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의 최후
안개를 찢으며 날아드는 쇠사슬 단검의 서슬 퍼런 칼날이 엽무강의 눈앞에서 푸른 안광을 튕겨냈다.
*챙-! 콰르릉!*
기괴한 쇳소리와 함께 안개 속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검광이 사슬 단검의 궤적을 거칠게 밀쳐냈다. 진설아의 청강수선검이었다. 그녀의 단단한 손목이 검자루를 거머쥔 채 부르르 떨렸고, 튕겨 나간 사슬 단검은 허공에서 뱀처럼 똬리를 틀며 어둠 속으로 회수되었다.
“역시 쥐새끼들이 숨어 있었군.”
안개 너머에서 낮고 걸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흑무가의 추적 고수, 독안룡이었다. 놈의 하나뿐인 눈동자가 검은 가죽 안대 밑에서 기괴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코끝을 실룩이며 안개 속에 섞인 피비린내를 맡는 놈의 모습은 흡사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굶주린 사냥개와 같았다.
“귀면 가면을 쓴 살수 놈과 진가의 살아남은 계집년이라…… 사공혁 장문인께서 왜 그토록 너희를 두려워했는지 내 손으로 직접 확인해 주마.”
독안룡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감긴 쇠사슬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놈의 몸 주위로 야수진기의 누런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계곡 바닥에 고여 있던 특수 후각 유인제의 향기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진설아, 절벽 위의 놈들을 맡아라.”
귀면 가면 뒤에서 흘러나온 엽무강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차갑고 무거웠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 왼팔을 삼베 밧줄로 몸통에 단단히 고정해 둔 상태였다. 오직 오른손 하나와, 쇠가죽 압박대로 강제로 고정해 둔 부러진 오른다리의 기형적인 반발력에 의지해 이 사투를 끝내야 했다.
“염려 마라. 저 위의 하급 살수들은 내 검끝에서 먼저 낙엽처럼 떨어질 것이다.”
진설아의 청강수선검이 푸른 원을 그리며 허공을 가르자, 절벽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섯 명의 Heukmuga 살수들이 일제히 몸을 날려 내려왔다. 수선검법의 화려한 푸른 검광이 살수들의 시야를 가로막으며 허공에서 격렬한 도검의 부딪침이 일어났다.
그 틈을 타, 독안룡의 신형이 대지를 박차고 엽무강을 향해 돌진했다.
*슉-! 콰아아!*
독안룡이 휘두른 사슬 단검이 안개를 찢으며 수평으로 날아들었다. 단검에 실린 이류 절정의 야수진기가 무거운 압박감으로 엽무강의 가슴팍을 죄어왔다.
엽무강은 오른다리를 디디며 절뚝이 환영보를 전개했다. 무릎 관절 내부에서 *뚝, 드드득* 하는 끔찍한 골음이 울려 퍼졌으나, 쇠가죽 압박대가 뼈의 분리를 억지로 지탱해 주었다. 그의 몸이 좌우로 기형적으로 비틀거리며 단검의 궤적을 간발의 차로 피해냈다. 피할 때 발생하는 공기의 파동을 정적의 도법 1성 '무풍'의 경지로 억누르자, 독안룡의 귀에는 엽무강의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흐하하! 다리를 절뚝이는 꼴을 보니 소문이 진짜였군! 불구자 새끼가 어디서 정적의 도법을 논하느냐!”
독안룡은 귀면도객의 절뚝이는 박자를 포착하고 비웃음을 터뜨렸다. 놈은 사슬을 거칠게 당겨 단검의 방향을 아래로 꺾었다. 사슬이 회전하며 엽무강이 쥐고 있던 대나무 빗자루 자루, 즉 철척비를 사정없이 휘감아 옭아맸다.
*칭- 칭- 칭!*
단단한 강철 사슬이 철척비의 대나무 외벽을 꽉 죄어왔다. 엽무강이 칼을 뽑아내기도 전에 무기 자체를 봉쇄하려는 독안룡의 노련한 살상 기교였다. 사슬을 통해 전달되는 이류 절정의 강맹한 내력이 엽무강의 오른손 목뼈를 부러뜨릴 듯 가혹하게 밀려들었다.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다.’
단전이 파괴된 기형적인 육체로는 화경 반보에 가까운 살수의 내공 완력을 버텨낼 수 없었다. 게다가 계곡 바닥에 깔린 후각 유인제 때문에 몸에서 단 한 방울의 피라도 흘리는 순간, 주변의 모든 살수들에게 위치가 완전히 노출되어 도망칠 수조차 없게 된다.
엽무강은 가차 없이 손에서 철척비를 놓아버렸다.
“뭐냐? 무기를 포기하는 거냐!”
