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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를 쫓는 외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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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가 쪼개지며 텅 비어 있는 내부가 우문패의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문패의 거친 손아귀에서 반으로 갈라진 대나무 자루는 허옇게 일어난 톱밥만을 사방으로 흩뿌릴 뿐이었다. 그 안에는 날카로운 묵철 칼날도, 기괴한 암살 장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세월의 때가 타서 거무스름하게 변한 텅 빈 공간만이 우문패의 번뜩이는 두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었다.


“아이고! 대협님! 소인의 귀한 빗자루가……! 오늘 마당은 대체 무엇으로 쓴단 말입니까요! 장문인 나으리께서 낙엽 한 톨이라도 보시는 날에는 소인은 당장 매질을 당해 죽습니다요!”


엽무강은 진흙탕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부러진 대나무 조각을 품에 안고 오열했다. 입가에서는 더러운 침이 실처럼 흘러내렸고, 초점을 잃고 흐릿하게 풀린 두 눈은 우문패의 장화 끝을 향해 비굴하게 조아려졌다. 얼굴 근육을 완벽히 통제하는 멍청이 미소(Idiot Smile) 뒤로, 그의 심장은 차가운 정적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우문패는 반으로 쪼개진 대나무 자루를 진흙바닥에 거칠게 던져버렸다. 철퍼덕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빗자루의 잔해가 흙탕물 속으로 처박혔다.


“쯧, 정말로 텅 비어 있군.”


우문패의 얇은 입술 사이로 차가운 조소가 흘러나왔다. 놈의 매서운 안광이 엽무강의 전신을 다시 한번 집요하게 훑어내렸다. 뇌전의 기운을 주입했을 때도 단전의 반발이 전혀 없었고, 의심스럽던 빗자루마저 그저 평범한 대나무 껍데기에 불과했다. 일류 사냥꾼으로서 느꼈던 미세한 위화감은 결국 늙은 사서 황노인의 수상쩍은 움직임이 만들어낸 착각이었단 말인가.


“쥐새끼 같은 놈. 손목에 박힌 그 굳은살은 그저 평생 빗자루질만 하느라 벼려진 비천한 흔적이었군.”


우문패는 더럽다는 듯 흙 묻은 장갑을 벗어 던지며 몸을 돌렸다. 놈이 성큼성큼 걸어 나갈 때마다 발밑의 진흙이 튀었지만, 엽무강은 놈의 군화 발소리가 안개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헤헤…… 대협님, 소인의 빗자루…… 빗자루 조각이라도 묶어서 써야겠습니다요…….”


마당 순찰을 돌던 하급 무사들이 지나가며 비웃음을 던질 때까지, 엽무강은 바보처럼 중얼거리며 부러진 대나무 조각들을 소중히 품에 안고 기어서 초소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쾅 닫히고 홀로 남겨진 순간, 엽무강의 얼굴에서 비굴한 웃음기가 한순간에 지워졌다.


“큭……!”


그는 가슴을 움켜쥐며 낡은 평상 위로 쓰러지듯 몸을 눕혔다. 우문패가 주입했던 가공할 만한 뇌전의 살기가 그의 경맥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은 후유증이 뒤늦게 몰려왔다. 단전 파괴 및 우회 경맥의 기형적인 신체 구조 덕분에 기의 흐름을 뼈 속으로 우회시켜 소멸시켰지만, 전신 뼈마디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은 고스란히 그의 육체에 새겨져 있었다.


특히 이틀 전 우문패의 공격으로 완전히 마비된 왼쪽 어깨와 팔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감각이 없었다. 게다가 가파른 절벽을 오르내리며 무리하게 도법을 전개했던 오른쪽 무릎 관절에서는 쇠가죽 압박대 사이로 뜨거운 피가 기어 나와 진흙 깁스를 붉게 적시고 있었다.


‘몸이 무너지고 있다…….’


엽무강은 이를 악물며 초소 바닥의 썩은 목판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그 깊숙한 진흙 속에 묻어둔 철척비의 얇은 묵철 칼날과 비전 도보 조각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미세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초소 뒷벽의 좁은 틈새로 미세한 흙더미가 떨어지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나직하게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사형, 저 소칠입니다.”


마구간에서 물똥을 치우던 소년 소칠의 목소리였다. 엽무강은 귀식공(Turtle Breathing Technique)을 유지한 채 귀를 기울였다.


