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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천 번의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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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무거웠고, 밤바람은 칼날처럼 차가웠다.


석탄곡 외곽의 무너져가는 오막살이 판자 틈새로 매캐한 황색 유황 연기가 스며들어 목구멍을 칼칼하게 긁어댔다. 한신은 흙바닥에 웅크린 채 숨소리를 죽였다. 방금 전, 가느다란 종이창 너머로 스쳐 지나간 기묘한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슥, 슥. 낙엽이 바람에 밟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짐승의 발걸음보다도 은밀하고, 뱀의 기어감보다도 음산한 기척. 낮에 번호의 지시를 받았던 항산파의 밀정 마칠의 눈동자가 창살 틈새를 기웃거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벌써 쥐새끼를 붙였군.’


한신은 가슴팍에 품은 사부의 유해 항아리를 가만히 움켜쥐었다. 거친 삼베에 감긴 항아리의 차가운 진흙 벽이 소년의 가쁜 숨결과 요동치는 심장박동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오늘 낮, 광산 마당에서 번호의 가혹한 채찍을 빗자루질 보법으로 피해내고 그의 힘을 역이용해 진흙탕에 처참하게 처박아버린 대가였다. 번호의 의심은 이제 확신에 가까워졌고, 마칠은 한신의 오막살이 주변을 맴돌며 그가 무공을 수련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으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 초라한 오막살이 마당에서 부러진 칠살검을 뽑아 드는 순간, 모든 비밀이 폭로되고 잔회검파의 마지막 불씨는 꺼지리라.


더구나 오른손목은 이미 낮에 채찍의 패도적인 반동을 받아내느라 비정상적으로 부어올라 있었다. 관절 마디마디가 불에 달군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욱신거렸고, 손가락 끝은 미세한 감각을 잃어 부들부들 떨렸다. 왼쪽 옆구리 역시 번호의 가혹한 군화발에 채여 푸른 멍이 들어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가 삐걱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이대로는 오늘 밤 천 번의 찌르기 수련을 이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한신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사부 육남천의 타버린 뼈가 담긴 항아리를 등에 단단히 묶으며, 소년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하루라도 찌르기를 쉬면 검 끝은 사정없이 무뎌진다. 사부님의 원한도, 소표의 억울한 죽음도 영영 잿더미 속에 묻혀 사라질 터였다.


한신은 오막살이 뒤편의 낡은 나무 판자를 소리 없이 밀어냈다. 빗자루질 보법(掃地步)의 기리를 극대화하여, 기척을 완벽히 지운 채 바닥을 쓸듯 미끄러지며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마칠이 앞마당의 창문을 숨죽여 주시하는 사이, 한신은 이미 석탄 먼지가 자욱한 밤안개를 뚫고 마을 변두리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석탄곡 어귀의 낡고 어두운 대장간이었다. 화로의 불씨가 희미하게 꺼져가는 대장간 내부에서, 거구의 사내가 묵묵히 숫돌에 연장을 갈고 있었다. 대장장이 곽씨였다. 그는 석탄곡의 하층민 중에서도 유독 말수가 적고 고집스러운 사내였으나, 한신의 우직한 눈빛과 밤마다 이어지는 처절한 집념을 묵묵히 지켜봐 온 유일한 조력자였다.


“왔느냐.”


곽씨가 걸걸한 목소리로 쇠 냄새 나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의 시선이 한신의 뒤틀리고 부어오른 오른손목에 머물렀다. 곽씨의 무거운 눈매가 가라앉았다.


“그 손으로 철검을 쥐다간 손가락 뼈가 먼저 가루가 될 거다. 무쇠의 반동은 네 상상보다 정직하니까.”


곽씨는 대장간 구석에서 붉은 삼베에 싸인 묵직한 물건을 꺼내 한신에게 건넸다.


“받아라. 단단한 백년 대추나무를 깎아 무게 중심을 맞춘 목검이다. 무쇠 검보다는 가볍지만, 단단함은 철 못지않지.”


‘대장장이 곽씨의 목검’이었다. 한신이 그것을 왼손으로 건네받아 오른손으로 쥐는 순간, 기묘한 안정감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대추나무 막대기 같았으나, 대장장이의 정교한 솜씨로 자루의 두께와 무게 중심이 한신의 뒤틀린 손가락 마디에 딱 맞물리도록 깎여 있었다. 무거운 철검을 들기 전, 오른손 경맥의 감각을 유지하며 찌르기의 정확도를 극대화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도구였다.


“그리고 뒤뜰로 가거라. 밤새 아무리 내질러도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두꺼운 무쇠판을 고정해 두었다.”


대장간 뒤뜰의 좁은 공터. 사방이 높은 흙벽과 무거운 석탄 자루로 둘러싸인 그곳에는, 늙은 느티나무 몸통에 두꺼운 강철판이 단단히 못 박혀 있었다. ‘무쇠 연습용 지지대’였다. 지지대의 한가운데에는 손가락 한 마디 굵기의 좁은 홈이 움푹 패어 있었다. 검 끝이 흔들리지 않고 오직 한 점만을 정확히 타격해야만 소리가 나지 않는 특수한 훈련 장치였다. 타격 시 발생하는 가공할 쇠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야간 감시망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곽씨의 배려였다.


그때, 대장간 뒷문이 스르륵 열리며 주막 주모 장씨가 은밀하게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품에는 흙먼지가 묻은 거친 가죽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아신아, 이 바보 녀석아…….”


장씨는 한신의 피투성이 손과 부어오른 옆구리를 보며 혀를 찼다. 그녀의 거친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걱정이 가득했다.


