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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뒤의 보이지 않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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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에서 내려앉은 우문패의 차가운 그림자가 엽무강의 머리통을 짓누르듯 다가왔다.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무경도문의 앞마당을 하얗게 달구고 있었지만, 엽무강의 등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지붕에서 가볍게 뛰어내린 우문패의 육중한 신형이 먼지 구덩이 속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놈의 어깨에 비스듬히 걸려 있는 뇌절도에서 미세한 푸른 불꽃이 파지직 소리를 내며 튀었다.


창고지기 무사 조기풍은 이미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소매 안감 깊숙이 밀어 넣은 은괴 조각의 묵직한 무게가, 지금 이 순간에는 목을 내리누르는 단두대의 칼날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조기풍의 얼굴에서 기름진 술기운이 싹 가시며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조기풍. 그리고 절름발이 쥐새끼. 대낮부터 초소 구석에서 무엇을 그리 속닥이고 있었느냐?"


우문패의 외눈이 번뜩였다. 놈의 목소리에는 일류 고수 특유의 형형한 살기와 함께, 먹잇감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사냥개의 잔인한 확신이 서려 있었다.


엽무강은 빗자루를 쥔 채 즉시 흙바닥 위로 볼품없이 자빠졌다. 오른다리에 감긴 진흙 깁스가 돌바닥에 부딪히며 뿌드득, 하는 지독한 골음을 냈다. 삼베 밧줄로 몸통에 단단히 묶어 고정해 둔 마비된 왼팔이 바닥에 짓눌려 지독한 통증을 뿜어냈지만, 엽무강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살의를 무심선(Mindless Zen)으로 완벽하게 얼려 숨겼다. 묵혼심법의 묵기(Silent Qi)를 척추와 골수 깊은 곳에 가라앉히자, 놈의 예리한 기감망에는 오직 무능력하고 비천한 범인의 거친 호흡만이 잡힐 뿐이었다.


"아이고! 조 사형님! 살려주십시오! 소인이 잘못했습니다요!"


엽무강은 입을 반쯤 벌리고 침을 흘리며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멍청이 미소(Idiot Smile)를 지은 채, 흙바닥을 기며 조기풍의 장화 가죽을 붙잡으려 버둥거렸다.


"그 반짝이는 무쇠 덩어리(은괴) 사형님 드릴 테니 제발 때리지만 마십시오! 소인은 그저 사흘 뒤에 오신다는 귀한 손님 가마가 지나갈 길목을 미리 깨끗이 쓸어두려 했을 뿐입니다요! 장문인님께 목이 잘리기 싫어서 그랬습니다요, 헤헤헤!"


그 비굴하고 멍청한 울부짖음이 정막을 깼다. 조기풍은 엽무강이 은괴의 존재를 우문패 앞에서 대놓고 발설하자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 뇌물 수수 사실이 들통나면 사공혁 장문인의 손에 목이 날아갈 터였다. 조기풍은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엽무강의 가슴팍을 가죽 장화 끝으로 거칠게 걷어찼다.


"이 미친 절름발이 노예 새끼가 어디서 쓰레기장 고철 덩어리를 주워와서 나한테 바치겠다는 거냐! 내가 언제 네놈한테 뇌물을 달라고 하더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엽무강의 몸이 먼지 더미 속으로 굴렀다. 엽무강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놋전 세 푼을 품에 소중히 안아 들고 덜덜 떨었다.


우문패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놈은 조기풍의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소매 안쪽에 든 것을 꺼내라, 조기풍. 내 눈은 속이지 못한다."


조기풍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매 안감에서 엽무강이 건넸던 밀수 은괴 조각을 꺼냈다. 관청의 도장이 찍히지 않은 거친 은괴의 표면이 햇살 아래 둔탁하게 빛났다.


"대, 대장님. 오해이십니다! 이 미친 절름발이 놈이 쓰레기장에서 주운 출처 불명의 은괴를 제게 바치며 환심을 사려 하기에, 제가 압수하여 장문인 처소에 보고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저놈이 감히 정무맹 감사관 제갈현 어른의 영접 일정을 캐물으려 하기에 기가 막혀 매질을 하던 중이었습니다요!"


조기풍이 비겁하게 변명하며 무릎을 꿇었다. 우문패는 조기풍의 손에서 은괴를 낚아채 정밀하게 검수했다. Heukmuga 아지트에서 유출된 밀수 은괴가 분명했다. 우문패는 은괴를 품에 넣으며 바닥에 엎드린 엽무강을 매섭게 내려다보았다.


