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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의 눈을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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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선 메인 조종실을 뒤덮은 청색 서리 아지랑이는 단순한 냉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주변의 모든 분자 운동을 정지시키려는 우주적 공허, 엔트로피의 폭주였다.


“아, 아윽……!”


태오는 전지 상자를 움켜쥔 채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왼손에 쥔 군용 플라즈마 전지의 고농축 열량이 그의 심장으로 급격히 유입되자, 심장에 새겨진 제국 황실의 억제 장치가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다. 과부하된 에너지가 냉기로 역치 변환되어 전신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조종실의 유리창이 쩍쩍 갈라지며 하얗게 얼어붙었고, 메인 제어 콘솔의 스파크마저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태오 씨! 정신 차려요! 이대로 가면 우리 둘 다 여기서 동사해요!”


은서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기계식 확대 렌즈 너머로 보이는 태오의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그의 오른팔 전완근은 이미 완벽한 투명 유리 결정으로 변해 있었고, 그 차가운 결정화가 팔꿈치를 넘어 어깨뼈를 향해 기어오르고 있었다.


태오는 이를 악물었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그는 가슴팍에 매달린 어머니의 차가운 펜던트를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동시에 스승 민우진에게 배웠던 열 보존 호흡법을 필사적으로 가동했다.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극저온의 한기를 심장 근처에서 강제로 묶어두고, 체내의 미약한 온기를 뇌와 심장으로만 역류시키는 필사적인 조율이었다.


‘진정해라. 아직은 쓰러질 수 없다. 아린이가 기다리고 있다.’


지옥 같은 오한 속에서 아린의 창백한 얼굴을 떠올리자, 날뛰던 냉기 아지랑이가 서서히 가슴속 봉인 장치 안으로 수렴하기 시작했다. 가슴의 푸른 빙정 문양이 희미하게 명멸을 멈추었고, 조종실을 가득 채웠던 절대영도의 정적이 걷혔다.


“하아…… 하아……”


태오는 차가운 핏덩이를 바닥에 토해냈다. 입안에서 굳어버린 핏가루가 서글프게 바닥에 흩날렸다. 하지만 그의 왼손에는 여전히 주황색 광채를 내뿜는 군용 플라즈마 전지가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가자. 시간이 없다.”


태오의 목소리는 얼어붙은 강철처럼 건조했다. 은서윤은 그의 초인적인 정신력에 경악하면서도, 신속하게 군장 가방을 챙겨 태오를 부축했다. 수송선 외부에는 다리가 산산조각 난 도겸이 부하들의 부축을 받으며 비참하게 도망친 흔적만이 눈더미 위에 붉은 피로 남겨져 있었다.


두 사람은 매서운 눈보라를 뚫고 13구역 지하로 달렸다. 제국의 정규군 순찰대가 추락 신호를 감지하고 포위망을 좁혀오기 전에 빠져나가야 했다.


* * *


지하 박선우의 무면허 진료소.


“이 미친놈이 결국 진짜 군용 전지를 털어왔군.”


박선우는 태오가 건넨 육각형 모양의 고출력 플라즈마 전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서둘러 아린의 척추 가죽에 이식된 안티-프리즈-04 장치의 슬롯을 열고 전지를 삽입했다.


쿠우웅-


묵직한 가동음과 함께 장치 후면의 표시등이 밝은 주황색 완충 신호로 채워졌다. 아린의 가쁜 호흡이 순식간에 안정되었고, 그녀의 이마에 맺혔던 서리가 녹아내리며 따뜻한 온기가 전신으로 돌기 시작했다. 최소 수개월은 배터리 걱정 없이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아린이는 괜찮을 거다. 하지만 네 꼴은 그게 뭐냐?”


박선우가 태오의 투명하게 굳어버린 오른팔을 가리켰다. 동결 억제제를 주사하려 했지만, 태오는 고개를 저었다.


“억제제는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과다 복용하면 면역계가 무너진다고. 이 팔은…… 일단 놔둬.”


태오는 아린의 잠든 얼굴을 잠시 바라본 뒤, 은서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 안전국의 추적망이 진료소까지 미치기 전에, 더 안전하고 은밀한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은서윤은 13구역 외곽의 얼어붙은 정수처리장 지하에 위치한 저항 조직의 비밀 거점, ‘붉은 불꽃 안전가옥’으로 태오를 안내했다.


* * *


붉은 불꽃 안전가옥 내부.


사방이 두꺼운 콘크리트 벽과 고철 납 차폐막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제국의 열 감지 위성 신호조차 차단하는 완벽한 은신처였다. 방 안에는 각종 해킹 장비와 무기 개조 작업대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기계음만이 울리고 있었다.


