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각의 침묵과 외문 집사의 탐욕
사각, 사각.
차가운 가을바람이 화산(華山)의 험준한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장서각(장서각)의 낡은 기와 틈새를 파고들었다. 마당 구석구석에 쌓인 누런 낙엽들이 쓸쓸한 소리를 내며 뒹굴었다.
그 쓸쓸한 소리 사이로, 규칙적이고도 느린 빗자루질 소리가 들려왔다.
장서각의 외팔이 청소부 노인, 독고풍(독고풍)은 왼손 하나로 다 닳아 빠진 대나무 빗자루를 쥐고 있었다. 그의 오른팔 소매는 어깨 죽지 아래가 통째로 잘려 나가 허리춤에 초라하게 묶여 있었다. 거친 회색 마의 사이로 드러난 목덜미에는 깊은 주름과 성성한 백발이 엉켜 있었고, 그의 깊게 파인 눈망울은 먼지 가득한 마당 바닥만을 묵묵히 응시하고 있었다.
"사각, 사각."
노인의 발걸음은 지극히 평범했다. 무공을 완전히 잃어버린, 그저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위해 화산파의 배려로 연명하는 늙은 잡역부의 걸음걸이였다. 하지만 그가 쓸어내는 빗자루의 궤적은 기묘하게도 마당의 먼지들을 단 한 톨도 허공으로 날려 보내지 않은 채, 둥근 원을 그리며 차분히 한곳으로 모으고 있었다.
그때, 장서각 대청의 삐걱거리는 문틈 사이로 더벅머리를 한 소년이 고개를 내밀었다.
백무기(백무기)였다.
때 묻은 백색 마의를 입은 소년은 코끝에 땟국물을 묻힌 채, 멍청한 미소를 지으며 독고풍을 향해 아장아장 걸어왔다. 소년의 눈망울은 맑다 못해 투명했지만, 초점이 약간 흐려져 있어 그가 태어날 때부터 지능이 낮은 백치임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하, 할아버지! 나도, 나도 쓸래!"
무기가 조잡하게 깎인 나뭇가지를 들고 마당을 제멋대로 휘저었다. 노인이 정성껏 모아둔 낙엽 더미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화를 낼 법도 하건만, 독고풍은 그저 깊은 주름이 잡힌 입가에 아주 미세한 온기를 띠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독고풍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10년 전 이 장서각에 들어온 이후로 단 한마디의 말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벙어리였다. 화산파의 누구도 이 초라한 외팔이 노인이 과거 강호를 호령했던 전설적인 검객이자, 스스로 단전을 닫고 경맥을 우회시키는 역천폐맥공(逆天閉脈功)을 펼쳐 신분을 숨긴 대종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노인은 무기의 등 뒤로 조용히 다가가, 왼손 손가락으로 소년의 척추 중간의 혈도를 아주 가볍게 짚었다. 무기는 그저 간지럽다는 듯 헤헤 웃었지만, 독고풍의 손끝을 통해 아주 미세하고 정순한 도가의 진기가 소년의 꼬여 있는 태극경맥(태극경맥) 속으로 스며들었다. 머리로 향하는 기맥의 봉인을 풀기 위한,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은밀한 인도법이었다.
평화롭던 장서각의 침묵을 깨뜨린 것은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가죽 구두 소리였다.
쿵! 쿵!
"이봐, 외팔이 늙은이! 죽었나 살았나?"
오만한 목소리와 함께 장서각 대청의 낡은 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기름진 얼굴에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거만한 걸음걸이로 마당에 들어섰다. 화산파의 외문 집사, 배진(배진)이었다. 그의 손가락에는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금반지가 끼워져 있었고, 그의 뒤로는 몽둥이를 든 험악한 인상의 하급 무인 두 명이 버티고 서 있었다.
배진은 가짜 재고 장부를 흔들며 독고풍의 코앞에 대고 소리쳤다.
"장서각 재고 조사를 해야겠으니 비켜라. 요즘 암시장에 화산의 고서들이 흘러나간다는 소문이 돌더군. 이 더러운 서고 구석에 쓸모없는 책들이 너무 많아."
말이 재고 조사지, 실상은 제갈우(제갈우) 삼장로의 묵인 하에 장서각의 희귀 고서적들을 훔쳐내어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파렴치한 약탈이었다.
