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Wuxia

혈육의 비수(匕首)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대장간 문을 부술 듯한 흑호방 정예 무사들의 거친 손길이 문고리를 잡는 순간, 돌쇠는 망설임 없이 화로 옆에 놓인 석탄 가루 한 바가지를 붉게 달아오른 도가니 속에 들이부었다. 그리고 그 위로 차가운 냉수를 사정없이 끼얹었다.


치이이이익—!


순식간에 대장간 내부를 가득 채운 것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하고 뜨거운 화독의 수증기였다. 흑호방 무사들이 기침을 터뜨리며 문을 걷어차고 난입했을 때, 대장간 안은 이미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돌쇠가 벼락같은 고함으로 무사들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억지를 부리는 대혼란의 틈을 타, 설소백은 아직 식지 않아 푸른 기운을 뿜어내는 묵풍검(墨風劍)을 품에 안고 창문 너머의 어둠 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났다.


깊은 밤, 낙엽촌 뒤편에 위치한 험준한 흑호곡(Heukho Valley). 사시사철 자욱한 안개가 기괴하게 흘러내리는 계곡의 벼랑 끝에서 소백은 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의 손에 쥐인 묵풍검은 대장간에서 보았던 둔탁한 강철의 형상이 아니었다. 소백이 역기맥의 숨결을 들이마시며 척추를 비틀 때마다, 푸른빛을 머금은 검신이 살아있는 뱀처럼 기이한 원호를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슉, 슈우욱— 하는 파공음은 정통 검술의 날카로운 쇳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대기를 가죽 채찍으로 내리치는 듯한 둔탁하고 묵직한 탄성의 울림이었다.


그리고 그 벼랑 밑, 썩은 단풍나무 덤불 뒤에는 한 사내가 숨을 죽인 채 충혈된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소백의 숙부이자 낙엽촌의 악명 높은 노름꾼, 설만강(Seol Man-gang)이었다.


만강의 온몸에서는 찌든 술 냄새와 사설 도박장의 비루한 땀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는 소백이 휘두르는 기이한 검의 궤적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얄팍한 머리로는 저 검술이 정파의 것인지 사파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으나, 단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평생 뒤틀린 뼈 때문에 삼류 무사들에게 벌레처럼 짓밟히던 조카놈이, 지금은 바위도 단숨에 쪼갤 듯한 가공할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 빌어먹을 조카놈이... 대체 어디서 저런 절세 무공을 배운 거지?'


만강의 탐욕스러운 시선은 소백이 바위 위에 올려둔 반쯤 탄 목패, 즉 암호화된 목패(Encrypted Wooden Slips)로 향했다. 소백이 검초를 한 번 펼칠 때마다 바위로 다가가 손가락 끝으로 목패 표면의 기이한 요철을 더듬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본 터였다. 만강은 저 목패와 푸른 기운을 뿜어내는 검만 훔쳐낼 수 있다면, 금릉성의 거대 상단에 팔아넘겨 평생 노름판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침을 흘리며 소백이 눈을 감고 운기에 집중한 틈을 타 바위 위로 기어가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계곡 위쪽 숲길에서 바스락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소백의 누이 예진이 동생의 야간 수련을 챙기기 위해 약탕을 들고 내려오는 소리였다. 만강은 쳇, 하고 혀를 차며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훔치는 것이 안 된다면, 차라리 더 확실한 돈줄에 이 정보를 넘기는 편이 나았다. 그에게는 당장 내일 아침까지 갚지 않으면 한쪽 다리가 잘려 나갈 지독한 도박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 * *


같은 시각, 흑호방 본영 지하의 음습한 밀실.


사방이 차가운 돌벽으로 둘러싸인 방 한가운데에는 흑호방의 책사 갈풍(Gal Pung)이 염소수염을 만지며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설만강이 비굴하게 무릎을 꿇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갈풍의 눈빛은 뱀처럼 차갑고 영악했다.


"만강아, 네 도박 빚이 벌써 은화 오십 냥이 넘었더구나. 우리 방주님의 성정을 알 텐데, 내일 아침까지 이 돈을 가져오지 못하면 네 놈의 쓸모없는 손가락부터 하나씩 노름판의 주사위로 깎아 쓰게 될 게다."


갈풍의 나지막한 위협에 설만강은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울부짖었다.


"갈 대협! 갈 군사님!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그냥 빈손으로 온 것이 아닙니다! 제 조카놈... 그 병신 같던 설소백이놈에 대한 엄청난 비밀을 알아왔습니다!"


갈풍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그는 미세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설만강을 내려다보았다.


"설소백? 낮에 배칠성이 찻집에서 시험하려다 실패했던 그 삼류 검객 놈 말이냐?"


"예, 예! 그놈이 밤마다 야간 통행 금지령을 어기고 흑호곡 깊은 계곡으로 기어 들어갑니다! 거기서 뱀처럼 휘어지는 기이한 푸른 검을 휘두르는데, 그 파괴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고 바위 위에 요철이 가득 새겨진 검은 목패를 보며 수련하더란 말입니다! 그 눈먼 점소이 서태경이 놈의 찻집 뒷방에서 흘러나오는 묵향과 아주 똑같은 냄새가 났습니다!"


