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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밀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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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가슴팍에서 방출된 강력한 양자 파동 신호는 암시장의 차폐막을 찢고 지상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그 순간, 카이로스 상공을 선회하던 제국 정보부 수색대장 그레이의 추적 네트워크 스크린에 붉은색 경고등이 미친 듯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아…… 아아악!”


지하 암시장 최 회장의 밀실 바닥에 쓰러진 민설아는 가슴을 찢는 듯한 격통에 비명을 질렀다. 양자 생명 동조기의 에너지가 1% 미만으로 떨어지며 그녀의 심장 박동이 분당 30회 이하로 급락하고 있었다. 숨이 막혀왔다. 기함에 있는 레이븐 대장군의 심장 역시 지금쯤 멈추기 일보 직전일 터였다.


“이게 무슨 괴물 같은 짓거리야……!”


현상금 사냥꾼 타츠야가 경악 어린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설아의 가슴팍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포한 붉은 광채가 밀실의 어둠을 피처럼 물들이고 있었다.


설아는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바닥을 기었다. 부르트고 찢어진 손끝이 마침내 최 회장이 떨어뜨린 금속 상자, 즉 푸른빛을 내뿜는 아크라이트 원석 컨테이너에 닿았다.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컨테이너의 압축 밸브를 수동으로 파괴했다.


치이이익—!


컨테이너가 열리며 고순도 아크라이트의 액상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설아는 망설임 없이 그 푸른 에너지를 자신의 가슴팍에 심겨진 동조기 본체에 직접 주입했다. 순간, 얼음물 같던 혈관 속으로 뜨거운 초전도 전류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커헉……!”


설아의 입에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동조기의 붉은 폭주 광채가 순식간에 차분하고 영롱한 은청색 주파수로 안정되며 가슴을 짓누르던 심장 마비의 전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에너지가 급속도로 충전되자 그녀의 호흡이 돌아왔다. 시한부의 죽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순간이었다.


하지만 안도할 시간은 없었다. 장터 외부에서 기갑 사냥개들의 이빨이 강철 궤도를 치는 소리와 헌병대의 경보음이 지하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레이의 추적대가 냄새를 맡고 장터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젠장, 빚 하나 지는 거다, 저항군 전사님.”


타츠야는 설아가 죽으면 아크라이트 광산의 진짜 좌표도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투덜거리며 사제 EMP 수류탄의 핀을 뽑아 통로 뒤편으로 던졌고, 설아를 일으켜 최 회장의 비밀 배수관 통로로 밀어 넣었다. 어둠 속에서 타츠야의 엄호를 받으며 설아는 간신히 제국군의 포위망을 우회해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


몇 시간 후, 카이로스 지하 300미터 아래에 위치한 저항군의 방주 기지 ‘아이언 아크’.


설아는 온몸에 붉은 모래와 피가 뒤섞인 채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기지 입구로 들어섰다. 뺨의 흉터는 거칠게 아물어 있었고, 가슴속 동조기는 아크라이트 덕분에 미세한 고동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맞이한 것은 따뜻한 환영이 아닌, 차갑고 날선 강철의 총구들이었다.


“거기 멈춰라, 민설아.”


저항군 제2소대장 준이 대원들을 거느리고 앞을 가로막았다. 날카로운 눈매와 다부진 체격을 가진 준의 눈빛에는 깊은 적대감과 의심이 서려 있었다. 그의 곁에 선 소대원들 역시 소총을 겨눈 채 불안한 눈초리로 설아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준 소대장?”


설아가 차갑게 물었다.


“내통 혐의다.”


준이 한 걸음 다가서며 윽박질렀다.


“한태성 사령관님이 부상을 입고 기지가 붕괴하기 직전인데, 너는 정체불명의 장비를 가슴에 달고 제국의 암시장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기묘하게도, 네가 사라진 직후 제국군 레이븐 대장군의 최정예 함대가 갑자기 폭격을 멈추고 후퇴했지. 적장과의 내통이 아니고서야 이 타이밍에 제국군이 물러날 이유가 없다!”


