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푸른 칼날
독안룡의 기괴하게 실룩이는 코끝이 엽무강의 왼쪽 어깨 상처를 향해 천천히 내려앉았다.
초소 내부의 낡은 공기 속으로 짐승의 콧바람 같은 축축한 숨결이 스며들었다. 단 하나의 눈동자, 검은 가죽 안대 밑으로 번뜩이는 독안룡의 외눈은 평상 위에 쓰러져 있는 절름발이 문지기의 어깨를 뚫어버릴 듯 노려보고 있었다. 한골고의 매캐한 약초 향이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그 인위적인 장막 너머로 새어 나오는 미세한 생혈(生血)의 비린내를 독안룡의 괴물 같은 코는 기어이 포착해 내고야 만 것이다.
‘들켰다.’
엽무강의 이성이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마비된 왼팔은 평상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고, 오른쪽 무릎 관절은 가죽 압박대 속에서 피를 토해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단전이 파괴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기맥을 제어하려 했다가는 깨진 단전의 파편들이 역류해 코와 입으로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올 터였다. 그렇게 되면 피비린내는 걷잡을 수 없이 진동할 것이고, 정체는 그 자리에서 폭로된다.
독안룡의 손끝이 엽무강의 누더기 옷자락을 향해 천천히 뻗어왔다. 놈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감긴 얇은 쇠사슬이 미세한 쇳소리를 냈다. 놈이 상처를 직접 만져 피를 확인하려는 찰나, 엽무강의 머릿속에서 번개 같은 계산이 끝났다.
깨끗한 향기로는 속일 수 없다. 그렇다면 더 지독한 악취로 놈의 후각을 마비시키는 수밖에.
“아이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똥물이, 똥물이 또 튀었어!”
갑자기 엽무강이 발작하듯 비명을 지르며 평상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팔을 허우적거리며, 평상 밑바닥에 던져져 있던 더럽고 축축한 걸레를 낚아챘다. 마구간의 말똥과 진흙이 잔뜩 묻어 썩은 악취를 풍기는 걸레였다.
“헤헤, 귀신이다! 말똥 귀신이 내 어깨에 붙었다요!”
엽무강은 입을 반쯤 벌리고 침을 흘리는 멍청이 미소(Idiot Smile)를 지은 채, 그 더러운 걸레를 자신의 왼쪽 어깨와 목덜미, 그리고 얼굴에 사정없이 비벼대기 시작했다. 끈적이고 검붉은 말똥 진흙이 누더기 옷자락과 상처 틈새로 뭉개지며 사방으로 튀었다.
동시에 초소 밖에서 육중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쿠우웅!
“앗! 말똥 수레가 뒤집어졌다! 보초 놈들아, 당장 와서 이것 좀 치워라!”
마구간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년 소칠이 엽무강의 호루라기 신호를 받고, 일부러 거대한 분뇨 수레를 진흙 마당 한복판에 엎어버린 것이다. 수년간 쌓여 썩어 문드러진 말똥과 오물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숨이 막힐 듯한 지독한 악취가 안개 낀 산문 전체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커흑……! 쿨럭! 쿨럭!”
코밑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독안룡이 갑자기 들이친 살인적인 악취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섰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초인적인 후각은, 반대로 말하면 일반적인 인간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후각적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사방을 뒤덮은 말똥의 유독한 악취가 독안룡의 콧구멍 속 점막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놈의 애꾸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어깨에서 풍기던 미세한 생혈의 냄새는 사방에서 진동하는 썩은 분뇨 냄새에 완벽하게 파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더러운 절름발이 새끼가……! 퉤! 퉤!”
독안룡은 코를 움켜쥔 채 침을 뱉으며 엽무강을 혐오스럽다는 듯 노려보았다. 엽무강은 여전히 더러운 걸레를 얼굴에 문지르며 멍청하게 웃고 있었다.
“헤헤, 대장님도 말똥 귀신이 무서우십니까요? 같이 바르면 안 무섭습니다요, 헤헤헤!”
“미친 범인(Phàm인) 놈. 평생 똥구덩이에서 썩어라.”
독안룡은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초소 문을 쾅 닫으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놈의 거친 발소리가 안개 속으로 멀어지며, 나직한 혼잣말이 청이안(Hearing-Eye) 감각을 통해 엽무강의 귀에 걸려들었다.
“여기선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 어젯밤 약방 습격 현장 주변에서 풍기던 그 생혈의 냄새…… 약방의 계집년이 숨겨둔 진짜 피비린내를 먼저 추적해야겠다.”
발소리가 가파른 산길 아래로 빠르게 사라졌다. 놈이 연희의 약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초소 문이 완전히 닫히자, 엽무강의 얼굴에서 비굴한 바보의 표정이 한순간에 지워졌다.
