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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무천의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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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깊었고, 물결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주가객잔의 지하 탈출 수로로 추락하는 순간, 진소하의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석두의 찢어진 가슴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선혈이었다. 소하의 푸른 도포, 청낭포(靑囊袍)의 오른쪽 소맷자락은 석두가 마지막 순간 움켜쥐었던 손자국 그대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수로의 거친 물살이 소하의 전신을 집어삼켰지만, 그 소맷자락에 묻은 피만큼은 차갑게 식어가는 물속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소하의 살결에 달라붙었다.


“커헉……!”


소하의 허파가 차가운 수중 한독(寒毒)을 들이마시며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단전 내부에서 억지로 뿜어냈던 구양진액(九陽津液)의 초고열과, 가슴팍의 한빙 석판(寒冰 石板)에서 스며 나온 극음의 냉기가 전신 경맥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역천의 평형(逆天平衡)에 가기 시작한 균열은 이제 경맥 전체를 사방으로 찢어발기는 기공마찰을 일으켰다. 전신의 피부 위로 붉고 푸른 핏줄이 기괴하게 요동치며 솟구쳤다. 발목 힘줄이 파열된 다리는 감각을 잃고 밧줄에 묶인 돌덩이처럼 무겁게 아래로 처졌다.


“소하야! 정신 차려! 허팽, 어서 소하를 붙잡아!”


물살을 가르고 소란의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팽이 헐떡이며 소하의 왼팔을 잡았고, 소란이 그의 허리를 단단히 부축했다. 주선생이 설계한 지하 수로는 좁고 가팔랐으며, 썩은 이끼와 오물 냄새가 가득했다. 늑태의 추향견들이 뿜어내는 울부짖음이 수로의 입구 너머에서 메아리치며 그들의 뒤를 쫓고 있었다.


소하는 피가 섞인 서리 조각을 입 밖으로 뱉어내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독무천(毒霧泉)으로 간다…….”


“독무천이라고? 거기는 유황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일반인은 가죽이 녹아내리는 금지구역이잖아! 지금 네 몸으로 거길 들어갔다간 정말로 자폭할 거야!”


소란이 눈물을 흘리며 만류했다. 하지만 소하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에는 흔들림 없는 푸른 광기가 서려 있었다.


“내 경맥은 이미 얼어붙고 있다. 한빙 석판의 한독을 강제로 배출하지 못하면, 십오 보를 걷기도 전에 심장이 멈춘다. 끓는 도가니가 아니면 이 얼음을 녹일 수 없어. 가자.”


허팽은 소하의 서늘한 기세에 압도되어 말없이 그의 부러진 발목을 어깨에 짊어졌다. 일행은 어두운 수로의 끝을 지나, 강남성 외곽의 가장 음침하고 황량한 계곡 틈새로 기어 나갔다.


***


독무천(毒霧泉).


그곳은 대낮에도 자욱한 황색 유황 가스가 안개처럼 계곡 전체를 뒤덮고 있는 죽음의 온천지대였다. 사방의 바위 틈새에서는 유독 가스가 쉭쇳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왔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진흙 구덩이와 섭씨 90도에 육박하는 산성 온천수가 사방에서 용솟음치고 있었다. 지독한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고, 열기로 인해 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잎사귀 하나 없이 검게 말라 죽어 있었다.


일반적인 무인이었다면 발을 들이는 순간 폐가 타들어 가고 가죽이 벗겨졌을 지옥이었으나, 구양역맥의 체질을 지닌 소하에게는 이곳이 전신의 한독을 뿜어낼 유일한 천연 치료실이었다.


“소란, 허팽. 둑 위에서 대기해라.”


소하는 찢어지고 피 묻은 청낭포를 벗어 던졌다. 그의 상반신은 왼쪽은 고열로 붉게 짓물러 있고, 오른쪽은 한빙 석판의 냉기로 인해 하얗게 얼어붙어 기괴한 음양의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가슴팍에 밀착된 한빙 석판의 주변 피부는 모세혈관이 완전히 파괴되어 푸른 멍 자국이 가득했다.


소하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황색 가스가 가득한 독무천의 가장 깊고 뜨거운 끓는 물속으로 자신의 몸을 통째로 던졌다.


푸스스스스!


소하의 차가운 육체가 끓는 산성 유황수에 닿는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극통이 전신을 강타했다. 전신의 피부가 산성 온천수에 녹아내리며 빨갛게 짓물렀고, 살점이 타들어 가는 소름 끼치는 마찰음이 온천을 가득 채웠다.


“으으으윽……!”


소하의 입에서 뼈를 깎는 듯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는 눈을 감고, 혜우 스님에게 전수받은 불가 청심결(淸心決)을 가슴속으로 되새겼다. 살을 에는 고통 속에서도 이성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함이었다.


