨 환기구 사이로 떨어지는 차가운 지하수 한 방울이 바닥의 콘크리트를 때리는 소리마저 둔탁한 폭음처럼 느껴지는 정적이었다.


신채준은 수술대 위에 누운 채 가만히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가죽 장갑을 낀 검지와 중지는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손가락 끝마디를 구부리려 뇌에서 신경 신호를 보낼 때마다, 가슴뼈 안쪽에 박힌 ‘딜레이 포켓’이 삐걱거리며 불쾌한 미세 진동만을 토해낼 뿐이었다.


스승이었던 오 영감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수명 몇 년과 맞바꾼 배신자 정태수.


“비켜라.”


채준이 수술대 모서리를 왼손으로 짚으며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가슴팍에 발려진 ‘수명 보존용 나노 동결 겔’의 푸른빛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파르르 떨렸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의무병 한소희가 다급하게 채준의 어깨를 밀쳐 누르려 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푸른색 생체 시간 역행 에너지가 동결 겔과 반응하며 채준의 가슴통증을 억누르려 했지만, 채준의 억눌린 살기는 이미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내 몸은 내가 안다.”


“모르니까 이러는 거예요! 지금 자네 심장 주변의 세포들은 겨우 정지된 시간 속에 묶여서 연명하고 있는 상태라고요. 여기서 한 번만 더 이능력을 쓰거나 큰 충격을 받으면, 동결 장벽이 깨지면서 심장이 통째로 파열돼요!”


한소희의 목소리에는 의사로서의 경고를 넘어선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채준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밀어냈다. 백발로 변해버린 머리칼 끝부분이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희끗하게 빛났다. 그의 눈동자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정태수가 저항군의 대피소 좌표를 강태석에게 넘기면, 치료실에 있는 아라도 위험해진다. 그 자식이 입을 열기 전에 숨통을 끊어야 해.”


그때,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던 거구의 사내, 강철민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다가왔다. 그의 양손에 들린 유압식 너클이 둔탁한 금속음을 냈다.


“해결사. 정태수를 죽이고 싶어 하는 네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상태로 암시장에 갔다간 마철두의 주먹 한 방에 네 심장이 먼저 터질 거다. 강태석의 수거부대는 만만한 놈들이 아니야.”


“그럼 보고만 있으라는 건가?”


채준의 서늘한 시선이 강철민의 눈과 마주쳤다. 강철민은 흉터투성이 얼굴을 찌푸리며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네 그 망가진 심장을 터지지 않게 만드는 법을 아는 노인이 있다. 슬럼가 지하 폐허 깊은 곳에 숨어 사는 괴짜지. 그 노인이라면 네가 능력을 쓸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그 빌어먹을 부작용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을 거다.”


강철민의 제안은 뜻밖이었다. 오 영감 외에 이 기괴한 ‘지연된 영혼’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자가 지상 슬럼가에 또 존재한단 말인가. 채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라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했다.


***


제13구역 지하 하수도의 가장 깊고 축축한 미로를 지나자, 제국의 무자비한 지상 폭격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구시대의 지하 예배당 폐허가 나타났다.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와 뒤틀린 철근 사이로 낡은 촛불 몇 개가 흔들리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폐허의 한가운데, 다 해진 회색 승복을 걸친 늙은 노승이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맑고 깊은 눈빛은 어두운 폐허 속에서도 기이한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은둔 무도가, 도진 스님이었다.


“철민아, 오랜만이구나. 뒤에 데려온 청년이 요즘 지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그 시한부 해결사더냐.”


도진 스님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곁에 놓인 낡은 목봉(木棒)을 집어 들었다. 노승의 걸음걸이에는 미세한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강철민이 허리를 숙이며 정중히 입을 열었다.


“스님. 이 친구의 가슴에 박힌 장치가 폭주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힘을 쓸 때마다 장기가 파열되고 뼈가 뒤틀리는데, 오늘 밤 큰 싸움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발 이 자의 힘을 제어할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도진 스님은 채준에게 다가와 그의 가슴팍을 가만히 응시했다. 노승의 눈길이 닿는 순간, 채준은 자신의 가슴속 딜레이 포켓이 마치 천적을 만난 것처럼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청년. 네 심장은 가해지는 모든 타격을 가두는 방패이자 무기구나. 하지만 왜 힘을 쓸 때마다 몸이 썩어 들어가는지 아느냐?”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겠지.”


