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애의 원혼이 부른다
은표의 목뼈가 꺾이며 내는 둔탁한 파열음이 대나무 숲의 고요를 깨뜨렸다. 엽무강은 숨이 끊어진 밀정의 신형을 양팔로 단단히 받쳐 안았다. 놈이 지니고 있던 전서구는 이미 목덜미가 관통당해 피투성이가 된 채 진흙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무강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은표의 품속을 뒤져 사공표의 야간 수색 일지가 적힌 가죽 수첩을 빼앗아 품에 넣었다.
시간이 없었다. 사공표가 직접 이 초소를 방문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두 시간 남짓. 무강은 은표의 시신을 질질 끌고 초소 뒤편의 오래된 우물가로 향했다. 이 우물은 무경산 지하 깊은 수중 수로와 연결되어 있어, 한번 빠진 시체는 영원히 산 아래 계곡 바닥으로 흘러가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된다. 무강은 놈의 시신을 우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둠 속에서 툭, 하는 무거운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품속에서 화골수(化骨水)를 꺼내 은표가 흘린 대나무 숲의 혈흔 위로 대여섯 방울을 떨어뜨렸다. 지독한 거품과 함께 핏자국이 순식간에 녹아내려 흙 속으로 스며들었다. 흔적을 지운 무강은 초소 뒷벽의 비밀 목판을 통해 내부로 기어 들어갔다.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사람 형상의 이불을 걷어내고, 가짜 다리 깁스를 다시 오른쪽 다리에 단단히 고정했다.
으스러진 무릎 관절에서 다시 뜨거운 선혈이 배어 나와 진흙 부목을 적셨다. 한골고(한골고)의 약효가 완전히 끝나가고 있었다. 전신의 뼈마디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뇌리를 때렸지만, 무강은 이빨을 악물며 묵혼심법(묵혼심법)의 기운을 다스렸다.
그는 품속에서 죽은 은표의 수첩을 펼쳤다. 수첩 속에는 오늘 밤 사공표가 자신을 암살자로 확정 짓고 직접 목을 베러 오겠다는 구체적인 불시 수색 동선이 적혀 있었다.
‘나를 사냥하러 오겠다면, 내가 먼저 판을 짜는 수밖에.’
무강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수비적인 대치는 결국 정체의 폭로로 이어진다. 사공표의 탐욕과 공로욕을 이용해 놈을 문파 외부의 사각지대로 유인하여 단죄하는 역공만이 유일한 활로였다.
그는 품속에서 소칠의 호루라기(소칠의 호루라기)를 꺼내 입에 물고 미세하게 내력을 실어 불었다. 평범한 phàm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초고주파의 뼈 소리가 어둠 속을 뚫고 마구간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마구간 구석에서 보초들의 눈을 피해 빠져나온 소칠이 초소 뒷벽 틈새로 고개를 밀어 넣었다. 소칠의 얼굴은 여전히 타박상으로 부어올라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무강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사형, 부르셨습니까.”
무강은 미리Disguise된 필체로 작성한 가짜 밀서를 소칠에게 건넸다.
“소칠, 이 밀서를 사공표의 처소 문앞에 아무도 모르게 떨어뜨려라. 귀면도객이 전대 장문인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낙조애(낙조애) 절벽 끝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공표는 다른 장로들에게 알리지 않고 공을 독점하기 위해 반드시 홀로 움직일 것이다.”
소칠은 침을 꿀꺽 삼키며 밀서를 품에 안았다.
“목숨을 걸고 전하겠습니다.”
소칠이 안개 속으로 사라진 후, 무강은 초소 바닥 목판 아래 숨겨두었던 귀면 가면(귀면 가면)과 철척비(철척비)를 꺼내 들었다. 오른다리의 관절을 고정하는 쇠가죽 압박대(쇠가죽 압박대)를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히 조여 매자, 무릎 뼈가 강제로 맞춰지며 지독한 마찰음이 울렸다. 무강은 신음 소리조차 내지 않고 가면을 얼굴에 밀착시켰다. 붉은 안광이 서린 귀면 가면 뒤로, 차가운 살수 귀면도객의 눈빛이 깨어났다.
***
낙조애(낙조애).
무경도문 뒤편에 위치한 천 척 높이의 붉은 절벽 끝은 피비린내 나는 바람과 자욱한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은 양아버지이자 전대 장문인이었던 엽천웅이 사공혁의 손에 밀쳐져 비참하게 추락사했던 비극의 성지였다. 절벽 아래에서 불어오는 음산한 강풍이 귀면 가면의 붉은 안광을 쓸고 지나갔다.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절벽 바위 위에 선 무강은 왼발 하나에 온몸의 무게중심을 실었다. 외발 무게중심 경지(외발 무게중심 경지)를 전개하자, 그의 몸은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처럼 기묘하게 고요해졌다.
서걱, 서걱.
자갈을 밟는 무거운 군화 발소리가 안개를 뚫고 들려왔다. 예상대로 사공표가 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가시가 박힌 뱀 가죽 채찍이 쥐여 있었고, 얼굴에는 공을 독점하겠다는 광기 어린 탐욕이 일렁이고 있었다.
“흐흐흐…… 쥐새끼처럼 숨어 다니던 귀면도객이 드디어 제 발로 무덤을 찾았구나. 전대 장문인의 원혼이라니, 헛소리를 지껄이더니 결국 이곳에서 뒈지려고 환장했군!”
