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핏줄, 얼어붙은 심장
화마(火魔)가 뼛속까지 파고들어 전신의 골격을 녹여내리는 듯했다.
고가촌의 자색 독무가 안개 속으로 서서히 흩어지는 잔해 속에서, 진소하의 육체는 붉게 달아오른 화로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단전 내부에서 일어난 제1차 단전 대폭주(제1차 단전 대폭주)의 기세는 상상을 초월했다. 사웅에게서 흡수했던 십 분의 일의 철도기공 내력과 단전 깊은 곳에 가둬두었던 구양진액(九陽津液)의 뜨거운 순양 열독이 제멋대로 뒤엉켜 사방으로 날뛰었다.
경맥의 벽이 쩍쩍 갈라지며 찢어지는 비명이 몸 안쪽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체온은 이미 사십 도를 훌쩍 넘어섰고, 소하의 창백하던 피부는 불길을 머금은 것처럼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허파가 타들어 가는 유황 연기를 마시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커흑……!”
소하가 다시 한번 선혈을 토해냈다. 진흙바닥에 뿌려진 붉은 피 위로 차가운 서리 조각들이 가느랗게 섞여 나와 기화했다. 장강의 수중 전투에서 누적되었던 장강 한독(장강 한독)과 단전의 폭발적인 열독이 심장 부근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뜨거움과 차가움이라는 극단의 기운이 경맥을 영토 삼아 전쟁을 벌이자, 그 충격으로 전신 세포가 파열되는 극통이 밀려왔다.
스릉. 웽-
심장 바로 옆, 갈홍이 심어두었던 마지막 보명 은침인 삼도은침(삼도은침)이 한계에 달한 듯 날카로운 공명음을 내며 바르르 떨렸다. 은침의 표면에 미세한 쩌적 소리와 함께 새로운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 마지막 은침마저 부서진다면, 단전은 그대로 폭발해 그의 육체를 한 줌의 재로 만들어버릴 터였다. 수명은 이제 고작 구십 일 남짓이었지만, 당장 십 오분 뒤의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소하야! 소하야!”
멀어지는 의식의 한계선 너머로, 젖은 흙바닥을 다급하게 짓밟는 발소리와 함께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란이었다. 그녀는 백발어옹의 배에서 대기하라는 소하의 명령을 어기고, 맹한의 사설 민병대원들과 함께 쓰러진 소하를 찾아 고가촌 폐허 중앙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소란의 눈동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 뜨거운 김을 뿜어내며 쓰러진 소하의 몰골을 확인하는 순간, 극도의 공포와 슬픔으로 가득 찼다.
“안 돼…… 심장이 터지려고 하잖아! 몸이 온통 불덩이야!”
소란은 떨리는 손으로 소하의 이마를 짚었다가 깜짝 놀라 손을 뗐다. 살이 델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소하의 의식은 이미 반쯤 암흑 속으로 가라앉아 있었고, 스스로 내공을 운용해 이 열기를 제어하려 할 때마다 구양역맥의 저주받은 기전이 반발하여 폭주를 더욱 부추겼다. 자가 운기조식은 즉사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허팽! 어서 짐을 풀어! 빙천수(빙천수)를 가져와!”
소란의 날카로운 비명에, 뒤따라온 의가 청년 허팽이 땀을 뻘뻘 흘리며 큼직한 가죽 배낭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배낭 내부에는 소란이 파릉현 뒤편 빙천계곡 깊은 동굴 지하에서 목숨을 걸고 길어온 만년설 빙천수가 특수 옥병에 담겨 있었다.
소란은 옥병의 마개를 이빨로 뽑아내고, 소하의 턱을 강제로 벌려 차가운 빙천수를 입안으로 들이부었다.
꿀꺽, 꿀꺽.
극음(極陰)의 성수가 식도를 타고 흘러내리는 순간, 소하의 내부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격변이 일어났다. 타오르는 용암 속에 차가운 빙하의 물을 통째로 쏟아부은 것과 같았다. 치이이익! 소하의 입과 코, 심지어 모공을 통해 하얗게 기화된 증기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내장이 얼어붙는 듯한 차가움과 경맥을 태우는 뜨거움이 위장에서 부딪치며 소하의 온몸이 활처럼 꺾였다.
