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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끝에 실린 분노의 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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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가 걷힌 화산(華山)의 아침은 지독한 안개로 가득했다. 장서각의 낡은 지붕 타일 사이로 흘러든 한기는 서고 바닥의 먼지 냄새를 더욱 차갑고 쓸쓸하게 만들었다.


독고풍은 떨리는 왼손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화산조사의 친필 비급인 검의록(劍意錄)을 펼쳤을 때 스며들었던 정순한 도가의 진기가 여전히 그의 망가진 경맥 속에서 미세한 공명을 일으키고 있었다. 노인은 이빨을 깨물며 역천폐맥공(逆天閉脈功)을 운기했다. 단전을 강제로 틀어막고 경맥의 기류를 억누르자, 왼손 끝의 진동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노인은 조심스럽게 검의록을 가죽 주머니에 다시 싸서 장서각 대청 바닥돌 아래, 독고세가 선조들의 비밀 위패가 숨겨진 깊은 홈 속에 밀장했다. 이 위대한 무학의 불씨를 지키는 것은 이제 그의 목숨보다 무거운 사명이 되었다.


마당에서는 백무기가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낙엽을 쓸고 있었다. 소년의 오른쪽 뺨에는 전날 공양간 주방장에게 밀쳐져 바닥에 처박힐 때 생긴 푸르스름한 피멍 타박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양손바닥의 피고름 상처는 삼월이가 밤중에 몰래 가져다준 가마솥 누룽지를 먹은 덕분인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무기는 어리숙한 얼굴로 싱긋 웃으며 마당을 쓸었지만, 그의 발걸음만큼은 밤새 익힌 낙엽소청보(落葉掃淸步)의 궤적을 그리며 지면을 미끄러지듯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겉보기엔 그저 빗자루질을 하는 바보 소년이었으나, 그의 하체 경맥에는 이미 맑은 태극의 기운이 깃들기 시작한 상태였다.


고요하던 장서각의 침묵을 깨뜨린 것은 난폭하게 사문을 밀치고 들어오는 가죽 구두 소리였다.


쿵! 콰앙!


"이봐, 외팔이 늙은이! 아직 안 죽고 살아 있었군!"


오만한 목소리와 함께 장서각 대청의 문이 사정없이 열렸다. 기름진 얼굴에 콧수염을 기른 사내, 화산파의 외문 집사 배진(배진)이 부하 두 명을 거느리고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 그의 손가락에는 두꺼운 금반지가 번쩍였고, 허리춤에는 장부 조작으로 긁어모은 사리사욕의 상징인 은박 단검이 매달려 있었다. 배진은 장서각 내부의 퀴퀴한 종이 냄새에 코를 찡그리며 가짜 재고 장부를 흔들었다.


"지난달에 남겨둔 가치 있는 역사서들과 비전 초본들을 싹 거두어가겠다. 삼장로 제갈우 님께서 서고의 낡은 책들을 정리하라는 명을 내리셨다. 당장 비켜라!"


그것은 정리가 아니었다. 장서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희귀 고서적들을 약탈해 암시장에 팔아넘기려는 추악한 수탈이었다. 배진이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험악한 인상의 외문 무인들이 큰 가죽 자루를 펼치며 책장을 향해 걸어갔다.


독고풍이 묵묵히 걸어 나와 대나무 빗자루를 가로막으며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텅 빈 오른팔 소매가 찬바람에 쓸쓸히 휘날렸다. 노인은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 행세를 하며, 왼손으로 빗자루를 굳게 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책들은 화산파의 정기가 담긴 마지막 역사이자, 제자 무기가 언젠가 읽어야 할 문파의 영혼이었다. 결코 저 탐욕스러운 소인배들의 손에 넘겨줄 수 없었다.


배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 병신 외팔이 늙은이가 눈에 뵈는 게 없나 보군. 감히 누구 앞을 막아서는 거냐?"


배진이 성큼 다가와 독고풍의 왼손에 쥐어진 대나무 빗자루를 거칠게 빼앗아 마당 구석으로 팽개쳤다. 거친 마찰음과 함께 빗자루 자루가 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배진의 굵은 손바닥이 허공을 갈랐다.


짝!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독고풍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노인의 마른 뺨에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고, 입술 끝에서 미세한 핏방울이 배어 나왔다. 배진은 땅바닥에 침을 탁 뱉으며 조롱했다.


