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류가의 붉은 그림자
사공혁의 피비린내 나는 시선이 마구간 구석에서 빗자루를 쥐고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절름발이 문지기, 엽무강의 정수리에 꽂혔다.
마구간 바닥에 고여 있는 차가운 정적이 숨통을 조여왔다. 썩은 말똥 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사공혁이 내뿜는 화경 반보의 폭렬 진기가 파도처럼 밀려와 엽무강의 전신을 압박했다. 금방이라도 뼈마디가 바스러질 듯한 위압감이었지만, 엽무강은 본능적으로 전신의 맥을 죽였다. 묵혼심법의 기운을 골수 깊은 곳에 가라앉히고, 오직 비천한 범인의 공포만을 안면에 띄웠다.
“장 형님…… 장 형님이 진짜로 귀신에게 잡혀간 것입니다요! 흑흑, 소인이 밤새 초소에서 천둥소리를 들었는데, 마구간 쪽에서 귀신 우는 소리가 났습니다요!”
엽무강은 바닥에 넙죽 엎드려 머리를 석판에 찧어댔다. 입가에서는 바보 같은 침이 흘러내렸고, 가짜 다리 깁스를 한 오른쪽 무릎을 가련하게 떨었다. 왼팔은 여전히 우문패의 뇌전 타격으로 마비되어 삼베 밧줄로 몸통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 비참하고 꼴사나운 몰골에 사공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사공혁은 장태산의 부풀어 오른 시신으로 시선을 돌렸다. 장태산의 양다리 관절은 기형적으로 으스러져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실족사로 보기에는 뼈의 파쇄 형태가 지나치게 정교했다. 마치 고도의 외공이나 관절 꺾기 기술에 당한 것처럼 말이다. 사공혁이 의심 어린 눈초리로 우문패를 돌아보았다.
“우문 대협, 이 상처를 어찌 보시는가? 단순한 실족으로 이렇게 뼈가 가루가 될 수 있는가?”
우문패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장태산의 으스러진 무릎을 만져보았다. 놈의 눈매가 날카롭게 좁혀졌다. 엽무강은 숨을 죽인 채 놈의 손끝을 주시했다. 만약 우문패가 어젯밤 귀곡협에서 마주친 귀면도객의 관절 파괴 수법과 이 상처의 유사성을 눈치챈다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터였다.
“흠…….”
우문패는 턱을 쓰다듬으며 으스러진 뼈 조각들을 만져보았다. 엽무강이 밤중에 연골유신술의 힘을 역으로 주입해 뼈를 무작위로 짓이겨 두었기에, 정교한 무공의 흔적은 오물 속에 완전히 묻혀 있었다. 우문패는 이내 흥미를 잃은 듯 손을 털며 일어섰다.
“무거운 몽둥이를 차고 다니다가 구덩이에 빠지며 제 무게에 짓눌린 모양입니다. 무공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는군요. 그보다 어젯밤 귀곡협에서 도망친 그 쥐새끼의 흔적이 더 급합니다.”
사공혁은 낮게 신음하며 벽력도 자루를 움켜쥐었다. 놈의 편집증적인 의심은 가라앉지 않았으나, 우문패의 진단에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독고 장로, 문파 내부의 통제를 극도로 강화해라. 특히 다리를 저는 놈들과 잡역부들의 동선을 하루 단위로 감시해라. 쥐새끼 한 마리도 산문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존명!”
사공혁의 지령이 내려지자 마구간을 가득 채웠던 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엽무강은 바닥에 엎드린 채 속으로 차갑게 미소 지었다. 장태산의 단죄는 사고사로 덮었으나, 이제 문파 내부에서의 활동은 완전히 제약당했다. 사공혁의 숨통을 조이고 Heukmuga의 비호 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밤의 무대를 산 아래 환락가인 ‘벽류가’로 넓혀야만 했다.
***
깊은 밤, 자시(子時) 경.
무경산 전체에 사공혁의 경비 강화령으로 인해 횃불 불빛이 촘촘히 밝혀져 있었다. 산문 초소 주변 역시 평소보다 세 배는 많은 순찰 무사들이 번뜩이는 눈으로 경계를 서고 있었다. 엽무강이 밤사냥을 위해 초소를 나서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엽무강에게는 산 아래 표국의 든든한 의형제, 장건이 있었다.