“큭……!”
그는 가슴을 움켜쥐며 검은 피 한 모금을 바닥에 뱉어냈다. 우문패의 뇌전 내상과 단전 역류를 억누르느라 전신 경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 쓰러질 여유 따위는 없었다. 독안룡이 약방으로 향한다면, 연희의 목숨이 위험했다. 놈이 약방에 남겨진 귀면도객의 혈흔 냄새와 연희의 약재 냄새를 대조하는 순간, 모든 비밀이 폭로되고 연희는 처참하게 도살당할 터였다.
‘연희를 죽이게 둘 순 없다.’
엽무강은 이를 악물며 초소 바닥의 썩은 목판을 들어 올렸다. 어둠 속에서 차가운 빛을 발하는 귀면 가면(귀면 가면)과 자루 속에 숨겨진 철척비(Iron Broom Blade)의 칼날을 꺼냈다.
왼쪽 어깨와 팔은 여전히 마비되어 감각이 없었다. 엽무강은 초소 구석에 있던 튼튼한 삼베 밧줄을 가져와, 움직이지 않는 왼팔을 자신의 몸통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히 묶어 고정했다. 팔이 흔들리면 신체의 무게중심이 무너져 칼을 휘두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직 오른손 하나와, 왼발 하나의 탄력만으로 사냥개를 처단해야 했다.
오른쪽 무릎의 으스러진 관절을 고정하는 쇠가죽 압박대를 터질 듯이 조여 매자, 뼈마디가 비틀리며 *뚝, 드드득* 하는 끔찍한 골음이 초소 내부에 울렸다. 무강은 신음조차 흘리지 않고 반쪽이 깨진 귀면 가면을 얼굴에 밀착시켰다. 가면 뒤로 붉은 안광이 서늘하게 타올랐다.
스스슥.
귀면도객의 신형이 초소 뒷벽의 틈새를 통해 소리 없이 안개 속으로 녹아들었다.
***
무경산 뒤편, 안개가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험준한 계곡, 귀곡협(귀곡협).
이곳은 사공혁 일파가 전대 장문인의 충신들을 죽여 무자비하게 던져버리던 시체 유기 계곡이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가파른 바위산 사이로, 세찬 바람이 울부짖는 소리가 해골의 비명처럼 메아리치고 있었다.
엽무강은 절뚝이 환영보(절뚝이 환영보)를 전개하며 계곡의 좁은 바위 틈새를 소리 없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오른다리를 쓸 수 없었기에 무게중심을 완전히 왼발에 두고, 관절의 미세한 각도를 조절하며 잔상을 남기는 신법이었다. 마비된 왼팔을 몸에 묶어둔 탓에 바람의 저항이 비정상적으로 한쪽으로 쏠렸지만, 그는 정적의 도법 1성 '무풍'의 경지를 전개해 공기의 흐름을 강제로 찢으며 기척을 완전히 지웠다.
‘바람 소리가 멈춘 곳…….’
귀곡협 입구에 다다랐을 때, 엽무강의 청이안 감각이 기묘한 위화감을 포착했다.
가파른 절벽 위, 나뭇가지 사이사이에 미세한 숨소리들이 숨겨져 있었다. 일반 phàm인의 귀에는 바람 소리로 들리겠지만, 엽무강의 귀에는 그것이 내공을 삼키는 살수들의 호흡 박자임이 입체적인 지도로 그려졌다.
최소 여섯 명. Heukmuga의 정예 살수들이 절벽 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곡 바닥의 좁은 길목에는, 코를 자극하는 기괴하고 향긋한 냄새가 흩뿌려져 있었다. 독안룡이 살수들을 동원해 뿌려둔 특수 후각 물약(후각 유인제)이었다. 그 약물이 묻은 상태에서 단 한 방울의 피라도 흘리는 순간, 냄새는 수십 배로 증폭되어 독안룡의 코에 걸려들게 설계된 치명적인 덫이었다.
‘함정이다.’
독안룡은 약방으로 향한 것이 아니었다. 놈은 귀면도객이 연희를 구하기 위해 반드시 이 길목을 지나갈 것임을 예측하고, 귀곡협의 좁은 통로에 이미 완벽한 살진(殺陣)을 구축해 둔 상태였다.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절벽 위에서 낙석과 사슬 단검이 비처럼 쏟아져 내릴 터였다.
엽무강이 철척비의 자루를 쥐고 발도를 준비하는 찰나였다.
스으윽.
자욱한 안개 속에서, 차갑고 푸른 검광(푸른 검광)이 소리 없이 번뜩였다.