"절름발이 무강이. 네놈이 이 은괴를 정말로 쓰레기장에서 주웠단 말이냐?"


우문패가 단도의 끝으로 엽무강의 가짜 다리 깁스를 툭툭 건드렸다. 뇌전의 파동이 깁스 틈새를 타고 흘러들어 으스러진 무릎 관절을 자극했다. 엽무강은 무릎 속 뼈 조각들이 어긋나는 극통 속에서도 무심선으로 동공의 초점을 흐린 채, 바보처럼 침을 흘리며 대답했다.


"헤헤, 예! 반짝이는 돌멩이가 이쁩니다요! 조 사형님께 드리면 맛있는 보리밥이라도 한 그릇 더 주실까 했습니다요, 헤헤!"


우문패는 엽무강의 몸에서 어떠한 무공의 기척도, 살기의 흔들림도 감지하지 못했다. 놈은 조기풍을 향해 차갑게 읊조렸다.


"조기풍, 장문인의 허가 없이 사적으로 물건을 취하는 자는 목이 날아간다는 것을 잊지 마라. 이번 한 번은 내가 은괴를 회수하는 것으로 넘어가겠지만, 제갈현 어른의 영접에 한 치의 오차라도 생긴다면 네놈의 목을 베어 산문에 걸겠다."


"조, 존명! 대장님!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요!"


조기풍이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맹세했다. 우문패는 혀를 차며 무거운 도를 고쳐 매고 장문인 처소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놈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엽무강은 흙바닥에 누워 비굴한 바보의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조기풍은 우문패가 멀어지자 엽무강을 향해 침을 뱉으며 씩씩거렸다.


"더러운 절름발이 새끼, 네놈 때문에 내 목숨이 날아갈 뻔했다!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엽무강은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며 초소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조기풍의 매질 덕분에 우문패의 의심을 완전히 조기풍의 비리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제갈현의 영접 남쪽 산길 동선(사흘 뒤 묘시)도 손에 넣었으니, 첫 번째 기만 작전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


그날 저녁, 무경산에 짙은 음무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엽무강은 낡은 빗자루를 들고 주방 뒤편 마당을 쓸고 있었다. 마비된 왼팔은 옷자락 안쪽에 삼베 밧줄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오른다리는 가짜 깁스 때문에 뻣뻣하게 굳어 절뚝거렸다. 일상이 곧 무공 수련이자 처절한 기만 연기였다.


그때, 대주방의 식모 삼월이(삼월이)가 잔반 그릇이 가득 담긴 무거운 나무 대야를 이끌고 마당을 지나쳐 걸어왔다. 삼월이는 머리에 수건을 눌러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극도의 공포와 긴장감으로 잘게 떨리고 있었다.


*서걱, 서걱.*


엽무강이 빗자루질을 하며 삼월이의 발밑을 지나는 찰나, 삼월이가 들고 있던 대야에서 낡은 잔반 그릇 하나가 흙바닥 위로 툭 떨어졌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삼월이가 급히 허리를 굽혀 그릇을 줍는 척했다. 그 짧은 순간, 삼월이의 마른 손가락이 그릇 밑바닥에 붙어 있던 흙 묻은 작은 종이쪽지를 엽무강의 부러진 깁스 붕대 틈새로 신속하게 밀어 넣었다. 모든 동작은 빗자루 먼지 구덩이 속에서 소리 없이 이루어졌다.


삼월이가 서둘러 주방 안으로 사라진 후, 엽무강은 초소 구석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 붕대 틈새의 쪽지를 펼쳤다. 붉은 안료로 급히 필사된 삼월이의 비밀 전령서였다.


[내무장로 서태윤(서태윤)이 최근 문파 내부의 극비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사공혁 장문인이 제갈현 감사관에게 바칠 은자 만 냥과 전대 장문인의 비전 도보를 정돈하고 있다는 소식이 새어나간 것을 알고 폭주하고 있습니다. 서태윤은 주방 식모들과 잡역부들 사이에 밀정이 숨어 있다고 확신하고, 오늘 밤 초시(밤 9시)에 대연무장에서 대대적인 신체 수색과 가혹한 심문을 집행하려 합니다. 제 품속 치마 안감에 도문의 비전 도보 필사본 조각이 숨겨져 있습니다. 수색에 걸리면 저와 마구간의 소칠(소칠)까지 전부 지하 감옥에서 고문당해 죽을 것입니다. 오라버니, 제발 구해주십시오.]


바스락.