“사공혁이 완전히 미쳤습니다. 배무덕에 이어 사공표의 머리까지 산문에 걸리자, 문파 내부의 첩자가 아닌 외부의 진짜 고수가 숨어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흑무가(Heukmuga)의 일류 살수인 ‘독안룡(獨眼龍)’을 거액의 은자로 끌어들였습니다.”


독안룡.


그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엽무강의 외눈이 어둠 속에서 가늘게 좁혀졌다. 흑무가 내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집요하기로 소문난 사냥개. 한쪽 눈을 잃은 대신,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기괴한 후각 능력을 지녀 아주 미세한 피비린내조차 수 리 밖에서 추적해 내는 괴물이었다.


“그 독안룡이라는 자가 어젯밤 약방 습격 현장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공혁이 약재 유통을 전면 통제하고 약방을 감시하는 바람에, 연희 누님이 사형의 상처를 치료할 ‘골쇄초(骨쇄초)’를 구하려다 발각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리고…….”


소칠의 목소리가 극도로 긴장감에 젖어 가늘게 떨렸다.


“독안룡이 약방 마당에서 사형이 흘린 미세한 혈흔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지금, 그 피 냄새를 쫓아 산문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바스락.


소칠의 기척이 안개 속으로 사라진 후, 초소 내부에는 숨 막히는 침묵만이 맴돌았다.


엽무강은 자신의 왼쪽 어깨를 내려다보았다. 우문패의 내력 탐색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관절을 탈골시켜 지혈했지만, 밤새 비각을 탈출하고 초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다시 터져 미세한 피비린내가 누더기 옷자락 틈새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피 냄새가 새어 나가고 있다.’


이대로 있으면 독안룡이 초소 문을 열기도 전에 정체가 폭로될 터였다.


엽무강은 급히 전신의 내공을 끌어올려 어깨의 피 흐름을 강제로 멈추려 시도했다. 하지만 깨진 단전의 반동이 그의 척추를 사정없이 때렸다.


“큭……!”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역류가 치밀어 올랐다. 단전이 파괴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기맥을 억누르려 하자, 오히려 코끝에서 미세한 선혈이 뿜어져 나오려 했다. 억지로 참아내며 검은 피를 입안으로 삼켰지만, 피비린내는 오히려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 일반적인 내력 제어로는 이 후각의 괴물을 속일 수 없었다.


엽무강은 다급히 평상 밑에 숨겨두었던 낡은 옹기단지를 꺼냈다. 일매 노파와 연희가 조제해 준 특제 고약, 한골고(한골고)였다. 으스러진 무릎의 통증을 마비시키는 약이었지만, 그 안에는 골쇄초와 독한 약초들의 매캐하고 씁쓸한 향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한골고를 손가락으로 푹 떠서 어깨의 상처 부위와 목덜미에 사정없이 발라 문질렀다. 독한 약초 냄새가 초소 내부를 가득 채우며 피비린내를 덮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독안룡의 코는 단순한 향기로 기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독한 약초 향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신선한 생혈(生血) 냄새를 반드시 구별해 낼 터였다.


그때였다.


엽무강의 청이안(Hearing-Eye) 감각이 초소 밖 대나무 숲의 기묘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바람 소리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사이로, 아주 느리고 축축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발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


*킁, 킁…….*


짐승이 먹잇감의 냄새를 맡으며 콧바람을 뿜어내는 듯한 축축한 소리였다. 그 소리가 대나무 숲을 지나, 산문 앞 진흙 마당을 가로질러, 엽무강이 누워 있는 문지기 초소를 향해 직선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식은땀이 엽무강의 콧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발소리가 멈춘 곳은 초소 문 바로 앞이었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창지문 너머로 길게 드리워졌다. 한쪽 눈을 가린 검은 가죽 안대, 그리고 사냥개처럼 실룩이는 기괴한 코를 지닌 Heukmuga의 살수, 독안룡이 마침내 당도한 것이다.


스우우우.


초소 틈새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서, 독안룡의 콧구멍이 미세하게 벌어졌다. 놈은 한골고의 매캐한 약초 향기를 단번에 뚫고, 그 안쪽 깊은 곳에서 풍겨 나오는 엽무강의 어깨 상처 피비린내를 정확히 감지해 냈다.


*스슥.*


낡은 목조 문이 천천히 열리며, 독안룡의 거구와 함께 지독한 살기가 초소 내부를 짓눌렀다. 놈의 단 하나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평상 위에 비참하게 누워 있는 절름발이 문지기의 왼쪽 어깨를 칼날처럼 노려보았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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