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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의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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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객잔의 흑송(黑松) 문짝이 밤바람을 맞아 삐걱거리는 소리는 둔탁했다. 정문을 가로막아 선 거구의 표사, 석두의 등 뒤로 흐르는 긴장은 질식할 것처럼 무거웠다. 그의 손에 쥔 무쇠 곤봉이 혼원외가기공의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미세한 공명음을 내뿜었다.


우우우우-


객잔 외부, 안개가 자욱한 대나무 숲 저편에서 들려오는 야수들의 울음소리는 단순한 늑대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쇠사슬에 묶인 채 피비린내를 탐하는 황실 태의원의 사냥개들, 추향견(追香犬)의 울부짖음이었다.


소하는 객잔 내당의 어둠 속에 가만히 서서 눈을 감았다. 귀밑을 타고 흐르는 이명이 여전히 그의 머릿속을 찔러댔으나, 청맥심술(聽脈心術)의 오감은 한층 더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바닥을 흐르는 지하수의 미세한 진동 너머로, 객잔을 겹겹이 포위한 혈랑대 용병들의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삼차원의 지도가 되어 뇌리에 그려졌다. 서른두 명. 정면 돌파를 노리는 자가 열둘, 사방의 퇴로를 차단한 자가 스무 명이었다.


‘기동력이 거세된 상태에서 이 수의 용병들을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소하는 가만히 자신의 오른쪽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은백혈(隱白穴) 개방의 반동으로 힘줄이 찢어진 다리는 자가 침술로 겨우 뼈마디만 고정해 둔 상태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뼛조각이 살을 짓이기는 통증이 밀려왔다. 게다가 가슴팍을 짓누르는 한빙 석판(寒冰 石板)은 뇌진의 부식 독에 쓸려 표면이 미세하게 깎여 나가 있었다. 그 틈새로 극음(極陰)의 냉기가 조절되지 않고 흘러나와, 그의 허파를 얼려버릴 듯한 오한을 유발하고 있었다.


콜록, 콜록.


소하가 청낭포(靑囊袍) 자락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나직하게 기침을 뱉었다. 각혈한 피가 도포 자락에 붉게 번졌다.


“의원님, 지하실로 통하는 입구의 진법 장치는 완벽히 가동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저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허팽이 식은땀을 흘리며 소하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백혈청안단의 독기로 인해 미세하게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소란 역시 온탕 약재가 담긴 사발을 쥔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객잔 뒤편, 주방 구석의 썩은 목조 바닥 아래에서 미세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스스스슥.


석두가 즉시 무쇠 곤봉을 치켜들며 그 방향으로 신형을 날리려 하자, 소하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멈춰라. 쥐새끼의 발걸음이다. 하지만 살기가 없다.”


소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방 바닥의 낡은 판자 틈새를 비집고 작은 머리 하나가 쏙 솟아올랐다. 얼굴에 검은 숯검정이 가득 묻은 누더기 차림의 소년. 풍개와 소하 사이에서 비밀 전령 역할을 수행하던 거지 소년, 노삼(路三)이었다.


노삼은 온몸에 하수도의 악취를 풍기며 헐떡이고 있었다. 그의 작은 손에는 진흙과 오물 속에서도 기이할 정도로 깨끗하게 보존된 비단 주머니 하나가 꽉 쥐여 있었다. 은은한 매화 향과 저렴한 분내, 그리고 고급 찻잎의 향이 뒤섞인 기묘한 냄새. 강남성 최고의 기루를 지배하는 일류 기녀이자, 소하의 그림자 정보원인 초홍(楚紅)의 표식이었다.


“소, 소하 형님! 헉…… 헉…… 관군 검문소를 똥바구니 속에 숨어서 겨우 뚫고 왔소! 초홍 누님이 이 편지를 전하며, 일 초도 지체하지 말고 읽으라 하셨소!”


노삼이 떨리는 손으로 비단 주머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소하는 다리를 절뚝이며 다가가 주머니를 열었다. 내부에는 얇은 한지에 붉은 주사(朱砂)로 다급하게 쓰인 서신이 들어 있었다. 초홍의 필체는 평소의 우아함 대신, 붓끝이 사방으로 갈라질 정도로 극도의 긴박함을 담고 있었다.


[소하 도련님. 서신을 읽는 즉시 그곳을 버리고 달아나셔야 합니다. 태의원의 감찰관들이 머무는 기루의 밀실을 도청했습니다. 팽무도가 고용한 혈랑대의 대장 늑태는 평범한 추적자가 아닙니다. 그자는 도련님의 가슴에 묶인 만년설 한빙 석판의 극음(極陰) 냉기 냄새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특수 사향 사냥개, 추향견을 대동했습니다.]


서신을 읽어 내려가던 소하의 창백한 눈동자가 일순간 서늘하게 굳어졌다.


[한빙 석판의 표면에 부식이 발생해 냉기가 미세하게 유출되고 있다면, 그 사냥개들은 십 리 밖에서도 도련님의 심장 고동 소리보다 그 냉기의 향을 먼저 포착할 것입니다. 도련님이 숨겨둔 보명 기물이, 지금 놈들에게는 가장 확실한 추격의 족쇄가 되었습니다. 제발……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서신은 거기서 끝맺어 있었다.


