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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덮인 삼거리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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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앞 삼거리는 짙은 음무(陰霧)로 가득 차 있었다. 안개는 습기를 머금어 무거웠고, 대나무 잎사귀 끝에 맺힌 차가운 이슬방울이 바닥의 진흙 위로 툭, 툭 떨어지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렸다. 이곳은 무경산 아래로 내려가는 험난한 고갯길과 타락한 환락가 벽류가로 향하는 길이 갈라지는 목구멍 같은 요충지였다. 상시 순찰대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검문검색을 실시하는 삼엄한 통제 구역이었으나, 오늘 새벽만큼은 기괴할 정도로 고요했다.


엽무강은 축축한 진흙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대나무 숲 어둠 속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 등의 상처가 불타는 듯 욱신거렸다. 제갈현의 가죽 채찍에 무참히 찢겨 나간 등 가죽은 연희가 지어준 한골고 고약 덕분에 겨우 피가 멈추었으나, 미세하게 움직일 때마다 살점이 다시 뜯겨 나가는 고통이 척추를 타고 뇌리를 찔렀다. 삼베 밧줄로 몸통에 단단히 고정해 둔 마비된 왼팔은 차가운 얼음 덩어리처럼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오른다리를 고정하고 있는 쇠가죽 압박대 내부의 강철 침이 살 속을 파고들어 검붉은 피가 가짜 다리 깁스 틈새로 조용히 흘러내렸다.


하지만 엽무강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괴물처럼 동공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그의 청이안(Hearing-Eye) 감각이 삼천 평 안의 모든 공기 흐름을 입체적인 지도로 그려내고 있었다. 사흘 전, 제갈현의 화려한 비단 도포 자락 끝 안감에 은밀히 묻혀두었던 한골산 가루의 매캐하면서도 쌉싸름한 약초 향이, 짙은 밤안개 속에서 가느다란 실처럼 이어져 다가오고 있었다. 제갈현은 사공혁에게 무경도문의 비전 도보 조각들과 막대한 밀수 은괴를 건네받고, 오늘 새벽 정무맹 본산으로 도망치듯 출발할 예정이었다. 놈의 품에 든 장부와 도보 조각을 빼앗아야만, 무경도문의 피맺힌 원한을 풀고 정무맹의 위선을 천하에 폭로할 수 있었다.


"시간이 되었소."


안개 속에서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처럼 단아하고 차가운 인상의 여검객, 진설아가 소리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도포를 입은 그녀의 손끝이 청강수선검의 자루를 쥔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가문을 찬탈하고 부모를 도륙한 사공혁과 그 배후인 정무맹을 향한 지독한 증오가 그녀의 매서운 안광 속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제갈현의 가마가 고개를 넘기 전에 단죄해야 하오. 장건의 표국 무사들이 외곽에서 길목을 차단하고 있으니, 놈은 이 삼거리로 올 수밖에 없소." 진설아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 순간, 대나무 숲의 댓잎들이 기묘한 박자로 흔들렸다. 엽무강이 밤마다 마구간에서 남몰래 가르친 소리 없는 발걸음, 귀식공의 기초 호흡법을 익힌 소칠의 기척이었다. 소칠은 뼈 호루라기를 부는 대신, 대나무 가지 사이로 작은 머리를 내밀며 손가락 마디를 기형적으로 움직였다. 엽무강과 소칠만이 공유하는 비밀 수화였다.


[우-문-패-가-마-차-에-직-접-탔-습-니-다.]


수화를 해독한 엽무강의 외눈이 순간적으로 좁혀졌다. 우문패. 뇌전의 기운이 흐르는 뇌절도를 휘두르는 일류 고수. 사공표가 죽은 뒤 사공혁이 문파의 비전 도보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은자를 주고 끌어들인 잔인한 용병이 감사관 제갈현의 마차에 직접 동승했다는 뜻이었다.


진설아가 이빨을 악물며 검을 반쯤 뽑아 들었다. "계획을 수정해야 하오. 내가 우문패를 막겠소. 그사이 귀하가 제갈현을 단죄하고 장부를 빼앗으시오."


엽무강은 청이안으로 그녀의 체내 경맥 흐름을 짚었다. 그녀의 기맥은 이류 상기에 머물러 있었다. 일류 고수이자 뇌전 진기를 다루는 우문패 앞에서는 단 세 합도 버티지 못하고 전신 경맥이 불타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안 되오." 엽무강의 목소리가 안개보다 차갑게 내려앉았다. "우문패의 뇌전은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오. 장건의 표국 무사들을 매복시키려 했던 계획도 철회하겠소. 그들이 개입했다간 우문패의 뇌절도 아래 흔적도 없이 몰살당할 뿐이오. 동맹의 안전을 위해, 이번 싸움은 오직 우리 두 사람의 힘으로만 돌파해야 하오."


"그럼 어찌할 셈이오? 우문패가 마차 안에서 내력을 모으고 있다면 기습 자체가 불가능하오."


"내가 우문패를 상대하겠소. 당신은 청강수선검으로 마차의 바퀴 축을 파괴하시오." 엽무강은 부러진 대나무 빗자루 자루, 즉 철척비의 손잡이를 가볍게 비틀어 얇고 날카로운 묵철 칼날을 소리 없이 미끄러뜨렸다. "가마마차가 기울어지는 찰나, 우문패의 시선이 마차 밖으로 쏠릴 것이오. 내가 놈의 뇌절도를 막아서는 동안, 제갈현의 목줄기를 끊고 장부를 확보하시오. 우문패가 마차에 있다면 정면 습격은 자살행위다. 당신의 검광으로 놈의 시선을 밖으로 끌어내야 하오."


진설아는 엽무강의 단호한 눈빛과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침묵의 기운에 압도당해 고개를 끄덕였다.


두두두두.


저 멀리 고갯길 모퉁이 너머로 무거운 가마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안개를 찢으며 다가왔다. 제갈현의 화려한 감사단 마차였다. 마차 내부에서는 우문패가 거대한 도를 무릎에 올린 채 삼엄하게 내력을 집중하고 있었으나, 엽무강은 묵혼심법의 묵기(Silent Qi)를 전신 골격 깊숙이 침잠시켜 공기 중의 먼지 한 톨과 같은 완벽한 진공의 존재로 숨어들었다. 적의 삼엄한 기감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고요한 매복이었다.


마차가 삼거리 검문소 바리케이드 앞에서 미세하게 속도를 줄이는 찰나, 진설아의 신형이 대나무 숲에서 전광석화처럼 솟구쳤다. 청강수선검이 가을 낙엽이 떨어지듯 기묘한 궤적을 그리며 마차의 무거운 무쇠 바퀴 축을 베어냈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마차가 한쪽으로 거칠게 기울어지며 제갈현의 비명 소리가 안개 속을 찢었다. 기습의 포문을 열고 마차 바퀴를 파괴하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마차의 천장이 푸른 벼락과 함께 사방으로 폭발하듯 뜯겨 나갔다.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한 푸른 뇌전의 강기가 자욱한 안개를 통째로 찢어발겼다. 거구의 사내, 우문패가 거대한 뇌절도를 치켜든 채 안개 속에서 괴물처럼 솟구쳐 올랐다. 놈의 눈동자에 번뜩이는 살기가 서리는가 싶더니, 뇌전의 도광이 가마 바퀴를 베어내고 자세가 무너진 진설아의 정수리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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