“항산파 놈들이 눈을 부릅뜨고 돌아다니는데 밤마다 이 무슨 미친 짓이냐. 자, 이거 받아라. 산 정상 바위틈에서 겨우 캐낸 삼칠근이다. 지혈과 근육 재생에는 이만한 약재가 없으니, 생으로 씹어 먹고 상처에도 바르거라.”


가죽 주머니 안에는 붉은빛이 도는 거친 뿌리 약초, ‘삼칠근’이 들어 있었다. 하루 천 번의 찌르기로 찢어지고 뒤틀린 오른손을 지탱해 줄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한신은 말없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장씨는 한신의 머리를 대충 쓸어 넘겨주곤, 혹여나 감시원들의 눈에 띌까 서둘러 밤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한신은 삼칠근 한 조각을 입에 넣고 거칠게 씹었다. 혀끝을 마비시키는 강렬한 쓴맛과 함께,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린 약 기운이 번호에게 걷어차였던 왼쪽 옆구리의 불타는 듯한 타박상 통증을 서서히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소년은 남은 약초를 으깨어 진물이 흐르는 오른손가락 마디마디에 바른 뒤, 사부의 피 묻은 삼베 붕대를 이빨로 물어당겨 손목 관절이 부러질 듯 단단하게 고정했다.


스으윽.


목검을 쥐자 오른손의 뒤틀린 뼈마디가 비명을 질렀다. 삼칠근의 약효로도 완전히 지울 수 없는 날카로운 통증이 척추를 타고 뇌수를 찔렀다. 하지만 한신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고요했다.


‘신체적 한계(10만 번의 찌르기). 사부님이 말씀하신 극의에 도달하려면, 이 뼈가 부서지고 살이 터지는 지옥을 넘어서야 한다.’


한신은 오른발 끝을 흙바닥 깊숙이 디디며 자세를 낮추었다. 황노인에게 배웠던 체중 이동의 원리를 되새겼다. 발끝에서 시작된 힘을 무릎과 허리로 전달하고, 척추를 팽팽하게 당겨 어깨를 거쳐 목검 끝으로 일직선으로 연결했다. 단순한 팔 힘이 아닌 전신의 무게를 검 끝 한 점에 싣는 물리적 법칙이었다.


타아앗!


첫 번째 찌르기가 무쇠 연습용 지지대를 때렸다.


쿵! 하는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목검의 손잡이를 타고 올라온 가공할 반동이 한신의 오른손목을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뒤틀린 관절이 어긋나는 듯한 격통에 소년의 전신이 미세하게 떨렸다. 굵은 식은땀이 석탄 가루가 묻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빗맞을 경우 검 끝이 튕겨 나가며 어깨 관절에 치명적인 탈골을 유발하는 가혹한 훈련이었다.


하지만 한신은 멈추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열 번, 백 번…….


목검 끝이 무쇠판의 좁은 홈을 정확히 때릴 때마다, 쇠와 나무가 부딪치는 둔탁한 파공음이 대장간 뒤뜰의 차가운 공기를 찢었다. 곽씨가 마련해준 지지대와 높은 흙벽 덕분에 소리는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았지만, 그 반동은 고스란히 한신의 육체로 역류했다.


“흐읍……!”


오백 번을 넘어설 무렵, 단단하게 동여맸던 삼베 붕대 틈새로 붉은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으스러진 손가락 관절에서 터져 나온 피가 대추나무 목검의 자루를 붉게 물들였다. 피가 묻어 미끄러워질 때마다 한신은 붕대를 더 단단히 조여맸다. 손가락의 미세한 신경들이 마비되어 갈수록, 소년의 검로는 역설적으로 더 단순하고 정교해졌다.


오직 일직선. 어깨와 팔꿈치, 손목이 완벽한 수평을 이루는 단 하나의 궤적.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곽씨는 곰방대를 문 채 묵묵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매일 밤 스스로를 파괴해가며 칼을 내지르는 소년의 모습은, 무협의 도(道)를 잃어버린 위선적인 정파의 고수들보다 훨씬 더 무섭고 장엄했다.


여덟백 번, 아홉백 번…….


한신의 시야가 붉게 흐려졌다.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고, 옆구리의 타박상 부위는 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오른팔은 이미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사부의 유해를 모신 항아리의 무게와, 가슴속 깊이 박힌 한(恨)의 관성이 소년의 팔을 움직이고 있었다.


‘더 빠르게. 더 정밀하게. 흔들림 없이 오직 한 점만을 뚫는다.’


어느덧 오늘 밤의 마지막 천 번째 찌르기이자, 그동안 누적된 수련의 횟수가 정확히 1만 번을 돌파하는 순간이었다.


한신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전신의 기혈이 황노인의 비결대로 완벽한 역학적 조화를 이루며 목검 끝으로 집중되었다. 발끝이 지면을 박찼고, 허리의 회전력이 어깨를 거쳐 뻗어 나갔다.


타아아앗!


목검이 허공을 가르는 파공음조차 삼켜버린 듯한 기묘한 침묵 속에서, 붉게 물든 대추나무 검 끝이 무쇠 연습용 지지대의 정중앙 홈을 관통하듯 때려 박혔다. 그 순간, 둔탁한 충격음 대신 서늘한 쇠소리가 대장간 마당을 울렸다.


콰드득!


나무 끝이 무쇠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 나가야 정상이었으나, 기적과도 같은 힘의 집중은 무쇠판의 정중앙에 깊은 균열을 만들어냈다. 두꺼운 강철 지지대의 중심이 쩍 갈라지며, 미세한 쇠 조각들이 어둠 속에서 불꽃처럼 튀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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