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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의 살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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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석실의 무겁고 습한 공기가 독고령의 목소리에 잘게 흔들렸다. 곰팡이 냄새와 녹슨 쇠 냄새가 뒤섞인 어둠 속에서, 주황색 횃불 불빛이 그의 참수 대도 ‘백골도’의 서슬 퍼런 날을 기괴하게 비추었다. 일류 고수 특유의 정순하면서도 음한 내경이 금고실 바닥을 차갑게 적셨다.


육한신은 왼팔로 사부 육남천의 유해 항아리를 필사적으로 감싸 안았다. 거친 진흙으로 구워진 항아리의 서늘한 촉감이 옆구리를 타고 심장으로 스며들었다. 항아리 바닥에 새겨진 비전 구결의 미세한 흠집들이 왼손가락 끝에 닿을 때마다 소년의 심장은 분노와 슬픔으로 쿵쾅거렸다.


그의 오른손은 칠살검의 검자루와 함께 두꺼운 가죽 끈으로 칭칭 감겨 있었다. 1만 번의 찌르기 수련으로 뼈마디가 기형적으로 뒤틀리고 마비된 오른손은 이미 제 힘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다. 오직 살을 파고드는 가죽 끈의 가혹한 고정력만이 칠살검을 그의 육체와 강제로 하나로 묶어두고 있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가죽 끈 틈새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와 칠살검의 검은 묵철 검신을 적셨다.


“조표 분타주께서 내리신 덫에 제 발로 걸어 들어왔구나, 벙어리 놈아.”


독고령이 이 빠진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외눈 안광에 잔인한 살기가 일렁였다.


한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벙어리 아신의 가면을 쓴 채,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적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철 분석안(鐵 分析眼)을 시전한 탓에 그의 두 눈은 붉은 쇳물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안구 주변의 경맥이 내력의 압박으로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붉은 시야 속에서 독고령이 든 백골도의 밀도 분포와 미세한 결함들이 붉은 선과 푸른 선의 궤적으로 어지럽게 보였다.


“말을 못 하는 벙어리 쥐새끼가 금고 자물쇠는 기가 막히게 따더군. 하지만 그 항아리를 들고 이곳을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독고령이 무거운 대도를 비스듬히 치켜들었다. 그의 살생기공(殺生氣功)이 발동되자, 백골도 주위로 피비린내 나는 기류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좁은 지하 석실 전체가 붉은 혈풍으로 뒤덮이는 기세였다.


쉬이익!


독고령이 신형을 날렸다. 일류 고수의 속도는 차원이 달랐다. 그의 백골도가 허공을 가르며 한신의 목덜미를 베어내기 위해 거대한 사선 궤적을 그렸다. 혈풍도법(血風刀法)의 패도적인 칼바람이 좁은 석실의 공기를 찢어발겼다.


한신은 물러서려 했으나, 등 뒤는 이미 차가운 무쇠 금고 벽이었다. 더 이상 피할 사각지대는 없었다. 왼팔로는 사부의 유해 항아리를 품고 있었기에 방어할 수도 없었다.


카아앙!


대도의 날카로운 끝이 한신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거친 회색 마의가 찢어발겨지며 어깨 가죽이 길게 갈라졌다. 뜨거운 피가 솟구쳤고, 오른손목 관절에 칠살검 무게의 반동이 가해지며 뼈가 바스러지는 듯한 격통이 밀려왔다.


“으윽…….”


한신은 이를 악물며 신음을 삼켰다. 오른손가락 뼈마디가 뒤틀리는 고통에 눈앞이 하얗게 흐려졌지만, 철 분석안의 붉은 시야만은 독고령의 다음 검로를 놓치지 않았다.


“하하하! 겨우 그 정도로 버티는 거냐? 오른손이 병신인 놈이 검을 가죽 끈으로 묶어둔 꼴이라니, 가소롭구나!”


독고령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백골도를 가로로 크게 휘둘렀다. 이번에는 한신의 허리를 두 동강 내겠다는 기세였다.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혈풍의 궤적은 피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한신은 냉정하게 이성을 유지했다. 대장간 뒤뜰에서 무쇠 지지대를 때리며 익혔던 힘의 원리를 떠올렸다. 일류 고수의 무지막지한 도풍을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것은 자멸이다. 칠살검은 날이 절반이나 부러진 뭉툭한 검이었고, 자신의 오른팔은 마비되어 있었다.


‘내 육체를 미끼로 던진다.’


한신은 척추를 비틀어 몸의 회전축을 강제로 반대로 돌렸다. 빗자루질 보법(소지보)의 기리를 변형해 몸을 낮추며, 가로베기의 궤적 속으로 자신의 가슴을 밀어 넣었다.