소하는 가만히 자신의 가슴팍에 묶인 한빙 석판을 손 끝으로 문질렀다. 얼음처럼 차가운 감촉 너머로, 뇌진의 만독부식수에 쓸려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진 미세한 균열들이 만져졌다. 그 균열을 통해,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극음의 백색 한기 기류가 안개처럼 실시간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


소하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광기 어린 실소였다.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고 단전의 폭발을 막아주던 유일한 보명 기물이, 도리어 자신의 목을 조르는 가장 확실한 사냥개의 냄새 표적이 되었다니. 세상의 이치란 이토록 비정하고 뒤틀려 있었다.


“의원님? 편지에 뭐라고 적혀 있기에 그러십니까?”


석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소하는 편지를 가만히 등불 불빛 위에 대어 태워버렸다. 붉은 불꽃이 한지를 집어삼키며 매화 향을 매캐한 연기로 바꾸어 놓았다.


“늑태의 사냥개들이 노리는 것은 내 피비린내가 아니다. 이 가슴에 묶인 한빙 석판의 만년설 냉기 향이다. 내가 이 석판을 차고 있는 한, 주가객잔 지하의 어떤 비밀 격실에 숨더라도 놈들은 내 심장 위치를 정확히 짚어낼 것이다.”


“그, 그렇다면 석판을 풀어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허팽이 다급하게 외쳤으나, 소란이 단호하게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안 돼! 석판을 푸는 순간 소하의 단전 내부의 구양진액이 폭주해서 몸이 안쪽에서부터 타버릴 거야! 석판은 절대 풀 수 없어!”


동굴 내부의 정적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보명 기물을 품으면 위치가 노출되어 용병들의 칼날에 찢겨 죽고, 기물을 풀면 단전이 스스로 폭발해 즉사한다. 퇴로가 완벽하게 차단된 외통수였다.


정문 밖에서 들려오는 짐승들의 으르렁거림이 한층 더 사나워졌다. 쾅! 쾅! 무언가 묵직한 힘이 흑송 문짝을 들이받는 소리가 객잔 천장의 먼지를 털어내렸다. 석두가 침을 삼키며 무쇠 곤봉을 고쳐 쥐었다.


소하는 어둠 속에서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의 머릿속에서 한의학적 경맥의 규칙과 물리적 기전들이 삼차원의 수식처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사향의 냄새는 극양(極陽)의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만년설의 한기는 극음(極陰)의 성질을 지닌다. 놈들의 사냥개는 이 극음의 냉기가 주변의 따뜻한 공기와 마찰하며 발생하는 특유의 수증기 파동을 감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하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비틀려 올라갔다. 생존의 임계점에 도달할 때마다 솟구치는 특유의 미친 듯한 미소였다.


“주선생.”


소하가 나직하게 불렀다.


“지하 약실의 한천탕 아궁이에 불을 지펴라. 연기를 밖으로 뿜지 말고, 지하실 내부의 온도를 삶아 죽일 듯이 올려라.”


“진 소협, 그게 무슨 뜻이오? 가뜩이나 한독으로 몸이 얼어붙는 와중에 열기를 채우겠다는 말이오?”


주선생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하는 대답 대신 품속에서 사마귀의 시체에서 탈취했던 붉은 철패, 벽혈령(碧血令)을 꺼내 들었다. 철패의 표면에는 태의원 특수 사향 향료의 잔재가 미세하게 묻어 있었다. 소하는 청동 침통에서 은침 한 자루를 꺼내, 철패 표면의 붉은 칠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냄새를 없앨 수 없다면, 왜곡시킨다. 그리고…… 내 몸속의 불을 이용한다.”


소하는 긁어낸 붉은 사향 가루를 자신의 한빙 석판 균열 부위에 정밀하게 문질러 발랐다. 극음의 냉기가 흘러나오던 균열 틈새에 극양의 사향 가루가 메워지자, 미세한 기공 마찰음과 함께 기이한 자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늑태의 영악한 추향견들을 완전히 기만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가혹한 도박이 필요했다.


“소란, 허팽. 내 양손을 묶어라.”


“……예? 스승님?”


“내가 폭주할 때 내 손이 내 심장을 찌르지 못하도록 단단히 고정해라. 지금부터 내 몸속의 구양진액을 인위적으로 폭주시킬 것이다.”


소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미쳤어! 스스로 단전을 터뜨리겠다는 거야? 역천의 평형이 깨지면 너는 진짜 죽어!”


“죽지 않는다. 청심결의 정신 장벽으로 이성의 끈만 붙잡고 있다면, 단전의 열독을 일시적으로 폭주시켜 피부의 모공 전체로 방출할 수 있다. 한빙 석판의 냉기 냄새를,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양의 불길로 완전히 태워 덮어버리겠다.”


소하는 청동 침통에서 은침 세 자루를 동시에 뽑아 들었다. 그의 손끝은 여전히 검붉은 멍으로 가득했지만, 침을 쥔 손가락만큼은 얼음송곳처럼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늑대가 차가운 서리를 쫓아왔다면, 불덩이를 마주하게 해주지.”


소하는 은침 끝을 자신의 단전 주변의 기해혈(氣海穴)과 관원혈(關元穴)로 가져갔다. 단전의 고열을 강제로 개방하는 금단의 침격이었다. 그의 눈동자에 생존을 향한 광기 어린 푸른 불꽃이 무섭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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