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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안개의 곡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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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사막의 밤하늘이 핏빛으로 젖어 들었다. 지평선 너머에서 밀려오는 것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체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기 위해 제국군이 살포한 죽음의 장막이었다.


가슴팍의 양자 생명 동조기가 은청색 성운의 광채를 내뿜으며 격렬하게 고동쳤지만, 블루 크레이터 광산에서 겪은 신경 폭주의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숨을 쉴 때마다 폐부가 잘게 찢어지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고, 입가에서 흘러내린 선혈은 거친 모래바닥을 적셨다. 설아는 비틀거리는 몸을 겨우 추스르며 무너진 바위 더미에 기댔다.


치직, 치지직—.


광산 통신 단말기 너머로 바란 소장의 무자비한 목소리가 협곡 전역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막 전역에 맹독 화학 가스를 살포해라. 그 저항군 쥐새끼들을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질식시켜 죽여라.]


그것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제국군 화학전 장교 닥터 크로이츠가 개발한 금지된 화학 가스 병기, ‘네크로-G’가 살포되기 시작한 것이다. 협곡 아래로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한 붉은 안개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살살용 나노 기계들의 군집이었다. 그것들은 호흡기를 파고들어 폐포를 녹이고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공포의 학살 도구였다.


“방독면을 써라! 어서!”


저항군 제2소대장 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지만, 저항군이 급조한 구식 방독면 필터는 제국제의 정밀 나노 가스를 감당하지 못했다. 필터의 고무와 여과 장치가 붉은 안개에 닿자마자 치직 소리를 내며 속절없이 부식되어 녹아내렸다. 대원들과 피난민들이 목을 움켜쥐며 차례로 모래바닥에 쓰러져 가기 시작했다.


“모두 호흡을 멈춰라! 혈액 순환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거다! 나노 독소 정화 프로토콜을 실시해라!”


설아는 각혈을 참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정경의 박사에게 배운 비상 해독 수칙이었지만, 비개조 인류의 신체가 가스 벨트 속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몇 분에 불과했다. 이미 피난민 10여 명이 안타깝게 숨을 거두며 협곡은 거대한 지옥도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때, 짙은 독무를 뚫고 낡은 사막 로브를 걸친 눈먼 노인, 무명이 나타났다. 그는 흐릿하지만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로 설아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어리석은 아이들아, 고대 아르케의 유적을 더럽히는 제국의 가스는 단순한 정화가 아니다. 그것은 영혼의 호흡을 막는 저주다.”


무명은 과거 고대 아르케 유적을 수호하던 가문의 마지막 일원다운 기묘한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그는 설아의 가슴팍에서 빛나는 은청색 성운 표식을 보더니, 품속에서 은빛 정화 필터가 장착된 기이한 장비를 꺼내 건넸다.


“이걸 써라. 고대 유물의 부품으로 제작한 나노 연기 방독면이다. 그리고 이 신경 억제 가스 필터를 장착하거라.”


설아가 방독면을 얼굴에 밀착시키자, 가슴팍의 동조기가 은청색 빛을 발하며 고대의 정화 필터와 완벽하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필터 표면의 회로가 푸르게 발광하며 주변의 붉은 나노 입자들을 흡수해 순수한 산소로 정화해 냈다.


설아는 망설임 없이 붉은 독무가 가득한 독가스 벨트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공기 중의 나노 입자들이 방독면의 은빛 필터에 부딪히며 하얗게 증발하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들려왔다. 그녀는 쓰러진 피난민 아이들을 차례로 들쳐업고 안전한 유적지 동굴 입구로 나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밀한 고대 필터로도 완전히 걸러내지 못한 미세한 가스가 폐부 깊숙이 흘러들어와 그녀의 폐 신경계에 타는 듯한 손상을 입혔다.


그때, 짙은 안개 너머에서 기이하고 차가운 쇳소리가 울렸다.


바란 소장에게 고용된 사막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 스네이크였다. 뱀 가죽 패턴의 헬멧을 쓴 그는 안개 속에서도 정밀 열감지 센서를 가동해 설아의 위치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크크크, 제국의 막대한 현상금이 굴러들어오는군, 저항군 전사님.”


쉭—!


스네이크가 발사한 나노 독침이 설아의 어깨를 향해 날아왔다. 설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었지만, 독침은 그녀의 가죽 슈트를 찢고 어깨에 깊은 찰과상을 남겼다. 나노 독소가 혈관을 타고 흐르며 전신이 급격히 마비되기 시작했다. 손끝이 굳어갔고, 사제 소총 ‘모래바람’을 쥔 손에 힘이 빠졌다.


이대로 쓰러지면 아이들과 피난민 모두가 몰살당한다.


설아는 이빨을 악물며 방독면 필터의 배출 밸브를 손가락으로 강제로 비틀어 막았다. 그리고 동조기의 양자 에너지를 필터 내부로 역류시키는 극단적인 전술을 시도했다.


‘정화 파동 역류!’


필터 내부에 축적되어 있던 고압의 정화 에너지가 붉은 독무 속으로 광역 방출되며 눈이 멀 듯한 은청색 전자기 스파크를 일으켰다. 공기 중의 나노 가스가 일시에 과부하를 일으키며 백색 연기로 변했고, 이 충격파는 스네이크가 착용하고 있던 열감지 센서와 안구 스캐너를 일시적으로 완전히 교란해 먹통으로 만들었다.


“끄악! 내 센서가……! 이게 무슨 해괴한 장치냐!”


스네이크가 눈을 비비며 뒤로 물러섰다. 설아는 그 틈을 타 마지막 피난민 아이를 안전한 동굴 안으로 대피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필터의 수명이 완전히 다해가고 있었다. 방독면 내부의 산소 경고등이 붉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설아는 무릎을 꿇은 채, 떨리는 손으로 품속에서 새 신경 억제 가스 필터를 꺼내 교체하려 애썼다. 붉은 안개가 다시 그녀의 시야를 좁혀오는 그때, 짙은 안개 너머에서 나노 독침을 장착한 바란 소장의 직속 암살 청부업자 스네이크가 소리 없이 다가온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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