채준이 차갑게 답했다.


“틀렸다.”


도진 스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리적인 충격은 본래 흐르는 성질을 지녔다. 바람이 불면 나무가 흔들리고, 강물이 흐르면 돌이 깎이듯 말이다. 그런데 너는 네 가슴속에 그 거대한 충격과 열량을 한 점에 억지로 묶어두고 있어. 기(氣)가 한곳에 정체되면 썩기 마련이지. 네가 충격을 가슴에 가두는 순간, 그 부위의 세포들은 흐르지 못하는 에너지에 짓눌려 급격히 노화하고 괴사하는 것이다.”


도진 스님의 말은 채준이 평생 생각지 못한 물리학적이고 이능적인 맹점을 찌르고 있었다. 오 영감은 장치의 기계적 보정에만 신경 썼지만, 이 노승은 에너지의 ‘흐름’ 자체를 논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받아들이고, 흘려보내야지.”


도진 스님이 느닷없이 목봉을 들어 채준의 가슴을 향해 가볍게 찔러왔다.


슈욱!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목봉 끝에 실린 공기의 진동이 심상치 않았다. 채준은 본능적으로 오른손목의 깨진 수명 보존 시계를 움켜쥐며 이능력을 발동했다.


‘임팩트 딜레이(Impact Delay).’


목봉 끝이 채준의 가슴에 닿는 순간, 은빛 시계 기어 문양이 반짝이며 타격의 운동에너지가 시간의 주머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채준은 충격을 가슴 한곳에 가두었다.


“크윽……!”


그 순간, 채준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가슴뼈 안쪽에서 타오르는 듯한 고열이 발생하며 세포들이 삐걱거렸다.


“보아라.”


도진 스님이 목봉을 거두며 차분하게 말했다.


“방금 내 가벼운 타격조차 네 가슴 한곳에 정체되어 장기를 압박했다. 힘을 억누르려 하지 마라. 에너지가 지나갈 길을 관절과 뼈 세포 단위로 미리 열어주어 마찰을 줄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물리 충격 지연 제어법(Physical Impact Delay Control)’의 기초다.”


노승은 채준의 자세를 교정해 주며 호흡법을 일러주기 시작했다.


“먼저 호흡을 가다듬어라. 들숨은 짧게, 날숨은 길고 부드럽게. ‘흡-호-호-호’의 비율을 유지해라. 네 심장의 고동을 강제로 분당 40회 이하로 떨어뜨려 지연 장치의 마찰 열량을 식히는 거다. 이것이 ‘심장 박동 동기화 호흡법’이다.”


채준은 차가운 폐수 냄새가 나는 폐허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들숨을 들이쉬고, 허공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우우…….


기묘한 일이었다. 호흡의 주기가 안정되자, 가슴속에서 미친 듯이 째깍거리던 딜레이 포켓의 회전 진동이 서서히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가슴을 짓누르던 살인적인 과열이 눈에 띄게 식어 내렸다. 손목시계의 스파크 노이즈도 잦아들었다.


“좋다. 이제 다음 타격이 올 때, 그 충격을 가슴에 가두지 말고 척추를 지나 양발 끝, 그리고 이 대지로 흘려보내 접지(接地)해라. 뼈를 에너지의 통로로 쓰는 것이다.”


도진 스님이 다시 목봉을 들어 채준의 쇄골을 강하게 후려쳤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배는 묵직한 힘이 실려 있었다.


채준은 가쁜 숨을 참으며 호흡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타이밍을 놓쳤다.


콰직!


“윽!”


목봉의 강력한 물리 충격이 쇄골 한곳에 집중되며 뼈가 삐걱거리는 날카로운 극통이 발생했다. 채준은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쇄골 부근의 피부가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변하며 미세한 균열이 갔다. 실패의 대가였다.


