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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기둥에 걸린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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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산의 새벽은 항상 자욱한 안개와 함께 찾아온다. 하지만 그날 아침의 안개는 평소보다 훨씬 축축하고,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으, 으아아악! 머리! 머리가 걸려 있다!”


새벽 순찰을 돌기 위해 산문 입구로 향하던 하급 무사 하나의 비명이 고요한 무경도문의 정적을 찢어발겼다. 그 뒤를 따르던 무사들이 횃불을 떨어뜨리며 일제히 비틀거렸다.


웅장하게 솟아 있는 무경도문의 거대한 흑철 산문 기둥. 그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횡보에 무언가 줄에 매달린 채 대롱거리고 있었다. 붉은 안개 속에서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것은,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문파의 권력을 휘두르며 하급 잡역부들을 채찍질하던 순찰대장 사공표의 머리였다.


단 한 번의 참격으로 목뼈와 동맥이 깨끗하게 양단된 머리는 아직 완전히 굳지 않은 피를 뚝뚝 흘리며 흙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눈꺼풀이 반쯤 열린 사공표의 흐려진 동공에는 죽기 직전에 마주한 절대적인 공포가 그대로 박제되어 있었다.


하지만 무도들을 진짜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사공표의 머리 바로 옆에 걸려 있는 또 다른 물건이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피 묻은 백색 비단 도포의 한 자락.


그것은 사공혁 일파에 의해 독살당하고 낙조애 아래로 던져졌던 전대 장문인, 엽천웅이 생전에 입었던 도포 조각이었다. 도포 조각에 묻은 핏자국은 마치 죽은 장문인의 원혼이 피눈물을 흘리며 돌아왔음을 알리는 피의 낙인 같았다.


“엽…… 엽천웅 장문인님의 도포다! 전대 장문인님이 돌아오셨다!”


“귀면도객이 전대 장문인의 원혼이었단 말인가? 복수가 시작된 거야!”


대연무장과 산문 주변으로 몰려든 문도들은 혼란과 공포에 질려 웅성거렸다. 찬탈자들의 편에 서서 전대 정통파 제자들을 탄압했던 자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자신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소리 소문 없이 다가와 목을 베어버리는 귀신 살수, 귀면도객의 칼날이 언제 자신들의 등 뒤를 덮칠지 모른다는 지독한 공포가 문파 전체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모두 입을 다물어라! 한 놈만 더 헛소리를 지껄이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겠다!”


광기 어린 포효가 연무장을 뒤흔들었다.


화려한 장문인 도포를 걸친 사공혁이 심복 장로들과 함께 산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사촌 동생의 참혹한 머리를 마주한 사공혁의 얼굴은 분노와 수치심으로 붉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몸 주위로 화경 반보의 경지에 이른 강맹한 역천폭렬공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이글거리며 주변의 밤안개를 밀어냈다.


“장문인 형님…… 표가, 표가 당했습니다. 낙조애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시신은 찾지 못했고, 오직 이 머리만 산문에 걸려 있었습니다.”


집행장로 독고성이 식은땀을 흘리며 보고했다. 사공혁은 이를 갈며 사공표의 머리맡에 다가갔다.


“단 한 번의 참격이다. 검기도, 소리도 내지 않고 목뼈를 일격에 끊어냈어. 무경도법의 잃어버린 구결…… 정적의 도법이 분명하다. 엽천웅의 개뼈다귀 같은 후손 놈이 살아남아 쥐새끼처럼 숨어 칼을 갈고 있었던 게야!”


사공혁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벽력도를 뽑아 사공표의 머리가 매달린 밧줄을 베어버렸다.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머리를 보며 놈은 편집증적인 광기를 드러냈다.


“문파 내의 모든 절름발이와 폐물들을 샅샅이 뒤져라! 놈이 다리를 다쳤다는 보고가 있었다. 뼈를 깎아서라도 놈의 정체를 밝혀내라! 그리고…… 당장 정무맹에 연락해 우문패를 불러들여라. 은자 만 냥을 주든, 문파의 보물을 주든 상관없다. 그 뇌절도객을 데려와 이 귀신 살수의 목을 내 앞에 바치게 해라!”


사공혁의 명령에 문파 전체가 피바람을 예고하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에구구, 무서워라. 귀신이 진짜로 왔나 보네. 헤헤…….”


그 소란스러운 아수라장 한가운데서, 엽무강은 산문 입구의 석판 바닥을 빗자루로 쓸며 비굴하게 실실 웃고 있었다.


산발을 한 머리 사이로 땀방울이 흘러내려 흙먼지 묻은 뺨을 적셨다. 어젯밤 낙조애 절벽에서 사공표의 가시 채찍에 강타당했던 오른쪽 무릎은 가죽 압박대 내부에서 뼈마디가 완전히 재파열되어 기괴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한골고의 약효가 끝나 전신 뼈마디가 무너지듯 아려왔고, 어깨의 검창 상처는 움직일 때마다 뜨거운 피를 짜내고 있었다.


하지만 무강은 빗자루 자루를 짚고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뚝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사공표의 핏자국을 빗자루로 쓱쓱 문질러 닦아냈다.


