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 돌아온 자
비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치는 철도방(鐵刀방)의 연무장. 진흙탕 위에 누워 있는 소년의 몸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우측 쇄골 아래, 사웅의 거대한 무쇠 대도가 꿰뚫고 지나간 광명혈(光明穴)에서는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다. 상처 주위로 허옇게 서리가 내린 채, 소년은 완벽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으하하하! 하찮은 약골 쥐새끼가 감히 누구 앞이라고 장부를 들이밀어! 결국 내 도강(刀風) 한 방에 심장이 터져 죽는구나!”
철도방주 사웅(沙雄)이 피 묻은 대도를 거두며 포효했다. 그의 뒤에 도란도란 늘어선 삼류 무사(三流武士)들이 일제히 무기를 치켜들며 광소했다. 폭우 소리마저 삼켜버릴 듯한 철도방 단원들의 승전보가 요새를 뒤흔들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호흡도, 맥박도, 전신의 기척도 완전히 소멸한 저 소년이 다시 눈을 뜰 리가 없다고.
하지만 사웅이 돌아서서 호탕하게 웃는 순간에도, 소하의 굳어버린 육체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생사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십오 분.’
소하의 의식은 칠흑 같은 암흑의 심연 속에 잠겨 있었다. 심장은 멈췄고, 경맥의 흐름은 완벽하게 동결되었다. 오직 심장 근육 속에 깊이 박혀 있는 마지막 삼도은침(三道銀針)만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구양의 열독이 뇌 신경망을 태워버리지 않도록 필사적인 보호막을 치고 있었다. 이 마지막 은침의 제어력이 다하기 전에 멈춘 고동을 깨워야만 했다.
‘손가락을…… 움직여라.’
소하는 무의식의 심연에서 오직 생존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 하나로 굳어버린 손가락 끝에 명령을 내렸다. 죽음의 한기가 전신을 옭아매고 있었으나, 사웅의 일격으로 개방된 광명혈을 통해 흘러들어온 철도기공(鐵刀氣功)의 잔재가 미세하게 요동쳤다. 사웅에게서 빼앗은 십 분의 일의 내력. 소하는 그 타인의 힘을 쐐기 삼아 죽은 육체의 빗장을 억지로 비틀었다.
드르륵.
진흙탕에 처박혀 있던 소하의 오른손 손가락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움직였다. 젖은 삼베 무복 사이로 손끝이 미끄러지듯 허리춤의 녹슨 청동 침통(녹슨 청동 침통)을 향해 뻗어 나갔다. 본능적인 감각만으로 침통의 덮개를 열고, 얼어붙은 손가락 사이에 얇은 은침 한 자루를 끼워 넣었다.
‘가사 귀환술(假死 歸還術).’
소하는 마지막 남은 정신의 힘을 쥐어짜 은침을 자신의 우측 발가락 끝, 대돈혈(大敦穴)을 향해 사정없이 찔러 넣었다. 수태음폐경과 족궐음간경이 맞닿는 생사의 요처. 죽은 심장을 강제로 깨울 유일한 열쇠였다.
찌이이익!
침 끝이 살을 뚫고 뼈마디에 닿는 순간,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벼락과도 같은 극통이 치솟았다. 전신이 마비되는 가사 상태의 암흑을 깨뜨리는 살인적인 통증이었다. 멈춰 있던 심장이 거대한 망치에 얻어맞은 듯 쿵! 하고 폭발적인 고동을 재개했다.
“흡-!”
소하의 굳어 있던 허파가 찢어질 듯 팽창하며 비명 같은 거친 호흡을 토해냈다.
드드득, 드드드득!
연무장 바닥에 쓰러져 있던 소하의 전신 뼈마디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스스로 정렬되기 시작했다. 사웅의 일격으로 으스러졌던 어깨 관절과 쇄골의 뼈들이 역천침보(逆天針報)의 물리적 기전에 반응하여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피부 위로 푸른 힘줄과 붉은 혈관이 뱀처럼 요동치며 솟구쳤다.
“……!!”
포효하던 사웅의 웃음소리가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승리에 도취해 있던 철도방 무사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그들의 눈앞에서, 명백히 시체였던 소년이 진흙탕을 딛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창백한 얼굴 위로, 붉은 황금빛의 기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네, 네놈이……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이냐!”
사웅이 경악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기척을 느낄 수조차 없던 송장이 되살아난 것도 모자라, 소년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사웅에게서 빼앗은 일류의 내공이 광명혈을 통해 소하의 단전 깊은 곳에 완벽하게 안착해 요동치고 있었다.
“사웅 방주.”
소하가 고개를 까딱이며 뼈 맞춰지는 소리를 냈다. 그의 눈동자는 붉은 광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아직 내 장부의 정산이 끝나지 않았다.”
