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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의 피비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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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음사 대나무 숲의 고요는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다.


저 멀리 석탄곡 광산촌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연기는 밤하늘의 먹구름을 기괴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비명 소리는 뼛속까지 시려 오는 한독보다 더 차갑게 육한신의 심장을 찔렀다. 숲의 대나무 잎들이 거친 밤바람에 서걱이며 비장한 장송곡을 연주하는 듯했다.


한신은 왼손으로 부러진 철검 칠살검(七殺劍)의 자루를 부서질 듯 움켜쥐었다. 오른손은 오 의원의 약방에서 시술받은 한독 억제침들로 인해 완전히 무감각해진 채 쓸모없는 나뭇가지처럼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며칠 동안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연마한 왼손의 손가락 마디마디에는 단단한 피딱지와 함께 질긴 굳은살이 앉아 있었다. 전신의 회전축을 역방향으로 틀어 정렬하는 좌수역검술(左手逆劍術)의 독기가 그의 등줄기를 타고 서늘하게 흘러내렸다.


“한신, 지금 가면 놈들의 덫에 걸리는 거야.”


어둠 속에서 남장 차림의 백령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의 푸른 장포 아래로 청강검의 검결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백령의 등 뒤에는 사부 육남천의 회색 진흙 유해 항아리가 거친 삼베 끈에 묶여 온전히 보관되어 있었고, 그녀의 품속 깊은 곳에는 오악동맹의 파멸을 부를 오악비망록이 숨겨져 있었다.


한신은 늘어뜨린 오른팔을 묵묵히 바라본 뒤, 왼손에 쥔 칠살검의 검자루를 더 단단히 고쳐 쥐었다.


“나 때문에 무고한 이들이 피를 흘리고 있소. 사부님께서 가르쳐 주신 검은 약자를 외면하라 있는 것이 아니었소. 더는 이 대나무 숲 뒤에 숨어 귀를 막지 않겠소.”


그의 갈라진 목소리에는 눈먼 무명 승려 밑에서 익힌 마음 응축법(마음 응축법)의 차가운 정적이 서려 있었다. 분노가 검 끝을 흔들면 일직선의 찌르기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 한신은 심장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복수심과 분노를 얼음처럼 차갑게 응축했다. 백령은 소년의 고집스럽고도 의로운 안광을 보며 더는 말리지 못했다. 그녀는 사부의 유해 항아리와 비밀 장부를 대웅전 처마 밑 안전한 석탑 아래 숨겨둔 채, 한신의 뒤를 따라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 * *


석탄곡 광산촌의 초입은 이미 피비린내와 매캐한 유황 먼지로 가득 찬 아수라장이었다.


“말해라! 그 뒤틀린 오른손을 감싼 벙어리 놈이 어디로 숨었느냐!”


항산파 분타의 간수 대장 번호(번호)의 흉악한 고함 소리가 광산 마당을 거칠게 찢어발겼다. 번호는 가죽 조끼를 입은 우람한 팔뚝으로 철조망이 박힌 특제 가죽 채찍을 사정없이 휘두르고 있었다. 자객 당목의 비참한 죽음과 밀정 마칠의 흔적 없는 실종으로 인해 극도로 격노한 분타주 조표가 석탄곡 전역에 무자비한 수색령과 학살령을 내린 결과였다.


채찍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광부들의 비명 소리가 흙바닥 위로 흩어졌다. 무고한 석탄곡 광부 연합의 민초들이 차가운 철창과 가시덤불 아래 꿇어앉아 피를 토하고 있었다. 매연 가득한 탄광 마당은 붉은 선혈로 얼룩져 검붉은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그 참혹한 현장의 한가운데, 광부들의 대장 맹칠(맹칠)이 두꺼운 무쇠 쇠사슬에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칠 척에 달하는 그의 거구는 이미 번호의 가혹한 채찍질로 인해 가죽 무복이 찢겨 나가고 살점이 터져 처참한 몰골이었다. 하지만 맹칠의 부릅뜬 두 눈동자만큼은 꺼지지 않는 용광로의 불꽃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내…… 내가 알 바 아니다, 이 개만도 못한 항산파 놈들아!”


맹칠이 붉은 피를 번호의 가죽 군화 앞으로 뱉어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는 한신의 은밀한 무공 수련을 목격한 이후, 소년을 광부들의 진정한 대장이자 소장문인으로 마음속 깊이 받들고 있었다. 가혹한 고문과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그는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이 둔한 광산 멧돼지 놈이 끝까지 주둥이를 놀리는구나! 오늘 네놈의 가죽을 완전히 벗겨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번호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물들었다. 그의 손목이 기괴하게 꺾이며 철조망 채찍이 다시 한번 맹칠의 어깨를 강타했다. 쩍 갈라진 살점 사이로 하얀 뼈마디가 드러났으나, 맹칠은 신음 소리를 삼키며 쇠사슬을 꽉 움켜쥐었다. 주변에 둘러선 항산파 무사들은 칼자루를 쥔 채 그 광경을 차가운 눈으로 방관하고 있었다. 정파의 탈을 쓴 자들의 위선적인 폭압이 석탄곡의 어두운 하늘 아래서 피비린내 나게 춤추고 있었다.


