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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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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축축하고 비릿한 하수 배관 내부. 녹슨 철골 사이로 흘러내린 오염수가 건우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기름때와 쇳가루가 뒤섞인 어둠 속에서 건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오른쪽 다리가 제멋대로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전 암시장에서 정필두의 기계 다리를 오버라이드하기 위해 억지로 자력을 쥐어짜 낸 대가였다. 뇌 신경세포가 타들어 가는 고통과 함께 코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가 하수구의 썩은 물 위로 번져나갔다.


“형…… 괜찮아? 나 때문에……”


건우의 손을 꼭 잡은 호재의 작은 손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여덟 살짜리 꼬마의 안면은 정필두의 부하들에게 맞아 푸르게 멍들어 있었다. 건우는 간신히 고개를 흔들며 품 안의 주머니를 확인했다. 형광빛의 푸른 액체가 소용돌이치는 유리 앰플, ‘시냅스 시너’가 무사히 들어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단칸방에서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져 있을 소희를 살릴 수 있다. 건우는 입술을 깨물며 마비된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어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순간, 제9구역의 찌그러진 하늘 위에서 웅장하고 거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오오오오오오—


공기 전체가 낮게 진동하는 소리였다. 하수구 철창 틈새로 올려다본 하늘은 이미 붉은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암시장에서 도망치며 들었던 정필두의 비명 섞인 무전이 이지스 테크놀로지 제9구역 보안국의 심장부에 닿은 것이 분명했다.


“비상 경보…….”


건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마에 조여 매어 둔 ‘뇌파 동조 전자기 링’이 머릿속의 불안정한 뇌파에 반응해 날카로운 경고음을 흘렸다. 삐익, 삐이익— 귀를 찌르는 이명과 함께 머릿속이 쪼개질 듯한 두통이 다시금 엄습했다.


이지스 보안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제9구역의 하늘을 지배하는 가장 거대한 감시의 눈을 가동한 것이다.


정지 궤도 위성, ‘스캐너-X’.


지구 자기장의 미세한 변화와 지상에서 방출되는 특이 전자기 주파수를 실시간으로 스캔해 내는 이지스의 사냥개였다. 건우가 정필두의 회로를 폭파하며 흘린 자력의 흔적은 스캐너-X의 양자 자기 스캐너에게는 어둠 속의 횃불과 다름없었으리라.


“호재야, 내 등 뒤에 바짝 붙어라. 절대 떨어지지 마.”


건우는 마비된 다리를 질질 끌며 어두운 하수도 망의 지류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망칠 통로는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지이이이잉—


하수구 철창 틈새로 붉은색 레이저 스팟이 떨어졌다. 위성에서 발사된 고출력 탐지 광선이었다. 붉은 빛줄기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하수도 바닥의 오염수를 훑으며 건우가 서 있는 골목길 구석구석을 좁혀왔다.


붉은 빛이 건우의 발끝에 닿기 직전, 건우는 본능적으로 자력을 끌어올려 위성의 신호를 차단하려 시도했다. 손끝을 뻗어 대기 중의 전파 흐름을 비틀어 막으려 한 것이다.


“윽!”


하지만 그것은 최악의 악수였다. 자력을 방출하려는 순간, 머릿속의 나노 통제 칩이 미친 듯이 발작하며 뇌세포를 태워버릴 듯한 역류 전류를 뿜어냈다. 귓가에서 천둥이 치는 듯한 이명과 함께 건우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을 짚었다. 출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억지로 방출한 미약한 자력은 위성 신호를 차단하기는커녕, 오히려 스캐너-X에게 ‘여기에 특이 주파수 반응이 존재한다’고 확신을 심어주는 꼴이 되었다.


하늘 위의 붉은 렌즈가 건우가 숨은 하수구 구역을 조준하며 하강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붉은 레이저 스팟이 건우의 어깨 바로 뒤편까지 육박했다.


“거기 바보 같은 꼬맹이! 당장 그 빌어먹을 힘 끄고 머리 숙여!”


어둠 속에서 날카롭고 까칠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하수도 교차로의 썩은 철문 너머에서 한 소녀가 튀어나왔다. 헝클어진 단발머리에 코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홀로그램 안경, 그리고 손가락 마디마디에 해킹용 단말 패치를 덕지덕지 붙인 기이한 모습의 소녀였다.