“호흡을 놓치면 에너지가 고여 뼈가 부러진다. 다시 해라.”


도진 스님의 목소리는 자비가 없었다. 채준은 입가에 묻은 피를 훔치며 다시 일어섰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의 감각은 여전히 없었지만, 왼손으로 가슴을 움켜쥐며 심장 박동을 의식적으로 늦췄다.


쿵…… 쿵…… 쿵…….


심장 박동이 분당 40회로 떨어지며 주변의 소음이 느려지는 듯한 감각이 찾아왔다. 채준은 눈을 감았다. 오직 공기의 진동과 노승의 살기만이 그의 감각망에 잡혔다.


도진 스님의 목봉이 다시 한 번 채준의 가슴을 향해 파괴적인 궤적으로 날아왔다.


타아앙!


목봉 끝이 채준의 가슴에 닿는 정확히 0.01초 전, 채준은 마음속으로 물리 충격 지연 공식을 전개했다. 충격이 피부에 닿는 순간, 그는 에너지를 가슴에 가두지 않았다. 척추를 곧게 세우고, 어깨 관절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며 충격이 흘러갈 길을 열었다.


스으으으으.


가슴으로 유입된 거대한 운동에너지가 채준의 척추를 타고 내려가, 허벅지와 무릎 관절을 거쳐 양발 끝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려 갔다.


콰과광!


채준이 딛고 서 있던 폐허의 단단한 돌바닥이 거미줄처럼 쩍 갈라지며 먼지가 솟구쳤다. 하지만 채준의 가슴뼈와 장기에는 그 어떤 충격의 반동도 남지 않았다. 세포의 노화 역시 일어나지 않았다. 완벽한 접지이자 충격의 흐름 제어였다.


“……해냈군.”


뒤에서 지켜보던 강철민이 경악 섞인 목소리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채준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다. 가슴속 딜레이 포켓의 열량 게이지는 신기할 정도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 폐허의 입구 쪽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항군의 천재 해커, 서민우였다. 소년은 두꺼운 안경을 치켜쓰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대, 대장님! 채준 형님! 정태수의 무전 신호를 완전히 역추적하는 데 성공했어요!”


서민우가 품속에서 수제 홀로그램 단말기 ‘고스트’를 꺼내 켜자, 붉은색 지도 좌표가 공중에 떠올랐다.


“배신자 정태수 녀석이 지금 지하 암시장 거리 뒷골목의 폐창고 구역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수거부대의 부대장 마철두가 직접 이끄는 정예 대원들과 접촉하기 직전이에요. 거래 시간은 오늘 밤 자정…… 불과 두 시간도 남지 않았어요!”


서민우의 다급한 보고에 은신처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정태수가 저항군의 새로운 대피소 좌표를 넘기는 순간, 지상의 모든 저항 전력은 물론이고 연명 치료실에 잠들어 있는 여동생 아라의 목숨까지 강태석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채준은 허리춤에 낡은 대검을 고쳐 멨다. 비록 손가락 두 마리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의 가슴속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강력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시간이 됐군.”


채준이 차가운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스윽.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도진 스님이 채준의 앞길을 가로막아 섰다. 노승은 말없이 채준의 가슴팍, 딜레이 포켓이 박힌 심장 부근에 따뜻하고 묵직한 손바닥을 얹었다.


둥…… 둥…….


노승의 손끝을 통해 흘러들어온 미세한 기의 흐름이 채준의 심장 장치와 공명하는 순간, 채준은 자신의 영혼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거대한 은빛 시계판의 환영이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기계 장치의 진동이 아니었다. 우주의 시간 축을 뒤흔드는 태초의 신성한 고동이었다.


도진 스님이 채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노승의 입가에 의미심장하고 깊은 미소가 번졌다.


“청년. 몸조심하거라. 네 심장 속의 힘은 평범한 기계가 아닌 신성한 무언가다.”


그 한마디가 채준의 가슴 깊숙한 곳에 묵직한 화두로 박혔다. 채준은 대답 대신 가죽 코트 깃을 굳게 여미며, 배신자의 목을 꺾기 위해 어두운 지하 수로의 그늘 속으로 몸을 던졌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