한신은 광산 외곽의 허물어진 돌담 그늘 아래 숨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왼손에 쥔 칠살검이 미세하게 떨렸다. 오른손의 영구 마비라는 신체적 제약과 전신의 내상으로 인한 척추의 뒤틀림 통증이 가슴을 짓눌렀지만, 무고한 민초들이 자신 때문에 도륙당하는 광경은 그의 심장 깊은 곳에 깊은 도덕적 한(恨)을 새겨 넣었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번호의 목울대를 관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냉정해야 했다. 분타주 조표의 정예 무사들과 수십 명의 간수들이 광장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미완성된 왼손 찌르기만으로 무모하게 정면 돌파를 감행하는 것은 자멸이자, 사부의 유해를 영영 잿더미 속에 묻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었다. 정체를 숨기고 힘을 길러야 하는 은거의 규칙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문당하는 이들을 구해야 하는 의리 사이의 팽팽한 도덕적 대치 속에서 한신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


‘머리를 써야 한다. 적들의 시선과 병력을 분산시킬 결정적인 한 수가 필요하다.’


한신은 차갑게 살기를 가라앉히며 몸을 돌렸다. 그는 빗자루질 보법의 기리를 극대화하여, 기척을 완벽히 지운 채 광산 외곽의 어두운 탄광 통로를 따라 은밀히 이동했다. 그가 향한 곳은 석탄곡 야철소(석탄곡 야철소) 뒤편에 위치한 탁씨 대장간의 비밀 화로터였다.


가마터의 짙은 그을음 속에서, 팔뚝에 화상 자국이 가득한 젊은 야철공 탁무양(탁무양)이 불안한 눈빛으로 용광로의 불씨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석탄곡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후, 한신이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스스슥.


어둠을 가르고 한신이 소리 없이 가마터 내부로 침투하자, 탁무양은 번개처럼 몸을 돌려 무쇠 망치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회색 마의를 입은 한신의 안광을 확인한 순간, 그는 망치를 내려놓고 넙죽 무릎을 꿇었다.


“소장문인! 살아서 돌아오셨군요! 광산촌 마당이 조표와 번호의 광기로 피바다가 되었습니다. 맹칠 대장과 광부들이 고문을 당하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대로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탁무양의 목소리가 억울함과 분노로 잘게 떨렸다. 한신은 왼손으로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짚어 일으켰다. 그의 늘어진 오른팔을 본 탁무양의 눈동자가 안타까움으로 흔들렸으나, 한신의 차가운 안광은 흔들림이 없었다.


“더는 방관하지 않겠소. 맹칠 대장과 광부들을 구출하고, 이 지옥 같은 석탄곡의 포위망을 완전히 깨부술 것이오. 무양, 제련소를 폭파하고 적들의 시선을 단번에 교란할 방도가 있겠소?”


한신의 묵직한 질문에 탁무양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그는 가죽 앞치마를 꽉 움켜쥐며, 제련 가마 지하 깊숙한 곳을 가리켰다.


“방도가 있습니다, 소장문인. 조표 놈이 동창(東廠)의 부패한 환관들과 결탁하여 비밀 무기를 주조하고 있었던 것은 아실 겁니다. 최근 동창의 밀사들이 제련소 지하 비밀 창고에 대규모로 들여놓은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황실 조총용 화약(황실 조총용 화약) 상자들입니다.”


탁무양의 은밀한 목소리가 제련 가마의 열기보다 더 뜨겁게 한신의 고막을 파고드는 순간, 소년의 눈동자 속에서 붉은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황실 군부에서나 쓰는 극독의 고성능 화약입니다. 수십 상자가 지하 석실에 가득 쌓여 있습니다. 만약 제련 가마의 불길을 그 지하 창고로 역류시켜 화약 상자들을 단번에 폭파할 수만 있다면, 이 거대한 야철소 전체를 날려버릴 대폭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혼란을 틈타 광부들을 선동하여 대규모 폭동을 일으킨다면, 조표의 포위망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석탄곡을 탈출할 수 있습니다!”


화약의 대폭발과 광산 폭동 유도.


그것은 평범한 범재 소년이 거대한 정파의 무력 집단을 상대로 전세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하고도 치명적인 지략이었다. 한신의 왼손가락들이 부러진 칠살검의 검은 자루를 부서질 듯 움켜쥐었다. 피비린내 나는 광산촌의 어둠 속에서, 마침내 위선자들의 목줄을 죄어갈 불꽃의 계획이 고요하게 싹트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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