독안룡이 사슬을 당겨 철척비를 멀리 던져버리며 광소를 터뜨렸다. 무기를 잃은 엽무강의 신형이 중심을 잃고 귀곡협의 축축한 진흙바닥 위로 볼품없이 쓰러졌다. 으스러진 무릎 관절에서 피가 배어 나와 바지 천을 적시기 시작했다.
독안룡이 단검을 치켜들며 쓰러진 엽무강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 순간, 엽무강은 눈을 감으며 전신의 숨구멍을 닫았다.
*심박 정지(Heart Halt).*
불가 비전의 무심선 참선법으로 가슴속의 모든 살의와 분노를 얼음처럼 가라앉힌 뒤, 골수 깊은 곳에 숨겨둔 묵혼심법의 묵기(Silent Qi)를 이용해 심장 근육을 강제로 압착하여 멈추어 버렸다.
찰나의 순간, 엽무강의 피부가 시체처럼 창백하게 식어 내렸다. 허파의 호흡이 완전히 정지했고, 손목의 맥박은 단 한 톨의 진동도 남기지 않은 채 굳어버렸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독안룡의 기괴한 후각과 생명 탐지 기감이 감지하던 귀면도객의 생명 신호가, 그 자리에서 완벽하게 소멸했다.
“……음?”
독안룡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놈의 코끝이 실룩였으나, 바닥에 누워 있는 사내에게서는 오직 썩은 진흙과 말똥 냄새만이 풍길 뿐, 방금 전까지 요동치던 무인의 피비린내와 생명 기척이 단 한 톨도 느껴지지 않았다.
“벌써 뒈진 건가? 내 야수진기의 기세에 눌려 깨진 단전이 완전히 터져버린 모양이군.”
독안룡은 비웃으며 단검을 거두었다. 놈은 사공혁에게 가져갈 진짜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방심한 채 엽무강의 쓰러진 몸 위로 허리를 숙였다. 놈의 투박한 손가락이 엽무강의 반쯤 깨진 귀면 가면의 끝자락을 잡고 거칠게 들어 올리려 했다.
바로 그 찰나였다.
*쿵-!!!*
멈추어 있던 엽무강의 심장이 폭발하듯 재가동되었다. 뼈 속 깊은 골수에 압축되어 가라앉아 있던 묵혼심법의 묵기가 기형적인 우회 경맥을 타고 그의 오른손 손목 끝으로 단숨에 폭출했다.
엽무강은 눈을 부릅뜨며 바닥의 진흙 속에 숨겨져 있던 철척비의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낚아챘다.
*스스슥-!*
자루 속에서 뽑혀 나온 얇고 탄력 있는 묵철 칼날이 대기를 가르는 단 한 톨의 바람 소리도 내지 않고 허공을 그었다. 정적의 도법 극의, 무음발도 참(Silent Draw)이었다.
독안룡의 애꾸눈이 경악으로 크게 벌어졌으나, 이미 칼날은 놈의 목덜미를 소리 없이 통과한 뒤였다.
*서걱.*
살이 찢기고 목뼈가 잘려 나가는 끔찍한 마찰음마저, 칼날 표면에 서린 묵기의 진동이 완벽하게 상쇄하여 소멸시켰다. 독안룡의 잘린 목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으나,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단 한 줄기의 비명 소리도,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기괴한 정적이 귀곡협을 지배했다.
안개 속에 검고 예리한 참격의 선만이 찰나에 남았다가 고요히 사라졌다.
“커흑……!”
기습을 성공시킨 엽무강은 철척비를 짚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검은 피를 한 바가지 쏟아냈다. 심장을 인위적으로 멈추었다가 강제로 폭발적으로 재가동시킨 대가는 끔찍했다. 전신 기맥이 역류하며 폐가 불타는 듯한 내상이 온몸을 덮쳐왔다.
그때였다.
*바스락.*
머리 위, 가파른 절벽 소나무 나뭇가지 사이에서 미세한 기척이 일었다.
엽무강의 청이안 감각이 즉시 그 방향을 포착했다. Heukmuga의 정찰대원 야뇌였다. 놈은 나무 위에서 귀면도객이 심장을 멈추어 독안룡을 기만하고, 단 한 번의 소리 없는 참격으로 목을 베어버리는 기형적인 무학의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유일한 생존자였다.
야뇌의 복면 너머 눈동자가 공포로 잘게 떨렸다. 놈은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괴물임을 직감하고, 신법을 전개해 어둠 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야뇌의 발끝이 나뭇가지를 딛고 가벼운 신법으로 어둠 속으로 날아가자, 으스러진 오른다리를 거머쥔 엽무강의 눈빛에 지독한 붉은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놈을 살려 보내면 모든 정체와 무학의 비밀이 사공혁에게 고스란히 보고될 터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사냥개의 눈을 멀게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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