"무공도 잃고 팔 하나도 없는 쓸모없는 개가 서고지기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분수를 모르는구나. 뺨을 한 대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그 순간, 마당 구석에서 흙을 만지며 바보처럼 웃고 있던 백무기의 눈동자가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소년의 내면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대기만성형 태극경맥이 스승의 뺨에 흐르는 피를 본 순간 폭발하듯 요동쳤다. 공양간 주방바닥에 처박혔을 때도 참았던 분노가, 자신을 구원해 준 유일한 은사이자 아버지인 독고풍이 모욕당하는 모습을 보자 겉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무기는 품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밤새 피를 흘리며 깎아 만든 손때 묻은 대나무 목검을 움켜쥐었다. 소년의 걸음걸이에서 바보 같은 기색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무기는 낙엽소청보를 전개해 소리 없이 배진의 앞을 가로막았다. 소년의 뺨에 난 푸른 피멍 자국과 대조적으로, 그의 두 눈은 삼류 무사 따위는 단숨에 얼려버릴 듯한 매서운 영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배진은 무기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그의 차가운 눈빛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으나, 이내 상대가 바보 소주임을 기억하고 코웃음을 쳤다.


"이 바보 새끼가 나무 장난감을 들고 반항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주방장에게 처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군!"


배진이 단전에 탁한 내공을 끌어올려 오른손바닥에 집중시켰다. 그의 손바닥이 붉고 음산한 기운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화산파 외문 심법의 변형 초식인 어혈장(瘀血掌)이었다. 타격 부위에 피가 엉겨 붙어 내상을 입히는 비열한 장법이었다. 배진이 기합 소리와 함께 무기의 가슴을 향해 장풍을 내질렀다.


"당장 뒈져라, 바보 녀석!"


붉은 장풍의 바람 길이 장서각 대청의 먼지를 세차게 휘날리며 쇄도했다. 일류 무사급의 위력은 아니었으나, 무공 미입문자로 알려진 소년이 정면으로 맞으면 갈비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될 수 있는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독고풍의 왼손가락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당장이라도 무형의 검기를 튕겨 배진의 장풍을 소멸시키려 했으나, 무기의 움직임이 노인의 손길을 멈추게 만들었다.


무기는 당황하지 않았다. 소년은 배진의 장풍 궤적을 응시하며, 스승이 낮 동안 빗자루질로 마당에 그렸던 태극선의 흐름을 직감적으로 떠올렸다. 적의 공격은 강하고 직선적이지만, 그 주변을 감싸는 바람 길에는 부드러운 틈새가 있었다.


스스스슥.


무기의 신형이 물 안개처럼 흔들렸다. 소년의 발끝이 지면의 흙먼지를 단 한 줌도 일으키지 않은 채 미 미끄러지듯 반 장 옆으로 우회했다. 낙엽소청보의 극의였다. 배진의 사나운 어혈장 장풍이 무기의 도포 자락만을 스친 채 허공을 가르며 장서각 기둥을 강하게 타격했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내려앉았지만, 무기는 이미 장풍의 바람 길을 타고 흘러내리듯 회회전하여 배진의 완벽한 사각지대로 침투해 있었다.


"어, 어디로 사라진 거냐?!"


배진이 자신의 장풍이 허공을 가르자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경악했다. 적이 허점을 노출한 찰나의 순간, 회수를 한계까지 밀어붙인 배진의 오른쪽 손목 경맥이 무기의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무기는 주저하지 않고 손때 묻은 대나무 목검을 곧게 뻗었다. 단전에서 솟구친 정순한 태극의 기운이 목검의 거친 나뭇결을 타고 끝부분에 단 하나의 점으로 압축되었다. 일점관통검(一點貫通劍)의 예리한 기틀이 실린 찌르기였다.


퓽!


예리한 파공음과 함께 대나무 목검 끝이 배진의 오른쪽 손목 관절 중앙, 양계혈(陽溪穴)을 정확하게 관통하듯 장타를 날렸다.


우두둑! 콰직!


장서각 대청에 뼈가 어긋나고 으스러지는 처참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배진의 거만한 손목 뼈가 무기의 목검 끝에 실린 정순한 강기를 버티지 못하고 완벽하게 뒤틀리며 부러져 버린 것이다. 배진이 쥐고 있던 가짜 재고 장부와 은박 단검이 바닥으로 맥없이 떨어져 뒹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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