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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畸形)의 뼈, 뒤집힌 경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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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촌의 밤은 유독 길고 시렸다. 틈새가 벌어진 황토 벽 사이로 사정없이 들이치는 북서풍은 방 안의 가느다란 호롱불을 사정없이 흔들어댔다. 방 한구석, 낡은 이불을 겹겹이 덮은 채 마른기침을 토해내는 한씨 부인의 안색은 밤안개처럼 창백했다. 누이 설예진은 트여 터진 손으로 어머니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차갑게 식어가는 약탕기를 감싸 쥐고 있었다.


"어머니, 조금만 참으세요. 소백이가... 소백이가 곧 약을 구해올 거예요."


예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방 반대편 어둠 속에 주저앉아 있는 설소백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이가 빠진 채 부러진 철검 조각을 손에 쥔 채,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움켜쥐고 있었다. 낮에 찻집 낙엽헌에서 왕칠의 무지막지한 흑철도에 맞서다 탈구되어 버린 어깨였다. 소백은 스스로 어깨뼈를 맞춰 넣었지만, 기맥이 비틀린 자리마다 불로 지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와 이를 악물어야 했다.


‘삼류... 평생 삼류의 쇠사슬에 묶여 살아야 하는 신세란 말인가.’


소백은 자신의 등뼈를 더듬었다. 선천적으로 기형적으로 뒤틀려 자란 척추뼈. 정통 명문파의 내공 심법을 익히려 단전에 기운을 모을 때마다, 뒤틀린 뼈가 경맥을 압박하여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과 함께 검은 피를 토해내곤 했다. 남들은 무인으로서의 기연을 얻어 하늘을 날아오를 때, 자신은 가족을 지킬 최소한의 힘조차 기르지 못해 짓밟히는 현실이 뼛속 깊이 사무쳤다.


그때, 머릿속에서 낙엽헌의 눈먼 점소이, 서태경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울려 퍼졌다.


‘뼈의 뒤틀림을 탄성으로 삼아라. 기맥을 뒤집어라.’


황당무계한 소리였다. 정종 무학의 가르침에서는 기운을 역류시키는 행위야말로 주화입마에 이르는 지름길이라 가르쳤다. 하지만 그 눈먼 사내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기묘한 주파수가 담겨 있었다. 마치 천하의 모든 이치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내려다보는 듯한 초탈한 기풍.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초가집의 사리문이 거칠게 부서지는 소리가 고요한 밤공기를 찢었다.


쿠우웅!


"설소백! 이 쥐새끼 같은 놈, 어디 숨어 있느냐!"


횃불의 붉은 불빛이 깨진 문틈을 타고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흑호방의 행동대장 왕칠이었다. 그의 뒤에는 가죽 옷을 걸치고 도를 쥔 흉포한 무사들이 가득 서 있었다. 낮에 낙엽헌에서 겪었던 찜찜한 회피의 감각에 화가 머리끝까지 끝까지 치민 왕칠이, 사흘의 기한을 주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야간 통행 금지령을 틈타 소백의 집을 습격한 것이었다.


"왕칠! 사흘 뒤에 장터 상납금을 바치기로 하지 않았더냐!"


소백이 부러진 검 조각을 꼬아 쥐며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어깨의 탈구 통증과 비틀린 기맥 때문에 그의 신형은 크게 흔들렸다.


왕칠은 비열하게 웃으며 소백을 지나쳐 방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방바닥에 누워 신음하는 한씨 부인과 그녀를 감싸 안고 벌벌 떠는 예진을 발견했다.


"사흘? 내 마음에 변덕이 생겨서 말이다. 네 놈의 기이한 흘리기 수법을 보니 사파의 끄나풀이 분명해. 당장 무릎을 꿇고 그 수법의 출처를 대지 않으면, 네 병든 어미와 고운 누이의 목을 이 자리에서 쳐버리겠다!"


왕칠이 긴 팔을 뻗어 예진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채며 마당으로 끌고 나왔다.


"아악! 소백아!"


예진의 비명이 밤하늘을 찔렀다. 왕칠은 차가운 흑철도 날을 예진의 가녀린 목줄기에 들이댔다. 시퍼런 도날이 살을 누르자 미세한 선혈이 흘러내렸다. 한씨 부인은 마당 문턱에 쓰러져 흙바닥을 긁으며 오열했다.


