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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모래 장터의 추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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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파가 타들어 가는 감각에 민설아는 정신을 차렸다. 세이프하우스-C의 주황색 비상등이 시야를 흐릿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가슴팍에 심겨진 고대 양자 생명 동조기가 심장을 옥죄며 검붉은 빛과 푸른빛을 번갈아 내뿜었다. 남은 전력은 단 8%. 아크라이트 원석을 주입하지 못하면 10분 이내에 그녀의 심장은 영원히 멈춘다. 동시에 궤도 위 기함에서 그녀와 목숨이 묶여 있는 제국 대장군 레이븐 역시 똑같은 심장 정지를 맞이하리라.


“설아! 움직이면 안 돼! 아직 신경 오염 수치가……!”


강 박사가 기계 의수를 삐걱거리며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설아는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녀는 목에 걸린 남동생 민우의 군인 인식표를 움켜쥐었다. 손바닥을 파고드는 차가운 금속 모서리의 통증이 그녀의 흐려지던 이성을 간신히 붙잡아주었다.


“시간이 없어요, 삼촌. 장터로 가야 해요. 최 회장을 만나야 살 수 있어요.”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안전가옥의 철문을 밀어젖혔다. 더스트 타운 지하의 미로 같은 통로는 숨이 막힐 정도로 건조하고 매캐한 붉은 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가슴팍의 동조기가 갈비뼈를 부수는 듯한 격통을 보냈지만, 설아는 이를 악물고 어둠 속을 달렸다. 8분, 7분…… 허파를 찢는 듯한 호흡 곤란이 그녀를 덮쳐왔다. 마침내 통로 끝에서 이국적인 네온사인과 기계 소음, 그리고 찌는 듯한 열기가 흘러나오는 거대한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이로스 지하 암시장 카르텔의 심장부, ‘붉은 모래 장터’였다.


설아는 최 회장이 과거에 준 특별 붉은 토큰을 입구의 경비 드론에게 내밀었다. 경비 드론의 스캔 광선이 녹색으로 변하자, 그녀는 장터 깊숙한 곳에 위치한 최 회장의 밀실로 안내되었다.


밀실 안에는 화려한 제국식 비단 로브를 걸치고 손가락마다 보석 반지를 낀 뚱뚱한 사내, 최 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설아의 초췌한 몰골과 가슴팍에서 점멸하는 기이한 광채를 보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오, 우리 저항군의 불꽃이 아주 다 죽어가는 몰골로 찾아왔군. 아크라이트 원석이 필요하다고 들었네만, 암시장의 규칙을 알지 않나? 공짜는 없네.”


“말 돌리지 마, 최 회장. 원하는 게 뭐야.”


설아는 가슴을 움켜쥐며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동조기의 전력은 이제 5%를 가리키고 있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요동치며 뇌 신경이 비명을 질렀다.


“네 아버지가 광산에서 일할 때 확보해 둔 미개척 아크라이트 비밀 매장지 좌표가 네 머릿속에 있지? 그 광산의 독점 채굴 지분 20%를 넘기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하게. 그럼 정제된 아크라이트 코어 샘플을 넘겨주지.”


최 회장이 홀로그램 계약서를 전개했다. 비열하고 철저한 상인다운 제안이었다. 설아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상처 입은 왼손 손바닥에서 흘러내린 피를 단말기에 문지르며 생체 서명을 완료했다.


“거래 성립이군.”


최 회장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금속 상자에서 푸른빛을 발산하는 소량의 아크라이트 원석이 담긴 컨테이너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설아가 떨리는 손으로 컨테이너를 움켜쥐는 순간, 밀실의 두꺼운 강철 문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콰아앙—!


자욱한 연기와 금속 파편을 뚫고 한 사내가 걸어 들어왔. 헝클어진 갈색 머리에 비열한 미소를 지은 젊은 사내, 사막의 무법자이자 악명 높은 현상금 사냥꾼 타츠야였다. 그의 뒤로 무장한 사냥꾼들이 총구를 겨누며 최 회장의 사설 경비대원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거기까지 하라고, 저항군 전사님. 제국 사령부에서 네 목에 건 현상금이 얼마인지 알기나 해? 식수 배급 칩을 평생 쓰고도 남을 금액이지.”


타츠야가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띠며 설아를 겨냥했다. 설아는 즉각 허리춤에서 사제 플라즈마 저격소총 ‘모래바람’을 뽑아 타츠야의 머리를 향해 격발했다.


슈우웅—!


푸른 플라즈마 탄환이 공기를 찢고 날아갔지만, 타츠야의 손가락에 낀 황금 에너지 실드 링이 번쩍이며 탄환을 가볍게 튕겨냈다. 동시에 사제 소총의 총열이 붉게 달아오르며 과열 경고등이 켜졌다. 설아는 뜨거워진 소총을 바닥에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사제 무기로 제국 최고급 장비를 뚫으려다니, 무모하군.”


타츠야가 비웃으며 다가왔다. 설아는 침착하게 허리춤에서 ‘휴대용 홀로그램 교란기’를 꺼내 바닥으로 던졌다.


치이익—!


순간 밀실 내부에 설아와 똑같은 형태의 가상 열 신호 홀로그램 잔상 3개가 사방으로 전개되었다. 사냥꾼들이 당황하여 가짜 잔상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플라즈마 탄환들이 허공을 가르는 사이, 타츠야는 품에서 ‘사제 EMP 수류탄’을 꺼내 지면으로 투척했다.


파지직—!


강렬한 전자기 펄스가 밀실 전체를 휩쓸었다. 홀로그램 잔상들이 순식간에 노이즈를 일으키며 소멸했고, 설아의 개인 통신망마저 완벽하게 마비되어 암전 속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설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사막 유령 보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모래의 미세한 흐름을 타듯 발소리와 진동을 완벽히 지운 채, 그녀는 어둠 속에서 고철 테이블과 벽면의 음영을 방패 삼아 기동했다. 타츠야의 등 뒤, 어두운 그늘 속으로 그림자처럼 미끄러져 들어간 설아는 그의 귀밑에 단검 조각을 차갑게 들이밀었다.


“움직이지 마.”


타츠야의 신체가 뻣뻣하게 굳었다. 설아는 그를 죽이는 대신,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타츠야, 넌 돈에 움직이는 현상금 사냥꾼이지. 제국이 내건 현상금보다 더 큰 노다지가 있다면 내 손을 잡겠어? 내가 방금 최 회장과 서명한 아크라이트 비밀 광산의 나머지 지분 좌표를 넘겨주지. 제국 놈들이 주는 푼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액수야.”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탐욕스러운 무법자의 본성이 작동하는 찰나였다. 그러나 전술적인 거래가 성사되기 직전, 설아의 가슴속에서 끔찍한 파국이 시작되었다.


“아…… 아아악—!”


완전히 에너지가 고갈된 양자 생명 동조기가 극단적인 폭주를 일으키며 붉은빛의 광포한 양자 파동을 사방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설아는 심장이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녀의 가슴팍에서 방출된 강력한 양자 파동 신호는 암시장의 차폐막을 찢고 지상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그 순간, 카이로스 상공을 선회하던 제국 정보부 수색대장 그레이의 추적 네트워크 스크린에 붉은색 경고등이 미친 듯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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