‘열독 기화공(熱毒 氣化功)……!’


소하는 단전 깊은 곳에 가두어두었던 구양진액의 뜨거운 순양 열기를 강제로 폭주시켰다. 단전의 열기가 전신의 경맥을 타고 뿜어져 나와, 가슴팍에서 심장을 얼려가던 한빙 석판의 냉기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두 기운이 몸 안쪽에서 폭발적인 마찰을 일으키자, 소하의 전신 모공을 통해 시커먼 수증기가 고압의 분무기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뼛속 깊은 곳까지 침착되어 소하의 생명을 갉아먹던 극음의 한독과 불순물들이 검은 수증기가 되어 기화 배출되는 장엄한 광경이었다.


“소하야! 심장이 멈추려고 해! 안 돼!”


둑 위에서 지켜보던 소란이 비명을 질렀다. 급격한 한열(寒熱)의 교차로 인해 소하의 심장 맥박이 순간적으로 뚝 떨어지며 가사 상태로 돌입하려 한 것이다.


소란은 망설임 없이 바위 위로 뛰어올라, 품속에 있던 마지막 한천초(寒天草) 마른 가루를 소하가 누워 있는 온천수 주변에 대량으로 풀어 넣었다. 차가운 성질의 한천초 약성이 끓는 유황수 속에서 녹아내리며 소하의 심장 부근을 푸른 기류로 감싸 안았다. 그 극음의 약성이 소하의 심장을 강제로 고정해 주어, 고열 속에서도 심장 박동이 터져 나가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방지해 주었다.


검은 한독의 증기가 빠져나갈 때마다, 소하의 찢어졌던 경맥의 벽이 유황의 광물 성분과 반응하여 쇠가죽처럼 질기고 유연하게 재건되기 시작했다. 파열되었던 발목의 막힌 기혈이 뚫렸고, 양손 끝의 파열된 멍 자국 사이로 맑은 진기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전투력이 100% 복구되는 정화의 카타르시스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계곡 입구의 짙은 유황 안개를 뚫고, 기괴한 야수들의 으르렁거림과 거친 쇠사슬 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 쥐새끼들이 똥통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더니, 유황 구덩이에서 몸을 지지고 있었구나!”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거구의 사내, 늑태가 톱날 대도를 어깨에 메고 수십 명의 혈랑대 용병들과 함께 나타났다. 그들의 손에는 쇠사슬에 묶인 채 피를 흘리는 가난한 망우곡 약초꾼들 수십 명이 인질로 잡혀 있었다. 약초꾼들의 목에는 날카로운 도검의 칼날이 겨누어져 있었다.


“의원님…… 살려주십시오……!”


약초꾼들의 애절한 비명이 유황 안개 속에서 메아리쳤다. 늑태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온천 둑 위를 내려다보았다.


소란은 민초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의 날카로운 돌멩이를 집어 던져 늑태의 주의를 끌려 했다.


“이 비겁한 사냥개 놈들! 당장 그 손 치우지 못해!”


쉭! 돌멩이가 날아갔으나, 늑태의 부두목이 가볍게 손을 휘둘러 돌을 튕겨냈다. 부두목은 순식간에 신형을 날려 소란의 앞을 가로막고, 그녀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짝!


“꺄악!”


소란이 비명을 지르며 돌바닥 위로 쓰러졌다. 그녀의 입술이 터져 붉은 피가 흘러내렸고, 허팽이 경악하며 그녀를 감싸 안았으나 용병들의 차가운 칼날이 허팽의 목덜미를 옥죄었다.


온천수 깊은 곳, 유황의 끓는 물결 아래에서 소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붉은 열독에 흔들리지 않는, 완벽하게 정화된 고요한 흑색이었다. 피부는 유황 가스에 짓물러 핏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그의 전신 경맥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탄력 있게 고동치고 있었다. 소하는 물속에서 대장장이 임철수가 단조해 준 자성 은침(자성 은침)들을 손가락 사이에 쥐었다.


석두의 피 묻은 소맷자락이 머릿속에서 어른거렸다. 소하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늑태의 사지를 찢어발기겠다는 서늘한 분노가 폭발하듯 고개를 들었다.


늑태는 쓰러진 소란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며, 인질 중 한 명인 어린 약초꾼 소녀의 목에 톱날 대도의 이빨을 깊숙이 들이밀었다. 칼날이 살을 파고들며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늑태가 독무천의 황색 안개를 향해 찢어지는 목소리로 포효했다.


“진소하! 삼 호흡 안에 나오지 않으면 이 년들의 목을 하나씩 베겠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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