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의 대치
철문이 부서져 나간 자리에 자욱한 먼지가 걷히며, 기름진 비단옷을 입은 조표의 뚱뚱한 실루엣이 횃불의 붉은 불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조표의 손가락마다 끼워진 금반지들이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화광을 받아 기괴하게 번쩍였다. 그의 뒤로는 철조망 채찍을 쥔 번호와 수십 명의 항산파 정예 무사들이 도검을 뽑아 든 채 제련 가마터를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끓어오르는 쇳물 위로 자욱한 유황 연기가 피어오르는 야철소 내부는 순식간에 숨이 막힐 듯한 침묵으로 가득 찼다.
“흐흐흐, 쥐새끼 같은 보물 도둑놈이 결국 여기에 숨어 있었구나.”
조표가 가죽 장포를 펄럭이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탐욕스러운 눈동자가 육한신의 왼손에 쥐어진, 서늘한 푸른 검광을 내뿜는 칠살검을 향해 고정되었다. 비록 칼날의 절반이 부러진 형태였으나, 만년 한철과 묵철이 융합되어 새로 세워진 푸른 외날은 스스로 미세한 공명 진동을 내뿜으며 가마터 내부의 열기를 차갑게 얼려버릴 듯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 부러진 검…… 예사 물건이 아니로군. 내 금고에서 훔쳐 간 사부놈의 진흙 항아리와 그 장부도 네놈 품속에 있겠지?”
한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오른팔은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오 의원의 한독 억제침이 깊숙이 박혀 완전한 마비 상태였다.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은 사부의 피 묻은 도포 자락으로 만든 삼베 붕대로 가슴팍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오직 왼손만이 칠살검의 검은 자루를 움켜쥐고 있었을 뿐이었다. 제련 망치질로 인해 왼손바닥의 동상 피딱지가 터져 검붉은 피가 자루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소년의 눈빛은 용광로의 불꽃보다 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조표…….’
사부 육남천의 멸문을 방조하고, 의동생 소표를 때려죽이게 방치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광부들을 채찍질하며 착취하는 만악의 근원. 한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차가운 살기로 응축되었다. 머릿속으로 수만 번 그려보았던 심상 비무의 궤적이 그의 왼손 손끝으로 흘러들었다.
“말이 없는 걸 보니 벙어리 아신 놈이 확실하군. 오른손이 병신이 된 놈이 감히 항산파의 이권을 넘보다니, 가소롭구나!”
조표가 비웃으며 허리에 찬 거대한 대도를 뽑아 들었다. 묵직한 무쇠로 주조된 그의 백골도가 허공을 가르자, 이류 최상급의 정순한 벽력진기(霹靂眞氣)가 붉은 안개처럼 도신을 휘감았다. 가마터 내부의 공기가 조표가 발산하는 패도적인 내력에 눌려 무겁게 가라앉았다.
“죽여라! 검과 항아리만 온전히 보존하면 놈의 사지는 갈기갈기 찢어도 좋다!”
조표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좌우에 대기하던 항산파 무사들이 쇠사슬과 도검을 휘두르며 한신을 향해 쇄도했다.
스스슥.
한신의 신형이 지면을 낮게 쓸며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척추의 중심축을 강제로 왼쪽으로 틀어 정렬하는 좌수역검술(左手逆劍術)의 보법이었다. 뼈가 어긋나는 듯한 뻐근한 통증이 허리를 찔러왔지만, 한신은 이를 악물며 적들의 사각지대로 몸을 숨겼다.
쉬익! 콰앙!
가장 먼저 달려든 무사의 도검이 한신이 방금 서 있던 모루를 강타해 불꽃을 튕겼다. 한신은 몸을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키며 왼손의 칠살검을 비스듬히 내질렀다. 어떤 파공음도 없는, 극도로 투박하고 일직선인 찌르기였다.
퍽!
칠살검의 뭉툭한 단면이 무사의 겨드랑이 사이를 관통하며 갈비뼈를 분쇄했다. 무사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쇳물이 끓어오르는 용광로 옆으로 쓰러졌다. 한신은 멈추지 않고, 몰려드는 적들의 병장기 사이를 청소 보법으로 헤집고 들어갔다. 왼손 검의 변칙적인 회전 궤적은 적들이 예측하기 훨씬 까다로운 변수였다. 칠살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푸른 검광이 번뜩였고, 항산파 무사들이 차례로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 쓸모없는 놈들! 물러서라!”