검끝이 가리킨 곳은 엽무강의 목덜미 바로 앞 1인치 지점이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안개를 가르고 들어온 예리한 참격. 엽무강은 즉시 절뚝이 환영보를 전개해 상체를 뒤로 비틀며 검끝을 피해냈다.
*스각.*
검날이 귀면 가면의 턱 끝을 스치며 차가운 쇳소리를 냈다. 안개 속에서 푸른 도포를 입은 날카로운 눈빛의 여검객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강수선검(청강수선검)을 쥔 단단한 손목, 그리고 칼날처럼 차가운 인상을 지닌 여인, 진설아(진설아)였다.
“멈춰라, 귀면도객.”
진설아의 청강수선검이 안개 속에서 고요하게 진동했다.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귀면 가면 뒤에 숨겨진 엽무강의 외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사지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갈 셈인가?”
엽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비된 왼팔 대신 오른손으로 철척비의 자루를 쥔 채, 전신에서 묵혼심법의 묵기(Silent Qi)를 뿜어냈다. 주변의 안개가 그의 묵기에 반응하듯 검게 물들며 가라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숨 막히는 침묵과 살기가 팽팽하게 대치했다.
엽무강은 청이안 감각으로 그녀의 심장 박동을 읽었다. 빠르고 강하게 뛰고 있었지만, 살수 특유의 음험한 박자는 없었다. 오직 가문의 원수를 갚겠다는 지독한 집념과 원한의 박자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사공혁 일파에게 가문을 찬탈당하고 복수를 꿈꾸는 여인, 진설아가 확실했다.
“나를 방해한다면 베겠다.”
가면 뒤에서 흘러나온 엽무강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기괴하고 차가웠다.
진설아는 청강수선검을 거두지 않은 채, 나직하게 경고했다.
“베고 싶다면 베어라. 하지만 그전에 저 안개 속을 봐라. 독안룡은 바보가 아니다. 놈은 이미 계곡 바닥에 Heukmuga 비전의 후각 유인제를 뿌려두었다. 네 몸에서 풍기는 그 미세한 피비린내…… 아무리 약초 향으로 덮으려 해도, 저 유인제와 닿는 순간 불꽃처럼 냄새가 타오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절벽 위의 살수들이 일제히 사슬 단검을 내리꽂을 터다.”
진설아의 말은 사실이었다. 엽무강의 청이안 역시 계곡 바닥에 고여 있는 기묘한 기류의 흐름을 감지하고 있었다. 어깨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저 구역에 진입하는 것은 스스로 사냥개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꼴이었다.
“네가 왜 나를 돕지?”
엽무강이 차갑게 물었다.
진설아의 입꼬리가 비장하게 올라갔다.
“사공혁의 사촌 동생인 사공표의 목을 벤 자가 바로 너지? 가문의 원수들을 단 한 번의 참격으로 소리 없이 처단하는 네 무학을 보았다. 내 검술은 화려하나 놈들의 포위망을 뚫기에는 파괴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네 정적의 도법이라면…… 독안룡의 목줄기를 끊어버릴 수 있다.”
그녀가 청강수선검의 검끝을 아래로 내리며, 엽무강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동맹을 제안한다, 귀면도객. 내가 푸른 검광으로 절벽 위 살수들의 시선을 끌고 유인제의 흐름을 흩뜨려 놓겠다. 그 찰나의 순간, 네가 소리 없이 침투해 독안룡의 목을 베어라. 가문의 원수를 갚을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미끼가 되겠다.”
엽무강은 잠시 침묵했다.
왼팔이 마비되고 오른쪽 무릎이 으스러진 지금의 신체 상태로는, 독안룡이 설계한 삼중의 덫을 홀로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진설아의 화려한 낙엽검법이 살수들의 시야와 후각망을 교란해 준다면, 단 한 번의 은밀한 참격으로 독안룡을 단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외로운 복수의 길에, 처음으로 뜻을 같이하는 우군이 나타난 것이다.
엽무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귀면 가면 뒤의 외눈이 차가운 결의로 빛났다.
“좋다. 거래를 받아들이지.”
동맹이 체결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슉- 츠츠츳!*
자욱한 안개 너머, 계곡 깊은 어둠 속에서 고막을 찢는 듯한 기괴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람 소리조차 내지 않고 안개를 가르며 날아온 것은, 붉은 독물이 발라진 독안룡의 예리한 쇠사슬 단검(쇠사슬 단검)이었다. 단검에 연결된 강철 사슬이 뱀처럼 요동치며 두 사람의 목덜미를 향해 무섭게 들이쳤다. 안개 속 푸른 칼날의 대치는, 순식간에 피비린내 나는 생사의 격돌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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