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구덩이의 습격
아이언 아크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제국 헌병수비대의 무자비한 포격은 지하 300미터 아래의 요새마저 사정없이 흔들었다. 균열이 간 강철 격벽 사이로 붉은 사이렌 불빛이 유령처럼 넘실댔고, 피난민들의 비명과 무너지는 암석 소리가 뒤섞여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렸다.
“설아 누나! 기지의 동력로가 완전히 파손됐어! 이대로는 수송선의 시동조차 걸 수 없어!”
지호가 해킹 단말기 ‘스펙터-X’를 붙잡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설아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최 회장에게 얻은 아크라이트 원석으로 겨우 급한 불은 껐지만, 기지의 붕괴와 함께 동조기가 다시 불규칙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대로라면 기지 주민들이 탈출하기도 전에 동조기가 방전되어 자신과 레이븐의 심장이 동시에 멈출 터였다.
그때, 낡은 기계 의족을 절뚝거리며 늙은 광부 오씨 아저씨가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석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설아 야, 이 기지를 띄우고 네 동조기를 완전히 안정시키려면 단순한 원석으론 부족하다. 카이로스 아크라이트 채굴 연합 놈들이 장악한 금지 구역, ‘블루 크레이터’의 심장부에 있는 ‘정제된 아크라이트 코어’가 필요해.”
“블루 크레이터…… 제국군 경비가 삼엄한 그 광산 말씀이신가요?”
“그래. 놈들이 고순도 원석을 고압 압축해서 보관하는 창고가 있지. 하지만 외곽의 강력한 전자기장 장벽 때문에 비개조인은 접근조차 못 한다. 내가 가르쳐준 ‘아크라이트 미세 추출법’을 기억하느냐? 그 결을 읽을 수만 있다면 장벽의 틈새를 뚫을 수 있을 게다.”
설아는 목에 걸린 동생 민우의 은빛 군인 인식표를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각이 뇌리에 박히자, 증오와 결의가 하나의 전술적 경로로 수렴되었다.
“가겠어요. 오씨 아저씨, 피난민들을 지하 수로망으로 대피시키고 계세요. 제가 코어를 구해올 때까지 버텨야 합니다.”
***
지표면의 운석 충돌 구덩이인 ‘블루 크레이터’는 거대한 푸른빛의 심연 같았다. 구덩이 중심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순도 아크라이트의 푸른 전자기장이 밤하늘을 기이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일반적인 전자기기는 접근하는 순간 회로가 타버리는 죽음의 구역이었다.
설아와 오씨 아저씨는 전자기 차폐 슈트를 입고 붉은 모래바람을 뚫으며 크레이터 외곽에 도달했다. 공기 중에 흐르는 미세한 정전기가 피부를 따끔거리게 만들었다.
“설아 야, 지금이다. 추출법의 공식을 떠올려라. 전자기장의 파동이 가장 약해지는 순간을 주파수로 읽어야 해.”
설아는 가슴팍의 동조기에 손을 얹었다. 은청색으로 빛나는 동조기 필터가 블루 크레이터의 전자기장과 미세하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자, 사막의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전자기 장벽의 푸른 데이터 흐름이 뇌리에 가이드라인처럼 펼쳐졌다.
‘지금이야.’
설아는 오씨 아저씨의 손을 잡고 전자기장이 감쇄하는 0.1초의 틈새를 포착해 장벽 내부로 몸을 던졌다. 찌릿한 고전압이 슈트 표면을 스치며 불꽃을 튀겼지만, 두 사람은 무사히 광산 내부 침투에 성공했다.
그러나 광산 내부의 참상은 설아의 호흡을 멈추게 했다.
쇠사슬에 묶인 채 채찍질을 당하는 수백 명의 광산 노예들이 보였다. 그들의 목에는 붉은빛이 점멸하는 황실 전용 나노 폭발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그 중심에는 비대하고 포악한 체구의 슬레이브 마스터, 자바가 서 있었다. 자바는 가죽 채찍을 휘두르며 노예들을 짓밟고 있었다. 그 노예들 사이에는 요새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힘센 청년, 돌쇠도 사슬에 묶인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 벌레 같은 유목민 놈들! 채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오늘 밤 이 목걸이를 전부 기폭시켜 머리를 날려버리겠다!”
자바가 가슴에 달린 나노 기계 제어 장치, 즉 원격 기폭 장치를 흔들며 비열하게 웃었다. 노예들의 절규가 광산 동굴을 메웠다. 그 광경을 목격한 설아의 마음속에서 억눌려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부스럭—.
미세한 발자국 소리에 자바의 날카로운 눈매가 설아가 숨은 바위 쪽을 향했다.
“쥐새끼가 숨어들었군! 경비병, 저놈들을 사살해라! 반항하면 노예 놈들의 목걸이를 당장 터뜨리겠다!”
