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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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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악!”


제9구역 지하 깊숙한 곳, 버려진 화학 폐수 처리 공장을 개조해 만든 독사파의 본거지 ‘독사의 사냥터’. 사방이 녹슨 강철 파이프와 유독가스로 가득 찬 고문실의 허공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강철민은 양팔이 전자기 쇠사슬에 결박된 채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그의 단단했던 구리빛 피부는 이미 군데군데 찢어지고 검게 그을려 피와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지스 보안국의 수색 대장 김태곤에게 당한 모진 구타에 더해, 독사파의 행동대장 마진석이 가하는 잔혹한 전격 고문이 그의 육체를 사정없이 무너뜨리고 있었다.


지이이이잉—!


마진석이 양손에 낀 철갑 장갑 ‘썬더’를 서로 맞부딪쳤다. 장갑 표면을 따라 불길한 황색 전류가 뱀처럼 꿈틀거리며 고압의 스파크를 튀겼다. 마진석은 묻은 피를 핥아내듯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철민의 턱을 거칠게 치켜올렸다.


“어이, 자치회 찌꺼기 놈. 슬슬 입을 열 때가 되지 않았나? 그 고철 유령 놈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그리고 그놈이 애지중지하는 여동생 년이 어느 구멍에 처박혀 있는지 말이야.”


철민은 뒤집힌 눈을 간신히 치켜뜨며 마진석의 안면을 향해 핏물이 섞인 침을 뱉었다.


“퉤…… 사냥개 새끼가, 짖어대기는…….”


“이 새끼가 끝까지!”


마진석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가 썬더 장갑의 격발 트리거를 당기자, 쇠사슬을 타고 수만 볼트의 전류가 철민의 전신 신경망을 강타했다. 철민의 몸이 활처럼 꺾이며 비정상적인 경련을 일으켰다. 살이 타들어 가는 매캐한 냄새가 고문실의 습한 공기 속에 진동했다. 하지만 철민은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를 정도로 이를 악물며 건우의 이름을 끝내 뱉지 않았다. 그가 기절하기 직전까지 붙잡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소년에 대한 신의였다.


***


같은 시간, 백은하의 지하 진료소 입구.


차가운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녹슨 파이프 그늘 속에 차건우가 서 있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미세하게 명멸했다. 뇌 속의 프로토타입 시냅스 필터가 자력을 쓸 때마다 일으키는 극심한 발작의 고통은 시냅스 시너 덕분에 일시적으로 진정되었지만, 뇌세포 괴사율 80%라는 임계점은 그의 육체를 안쪽에서부터 갉아먹고 있었다.


‘시야가…… 또 좁아지는군.’


건우는 눈을 깜빡였다. 시야의 가장자리가 서서히 검은 노이즈로 덮여오는 시야 협착 증상. 백은하의 경고대로 자력을 한 번만 더 최대 출력으로 방출했다간 영구 실명에 이를 터였다. 하지만 건우는 오른손 주먹을 꽉 쥐었다. 손가락 관절이 뻣뻣하게 비명을 질렀지만, 그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분노는 멈출 줄 몰랐.


스으윽.


그때, 진료소 입구의 어둠을 뚫고 왜소한 체구에 가느다란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암시장의 장물 업자이자 정보원인 오동수였다. 오동수는 사방을 극도로 경계하며 건우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빛에는 건우의 힘에 대한 두려움과 탐욕이 기묘하게 엉켜 있었다.


“여어, 고철 유령 꼬맹이. 약속대로 정보를 가져왔지.”


오동수가 품 안에서 홀로그램 칩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하지만 공짜는 없는 법이야. 너한테 털린 내 금고 건도 있고 말이지. 내 신용을 생각해서 이번만은 거래로 쳐주겠어.”


건우는 말없이 품 안에서 붉은빛을 띠는 고순도 탄소강 스크랩 뭉치를 꺼내 오동수의 앞에 던졌다. 이지스의 군용 장갑차 폐기 잔해에서 목숨을 걸고 추출해 낸 비자성 합금 소재였다. 암시장에서 천문학적인 크레딧으로 거래되는 물건을 보자 오동수의 가느다란 눈이 탐욕으로 번쩍였다. 오동수는 신속하게 스크랩을 품에 챙기며 홀로그램 칩을 건우에게 넘겼다.


“독사파 놈들이 제대로 미쳤어. 이지스 보안국 놈들한테 현상금 10억 크레딧이랑 상층부 메탈 게이트의 정식 시민권을 약속받았더군. 네 목을 가져가는 조건으로 말이야. 그래서 마진석 놈이 강철민을 인질로 잡고 사냥터 깊숙한 곳에서 고문하며 널 유인하고 있는 거야.”


오동수가 건넨 홀로그램 칩이 작동하며 건우의 눈앞에 붉은색 열화상 구조도가 투사되었다. ‘독사의 사냥터’라 불리는 폐수 처리 공장의 정밀 지도였다.


“그 공장 바닥은 온통 강산성 화학 폐수야.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뼈까지 녹아내릴 거다. 경비도 삼엄하고 함정이 사방에 깔려 있지. 꼬맹이, 정말 저 지옥 구덩이로 제 발로 기어 들어갈 셈이냐?”


오동수의 경고에 건우는 대답 대신 차가운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의 푸른 눈동자 속에서 대자연의 전자기 파동이 거칠게 일렁였다.


진료소 안쪽 작업대에서 민지아가 링크 패드를 두드리며 지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단말기 화면 위로 복잡한 전력선 구조가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건우야, 사냥터 내부의 전력 그리드를 해킹해 보려고 했는데…… 안 돼. 이지스 본사에서 심어둔 최신 양자 방화벽 ‘아틀라스 월’이 공장 전체를 폐쇄망으로 묶어두고 있어. 원격으로는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없어. 직접 침투해서 내부 단말기에 접속하는 수밖에.”


지아의 말에 건우는 지도를 유심히 내려다보았다. 공장 바닥을 가득 채운 초록색 광채—치명적인 산성 폐수의 흐름. 물리적인 보행 침투는 자살 행위였다.


하지만 건우의 전자기 감각이 지도의 천장 부근을 스캔했다. 공장 천장을 격자 모양으로 촘촘하게 가로지르고 있는 거대한 강철 배관망과 전선 도선들. 자성이 흐르는 철제 파이프들이었다.


“바닥으로 갈 필요는 없어.”


건우가 낮게 읊조렸다.


“천장의 배관망에 자력 인장을 걸어 공중으로 이동한다. 적들의 시야 사각지대를 타격하겠어.”


건우는 자신의 이마에 대어진 ‘뇌파 동조 전자기 링’의 측면 제어 밸브를 잡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다이얼을 돌려 출력을 강제로 끌어올렸다. 지직, 직! 전자기 링에서 미세한 그을음과 함께 고열이 발생하며 이마 가죽을 태웠지만, 건우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임시 출력 120% 개방.


뇌 신경이 타들어 가는 극통이 척수를 타고 흘렀지만, 그의 심장은 동료를 구하겠다는 철의 맹세로 무겁고 단단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건우는 허벅지 뒤편의 단검 자루를 고쳐 쥐며 독사의 사냥터를 향해 차가운 발걸음을 옮겼다.


오동수가 멀어지는 건우의 등 뒤를 보며 몸서리를 쳤다.


“그 공장 바닥은 온통 산성 폐수야.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뼈까지 녹아내릴 거다.”


그 경고를 뒤로한 채, 소년은 어둠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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