쪽지를 쥔 엽무강의 오른손아귀에 미세한 묵혼의 기운이 실렸다. 종이쪽지가 순식간에 고운 가루가 되어 밤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차가운 분노가 소용돌이쳤다. 서태윤. 사공혁에게 문파의 비전 서적을 바치고 내무장로 자리를 꿰찬 교활한 기회주의자. 놈의 치밀하고 냉혹한 손길이 주방의 삼월이와 마구간의 어린 소칠의 숨통을 죄어오고 있었다.


'삼월이가 가진 필사본이 들통나면 복수의 기틀이 통째로 무너진다. 소칠의 목숨도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엽무강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왼쪽 어깨와 팔은 우문패의 내력 공격으로 인해 완전히 마비되어 쓸 수 없었고, 오른쪽 무릎 관절은 한독과 염증으로 삐걱거리고 있었다. 이 만신창이의 몸으로 서태윤과 수십 명의 정예 무사들이 버티고 있는 연무장에 무력으로 난입하는 것은 정체를 스스로 드러내고 자멸하는 짓이었다.


'무력으로 돌파할 수 없다면, 놈의 주의를 통째로 돌려놓을 거대한 소동을 일으켜야 한다.'


엽무강은 초소 문을 열고 저 멀리 어둠 속에 잠긴 문파 마구간(문파 마구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냄새나고 더러운 군마들의 거처. 그곳에는 그의 유일한 대제자이자 비밀 연락책인 소칠이 대기하고 있었다.


***


밤 초시(밤 9시)가 다가오자, 대연무장 주변에 횃불들이 삼엄하게 밝혀졌다.


차가운 밤바람을 가르며 내무장로 서태윤이 회색 도포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연무장 단상 위에 들어섰다. 놈의 염소수염이 바람에 흩날렸고, 굳게 다문 입술 뒤로 이류 절정의 차가운 소양진기가 이글거렸다. 단상 아래에는 주방 식모 삼월이를 비롯한 수십 명의 하급 잡역부들과 노예들이 두려움에 떨며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최근 문파 내부의 극비 정보가 쥐새끼처럼 밖으로 유출되고 있다. 장문인 어른의 영접 준비 동선과 비전 서적의 흐름을 아는 자는 이곳 주방과 창고의 일꾼들뿐이다."


서태윤의 목소리가 얼음송곳처럼 연무장을 찔렀다. 놈은 손가락 끝으로 단도 한 자루를 만지작거리며 단상 아래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오늘 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전신의 옷자락과 품속을 일일이 뒤질 것이다. 만약 의심스러운 필사본이나 놋전, 혹은 수상한 약재라도 나오는 날에는 그 자리에서 단전을 파괴하고 목을 베어 귀곡협에 던지겠다."


무사들이 횃불을 치켜들며 잡역부들의 앞뒤를 삼엄하게 가로막았다. 서태윤은 첫 번째 식모의 앞으로 다가서서 단도의 칼끝으로 그녀의 옷자락을 거칠게 찢어발기며 수색을 시작했다.


줄의 세 번째에 서 있는 삼월이의 얼굴은 이미 핏기가 완전히 가셔 있었다. 그녀의 치마 안쪽 깊숙한 주머니에는 낮에 서고에서 필사해 둔 도문의 정통 심법 구결 조각이 숨겨져 있었다. 서태윤의 차가운 손길이 두 번째 식모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품속을 뒤지기 시작하자, 삼월이의 호흡이 가빠지며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발각까지 남은 시간은 단 수십 호흡에 불과했다.


같은 시각, 대연무장 구석의 어두운 그늘 속.


엽무강은 낡은 빗자루를 짚은 채 휠체어도 없이 절뚝거리며 서 있었다. 마비된 왼팔은 삼베 옷안에 묶여 미동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의 오른손가락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엽무강은 마구간 울타리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소년 소칠을 향해 그의 특유의 수화 규칙인 '그림자 무음 수호령'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오른손가락 마디를 미세하게 튕기고, 빗자루 자루를 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한 번 비스듬히 기울였다. 일반 무사들의 눈에는 그저 다리가 불편한 문지기가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는 멍청한 몸짓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마구간 구석에서 대기하던 소칠의 형형한 눈빛은 그 신호를 정확하게 포착했다.


‘마구간의 비밀 빗장을 풀고, 호루라기를 불어 군마들을 폭주시켜라.’