“으그극…… 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고가촌의 정적을 찢었다. 소하의 양손 끝 모세혈관이 파열되어 검붉은 피가 손톱 밑으로 배어 나왔다. 고통이 너무나도 극심해 정신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의식을 놓지 마라. 이성을 잃는 순간 진짜 죽음이다.’
암흑의 심연 속에서, 소하는 과거 무당파의 방계 도인 청학 도인(청학 도인)에게 배웠던 양생의 비결을 떠올렸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겨 맥박을 극도로 낮추고 숨을 멈추는 도가 호흡법.
‘태극귀숨법(태극귀숨법)…….’
소하는 혀끝을 입천장에 대고 전신의 기공을 차단했다. 허파의 산소 소모를 최소화하며 맥박을 억지로 끌어내렸다. 분당 수십 번을 날뛰던 심장의 고동이 열 번, 다섯 번, 그리고 마침내 세 번 이하로 뚝 떨어졌다. 맥박이 멈추다시피 하자 체내의 뒤틀린 구양진액의 순환이 일시적으로 정지하며 열독의 확산이 차단되었다. 육체가 완벽한 가사 상태(가사 상태)의 정적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허팽! 한빙 석판(한빙 석판)을 가슴에 묶어! 어서!”
소란이 소리치자, 허팽은 배낭 깊은 곳에서 차가운 한기를 내뿜는 판 모양의 기물, 한빙 석판을 꺼내 들었다. 빙천계곡의 음기가 응축된 그 석판은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얼어붙을 정도로 극음의 냉기를 머금고 있었다.
허팽은 가죽 끈을 이용해 소하의 찢어진 청낭포 사이로 드러난 가슴팍, 심장 부근에 한빙 석판을 밀착시키고 단단히 동여맸다.
콰아아아!
외부에서 밀려드는 극음의 냉기가 소하의 피부를 뚫고 심장으로 직접 파고들었다. 내부의 구양 열독과 외부의 한빙 냉기가 소하의 심장 부근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것은 기이하고도 처절한 영토 전쟁이었다. 심장 주변의 모세혈관들이 한기에 의해 순식간에 하얗게 얼어붙는 동시에, 안쪽에서는 구양진액의 붉은 열기가 그 얼음을 녹여내며 이글거렸다. 얼어붙고 타오르기를 수천 번 반복하는 과정에서 소하의 심장 박동이 완전히 멈췄다.
두근…….
고요가 찾아왔다. 소란은 숨을 죽인 채 소하의 가슴팍에 귀를 대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하의 피부는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호흡은 완벽히 멈춰 있었다.
“안 돼…… 소하야, 제발…….”
소란의 눈물이 소하의 볼 위로 떨어져 차갑게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소하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얼어붙었던 심장 근육이 한빙 석판의 차가운 자극과 혀끝을 타고 흐르는 빙천수의 냉기에 반응하여 기적적으로 고동을 재개했다.
쿵!
무거운 무쇠 종을 치는 듯한 묵직하고 느린 박동이 소하의 가슴속에서 울려 퍼졌다. 멈춰 있던 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피는 이전의 순수한 피가 아니었다. 단전의 열독과 석판의 한독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서로의 영역을 유지하며 경맥 내부에서 기태적인 균형을 이루었다.
역천의 평형(逆天平衡)이 마침내 안착된 것이다.
소하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는 왼쪽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붉게 빛났고, 오른쪽은 얼어붙은 빙하처럼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소란이 울음을 터뜨리며 그를 껴안았으나, 소하는 대답 대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소하의 전신 피부 위로 솟구친 핏줄들은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몸의 왼쪽 경맥은 붉은 열기를 품고 시뻘겋게 부풀어 올랐고, 오른쪽 경맥은 푸른 냉기를 머금은 채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열독과 한기가 심장을 중심으로 완벽하게 반으로 나뉘어 대치하는 충격적인 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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