주변에 모여든 대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동료를 잃고 굶주림에 지친 그들에게 준의 선동은 강력한 독약처럼 퍼져나갔다. 설아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레이븐이 폭격을 멈춘 것은 자신과의 생명 동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 진실을 이 자리에서 밝힐 수는 없었다. 동조기의 비밀이 새어나가는 순간, 그녀는 제국군뿐만 아니라 저항군 내부에서도 완벽한 괴물로 낙인찍힐 터였다.


설아는 목에 걸린 동생 민우의 은빛 군인 인식표를 가만히 쥐었다.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그녀에게 야전 전술가다운 냉철함을 되찾아주었다.


“준 소대장, 내가 정말 제국군과 내통했다면 왜 이 척박한 지하 요새로 제발로 돌아왔겠어? 제국 시민권 카드라도 들고 수도 성계로 도망쳤겠지.”


설아의 이성적인 목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제국군이 후퇴한 건 놈들의 내부 전술적 조율 문제일 뿐이야. 오히려 지금 우리 기지의 진짜 위기는 내부에 있어. 제국군이 우리 이동 경로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폭격을 가했던 걸 벌써 잊었나? 진짜 쥐새끼는 내부에 숨어서 전파를 흘리고 있는 거다.”


“헛소리 마라! 물증도 없이 말을 돌리지 마!”


준이 소리쳤지만, 설아는 물러서지 않고 그의 눈을 정면으로 쏘아보았다.


“24시간을 줘. 내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겠어. 진짜 밀고자를 내 손으로 색출해 오지. 만약 찾아내지 못한다면, 내 머리에 준 소대장 네가 직접 플라즈마 권총을 쏴도 좋다.”


그녀의 과감하고 결연한 제안에 준은 주춤했다. 주변 대원들의 여론도 설아의 당당함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준은 이를 갈며 무기를 거두었다.


“좋아, 24시간이다. 하지만 내 대원들이 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것이다. 허튼수작 부릴 생각 마라.”


***


소동이 일단락된 후, 설아는 기지 구석의 어두운 환기 보조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저항군의 천재 소년 통신병 지호가 수많은 홀로그램 화면에 둘러싸인 채 단말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지호의 눈가에는 극도의 피로로 인한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지호야, 기지 내부 전파망에서 이상 징후를 찾았어?”


설아가 묻자, 지호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누나…… 왔구나. 다행이야, 정말로.”


지호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누나 말이 맞았어. 우리 기지는 철저한 ‘전자기 신호 차폐 수칙’을 따르고 있잖아. 외부로 나가는 모든 전파는 납 차폐막에 가로막혀 있어야 정상이야. 그런데 방금 아주 기이한 주파수 누출 흔적을 발견했어.”


지호가 홀로그램 화면을 슬라이드하자, 기지 내부의 전자기 스펙트럼이 격자 형태로 시각화되었다. 특정 구역에서 가늘고 붉은 신호선이 차폐막의 미세한 틈새를 뚫고 외부 위성 궤도로 주기적으로 송신되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신호, 일반적인 저항군 무전기가 아니야. 제국군 정보부나 사용하는 고성능 암호 송신기 주파수야. 누군가 기지 내부에서 차폐 수칙을 고의로 위반하고 극비 데이터를 외부로 뿜어내고 있었어.”


“진원지가 어디지?”


설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보급 창고 구역이야. 발신 단말기의 고유 식별 코드를 역추적해 보니까…….”


지호가 마른침을 삼키며 화면을 확대했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황두식 아저씨야.”


황두식. 저항군의 모든 식량과 물자를 관리하던 늙고 우직해 보이던 보급 담당자였다. 설아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기지 주민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던 자가 밀고자였다니.


“두식 아저씨가 제국의 자치대장 강만수와 접촉하고 있어. 지상에 있는 카이로스 부역자 연맹 놈들 말이야. 누나, 두식 아저씨가 지금 기지 비상구 구역으로 이동하고 있어. 도망치려는 것 같아!”


“잡아야 해.”


설아는 즉각 사제 소총 ‘모래바람’을 어깨에 메고 어두운 유지 통로를 향해 달렸다. 지호 역시 자신의 불법 개조 단말기 ‘스펙터-X’를 챙겨 그녀의 뒤를 따랐.