갈풍의 머릿속 톱니바퀴가 소름 끼치도록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요철이 새겨진 목패... 그리고 뱀처럼 휘어지는 기이한 탄성의 무공이라.'


그것은 정통 무림맹의 공법이 아니었다. 인체의 경맥 흐름을 완전히 거스르거나 뒤집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변태적인 수련법. 무림맹주 독고천패가 그토록 철저히 인멸하려 했던 장서각의 유실된 비급 조각이 분명했다. 갈풍은 이미 설만강의 도박 빚을 고의로 조작하여 늘려놓은 상태였다. 만강이 빚 독촉에 시달리다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을 배신하고 기어 나오도록 설계한 막후의 판이었는데, 대어가 드디어 덫에 걸려든 것이었다.


갈풍은 품속에서 묵직한 가죽 주머니를 꺼내 탁자 위에 툭 던졌다. 주머니 안에서 은화들이 부딪히며 내는 탐욕스러운 쇳소리가 밀실에 울려 퍼졌다.


"이것으로 네 도박 빚은 완벽히 탕감해 주마. 추가로 은화 열 냥을 더 얹었으니, 입을 다물고 있어라."


설만강은 미친 듯이 웃으며 가죽 주머니를 품에 안고 바닥을 기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군사님!"


"내 오늘 밤 당장 흑호곡 수련장에 정예 살수들을 대거 매복시킬 것이다. 그 기형적인 검객 놈의 사지를 꺾어 목패를 회수하고, 그 배후에 숨은 눈먼 서생의 정체까지 샅샅이 파헤쳐 주마."


갈풍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 설만강이 흑호방 지하 뇌옥의 어두운 통로를 빠져나가며 비열한 웃음소리를 흘리는 순간, 흑호곡을 향한 거대한 죽음의 덫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깊은 밤, 낙엽촌 모퉁이에 위치한 조용한 찻집 낙엽헌(Nakyeop-heon).


바람이 창호지를 흔들며 스산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태경은 불이 꺼진 어두운 뒷방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왼쪽 뺨과 목덜미에는 배칠성이 지른 뜨거운 열독으로 인해 붉게 진물이 흐르는 화상 상처가 처절하게 새겨져 있었다. 장 노인이 지어준 약을 발랐으나,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비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방 안에 가득해야 할 찻잎의 향기조차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후각의 마비. 그것은 복수를 위해 그가 치러야 할 육체적 대가였다.


태경은 조용히 눈을 감고 도가 정심 호흡법(Taoist Mind-Cleansing Breathing)을 운기하며 뇌의 열기를 가라앉혔다.


스스스... 슥.


그때, 밤바람을 타고 낙엽헌 문틈으로 불길한 소리들이 새어 들어왔다. 일반인의 귀에는 그저 낙엽이 뒹구는 소리로 들렸겠지만, 시각을 잃은 대신 청각이 극대화된 태경에게는 그 소리가 너무도 또렷한 정보의 조각들이었다.


터벅, 터벅, 비틀.


낙엽헌 앞 대로변을 걸어가는 불규칙한 걸음걸이. 걸음걸이마다 술 냄새와 함께 미세한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가죽 주머니 안에서 은화들이 부딪히며 내는 무겁고 둔탁한 소리.


'분당 심장 박동 여든여섯 번. 호흡이 가쁘고 발끝이 바깥으로 벌어져 있다. 설만강이로군.'


태경의 뇌 속 연산 장치가 즉각적으로 가동되었다. 설만강은 도박 빚에 쪼들려 사흘 내로 돈을 구하지 못하면 다리가 잘릴 처지였다. 그런 자의 걸음걸이가 이토록 가볍고, 품속에서 흑호방 특유의 주조 은화 소리가 난다는 것은 단 한 가지 사실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배신(Betrayal)을 했구나.'


태경은 지팡이 청풍죽을 가볍게 쥐었다. 돌쇠의 대장간에서 개량한 덕분에 지팡이 내부에는 미세한 진동 전달 장치와 호신용 칼날이 장착되어 있었다. 태경은 지팡이 끝을 방바닥에 가볍게 대고 미세한 음파를 방출했다. 낙엽촌 대로변에서 흑호방 본영 방향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정예 무사들의 묵직한 발걸음 소리들이 지면을 타고 전달되어 왔다.


'갈풍이 움직였군. 설만강의 밀고를 받고 소백의 흑호곡 수련장을 습격하려는 것이다.'


태경은 가만히 어둠 속에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갈풍은 의심이 많고 치밀한 자다. 설만강의 도박 빚을 고의로 조작해 조카를 배신하게 만든 비열한 음모의 전말을 태경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적들이 소백을 확실히 얽어매기 위해 흑호곡에 대규모 살수들을 배치하려 한다면, 오히려 그 탐욕의 눈을 가려 사지로 몰아넣을 기회였다.


"소백을 구하러 갈 필요는 없다."


태경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오히려 그 비열한 배신의 비수를 역으로 쥐어, 갈풍의 심장을 찌를 덫을 준비해야겠구나."


어둠 속에서 태경의 보이지 않는 두 눈이 검은 안대 너머로 차갑게 빛났다. 밤바람이 문틈을 흔들며 피비린내 섞인 불길한 소문을 실어 나르는 가운데, 맹인의 정교한 지략이 흑호방의 파멸을 향한 두 번째 장기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