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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를 가르는 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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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뇌성(雷聲)은 귀가 아닌 가슴뼈를 먼저 때렸다. 안개 자욱한 산문 앞 삼거리에 푸른 섬광이 폭발하듯 번뜩인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마차 천장을 찢고 허공으로 솟구친 우문패(우문패)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온 뇌전진기(⚡)가 자욱한 백색 안개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그 푸른 뇌전의 한가운데서, 우문패의 거대한 뇌절도가 가위눌린 듯 굳어버린 진설아(진설아)의 정수리를 향해 사선으로 내리꽂혔다. 무지막지한 일류 고수의 내력이 대기를 짓누르자, 사방의 댓잎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마차 바퀴를 베어내느라 착지 자세가 무너진 진설아의 눈동자에 절망적인 푸른 빛이 가득 들어찼다.


‘죽는다.’


진설아가 청강수선검을 치켜들려 했으나, 우문패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기압에 온몸의 기맥이 얼어붙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었다. 뇌전의 불꽃이 그녀의 앞머리를 태우기 직전이었다.


스스스스.


그 파멸적인 소음과 섬광을 뚫고, 기이할 정도로 고요한 진공의 장막이 삼거리를 덮쳤다.


어둠 속에서 솟구친 칠흑 같은 신형이 진설아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반쯤 깨진 귀면 가면 너머로 차가운 외눈을 번뜩이는 사신, 귀면도객이었다.


엽무강은 땅을 딛고 서 있지 않았다. 그의 오른쪽 다리는 가짜 다리 깁스 아래 으스러진 뼈마디가 비틀려 감각을 잃은 지 오래였고, 우문패의 내력 공격으로 마비된 왼팔은 삼베 밧줄로 몸통에 단단히 묶여 고정되어 있었다. 오직 성한 오른손 하나로 대나무 빗자루 자루에서 뽑아낸 얇고 날카로운 묵철 칼날, 철척비(Iron Broom Blade)를 쥐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엽무강은 왼발 끝에 묵혼심법(Mukhon Mind Method)의 묵기를 폭발적으로 집중시켰다. 외발 무게중심 경지를 극대화하여 대나무 한 자락을 딛고 솟구친 그의 오른손이 허공을 향해 부드럽게 그어졌다.


정적의 도법 1성, 무풍(Windless).


칼날이 공기를 가를 때 발생하는 미세한 마찰음과 바람 소리를 완전히 지워버린 무음의 참격이 푸른 뇌전의 궤적을 소리 없이 가로막았다. 빛조차 삼켜버릴 듯 어두운 검은 묵기의 선이 푸른 벼락의 한가운데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쾅-!


귀를 찢는 폭음이 삼거리를 뒤흔들었다. 침묵과 폭렬의 충돌이었다. 우문패의 양강하고 무거운 뇌전 진기가 철척비의 얇은 칼날을 타고 엽무강의 오른손목을 거쳐 전신 뼈마디로 사정없이 흘러들었다.


“크윽……!”


엽무강은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피를 이빨을 악물며 삼켜냈다. 채찍에 찢겨 나갔던 등의 상처가 다시 터져 도포 안쪽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단전이 깨진 기형적인 육체는 일류 고수의 직격 내력을 온전히 버텨내지 못했다. 뇌전의 전류가 뼛속 골수를 태우는 듯한 지독한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는 묵혼심법의 운기법을 전개했다. 흘러들어온 뇌전의 파동을 깨진 단전이 아닌, 척추와 전신 골격 깊숙한 곳으로 강제로 끌어내려 소멸시켰다. 뼈마디가 비틀리고 골수가 타들어 가며 전신이 오들오들 떨렸지만, 귀면 가면 뒤의 차가운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놈……! 귀면 살수!”


우문패의 거구가 반동으로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뒤로 착지했다. 놈의 얼굴에 서린 칼흉터가 푸른 뇌전의 잔상 속에서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놈은 자신의 필살 기습을 가볍게 쳐낸 귀면도객의 존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리도, 살기도 없이 안개 속에서 솟구쳐 오른 그 칼날은, 놈이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기괴한 살수(殺手)였다.


“진설아, 제갈현을 단죄하고 장부를 확보하시오. 이놈은 내가 묶어두겠소.”


엽무강은 몸을 돌리지 않은 채 나직하게 명령했다. 그의 목소리는 묵혼의 기운이 실려 지극히 낮고 차가웠다. 진설아는 그 압도적인 침묵의 위압감에 정신을 차리고,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기울어진 마차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제갈현을 향해 청강수선검을 겨누며 돌격했다.


“어딜 감히!”


우문패가 제갈현을 구하기 위해 뇌절도를 휘두르며 진설아의 등 뒤를 쫓으려 했다. 놈의 발끝에서 푸른 번개가 사방으로 튀었다.


스스슥.