*끼이익, 탁.*
초소 앞마당으로 거친 지게와 수레를 끈 장건의 표국 마차가 들어섰다. 표국의 짐꾼 옷을 거칠게 걸친 장건은 문파 내부의 오물과 쓰레기를 수거한다는 명목으로 산문에 당도했다.
“어이, 절름발이! 마당 청소는 다 해놨냐? 얼른 수레에 쓰레기 자루나 실어라!”
장건이 거친 고함 소리로 무사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 엽무강은 비틀거리며 수레 뒤편으로 다가갔다. 빗자루를 기둥에 기대어 놓고 엎어지는 척 연기하며, 엽무강은 장건의 표국 마차 밑바닥에 숨겨진 이중 비밀 칸막이 속으로 몸을 신속하게 밀어 넣었다.
*쾅, 쾅.*
장건이 마차 바닥을 구두 굽으로 두 번 쳐 신호를 보냈다. 엽무강은 좁고 어두운 나무 틈새에 몸을 웅크린 채 숨을 죽였다. 갈비뼈에 금이 가고 무릎이 재파열된 만신창이의 몸뚱이가 좁은 공간에 갇히자 지옥 같은 극통이 밀려왔지만, 그는 묵혼심법의 기운으로 심장 박동을 늦추며 고통을 뼈 속으로 가라앉혔다.
“정지! 마차 검문을 실시한다!”
산문 입구를 지키던 사공혁 파벌의 하급 간부 고태평이 마차를 가로막았다. 놈들은 무거운 강철 창을 들어 마차 위의 짚단과 오물 자루들을 사정없이 찔러대기 시작했다.
*푸욱! 서걱!*
날카로운 창끝이 엽무강의 머리통 바로 위 1인치 두께의 목판을 관통해 들어왔다. 먼지와 짚더미 가루가 엽무강의 콧등 위로 떨어져 내렸으나, 그는 귀식공을 전개해 호흡을 완전히 멈춘 채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만약 창날이 조금만 더 깊게 박혔다면 그의 심장이 꿰뚫렸을 터였다.
“이상 없습니다! 통과하시오!”
고태평의 허락이 떨어지고, 마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파른 산길을 덜컹거리며 내려가는 내내 엽무강의 으스러진 무릎 관절에서는 피가 배어 나와 깁스 붕대를 적셨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어둠 속에서 칠흑 같은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
마차가 덜컹거림을 멈추고 사방에서 시끄러운 가야금 소리와 취객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붉은 등불이 일렁이는 환락가, 벽류가(벽류가) 초입에 당도한 것이다.
장건이 표국 창고 뒤편의 음지 골목에 마차를 세우고 비밀 칸막이를 열었다. 엽무강은 식은땀을 흘리며 어둠 속으로 몸을 굴려 빠져나왔다. 장건이 황급히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무강이, 괜찮은가? 다리가 이 지경인데 무리를 하다니…….”
“괜찮네, 사형. Heukmuga의 동태는 어찌 되었나?”
엽무강은 마비된 왼팔을 품속에 단단히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빗자루 자루 속에 숨겨둔 철척비를 움켜쥐었다. 장건은 품속에서 붉은 등불 빛이 새어드는 창가 아래로 비밀 장부를 펼쳐 보였다.
“네 예측이 맞았네. 사공혁이 철기방에서 납품받는 무기들의 대금이 이 벽류가의 거물 기루들을 통해 세탁되고 있더군. Heukmuga의 살수들과 포주들이 사공혁의 비밀 자금줄 역할을 하며 이 지역의 이권을 장악하고 있네. 오늘 밤에도 철기방의 밀수 무기들이 벽류가 지하 수중 수로를 통해 비밀리에 반입될 예정이네.”
엽무강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벽류가 지하 수중 수로(벽류가 지하 수중 수로).
그곳은 Heukmuga 살수들이 시체를 유기하고 암시장 무기를 밀반입하는 금지구역이자, 그들의 본진 아지트로 통하는 비밀 통로였다. 그 수로를 장악하는 것이야말로 사공혁의 자금줄을 끊고 복수의 기반을 다질 유일한 방법이었다.
“내 수중 수로를 통해 Heukmuga의 아지트로 침투하겠네.”
“미쳤나! 그 수로는 흑풍대의 살수들이 상시 감시하는 죽음의 수로네. 게다가 물속에는 침입자를 감지하는 특수 경보 장치가 깔려 있다고 들었네!”
장건이 만류했으나, 엽무강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지상으로 침투하는 것은 적들의 수적 우위에 밀릴 뿐이네. 물속의 침묵이야말로 내 정적의 도법이 가장 강해지는 전장이지.”