***


기지 하부의 음침하고 축축한 보급 통로 끝, 낡은 수송 버기카가 대기하고 있는 비상구 구역에 도달했을 때, 설아의 눈에 황두식의 구부정한 뒷모습이 포착되었다. 그는 제국군 규격의 식수 배급 칩 상자들과 기밀 문서들을 가죽 가방에 허겁지겁 쓸어 담고 있었다.


“두식 아저씨.”


설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강철 격벽 사이로 무겁게 울려 퍼졌다.


황두식의 신체가 돌처럼 뻣뻣하게 굳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충혈된 눈동자가 극도의 불안과 공포로 흔들리고 있었다.


“설, 설아냐……? 이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냐……”


“가방에 든 건 뭐죠? 그리고 그 단말기는 왜 제국군 군용 주파수로 맞춰져 있는 건가요?”


설아가 한 걸음씩 다가서며 소총의 총구를 겨누었다. 황두식의 입술이 가볍게 떨렸다. 그는 비열한 기회주의자의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품속으로 손을 뻗었다.


“이 반역자 년이!”


황두식이 숨겨둔 소형 플라즈마 권총을 뽑아 들려 했다. 하지만 설아는 이미 수많은 사선을 넘은 야전 전술가였다. 그녀는 사막 유령 보법으로 미끄러지듯 다가가 그의 손목을 걷어찼다.


탁—!


권총이 바닥으로 튕겨 나가며 거친 금속음을 냈다. 설아는 그대로 황두식의 멱살을 잡아 차가운 강철 격벽으로 밀어붙였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황두식이 신음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지호야, 단말기 확보해.”


설아의 지시에 지호가 신속하게 달려와 황두식의 개인 단말기에 해킹 케이블을 연결했다. 단말기 스크린에 녹색 기하학적 코드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황두식은 바닥에 엎드린 채 비굴하게 소리쳤다.


“놔라!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느냐! 너희들이 무모한 전쟁을 벌이는 바람에 내 가족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었어! 제국군이 나에게 약속한 시민권 카드와 식수 배급 칩만 있으면 카이로스를 벗어나 편히 살 수 있었단 말이다!”


“그 대가로 동료들의 목숨을 판 건가요? 사령관님이 저렇게 쓰러지신 것도 다 당신 때문이었어!”


설아의 눈에서 불타는 증오의 불꽃이 일었다.


그때, 지호의 단말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띠리릭—!


“누나, 찾았어! 황두식의 제국군 거래 장부야!”


화면에는 제국 자치대장 강만수의 고유 암호 코드와 황두식의 계좌로 입금된 수만 골드 크레딧의 내역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카이로스 부역자 연맹의 자금줄이 저항군의 심장부까지 뻗어 있었던 것이다. 이 장부에 적힌 제국군 연락책 코드는 향후 설아가 제국의 삼엄한 도시망에 침투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완벽한 백도어가 될 터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화면을 내려다보던 지호의 손가락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누나…… 이거 이상해. 마지막으로 송신된 데이터 패킷이 있어. 발신 시간이…… 방금 전이야.”


“내용이 뭔데?”


설아가 황두식의 멱살을 꽉 쥐며 물었다.


“이 개새끼가…… 기지 비상구의 극비 출입 코드랑 방어막 우회 키를 제국 헌병수비대 사령부로 통째로 전송했어! 놈들이 이미 비상구 입구까지 도달했다는 뜻이야!”


그 순간이었다.


위이이이이잉—!


기지 전체를 찢어발길 듯한 적색 비상 경보 사이렌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천장의 조명들이 붉은색으로 피빛처럼 물들었고, 기지 외곽 센서들이 일제히 침입 경고를 보냈다. 비상구 격벽 너머에서 거대한 기갑 전차의 엔진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제국 헌병수비대의 가혹한 포격이 요새 외벽을 타격하는 지진 같은 진동이 발밑을 흔들었다.


쿵—! 콰아아앙!


밀고자의 배신이 완성되는 순간, 파멸의 서막이 아이언 아크의 격벽을 뚫고 들이닥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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