은서윤은 안전가옥에 도착하자마자 군장 가방에서 수송선 조종실에서 수거했던 구형 고글을 꺼내 들었다. 렌즈가 깨지고 배선이 사방으로 노출된 보잘것없는 제국군의 폐기물이었지만, 그녀의 손길이 닿자 고글은 새로운 생명을 얻기 시작했다.


“태오 씨, 당신 심장은 주변의 열을 빼앗아 냉기로 변환하죠? 하지만 지금까지는 눈님으로 대충 짐작해서 에너지를 끌어당겼을 거예요. 열역학 제2법칙의 벽 때문에 주변에 열원이 없으면 무방비해지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고.”


서윤이 정밀 인화성 납땜기를 쥐고 고글의 내부 회로를 역설계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이 고글의 광학 필터 주파수를 태오 씨의 심장 엔트로피 파동과 완벽하게 동기화시켰어요. 내가 기록했던 당신의 기하학적 생체 스캔 그래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거죠.”


그녀의 손가락이 기계 제어용 휴대 단말기 위를 민첩하게 움직였다. 몇 번의 전기 스파크가 튀더니, 마침내 고글의 깨진 렌즈 부분이 투명하고 깊은 청색 빛을 내뿜으며 가동되었다.


“완성이에요. ‘개조형 열원 추적 안경’.”


서윤이 자랑스럽게 안경을 태오의 얼굴에 씌워주었다.


태오가 안경을 착용하고 눈을 뜨는 순간, 그의 시야가 완벽하게 재구성되었다.


“……!”


그것은 경이로운 신세계였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과 서리가 낀 고철 가구들은 짙은 인디고블루와 네이비색의 극저온 톤으로 다운되어 보였다. 반면, 가옥 구석에서 가동 중인 백업 발전기의 구리 배관 속에는 붉은색과 주황색의 뜨거운 열량 에너지 흐름이 마치 살아있는 핏줄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태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왼손은 미약한 주황색 미열이 흐르고 있었지만, 완벽히 결정화된 오른팔은 빛조차 투과하지 못하는 완전한 암청색, 즉 절대영도의 무(無)의 상태로 투시되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은서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슴속에서 박동하는 심장은 마치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따뜻한 오렌지빛 불씨처럼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기 중에 흩날리는 미세한 먼지 분자들의 열적 진동까지 색상의 그라데이션으로 시각화되어 눈에 들어왔.


“보이나요?”


서윤이 싱긋 웃었다.


“이제 적들이 어디에 숨어 있든, 어떤 무기를 충전하고 있든, 그 에너지가 흐르는 궤적을 100% 간파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의 ‘열량 감지’ 능력이 이 안경을 통해 시각적으로 완성된 거죠.”


태오는 안경 측면의 황동 다이얼을 미세하게 조절했다. 벽 너머의 미세한 온도 변화까지 색상으로 투시되는 감각에 감탄사가 나오려던 찰나였다.


안경의 청색 시야 저편, 안전가옥 외부의 콘크리트 장벽 너머 골목길에서 기이한 현상이 포착되었다.


짙은 청색의 어둠 속에서, 대여섯 개의 거대하고 밝은 진홍색 열원 실루엣이 조직적인 대형을 갖춘 채 안전가옥을 향해 서서히 좁혀오고 있었다. 단순한 하층민의 체온이 아니었다. 고성능 군용 방한 슈트와 초고온 플라즈마 엔진이 뿜어내는 규격화된 고열의 기운이었다.


그 진홍색 실루엣들의 중심에, 유독 밝고 거대한 주황색 열원이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붉은색 에너지 루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거대한 저격총의 형상이 투시되었다.


“마 대장…….”


태오의 입술에서 건조한 이름이 흘러나왔. 제국 정규군 순찰대의 실전 지휘관이자, 열 감지 저격 소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잔혹한 장교였다. 도겸이 퇴각하며 흘린 정보나 보급선의 잔존 수송 신호를 역추적해 기어코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서윤, 대피해. 포위당했다.”


“네? 무슨 소리에요? 여기 차폐막은 완벽할 텐…….”


은서윤이 말을 끝마치기 전이었다.


치이이이이익-!


안전가옥의 두꺼운 철제 해치 문 중앙에 바늘처럼 가느다란, 그러나 극도로 붉고 뜨거운 고열의 레이저 조준선이 뚫고 들어왔다. 철문이 붉게 달아오르며 녹아내리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 정밀한 붉은 광선은 벽과 장애물을 무시하고, 정확히 태오의 심장 정중앙을 가리키며 고정되었다. 마 대장의 열 감지 저격총이 벽 너머에서 태오의 체온을 완전히 록온한 것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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