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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 청소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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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마 대장의 패배 보고를 받은 보안관 장호열이 13구역 전체에 어떤 피바람을 몰고 올지, 태오는 안경 너머의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 예감은 단 한 치도 틀리지 않았다.


야적장을 벗어나 13구역 슬럼가 중심부로 향하는 길, 태오는 기괴한 진동을 느꼈다. 지축을 흔드는 육중한 기계음과 함께, 슬럼가 곳곳을 거미줄처럼 잇고 있던 녹슨 증기 파이프라인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관로 내부를 흐르던 미약한 온수와 스팀이 순식간에 차단되었다. 파이프 표면에 서려 있던 성에가 순식간에 두꺼운 얼음 장막으로 변해갔고, 배관 내부의 잔류 수분이 급격히 결빙되며 팽창했다.


깡! 까강-!


슬럼가 주민들의 유일한 생명줄이던 열 공급 파이프가 비참하게 찢어지며 터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대지 전체가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영하 80도의 살인적인 혹한이 아무런 장벽도 없이 난민들의 허술한 판자촌과 천막지대를 덮쳤다.


“열 배급이…… 끊겼다!”


“발전소에서 밸브를 완전히 잠갔어! 장호열이 우리를 다 죽이려 한다!”


절망에 찬 비명이 눈보라 속으로 흩어졌다. 난민들이 낡은 라디에이터를 붙잡고 불씨를 살리려 애썼지만, 제국이 송수관 압력을 강제로 낮추어 배관은 이미 회복 불가능하게 동파된 뒤였다. 미약한 온기조차 사라진 슬럼가의 기온은 순식간에 인간이 버틸 수 없는 임계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태오는 개조형 열원 추적 안경을 고쳐 썼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급격히 푸른색의 죽음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주황색으로 빛나던 난민들의 미약한 체온 실루엣이 하나둘 빛을 잃고 차가운 청색으로 꺼져갔다. 길가에 주저앉아 서로를 껴안고 있던 노인과 아이들이 단 몇 분 만에 하얀 성에를 뒤집어쓴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지독한 학살이었다. 보안관 장호열이 ‘열량 강탈자’ 태오를 끌어내고 저항민들을 소탕하기 위해 단행한 최악의 음모, ‘13구역 열 배급 전면 차단’이자 무자비한 동결 청소였다.


댕-! 댕-!


그때, 한파를 뚫고 낡은 성당의 종소리가 무겁게 울려 퍼졌다. 13구역 난민 조합의 한소희 대표가 동사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비상 대피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베아트리스 수녀가 이끄는 구호 수녀회의 성당 지하로 난민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온기가 남아있는 성당 지하 방공호로 피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장호열의 친위대원들은 그마저도 묵인하지 않았다.


붉은 방한 슈트를 입은 집행대원들이 액체 질소 분사기를 치켜들고 성당 광장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도망치는 난민들을 향해 가차 없이 극저온의 가스를 살포했다.


치이이이익-!


“살려줘! 아이만은……!”


한 여성이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비명을 질렀지만, 차가운 안개가 그녀의 몸을 휩쓸고 지나간 순간 그녀는 아이를 안은 채 완벽한 백색 얼음 조각상이 되어 굳어버렸다. 집행대원들은 반항하는 자들을 산 채로 얼려 광장에 전시하며 공포를 극대화했다. 장호열이 조성한 가혹한 처형장, ‘동사자의 숲’이 성당 광장 한복판에 재현되고 있었다.


태오는 이 비참한 광경을 보며 박선우의 무면허 진료소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 진료소 역시 발전소의 열 공급 차단 여파로 비상 전력마저 끊겨 가고 있었다. 온열 격리실의 온도가 급강하하자, 아린의 척추에 이식된 안티-프리즈-04 장치가 다시금 날카로운 경고음을 울렸다.


삐이이- 삐이이-


아린의 가녀린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뺨 위로 하얗게 서리가 내리는 모습을 본 태오의 눈동자가 차가운 서리빛 분노로 뒤집혔다.


태오는 왼손을 뻗어 아린의 침대 주변 공간을 감쌌다.


‘절대영도 고치(Absolute Zero Cocoon).’


태오가 주변 대기 중의 미약한 잔열을 극단적으로 흡수하자, 아린의 침대 주변으로 투명하고 단단한 원형의 얼음 구체가 형성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얼음벽이 아니었다. 외부의 살인적인 혹한과 기압 변화로부터 아린의 체온을 완벽하게 단열하여 보존하는 최후의 생명 보호막이었다. 고치 내부의 온도가 안정되자 아린의 호흡이 겨우 가라앉았다.


“의사 선생님, 아린이를 부탁한다.”


태오는 박선우에게 짧게 말을 건넨 뒤, 대검을 왼손에 쥐고 진료소를 나섰. 그의 오른팔은 여전히 어깨 부근까지 투명한 유리 결정으로 변해 감각이 없는 상태였지만, 가슴속 엔트로피의 핵은 장호열을 향한 살의로 미친 듯이 박동하고 있었다.


성당 지하 방공호.


추위에 떨며 울부짖는 난민 조합원들과 저항군 대원들 앞에 태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난민 조합 대표 한소희가 창백한 얼굴로 태오를 바라보며 애원했다.


“태오 씨…… 장호열이 광장의 사람들을 산 채로 얼려 죽이고 있어요. 발전소를 장악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동사할 거예요. 제발…… 우리를 구해주세요.”


처음에는 그저 여동생 아린만을 살리기 위한 이기적인 투쟁이었다. 타인의 죽음 따위는 차가운 개인주의자이던 태오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쓸 때마다 심장이 얼어붙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태오는 깨달았다. 이 참혹한 혹한 속에서 혼자만 살아남는 것은 결국 영원한 정적에 갇히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태오는 광장에 얼어붙은 무고한 이들의 시체와, 자신을 구원자로 바라보는 난민들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했다. 그의 차갑게 식어가던 심장 깊은 곳에서, 인간으로서의 온기와 분노가 격렬한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태오가 난민들과 저항군 대원들을 둘러보며 나직하지만 강철 같은 목소리로 선언했다.


“장호열의 본거지, 인공 열원 발전소로 진격한다. 내가 직접 그의 심장에 박힌 고출력 화염 코어를 뜯어내고 13구역의 온기를 되찾아오겠다.”


그 선언과 동시에 난민 조합원들과 저항군 대원들이 무기를 치켜들며 반격의 의지를 불태웠다. 태오는 대검을 고쳐 쥐고 성당 밖으로 나섰다.


저 멀리 어둠 속에 우뚝 솟은 13구역 인공 열원 발전소의 거대한 요새형 기계 탑이 보였다. 그 꼭대기에서, 장호열이 뿜어내는 기괴하고 초고온의 주황색 화염이 폭풍을 찢으며 밤하늘을 핏빛으로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태오는 탄소강 대검을 왼손에 쥔 채, 홀로 영하 80도의 눈보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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