사공표는 귀면 가면을 쓴 무강을 향해 채찍을 치켜들었다.
“네놈의 목을 베어 장문인 사촌 형님께 바치면, 나는 문파의 제2인자 자리를 굳히게 된다. 죽어라!”
콰아아앙!
사공표가 폭렬 진기를 실은 강철 가시 채찍을 허공으로 내리쳤다. 채찍 끝이 바람을 찢으며 무강이 서 있던 절벽 바위를 강타했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바위가 사방으로 박살 나며 날카로운 돌가루가 안개 속으로 튀었다. 일류 고수에 필적하는 이류 상기 무사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이었다.
하지만 무강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그는 외발 무게중심 경지의 폭발력을 이용해 왼발 하나로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안개 속에 가벼운 잔상만을 남기며 사공표의 머리 위 사각지대로 신형을 날렸다.
“이 기형적인 신법은 대체 뭐냐!”
사공표가 경악하며 채찍을 위로 휘둘렀다. 가시 박힌 채찍이 허공을 휘감으며 무강의 오른쪽 다리를 스쳐 지나갔다.
퍽!
채찍의 끝부분이 무강의 바지 천을 찢고 쇠가죽 압박대를 강타했다.
뿌드득!
무릎 관절의 어긋난 뼈들이 비틀리며 끔찍한 파열음이 절벽 끝에 울렸다. 뼈 조각들이 살점을 파고드는 지독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무강은 무심선 정신 수호로 뇌신경을 강제로 마비시키며 단 한 톨의 신음도 흘리지 않았다. 도리어 그는 그 충격을 이용해 몸을 회전시키며 바닥에 착지했다.
사공표는 무강이 다리를 절뚝이며 비틀거리는 모습을 포착하고 비열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다리를 다친 놈이었구나! 썩은 다리를 질질 끄는 꼴을 보니 문파 내부의 잡역부 놈이 분명하군! 내 친히 그 병신 다리를 마저 으스러뜨려 주마!”
사공표는 채찍을 하단으로 집중시키며 무강의 오른다리를 완전히 찢어발기기 위한 연속 채찍질을 가해왔다. 가시 채찍이 땅을 쓸 때마다 절벽의 석판들이 처참하게 깎여 나갔다.
무강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절뚝이 환영보(절뚝이 환영보)를 전개했다.
오른다리를 디디며 비틀거리는 순간 발생하는 몸의 좌우 흔들림의 박자를 의도적으로 비틀었다. 사공표의 눈에는 귀면 살수가 고통에 겨워 쓰러지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놈은 승리를 확신하며 채찍을 정면으로 강하게 내리꽂았다.
하지만 그것은 엽무강이 설계한 기만의 덫이었다.
스으윽.
사공표의 채찍이 떨어진 곳은 무강의 실체가 아닌 허상이었다. 무강은 이미 기형적인 보법의 궤적을 왜곡하여 채찍이 가장 힘을 쓰지 못하는 안쪽의 사각지대, 즉 사공표의 품속 3척 거리까지 슬라이딩하듯 침투해 있었다.
“대체 어디로……!”
사공표의 동공이 극도로 수축했다.
무강의 손끝이 대나무 빗자루 자루의 손잡이를 가볍게 비틀어 당겼다.
서걱.
공기를 가르는 소리도, 쇳소리도 없었다. 빛을 반사하지 않는 얇고 날카로운 묵철 칼날이 자루 속에서 소리 없이 사출되었다. 정적의 도법 필살기, 무음발도 참(Silent Draw)이었다.
사공표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며 몸을 뒤로 젖혔다. 놈이 휘둘렀던 가시 채찍의 끝자락이 회수되며 무강의 얼굴을 쓸고 지나갔다.
챙강!
차가운 쇠가죽 귀면 가면에 균열이 가며 반쪽으로 쪼개져 허공으로 날아갔다. 밤안개와 붉은 달빛 아래, 엽무강의 살기 띤 차가운 외눈과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너…… 너는 문지기 무강……!”
사공표가 경악과 공포로 가득 찬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
무강의 묵철 칼날이 사공표의 목덜미를 소리 없이 스치고 지나갔다.
스스슥.
바람 소리조차 나지 않는 완벽한 정적 속에서, 사공표의 목뼈와 동맥이 단번에 양단되었다. 사공표는 목을 움켜쥔 채 붉은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놈의 눈동자 속에는 자신이 매일 채찍질하며 조롱했던 절름발이 문지기가 실은 문파의 정당한 후계자였다는 지독한 공포와 후회가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스윽.
무강은 칼날을 털어 자루 속에 다시 밀어 넣었다. 사공표의 시신이 절벽 바닥으로 쓰러지며 피웅덩이를 만들었다. 복수의 첫 단계는 끝났다.
그가 사공표의 목을 수습하려 허리를 숙이던 찰나, 청이안 감각에 기묘한 진동이 잡혔다.
저 멀리 낙조애로 이어지는 산길 안개 너머로, 수십 개의 주황색 불빛이 일렁이며 가파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사공혁이 보낸 직속 순찰 무사들의 횃불이었다. 놈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은표의 실종을 알아채고 낙조애 주변을 포위해 오고 있었다.
부러진 다리의 압박대가 터져 피가 흐르는 만신창이의 몸으로, 무강은 잘린 머리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포위망이 좁혀오는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그의 차가운 외눈이 횃불 불빛들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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