바스락, 바스락.


그가 쓸어내는 빗자루 끝에는 미세한 묵혼심법의 기운이 실려 있었다. 흙먼지가 단 한 톨도 일어나지 않는 기형적인 무음 빗자루질. 일상이 곧 무공 수련이자 기만 연기였다. 그는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는 무사들의 장화 밑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아이고, 형님들! 발밑에 피가 묻으면 장문인님이 노하십니다요! 이 비천한 무강이가 깨끗이 치워드릴 테니 놋전 한 푼만 줍쇼, 헤헤.”


“저리 꺼져, 이 미친 절름발이 새끼야! 재수 없게 어디서 알짱거려!”


하급 무사 하나가 무강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퍽 소리와 함께 무강은 바닥으로 볼품없이 엎어지며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손에서 빠져나간 빗자루가 구르자, 그는 흙바닥을 기며 놋전 세 푼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헤실헤실 웃었다.


그 처참하고 비굴한 몰골을 보며 무사들은 침을 뱉고 지나쳤다. 천하의 어떤 무인도 이 더러운 흙바닥을 기는 불구자가 어젯밤 일류 고수에 필적하던 사공표의 목을 벤 귀면도객이라 의심하지 못했다. 무강은 바닥에 엎드린 채, 조각난 귀면 가면 뒤에 감추어 두었던 차가운 외눈을 들어 산문 밖을 응시했다.


그때였다.


두구두구두구!


가파른 산길 아래에서 대지를 흔드는 육중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자욱한 밤안개를 찢으며 기괴한 푸른 안광을 내뿜는 거대한 흑마 한 마리가 산문 입구에 멈춰 섰다.


말 위에서 내린 사내는 바위처럼 거대한 체구에 전신에 검은 가죽 무복을 입고 있었다. 얼굴 전면을 가로지르는 깊은 칼흉터와 뱀처럼 차가운 안광. 그의 등 뒤에는 푸른 뇌전의 기운(뇌전진기)이 미세하게 흐르는 거대하고 무거운 도, 뇌절도가 칠흑 같은 천에 감싸인 채 묶여 있었다.


정무맹 소속의 잔인한 외부 살수이자, 일류 고수의 경지에 이른 뇌절 도객 우문패였다.


우문패가 디딘 장화 발걸음마다 바닥의 석판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찌르르하는 내력의 떨림을 전해왔다. 그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살기와 기세에 산문을 지키던 사공혁의 무사들이 숨을 죽이며 길을 열었다.


“장문인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문 협객.”


독고성이 조아리며 길을 안내하려 했다. 하지만 우문패는 걸음을 멈춘 채, 산문 입구 흙바닥에 자빠져 놋전을 줍고 있는 엽무강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무강은 심장이 멈출 듯한 긴장감을 느끼며 즉시 무심선 정신 수호를 전개했다. 뼈 속 깊은 골수에 묵기(Silent Qi)를 침잠시켜 호수 바닥의 흙처럼 가라앉혔다. 단전의 파편마저 숨을 죽여, 겉으로는 어떠한 내력의 흔들림도 없는 평범한 phàm인으로 위장했다.


우문패의 매서운 안광이 무강의 뒤틀린 무릎과 빗자루를 쥔 손목을 집요하게 훑어내렸다.


스으윽.


우문패가 등 뒤의 뇌절도 자루를 잡았다. 찰나의 순간, 푸른 뇌전의 도광이 안개를 찢으며 무강의 목덜미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귀를 찢는 듯한 벼락 소리와 함께 거대한 칼날의 끝부분이 무강의 목덜미 정확히 1인치 앞에서 멈춰 섰다. 도광에서 뿜어져 나온 매서운 풍압이 무강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수십 가닥을 소리 없이 잘라냈다.


“으, 으아아악! 살려주십시오, 대협! 귀신이다, 귀신이 나타났다요!”


무강은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고 뒤로 사정없이 꼴사납게 굴렀다. 완벽한 바보의 얼굴로 침을 흘리며, 품속에 숨겨두었던 물주머니를 은밀히 쥐어짜 바지 가랑이를 축축하게 적셨다. 진흙바닥을 구르며 바지에 오줌을 지린 척 바들바들 떠는 그의 몰골은 비참함의 극치였다.


“헤헤…… 비, 비가 내립니다요…… 바지에 비가 내려요……Spare me, 대협!”


우문패는 바지 가랑이가 젖은 채 벌벌 떠는 무강의 비참한 꼴을 보며 차갑게 혀를 찼다.


“흥. 사공혁이 완전히 겁을 먹었군. 이딴 뇌가 망가진 절름발이 노예 새끼까지 의심해 나를 부르다니.”


우문패는 경멸 어린 눈빛으로 뇌절도를 거칠게 집어넣었다. 하지만 놈은 장문인 처소로 향하기 전, 엽무강의 옆을 천천히 지나치며 나직하고 서늘한 음성을 흘렸다.


“절름발이치고는…… 빗자루를 쥐는 손목의 굳은살이 묘하게 깊군.”


그 한마디가 엽무강의 귀를 때리는 순간, 산문의 차가운 안개가 한층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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