민지아였다.


지아는 양손에 들고 있던 마개조된 휴대용 단말기 ‘지아의 홀로그램 링크 패드’를 허공에 던지듯 전개했다. 공중에 푸른색 가상 키보드가 투명하게 펼쳐졌고, 지아의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기계 제국의 눈은 주먹으로 부수는 게 아냐. 멍청하게 힘으로 막으려 하니까 위치가 다 털리지!”


“너는…….”


“말 걸지 마! 연산 꼬이니까!”


지아의 홀로그램 안경 너머로 이지스 보안국의 신호망 코드들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지아는 익명 해커 네트워크 ‘시냅스’에서 내려받은 우회 보안 프로토콜을 가동했다.


“스캐너-X가 양자 자기 추적으로 네 자력 흔적을 조준하고 있어. 3초 뒤면 위성 타격 좌표가 이지스 제9구역 보안국 타격대에 전송된다고! 2초, 1초…… 터널링 프로그램 가동!”


지아의 손가락이 마지막 엔터 키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 순간, 지아의 링크 패드에서 강력한 전자기 노이즈 신호가 방출되었다. 지아는 가상 프록시 터널링을 가동하여 건우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자력 흔적 주파수를 역추적해, 하수구 바로 위 지상 골목에 서 있던 구식 가로등의 누전 주파수로 강제 전이시켰다.


지이이이이잉— 콰아아앙!


하수구 천장 너머 지상에서 고전압 스파크와 함께 무언가 대폭발을 일으키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스캐너-X의 붉은 레이저 조준경이 혼란을 느끼며 건우의 머리 위를 벗어나 옆 골목의 가로등을 타격해 완전히 파괴해 버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사방을 훑던 붉은 스팟이 사라지며 하수도 내부에 일시적인 정적이 찾아왔다.


“성공이야…… 하아, 죽는 줄 알았네.”


지아가 이마의 땀을 훔치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의 단말기에서는 과부하로 인해 미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해킹 흔적이 이지스의 방화벽에 역추적당해 단말기 내부 칩셋이 과열된 탓이었다.


지아는 단말기를 품에 안고 재빠르게 건우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시선이 건우의 이마에 묶인 녹슨 전자기 링에 머물렀다.


“이거…… 한태성 영감탱이 솜씨잖아? 네가 그 영감이 입이 닳도록 말하던 ‘유령’ 놈이구나?”


“한태성 옹을 아는가?”


건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묻자, 지아는 까칠하게 대꾸하며 건우의 피투성이가 된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당연하지. 그 영감이랑 내가 이 지하 바닥에서 이지스 눈 피해서 산 지가 몇 년인데. 잡담은 나중에 해. 위성이 타격 좌표를 재연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3분이야. 당장 이지스의 눈이 닿지 않는 진짜 지하로 들어가야 해.”


지아는 기절하기 일보 직전인 호재를 부축하고, 마비된 다리로 비틀거리는 건우를 이끌며 하수도 깊은 곳의 낡은 철문을 열었다. 그 너머에는 이지스의 감시 카메라와 위성 레이더가 절대로 투과할 수 없는 깊고 어두운 ‘지하 하수도 망’의 비밀 통로가 입구를 벌리고 있었다.


“빨리 움직여. 제9구역 전체에 수색령이 떨어졌어. 이제 골목길로 기어 나가는 순간 즉결 처분이야.”


지아의 다급한 재촉에 건우는 품 안의 시냅스 시너를 다시 한번 움켜쥐며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뒤편 하수구 철창 너머 지상에서는 이지스 보안국의 정찰 드론들이 내뿜는 차가운 기계음과 사이렌 소리가 제9구역의 밤을 찢어발기며 다가오고 있었다.


간신히 비밀 통로 안으로 몸을 숨기고 무거운 철문을 닫은 순간, 지아의 홀로그램 단말기 화면에서 붉은색 비상 경고등이 미친 듯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삐- 삐- 삐-


지아의 안경 너머로 비친 단말기 스크린에는 스캐너-X의 실시간 위성 궤도가 그려져 있었다. 위성의 푸른색 감시 렌즈가 방향을 틀어, 건우의 여동생 소희가 누워 있는 제9구역 고철 하차장 제3구역을 정확히 조준하기 시작하는 그래픽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말도 안 돼.”


지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려갔다. 건우의 심장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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