"검을 버려라, 설소백! 무릎을 꿇고 사지를 자진해서 꺾어라! 그렇지 않으면 이 년의 목줄기를 먼저 따주마!"


소백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주먹을 쥔 손끝에서 피가 흘렀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왕칠의 목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인질로 잡힌 누이의 목숨이 그의 발목을 단단히 잡았다. 단전에 기운을 모으려 하자, 뒤틀린 척추뼈가 다시 기맥을 조여들며 가슴 통증과 함께 입안 가득 비린 피가 고였다.


‘안 된다... 내 몸으로는 저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 검을 버려야 하는가.’


절망의 심연 속에서 소백의 무릎이 서서히 진흙 바닥을 향해 꺾이려던 찰나였다.


탁. 탁. 탁.


갈대밭의 마른 잎사귀가 밟히는 소리와 함께, 나직하고 규칙적인 대나무 부딪치는 소리가 마당 외곽의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왕칠의 부하들이 깜짝 놀라 횃불을 그 방향으로 비추었다. 어둠을 헤치고 걸어 나온 이는 낡은 회색 삼베옷을 입고 검은 천으로 두 눈을 가린 맹인 서생, 서태경이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미세한 균열이 가 있는 대나무 지팡이 청풍죽이 들려 있었다.


"눈먼 점소이 놈이 여기까지 기어들어와 죽고 싶어 환장했나?" 왕칠이 침을 뱉으며 윽박질렀다.


태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안대 뒤에서 *풍안청청(Wind Eye Clarity)*의 이능이 극도로 깨어났다. 지팡이 끝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발생하는 미세한 음파가 마당 전체의 지형과 인물들의 자세를 뇌 속에서 입체적인 흑백의 형상으로 재구성해 냈다.


‘왕칠. 오른발에 무게중심의 칠 할을 두고 있군. 예진의 머리채를 잡은 왼손의 각도는 삼십 도 위쪽. 그의 시선은 소백의 부러진 검 끝에 고정되어 있어. 방심하고 있구나.’


태경은 가볍게 지팡이 끝으로 마당 구석의 작은 조약돌을 툭, 건드렸다.


타앙!


지팡이의 탄성을 타고 날아간 조약돌이 허공을 갈라 왕칠의 흑철도를 쥐고 있던 오른손 손목뼈를 정확하게 격타했다. 아주 무거운 타격은 아니었으나, 뼈의 가장 취약한 접합부를 때린 탓에 왕칠은 순간적인 저림과 함께 단도를 쥔 손을 흠칫 떨었다.


"이, 이게 무슨?!"


그 찰나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고, 태경의 나직하면서도 고요한 전음이 소백의 귓전을 때렸다.


"소백아. 단전을 버려라. 네 뒤틀린 등뼈, 세 번째와 네 번째 척추뼈 사이의 틈새로 내력을 밀어 넣어라. 경맥의 흐름을 완전히 거슬러 역류시켜라!"


소백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는 단전의 기운을 차단하고, 스승의 지시에 따라 내공의 흐름을 억지로 뒤틀린 등뼈 틈새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우드득! 우두둑!


소백의 전신에서 뼈가 기괴하게 맞춰지고 뒤틀리는 소름 끼치는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경맥이 역류하며 전신의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심장이 순간적으로 멈추는 듯한 마비감이 소백의 의식을 흐려놓았지만, 그 고통의 끝에서 태어나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이한 탄성과 폭발적인 힘이 그의 등뼈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


뒤집힌 경맥이 척추의 기형 골격과 결합하여 가공할 만한 채찍 같은 탄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소백의 신형이 불규칙하고 기괴한 속도로 왕칠의 사각지대를 향해 미끄러지듯 돌진했다.


왕칠이 경악하여 예진의 목을 베려 도를 내리누르는 순간,


"아래에서 위로, 역방향으로 올려 베라!" 태경의 목소리가 전장을 갈랐다.


소백의 부러진 철검 끝이 땅바닥을 긁으며 기괴한 원호를 그리며 솟구쳤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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