“죽어라!”


독고령의 비명이 울려 퍼지며 백골도의 서슬 퍼런 날이 한신의 가슴 정중앙을 강타했다.


콰아앙!


귀가 먹먹해지는 무거운 파열음과 함께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독고령의 백골도가 한신의 가슴 장포 안쪽에 숨겨져 있던 투박하고 둥근 묵철 호심경(墨鐵 護心鏡)에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다.


묵철 호심경의 단단한 방어력이 백골도의 패도적인 파괴력을 정면에서 받아내며 옆으로 튕겨냈다. 하지만 그 무지막지한 충격파는 고스란히 한신의 가슴뼈로 전달되었다. 늑골이 내려앉는 듯한 극심한 압박감과 함께 한신의 입가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한신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독고령의 눈빛에 경악이 서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자신의 필살 일격이 정면에서 막히며 튕겨 나간 반동으로, 독고령의 가드가 순간적으로 열렸다. 시간으로 치면 단 0.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틈이었다.


‘지금이다.’


한신은 전신의 내공을 강제로 역류시켰다. 으스러진 오른손목 경맥을 타고 솟구친 내력이 가죽 끈의 지탱력을 매개로 칠살검 자루로 폭발하듯 흘러들어 갔다. 관절이 완전히 바스러지는 듯한 고통에 비명이 터져 나오려 했으나, 소년은 이빨을 부러질 듯 깨물며 살기를 폭발시켰다.


쉬이익!


오른손에 감긴 삼베 붕대 위로 핏방울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는 순간, 칠살검의 뭉툭한 검 끝이 은빛의 일직선 광선으로 변했다. 어깨와 팔꿈치, 손목이 완벽한 수평을 이루며 최단 거리의 직선 궤적으로 뻗어 나갔다.


기본 일직선 찌르기(基本 一直線 刺).


하루 천 번, 누적 수만 번을 찔러 완성한 범재의 유일한 절기였다. 파공음조차 삼켜버린 찌르기의 궤적은 독고령이 쳐놓은 붉은 혈풍의 잔해를 단숨에 찢어발기며 그의 얼굴 앞으로 쇄도했다.


“어, 어떻게……!”


독고령이 뒤늦게 몸을 뒤로 물리려 했으나, 한신의 찌르기는 이미 그의 반응 속도를 초월해 있었다. 부러진 칠살검의 뭉툭한 끝이 독고령의 왼쪽 눈꺼풀을 뚫고 들어가 안구를 관통했다.


푸학!


“아아아아악!”


지하 석실이 떠나갈 듯한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독고령은 백골도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고 뒤로 자빠졌다. 그의 손가락 틈새로 검붉은 피와 안구의 진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차가운 무쇠 바닥을 적셨다.


한신은 가슴을 움켜쥐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묵철 호심경이 깨지지는 않았으나 가슴뼈에 가해진 타박상으로 기혈이 어지럽게 뒤틀려 있었다. 오른손목은 가죽 끈의 고정력 덕분에 탈골은 면했으나 관절 마디마디가 불타는 듯 쑤셔왔다.


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독고령의 비명 소리가 지하 통로를 타고 전각 위로 올라갔을 터였다.


한신은 붉은 철 분석안의 시야로 쓰러진 독고령의 뒤편, 열려 있는 철제 상자를 훑었다. 조표가 약탈한 황금 상자들 사이에, 검붉은 피가 묻은 낡은 가죽 장부 한 자루가 눈에 들어왔.


‘오악비망록(五岳備忘錄).’


오악동맹이 황실 환관들과 결탁하여 비밀 무기를 주조하고 철광석을 밀매한 내역이 상세히 기록된 결정적 증거였다. 한신은 왼손으로 사부의 유해 항아리를 더욱 단단히 안은 채, 허리를 숙여 그 가죽 장부를 낚아채 품속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 순간, 전각 위편에서 우렁찬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뎅! 뎅! 뎅! 뎅!


분타의 비상 경보 종소리였다. 지하 계단 위쪽에서 수십 명의 무사들이 무기를 부딪치며 뛰어 내려오는 발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침입자다! 지하 금고실로 향하는 통로를 모두 차단해라!”


조표의 독기 어린 고함 소리가 전각 전체를 흔들었다. 한신은 품속의 유해 항아리와 오악비망록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가죽 끈에 묶인 칠살검의 자루를 쥔 채 어두운 지하 계단을 향해 몸을 날렸다. 피할 수 없는 전면적인 탈출전의 서막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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