“이 괴물 같은 놈이! 죽지 않았다면 다시 한번 뼈를 가루로 만들어 주마!”
사웅이 공포를 감추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다시 한번 대도를 치켜들었다. 그의 대도 끝에서 시퍼런 철도기공의 도강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전력을 다한 일격이었다.
그러나 소하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의 흉터에서 사웅의 대도 날이 남긴 잔여 진기를 강제로 끌어올렸다. 만맥흡기결로 저장해 두었던 사웅 고유의 순양 내력이 단전의 구양진액과 격렬하게 충돌하며 폭발적인 반발력을 만들어냈다.
‘경맥 역류 충격파(經脈 逆流 衝擊波).’
소하는 전신의 경맥을 거꾸로 뒤틀었다. 단전에서 역류한 폭렬한 힘이 그의 오른팔을 타고 손가락 끝으로 고속 집중되었다. 오른팔의 혈관들이 터져 나가며 붉은 피가 청낭포 도포 자락을 적셨지만, 소하의 입꼬리는 기괴하게 찢어졌다.
핑-!
소하의 손가락 끝에서 자성 은침(자성 은침) 한 자루가 발사되었다. 평범한 침격이 아니었다. 사웅에게서 흡수한 일류의 내력이 역방향으로 증폭되어 은침 끝에 붉은 화염의 충격파를 두르고 비행했다.
쿠과과광!
은침이 사웅이 휘두르는 무쇠 대도의 검신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찰나의 순간, 극단적인 기공의 충돌이 일어나며 고막을 찢는 듯한 파열음이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사웅이 자랑하던 백 근 무게의 무쇠 대도가 은침에 담긴 경맥 역류 충격파의 파괴력을 견디지 못하고, 검신 끝에서부터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바스스스슥!
무쇠 대도가 마치 썩은 나뭇가지처럼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쇳가루와 파편들이 폭풍우 속에서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사웅의 손아귀가 찢어지며 선혈이 분출되었고, 그는 자신이 평생을 함께한 병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며 넋을 잃었다.
조각난 쇳가루와 빗방울이 허공을 수놓는 찰나, 소하의 신형이 유령처럼 그 사이를 뚫고 전진했다.
스아악.
사웅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소하의 창백한 얼굴이 그의 코앞에 당도해 있었다. 소하의 오른손 끝에 쥐인 차가운 은침 한 자루가 사웅의 목덜미 급소인 천돌혈(天突穴)을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 침 끝이 살갗을 미세하게 찔러 붉은 핏방울이 맺혔다.
“움직이지 마라. 기공 한 마디만 더 흘려보내면, 네 기도는 그 자리에서 녹아내릴 테니.”
소하의 목소리는 비바람보다 차가웠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수백 명의 철도방 삼류 무사들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방주의 무쇠 대도가 침 한 자루에 폭사당하고 목숨을 저당 잡힌 광경을 보며, 그들은 무기를 쥔 손을 벌벌 떨 뿐이었다. 압도적인 무력과 광기 앞에 요새 전체가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사웅은 목덜미에 닿은 은침의 서늘한 촉감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눈동자에는 소하에 대한 경악과 공포, 그리고 패배의 굴욕감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죽여라…….”
사웅이 이빨을 갈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무인으로서 무기가 파괴당하고 삼류 약골이라 무시하던 소년에게 제압당한 굴욕은 죽음보다 가혹했다.
하지만 소하는 은침을 더 깊숙이 찌르지 않았다. 대신 침 끝을 거두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죽이는 건 내 의술의 도리가 아니다. 사웅 방주, 네놈의 목숨은 거두지 않겠다. 대신 네가 청낭방과 밀거래하여 축적한 자금은 철도방주 도장(철도방주 도장)과 함께 내가 압수하겠다.”
소하는 사웅의 허리춤에서 묵철로 주조된 무거운 방주의 인장을 가차 없이 빼앗았다. 사웅은 제압당한 채 소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을 죽여 입을 막는 대신 목숨을 살려두는 소하의 기이한 자비에, 사웅의 가슴속에는 평생 물리적으로 갚지 못할 거대한 무림의 부채감이 쐐기처럼 박히기 시작했다.
“풍개, 전리품 정리를 시작해라.”
소하가 어두운 연무장 구석을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빗속에서 대나무 지팡이를 짚은 풍개가 침을 삼키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풍개의 눈빛은 소하에 대한 극도의 경외감과 공포로 완전히 젖어 있었다.
되살아난 소년은 철도방의 비밀 금고 자금을 동결시키고, 찢어진 청낭포 자락을 휘날리며 붕괴한 요새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뒤틀린 단전의 1차 폭주를 막아낸 소하의 등 뒤로, 강남 무림을 뒤흔들 새로운 광기의 서막이 비바람과 함께 웅장하게 흩날리고 있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