자바가 기폭 장치의 스위치에 손가락을 올렸다. 제국군 경비 전차의 거대한 포신이 설아를 향해 회전하기 시작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일반적인 신체 능력으로는 자바가 손가락을 까닥하기 전에 기폭을 막을 수 없었다.
‘방법은 하나뿐이야.’
설아는 동조기를 강제로 쥐어짜며 뇌 신경망의 빗장을 풀었다.
‘양자 신체 가속: 신경 폭주.’
순간, 가슴팍의 동조기가 타오르는 은청색 불꽃을 내뿜었다. 궤도 위 기함에 있는 레이븐 대장군의 초인적인 군사 반사신경 데이터가 양자 링크를 타고 설아의 척추와 운동 신경망으로 해일처럼 흘러들었다. 레이븐이 평생 동안 겪은 최고급 전사로서의 근육 기억과 반사 속도가 그녀의 몸을 지배했다.
세상이 멈춘 듯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날아오는 먼지 한 톨의 궤적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설아는 폭풍처럼 대지를 박차고 도약했다. 비개조 신체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속도였다. 슈트의 마찰음조차 소멸한 초고속 기동 속에서, 설아는 자바가 기폭 장치를 누르기 직전 그의 손목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서걱—!
설아의 손에 쥔 대검이 은빛 궤적을 그리며 자바의 손목을 단숨에 베어냈다.
“끄아아악!”
자바가 잘려 나간 손목을 붙잡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허공으로 튕겨 나간 원격 기폭 장치를 설아가 공중에서 낚아채 정지 코드를 입력했다. 노예들의 목걸이에서 점멸하던 붉은 경고등이 일제히 꺼지며 녹색 안정 신호로 바뀌었다.
“목걸이가 풀렸다! 저항군이다!”
돌쇠가 사슬을 뜯어내며 소리쳤고, 노예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고 경비병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광산 입구에 대기하던 제국군의 중장갑 경비 전차가 설아를 조준하고 플라즈마 포격을 감행했다. 쿠웅—! 눈을 멀게 할 듯한 열에너지 포탄이 격발되었다.
설아는 순간적으로 전차의 해치를 열고 침투해 탈취하려 몸을 날렸다. 그러나 전차 표면에 전개된 고압 전류 장벽에 닿는 순간, 강력한 전기 충격이 전신을 강타하며 그녀를 뒤로 튕겨냈다.
“큭……!”
가벼운 전기 충격에 숨이 막혔지만, 야전 전술가다운 판단력으로 즉각 저격 전술로 선회했다. 설아는 오씨 아저씨가 가르쳐준 공식을 떠올리며, 전차의 발밑에 노출된 고순도 아크라이트 원석 광맥을 바라보았다.
‘아크라이트 과부하 촉발.’
설아는 사제 소총 ‘모래바람’을 들어 원석 광맥의 불안정한 에너지 결을 향해 정밀 사격했다. 탄환이 광맥에 박히는 순간, 설아가 동조기를 통해 방출한 양자 노이즈가 광물의 초전도 에너지를 역류시켰다.
콰과과광—!
푸른색 아크라이트 번개가 지표면을 찢고 솟구쳐 오르며 전차의 하부 연료 전지를 직격했다. 전차의 동력원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거대한 강철 덩어리가 용암처럼 녹아내렸다. 폭발의 충격파가 광산 내부의 경비선과 잔여 병력들을 단숨에 와해시켰다.
“우리가 이겼다! 설아 대장 만세!”
돌쇠와 해방된 노예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돌쇠는 설아의 압도적인 무력과 자비에 깊이 감복한 눈빛으로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설아는 비틀거리며 광산 중앙 보관함으로 걸어가, 영롱한 푸른빛을 내뿜는 최고 품질의 ‘정제된 아크라이트 코어’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가슴팍 동조기 슬롯에 밀어 넣었다.
철컥—.
그 순간, 동조기의 잔여 에너지가 100%로 가득 차올랐다. 설아의 가슴팍에 새겨져 있던 검붉은 낙인의 표식이 서서히 투명하고 찬란한 은청색 성운의 광채로 변형되며 진화하기 시작했다. 우주의 진리를 담은 듯한 신비로운 빛이 그녀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과도한 신체 가속과 에너지 전이의 대가가 몸을 덮쳐왔다.
“우욱…… 쿨럭!”
설아는 가슴을 쥐어짜며 바닥에 주저앉아 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온몸의 미세 혈관이 파열되는 듯한 극심한 신경통이 전신을 찢어발겼다. 시야가 붉게 물들며 의식이 멀어지려 했다.
그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광산 통신 단말기에서 제국군 사령관 바란 소장의 차갑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광산이 함락되었다고? 상관없다. 사막 전역에 맹독 화학 가스를 살포해라. 그 쥐새끼들을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질식시켜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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