부하들이 순식간에 쓰러지는 것을 본 조표가 분노로 얼굴을 붉히며 직접 대도를 치켜들었다. 그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벽력진기가 가마터 내부의 유황 연기를 사방으로 밀어냈다.
“내 직접 네놈의 왼팔마저 으스러뜨려 주마!”
조표가 대도를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며 벽력도법(霹靂刀法)의 폭발적인 내력을 실어 한신의 머리 위로 내리찍었다. 붉은 도강(刀罡)이 서린 대도가 벼락같은 기세로 낙하했다. 좁은 가마터 내부에서 피할 공간은 없었다.
한신은 오른손의 버릇대로 검을 들어 막으려다, 어깨의 억제침 부위가 욱신거리며 몸의 균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찰나의 순간, 조표의 도풍이 그의 왼쪽 허벅지를 스쳐 지나갔다.
쫘악!
바지가 찢어지며 선혈이 솟구쳤다.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이 뇌수를 자극했지만, 한신은 마음 응축법으로 감정을 얼음처럼 차갑게 식혔다. 그는 왼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반대로 빠르게 회전시켰다. 대도의 가공할 파괴력이 바닥의 모루를 때려 산산조각 내는 사이, 한신의 눈동자가 점차 붉은 쇳물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철 분석안(鐵分析案)이 각성되었다.
붉게 물든 한신의 시야 속에서, 조표가 쥔 대도의 분자 구조와 피로도가 기하학적인 선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조표의 대도는 강력한 벽력진기를 견뎌내고 있었으나, 손잡이와 검날이 연결되는 코등이 부근에 미세한 붉은 실선 같은 균열이 가 있었다. 수없이 광부들을 때려치고 병장기를 무리하게 휘두르며 누적된 피로 파괴의 흔적이었다.
조표가 당황해 대도의 날을 꺾어 가로베기로 한신의 허리를 노렸다. 붉은 도풍이 공기를 찢으며 밀려왔다.
한신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척추의 축을 비틀어 전신의 체중을 왼발 끝에서부터 허리를 거쳐 왼손목으로 전달했다. 황노인에게 배웠던 실전 창술의 물리적 기리가 그의 왼손 칠살검 끝에 응축되었다.
‘공명(共鳴)해라.’
한신은 왼손 칠살검 끝에 묵철의 공명 진동(묵철의 공명 진동)을 유도했다. 검날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쉬이익!
소리 없는 일직선의 찌르기가 조표의 가로베기 도풍 속으로 파고들었다. 조표는 한신의 투박한 찌르기가 자신의 대도 정면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비열하게 웃었다. 두꺼운 무쇠 대도로 소년의 가벼운 검을 단번에 부러뜨릴 심산이었다.
그러나 칠살검의 푸른 날끝이 조표의 대도 코등이 부근, 철 분석안이 포착한 미세한 균열점에 정확히 맞닿는 순간, 기묘한 저음의 진동이 야철소 내부를 웅장하게 흔들었다.
웅-!
칠살검 내부의 묵철 핵에서 시작된 진동 주파수가 조표 대도의 균열선과 완벽하게 동기화되었다. 조표의 대도 내부에 갇혀 있던 벽력진기가 역류하며 철의 분자 구조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콰아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조표의 거대한 대도가 수십 개의 조각으로 폭발하듯 부서져 나갔다. 부서진 무쇠 파편들이 조표의 얼굴과 가슴에 박혔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내…… 내 백골도가! 이럴 리가 없다!”
조표는 이 빠진 대도 자루만을 쥔 채, 공포에 질린 눈으로 한신을 바라보았다. 한신의 왼손에 쥔 칠살검은 여전히 서늘한 푸른 검광을 내뿜으며 고요히 진동하고 있었다.
패배를 직감한 조표의 얼굴이 광기 어린 악의로 일그러졌다. 그는 비틀거리며 용광로 뒤편, 황실 조총용 화약 상자들이 가득 쌓인 지하 창고 입구로 물러섰다.
“이 더러운 쥐새끼 놈…… 나만 죽을 것 같으냐!”
조표가 품속에서 불씨를 뿜어내는 화진(火珍)을 꺼내 들었다. 그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끓어오르는 쇳물 소리와 뒤섞여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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