소칠은 침을 꿀꺽 삼키며 굳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횃불 불빛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살랑이듯 마구간 내부의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마구간 내부에는 사공혁 파벌의 무사들이 타고 다닐 강건하고 사나운 군마 수십 마리가 쇠사슬에 묶여 씩씩거리고 있었다. 소칠은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마구간 수비 무사들의 눈을 피해, 군마들의 목을 옭아매고 있던 무거운 강철 빗장과 쇠사슬 고리들을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빗장이 소리 없이 풀려나가자, 군마들이 자유로워진 목을 흔들며 콧김을 뿜었다. 소칠은 품속에서 엽무강이 직접 깎아 선물해 준 비장의 도구, '소칠의 호루라기'를 꺼내 들었다.


개뼈를 깎아 만든 기괴한 모양의 뼈 호루라기였다. 소칠은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엽무강이 가르쳐준 대로 미세한 내력을 호흡 끝에 실어 강하게 불었다.


*휘이이이이-!*


일반 평민이나 이류 이하 무사들의 귀에는 단 한 톨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기괴한 초고주파의 파동이었다. 오직 기감이 극도로 발달한 일류 고수나, 청각이 예민한 짐승들의 고막만을 찢어발기는 무형의 음파였다.


"히히힝-!"


"푸르르르! 쾅! 쾅!"


순간, 마구간 안의 군마 수십 마리가 일제히 미친 듯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귀를 찢는 듯한 고주파 음파가 군마들의 뇌신경을 사정없이 자극하자, 사나운 군마들이 눈을 붉게 충혈시킨 채 마구간의 두꺼운 목조 벽면과 울타리를 앞발로 사정없이 들이받았다.


콰아앙! 콰직!


단단한 목조 울타리가 군마들의 무지막지한 발길질에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수십 마리의 군마들이 붉은 콧김을 뿜으며 마구간 밖으로 터져 나왔다.


***


대연무장 단상 아래.


내무장로 서태윤의 마른 손가락이 마침내 삼월이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서태윤은 삼월이의 떨리는 어깨와 창백하게 질린 입술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네년이구나. 쥐새끼처럼 몸을 떨고 있는 꼴을 보니, 품속에 숨겨둔 것이 아주 귀한 모양이지?"


서태윤의 손가락끝이 삼월이의 치마 안쪽 깃을 낚아채 찢어발기기 바로 직전의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구구-!*


대지를 뒤흔드는 가공할 만한 발굽 소리와 함께, 저 멀리 어두운 마구간 방향에서 자욱한 흙먼지가 폭풍처럼 연무장을 향해 들이닥쳤다.


"으, 으악! 군마들이 탈출했다!"


"말들이 미쳐 날뛴다! 대피하라!"


경비를 서던 무사들이 경악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눈을 붉게 희번덕거리는 수십 마리의 군마들이 연무장의 횃불대를 들이받으며 단상을 향해 광포하게 돌진해 들어왔다. 쓰러진 횃불대에서 번진 불길이 연무장 바닥의 마른 짚단과 목조 울타리에 붙으며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과 연기가 사방을 덮쳤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서태윤은 삼월이의 옷자락을 잡으려던 손을 급히 거두며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 미쳐 날뛰는 거구의 군마 한 마리가 놈의 머리 위로 앞발을 치켜들며 사정없이 내리찍으려 했기 때문이다.


"하찮은 짐승 놈들이 감히!"


서태윤이 노호하며 소양기공(소양기공)의 붉은 내력을 양손 끝에 응축해 날뛰는 말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콰앙! 하는 파열음과 함께 군마 한 마리가 피를 토하며 옆으로 쓰러졌지만, 그 뒤로 열 마리가 넘는 군마들이 무더기로 단상 주변의 무사들을 들이받으며 연무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장로님! 마구간의 빗장이 전부 풀려 있습니다! 누군가 고의로 말들을 풀어놓은 것이 분명합니다!"


한구가 비명을 지르며 보고했다. 서태윤은 날뛰는 말들을 제압하기 위해 급히 신형을 날려 연무장 한복판으로 뛰어내려야 했다. 놈의 차가운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당장 말들을 죽여서라도 제압해라! 배후에 쥐새끼가 숨어 있다!"


아수라장이 된 연무장의 불길과 연기 속에서, 삼월이는 바닥에 엎드린 채 치마 속 비밀 도보 필사본을 입안 깊숙이 밀어 넣어 삼켜버렸다. 엽무강은 연기 자욱한 그늘 속에서 비굴하게 빗자루를 끌어안고 구르는 척하며, 서태윤의 이목이 완전히 분산되는 모습을 차갑게 지켜보았다.


교란 작전은 성공했으나, 서태윤의 분노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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