그 순간, 엽무강의 신형이 안개 속에서 기묘한 박자로 흔들렸다. 절뚝이 환영보(Hwanyeongbo)였다. 오른다리를 절뚝이는 순간 발생하는 기하학적인 신체 흔들림과 시간의 공백을 이용해, 적의 시야와 거리 감각을 완전히 교란하는 기형적인 보법이었다.


뚝, 뿌드득.


엽무강은 일부러 오른쪽 무릎 관절을 강하게 비틀어 어긋나게 만들었다. 끔찍한 뼈 마찰음, 즉 골음 기만(骨音)이 안개 속에서 울려 퍼졌다.


우문패의 날카로운 기감이 그 뼈 소리를 쫓아 뇌절도의 검로를 하단으로 꺾었다. 절름발이의 약점인 다리를 단번에 베어버리겠다는 잔인한 계산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엽무강이 설계한 덫이었다. 뼈 소리가 나는 순간, 엽무강은 전신의 모든 무게중심을 왼발 하나에 집중시켰다. 외발 무게중심 경지의 폭발적인 도약력이 대지를 박찼다. 엽무강의 신형은 우문패가 예측한 하단 검로를 비웃듯, 허공을 가로지르며 놈의 사각지대인 왼쪽 옆구리로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뭐라?”


우문패의 애꾸눈이 경악으로 크게 벌어졌다. 놈의 뇌절도가 허공의 진흙바닥을 가르며 푸른 번개를 터뜨리는 사이, 엽무강의 철척비가 소리 없이 우문패의 목덜미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바람 소리조차 나지 않는 진공의 궤적, 묵흔도(Dark Trace Blade)였다.


쉭-!


우문패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고개를 뒤로 꺾었다. 찰나의 차이로 철척비의 얇은 칼날이 놈의 턱밑을 스쳐 지나갔다. 칼날이 직접 닿지 않았음에도, 공기 저항이 제로에 가깝게 설계된 무풍의 진공 기압이 우문패의 목덜미 피부를 가늘게 찢어발겼다. 붉은 피가 가늘게 뿜어져 나와 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이 비겁한 쥐새끼가……!”


일류 고수로서 평생 맛보지 못한 굴욕에 우문패의 전신에서 광기 어린 폭렬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놈은 목덜미에서 흐르는 피를 손가락으로 훔쳐보더니, 이빨을 드러내며 끔찍하게 웃었다. 놈의 전신에서 흐르던 푸른 전류가 뇌절도의 칼날 위로 무섭게 응축되기 시작했다.


지지직! 지직!


안개 속에 서려 있던 차가운 습기들이 뇌전의 열기에 증발하며 삼거리의 대기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일류 고수의 분노가 안개 덮인 삼거리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한 파괴적인 뇌전의 소용돌이로 바꾸어 놓았다. 사방에서 푸른 번개 줄기가 떨어지며 대나무 숲의 대나무들이 벼락을 맞아 검게 그을려 쓰러졌다.


엽무강은 왼발로 무게중심을 잡은 채 철척비를 비스듬히 쥐었다. 으스러진 오른쪽 무릎의 한골고 약효가 급격히 연소되며 뼈마디가 타들어 가는 지옥 같은 고통이 뇌리를 때렸지만, 그는 가면 속에서 고요히 숨을 가라앉혔다.


‘철척비의 칼날 끝 균열이 심해졌다. 놈의 무겁고 양강한 뇌절도와 정면으로 부딪히면 칼날이 버티지 못한다. 연골유신술로 힘을 흘려보내야 한다.’


엽무강의 예리한 이성이 생사결의 한계를 정확히 짚어냈다.


“죽어라, 귀신 놈아!”


우문패가 대지를 박차며 날아올랐다. 놈의 거구 주위로 수십 줄기의 푸른 뇌전이 폭풍처럼 회전하며 엽무강의 전신을 가두었다. 사방이 푸른 빛과 고압의 전류로 가득 찬, 도망칠 곳 없는 절망의 감옥이었다.


우문패의 뇌절도가 천지를 가를 듯한 기세로 엽무강의 머리 위로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뇌전의 열기가 귀면 가면의 쇠가죽 안감을 뜨겁게 달구었다.


엽무강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그는 오른손목을 미세하게 비틀어 철척비의 예리한 칼날을 수직으로 세웠다. 묵혼심법의 모든 묵기를 칼날 표면에 얇게 밀착시켜 진동을 흡수하는 정적참(Silent Slash)의 기운을 전개했다.


콰아아앙-!


푸른 벼락의 칼날과 칠흑 같은 침묵의 칼날이 허공에서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그 순간, 엽무강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쩌적.


정면 격돌의 무지막지한 충격과 양강한 뇌전 진기가 철척비의 얇은 몸체를 타고 흐르는 찰나, 손끝을 통해 끔찍한 물리적 균열의 진동이 전해졌다. 빗자루 자루 속에서 서슬 퍼렇게 날이 서 있던 예리한 묵철 칼날의 표면 위로 가느다란 미세 균열이 사정없이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침묵의 결계가 깨어지며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쇳소리의 파열음이 삼거리의 안개 속으로 폭발하듯 울려 퍼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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