늙은 노복 아복(아복)이 꼽추처럼 굽은 허리를 조아리며 몸으로 서고 입구를 막아서려 했다. 아복은 벙어리였기에 그저 "읍, 읍!" 하는 비명만을 지르며 배진의 옷소매를 잡았다.
팍!
"어디서 더러운 벙어리 늙은이가 손을 대!"
배진의 부하가 아복의 가슴을 발로 찼다. 아복은 맥없이 뒤로 밀려나 차가운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독고풍의 깊은 눈동자 속에서 찰나의 순간, 푸른 검광 같은 살기가 스쳤다. 전신을 감싸고 있던 역천폐맥공의 봉인이 안에서부터 꿈틀거렸다. 그러나 노인은 주먹을 쥔 왼손을 마의 소매 속에 깊숙이 감추었다. 지금 힘을 드러내면, 제갈우의 등 뒤에 있는 무림맹주 사마무극(사마무극)의 칼날이 당장 이 어린 백무기의 목을 겨눌 것이다. 아직 무기의 봉인이 풀리지 않았다. 참아야 했다.
독고풍은 대나무 빗자루를 내려놓고, 흙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마를 땅에 대며 비굴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벙어리 특유의 어눌한 신음 소리만을 내며 자비를 구하는 연기를 했다.
"흥, 병신 늙은이가 눈치는 빠르군."
배진은 코방귀를 뀌며 독고풍의 등 뒤로 걸어왔다. 그리고 발끝으로 독고풍의 텅 빈 오른팔 소매를 툭툭 건드렸습니다.
"무공도 잃고, 오른팔도 잃고, 말도 못 하는 폐물 늙은이가 화산의 영험한 정기를 빨아먹으며 장서각을 더럽히고 있구나. 장문인께서 자비롭지 않으셨다면 벌써 산짐승 먹이로 던져졌을 놈이."
배진은 구두 굽으로 독고풍의 어깨를 짓눌렀다. 흙먼지가 노인의 백발 위로 더럽게 쏟아졌다.
그 광경을 본 백무기의 눈빛이 돌변했다. 소년의 머릿속을 지배하던 안개가 찰나의 순간 걷히는 듯했다. 무기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따르고 의지하는 할아버지가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소년의 등 뒤에서 희미한 태극의 기류가 일렁였다.
"할아버지 때리지 마! 나쁜 놈아!"
무기가 조잡한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배진을 향해 돌진했다. 소년은 배진의 허벅지를 잡고 늘어졌다.
"이 바보 새끼가 어디서 더러운 손을 대!"
배진은 인상을 쓰며 내공을 싣지 않은 가벼운 발길질로 무기를 걷어찼다.
퍽!
무기의 가냘픈 신형이 시궁창 옆 흙바닥으로 볼품없이 굴러떨어졌다. 소년의 이마가 찢어지며 붉은 피가 흘러내려 투명한 눈망울을 적셨다. 무기는 아픔보다 분노에 차 배진을 쏘아보았지만, 내공이 전혀 없는 잡역부 초보 단계의 육체로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독고풍은 바닥에 엎드린 채 눈을 감았다. 그의 왼손 손가락 끝이 흙바닥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신 경맥이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지만, 그는 기를 뿜어내지 않았다. 지금 움직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노인은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무기를 향해 조용히 누워있으라는 눈빛을 보냈다.
배진은 침을 뱉으며 서고 안으로 난입했다. 그의 부하들은 장서각 대청의 책장들을 거칠게 뒤엎으며, 선대 장문인들이 남긴 귀한 은밀한 역사 서책들과 백천성 가문의 흔적이 담긴 기밀 서적들을 자루에 닥치는 대로 쓸어 담았다.
"가자. 이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들이 암시장에서 제법 돈이 될 테니."
배진은 약탈한 책 자루를 어깨에 짊어지고, 의기양양하게 장서각 대청의 문을 나섰다.
장서각 앞마당에는 침묵만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불타버릴 듯한 노여움과 억울함이 차가운 가을바람 속에 섞여 흩어졌다.
배진이 가짜 장부를 품에 넣고 자루를 쥔 채 장서각의 낡은 사문(사문)을 완전히 벗어나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흙바닥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독고풍이 왼손으로 다 닳아 빠진 대나무 빗자루를 굳게 쥐었다.
지면을 누르고 있던 대나무 빗자루의 맨 끝부분, 먼지가 낀 얇은 나뭇가지 가닥들이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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