엽무강은 품속에서 반쯤 깨진 귀면 가면에 다시 끈을 묶어 얼굴에 밀착시켰다. 붉은 안광이 서린 가면 뒤로 차가운 복수자의 눈빛이 깨어났다.
***
깊은 밤, 벽류가 아래를 흐르는 지하 수중 수로 입구.
악취가 진동하고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오수 위로 붉은 기루의 등불 빛이 희미하게 번사되어 흔들리고 있었다. 물 표면에서는 유독 가스가 얇은 안개처럼 피어올랐고, 뼈를 깎는 듯한 지하의 냉기가 가득했다.
엽무강은 으스러진 무릎 관절에 일매 노파가 조제해 준 한골고를 사정없이 발라 넣었다. 뼈마디가 강제로 마비되며 통증이 일시적으로 사라지자, 그는 망설임 없이 차가운 오수 속으로 몸을 던졌다.
*스륵.*
물방울 소리조차 내지 않는 기형적인 입수였다.
차가운 물속으로 온몸이 잠기자, 으스러진 오른쪽 무릎 뼈마디 속으로 지독한 한독(寒毒)이 벼락처럼 침투해 들어왔다. 뼈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극통과 함께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오한이 밀려왔다. 엽무강은 이빨을 악물며 전신의 숨구멍을 닫고 심장 박동을 멈추는 귀식공(Turtle Breathing Technique)을 극단적으로 전개했다.
쿵…… 쿵…… 쿵…….
심장 박동이 분당 다섯 번 이하로 떨어지며 생명의 온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물속에서 기척과 체온이 완벽히 지워지자, 수로 주변을 감시하던 Heukmuga 살수들의 예리한 기감 수색망이 엽무강의 머리 위를 허무하게 스쳐 지나갔.
엽무강은 마비된 왼팔을 몸통에 묶어둔 채, 오직 오른손의 미세한 스트로크와 왼발의 폭발적인 지면 반발력만을 이용해 차가운 수중을 고요히 헤엄쳐 나갔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수로 깊은 곳, Heukmuga의 지하 비밀 창고로 이어지는 철제 창살 구역이 눈앞에 나타났다.
엽무강은 물속에서 눈을 감았다. 시각이 완벽히 차단된 암흑 속에서, 그는 오직 귀와 피부 표면의 감각만을 극대화하는 청이안(Hearing-Eye) 감각을 개방했다.
물결의 미세한 흐름, 수중의 미시적인 진동이 머릿속에 입체적인 지도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때, 엽무강의 청이안 감각에 기괴한 위화감이 포착되었다.
철제 창살의 격자 틈새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미세한 구리 실이 팽팽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 구리 실의 끝은 창살 위쪽 수면 위에 매달린 수십 개의 청동 경보 방울로 이어져 있었다.
만약 창살을 손으로 만지거나 억지로 벌리려다 구리 실이 단 1밀리미터라도 흔들린다면, 수면 위의 방울이 울리며 지하 수로 전체에 치명적인 오독산 독가스가 살포되고 수백 명의 살수들이 들이닥칠 터였다.
적들은 이 지하 수로가 완벽한 경보 장치로 보호받고 있어 침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자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만이야말로 엽무강이 노리는 사각지대였다.
엽무강은 물속에서 오른손 손가락 끝을 천천히 뻗었다. 그의 손끝에 묵혼심법의 차가운 묵기(Silent Qi)가 가늘고 예리한 침처럼 응축되었다. 진동도, 소리도 없는 기형적인 진기였다.
그는 청이안 감각으로 구리 실의 가장 팽팽한 장력 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리고 손가락 끝의 묵기를 미세하게 튕겨 구리 실에 접촉시켰다.
*스스슥.*
묵기의 차가운 음한 진기가 구리 실에 닿자마자, 구리 실을 지탱하던 금속 분자들이 소리도 진동도 없이 찰나에 녹아내리듯 툭 끊어졌다. 수면 위의 청동 방울은 미세한 흔들림조차 감지하지 못한 채 고요함을 유지했다.
엽무강은 소리 없이 첫 번째 창살의 경보 장치를 무력화했다. 하지만 수중의 급류가 그의 부러진 오른다리를 사정없이 흔들며 창살 쪽으로 밀어붙였다. 어긋난 뼈마디가 창살의 무쇠 기둥에 부딪히며 미세한 금속 마찰음이 발생할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닥쳐왔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