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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등불 아래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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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대나무 잎사귀를 때리는 소리가 창호지 너머로 무겁게 울렸다. 산 아래 환락가인 벽류가(碧流街)의 초입, 허름한 객잔의 밀실 안은 음습한 기운과 기름 등잔의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쿵.


문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며, 안개 속에서 흘러든 한 구의 시체 같은 형체가 바닥으로 쓰러지듯 밀려들었다. 엽무강이었다. 그의 전신은 비에 젖어 차갑게 식어 있었고, 호흡도, 맥박도 완전히 멈춘 상태였다. 초소의 감시꾼 한구의 눈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심장을 멈추는 비술인 심박 정지(Heart Halt)를 전개한 지 정확히 십이 분이 흐른 시점이었다.


밀실에서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던 장건이 경악하며 엽무강의 몸을 부축했다.


"사제! 정신 차리게!"


엽무강은 대답할 여력조차 없었다. 그의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붉은 등잔불이 번져 보였다. 뇌 세포에 산소가 고갈되어 가며 극심한 이명과 두통이 머릿속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남은 의지를 쥐어짜 오른손 검가락을 세워 자신의 가슴팍, 심장 바로 위의 급소인 전중혈을 강하게 내리쳤다.


퍽!


그와 동시에, 척추 속 골수에 가두어 두었던 차가운 묵혼심법의 진기를 심장 근육으로 폭발적으로 밀어 넣었다. 굳어 있던 심장이 거칠게 요동치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커헉……!”


엽무강의 입에서 억눌린 가쁜 숨과 함께 검붉은 선혈이 바닥으로 뿜어 나왔다. 깨진 단전의 날카로운 파편들이 뒤틀린 기맥을 찔러 들어오는 극심한 통증에 전신이 비틀거렸다. 무릎 관절을 고정하고 있던 쇠가죽 압박대의 강철 침이 살을 파고들어 바지 안쪽이 다시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한골고의 약효가 서서히 연소되며 뼈를 깎는 통증이 돌아오고 있었다.


“사제, 괜찮은가? 무리를 해도 너무 무리를 했어. 심장을 멈추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장건이 급히 수건으로 엽무강의 입가에 묻은 검은 피를 닦아내며 낮게 속삭였다.


엽무강은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흐려진 동공을 벼려냈다. 그의 눈빛에서 비굴한 문지기 ‘무강’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얼음처럼 차가운 귀면도객의 안광만이 번뜩였다.


“일각의 시간은 넘기지 않았다, 사형. 사공표의 동태는 어찌 되었나?”


장건은 무거운 표정으로 품속에서 기름때 묻은 두꺼운 장부책 하나를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네 예측이 맞았네. 사공표가 흑무가의 살수들을 끌어들이려 움직이고 있네. 이건 삼서파(三書派)의 두목이자 벽류가의 악명 높은 포주인 황만두(黃萬頭)와 사공표 사이의 비밀 거래 장부네. 사공혁 일파가 정무맹 장로들에게 바칠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문파의 재정을 탕진하자, 사공표가 사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벽류가의 불법 이권에 손을 댄 거지.”


엽무강은 장부를 훑어내렸다. 수많은 평민들의 고혈을 짜내어 만든 은자들의 행방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배신자들이 세운 누각은 탐욕으로 가득 차 썩어가고 있었다.


그때, 밀실의 창문 틈새로 미세한 바람이 일며 흙 묻은 작은 쪽지 하나가 떨어졌다. 대주방에서 일하는 침묵의 식모, 삼월이가 비밀 통로를 통해 장건의 표국 무사에게 전달한 극비 쪽지였다.


엽무강이 쪽지를 펼쳐 든 순간, 그의 온몸이 굳어버렸다. 쪽지에 적힌 몇 줄의 글귀가 그의 심장을 얼려버릴 듯 차갑게 파고들었다.


[사공표의 심복들이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오늘 밤 자시(子時)에 산 아래 약방의 연희를 납치하기로 함. 벽류가의 포주 황만두에게 기녀로 팔아넘겨 거액의 은자를 챙기려는 음모임. 이미 납치조가 움직이기 시작했음.]


바스락.


엽무강의 손아귀 속에서 종이쪽지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부스러졌다.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하강했다. 엽무강의 몸 주위로 무형의 차가운 묵기(Silent Qi)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며, 탁자 위의 등잔불이 푸르스름하게 흔들렸다. 그의 유일한 혈육이자, 스스로 다리를 부러뜨리며 지옥 같은 비굴함을 버텨내게 만든 단 하나의 삶의 이유인 연희가 배신자들의 탐욕스러운 아가리에 삼켜지려 하고 있었다.


“이런 개만도 못한 역적 놈들이…….”


엽무강의 이빨 사이로 피맺힌 음성이 새어 나왔다. 분노가 극에 달하자, 깨진 단전에서 흘러나온 진기가 폭주하며 목구멍으로 피가 울컥 치밀었다. 그는 억지로 검은 피를 삼켜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제! 진정하게! 지금 네 다리 상태로는 정면으로 움직일 수 없어. 약방 주변에는 이미 사공표의 무사들이 깔려 있을 걸세. 지금 정체를 드러내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장건이 황급히 그의 어깨를 가로막으며 만류했다.


엽무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품속에서 튕겨 나간 얇고 예리한 묵철 침(묵철 침) 한 자루가 허공을 소리 없이 갈랐다.


깡!


장건이 반사적으로 뽑아 든 강철 도검의 칼날 끝을 묵철 침이 정확히 타격했다. 맑고 높은 파열음과 함께 장건의 무거운 도검이 크게 진동하며 그의 손목을 마비시켰다. 장건은 자신의 손귀가 얼어붙는 듯한 묵혼심법의 진기에 경악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내 다리는 부러졌으나, 내 칼날은 여전히 예리하다, 사형.”


엽무강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그것은 오직 죽음을 집행하는 사신의 음성이었다.


“정면으로 약방에 들어가면 문지기 ‘무강’의 정체가 탄로 난다. 사공표의 무사들이 연희의 몸에 손을 대기 전에, 이 음모를 기획한 몸통을 직접 쳐야 한다. 벽류가의 지하 수중 수로(벽류가 지하 수중 수로)를 통해 황만두의 아지트를 직접 쳐서 납치 명령 자체를 말살하겠다.”


장건은 엽무강의 결연한 눈빛을 보며 더는 만류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황급히 벽면에 걸려 있던 벽류가 지하 수로 도면을 펼쳤다.


“이것이 황만두의 기루 지하로 연결되는 수로 도면이네. 수중 창살에 흑무가 살수들이 감지 방울을 달아두었으니 극도로 조심해야 하네.”


엽무강은 도면의 복잡한 물길을 단 한 번의 눈길로 머릿속에 각인했다. 그의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고요한 살기가 폭우가 쏟아지는 창밖의 어둠을 향했다.


그는 품속에서 붉은 안광이 서린 귀면 가면을 꺼내어 얼굴에 단단히 밀착시켰다. 차가운 쇠가죽 안감이 그의 얼굴에 닿는 순간, 엽무강은 빗자루 자루 속에 숨겨두었던 얇고 날카로운 철척비(Iron Broom Blade)의 자루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스스슥.


그의 신형이 안개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빗소리만이 객잔의 빈 밀실을 공허하게 때리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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