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파의 그림자
허공에 정지한 쇠구슬들이 바닥으로 툭, 투둑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건우가 천천히 푸른 눈동자를 떴다.
지하철 터널의 깊은 어둠 속, 사방을 가득 채웠던 미세한 전자기 스파크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건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방금 전 곽도사가 무차별적으로 날려 보낸 수십 개의 쇠구슬을 오직 머릿속의 탄도 연산만으로 정밀하게 멈춰 세운 감각. 그것은 단순한 힘의 방출이 아니었다. 공간의 자기장 흐름을 읽고, 그 궤적이 교차하는 극소의 점에만 척력의 쐐기를 박아 넣는 극도의 효율적 제어였다.
“제법이구나, 꼬맹아.”
곽도사가 입에 물고 있던 파이프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회색 연기를 뿜어냈다. 그의 눈빛에는 제자를 향한 기묘한 경외감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숨을 고를 시간은 없다. 저 광장의 사냥개들이 벌써 피 냄새를 맡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으니.”
곽도사의 말대로였다. 낡은 하수관 터널 벽면을 타고 광장 방향에서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와 김태곤 수색 대장의 무기질적인 확성기 음성이 지직거리며 고막을 찔렀. 건우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허벅지 뒤편에 찬 비자성 탄소강 단검의 자루를 꽉 쥐었다.
‘철민이가 위험하다.’
건우는 망설임 없이 터널의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쇳가루 냄새와 오염수 먼지가 자욱한 지하 하수도 망을 타고, 그는 미친 듯이 질주했다. 뇌세포 괴사율이 80% 임계점에 도달해 머리가 깨질 듯한 편두통이 밀려왔고, 간헐적으로 시야 가장자리가 침침하게 흐려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을 위해 이지스 보안국의 총구 앞에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동료들을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건우는 마침내 제9구역 중앙 광장 외곽의 무너진 콘크리트 엄폐물 뒤편에 도달했다.
녹슨 철골 기둥들이 기괴하게 솟아 있는 광장 중앙. 자치회 노동자들이 전자기 쇠사슬에 묶인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그 중심에 강철민이 김태곤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무릎이 꿇려 있었다. 김태곤의 손에 들린 고출력 전자기 유탄 발사기의 총구 코일이 푸른 전류를 내뿜으며 터질 듯이 충전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철민의 머리를 날려버릴 기세였다.
건우는 숨을 죽이고 ‘지자기 동조 명상법’을 가동했다. 심박수를 가파르게 낮추며 뇌압을 진정시키는 동시에, 전방 30미터 밖 김태곤이 쥔 유탄 발사기의 내부 회로를 머릿속으로 투사했다.
이미 백은하의 진료소 화면을 통해 그 무기의 주파수 흐름을 철저히 분석해 둔 터였다. 유탄 발사기 총구 코일에 흐르는 고전압 유도 전류의 맥박이 건우의 미세 전류 감지 영역에 선명하게 잡혔다.
‘거대한 장벽을 켤 필요는 없다. 오직 저 코일의 유도 극성을 역전시키면 된다.’
건우는 양손을 뻗어 손가락 끝을 허공에 대고 미세 자력을 쏘아 보냈다. 뇌 속의 프로토타입 시냅스 필터가 징하는 고주파 진동을 일으켰다. 이마의 전자기 링이 푸른 빛을 내뿜는 순간, 건우는 김태곤의 무기 내부 충전 코일의 미세 전선 회로에 강제 과부하 신호를 주입했다.
‘회로 오버라이드.’
바로 그 찰나, 김태곤이 철민을 비웃으며 유탄 발사기의 트리거를 당겼다.
“치이이이익— 콰아아앙!”
그러나 격발되어야 할 유탄 대신, 총구 코일 내부에서 비정상적으로 역류한 전류가 대폭발을 일으켰다. 청백색의 고압 스파크가 사방으로 비산하며 김태곤의 장갑복 전면을 덮쳤다. 무기가 오작동하며 뿜어낸 강한 전자기 백draft 현상에 김태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유탄 발사기는 검은 연기를 뿜으며 완전히 구워져 버렸다.
“으아악! 내 손! 무기가 오작동했다! 적습이다!”
갑작스러운 대폭발과 자욱한 전자기 연기 속에서 이지스 경비대원들이 우왕좌왕하며 사방으로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 혼란을 틈타, 군중 속에 숨어 있던 곽도사와 자치회 전사들이 잽싸게 움직였다. 느슨해진 전자기 쇠사슬을 뜯어내고, 피투성이가 된 강철민을 부축해 어두운 슬럼가 골목길로 신속하게 빠져나갔다. 건우는 멀어지는 철민의 등 뒤를 지켜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고, 최소한의 자력만으로 적의 중화기를 무력화해 동료들을 구해낸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더 거대한 재앙의 서막에 불과했다.
***
몇 시간 후, 깊은 밤.
이지스 보안국의 대대적인 추격망을 피해 슬럼가 외곽으로 도망친 강철민은 전신에 타박상을 입은 채 비틀거리며 걸었다. 그의 목적지는 백은하의 지하 진료소였다. 광장에서 자신들을 구해준 ‘고철 유령’이 건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철민은, 건우의 여동생 소희의 안위가 걱정되어 견딜 수 없었다.
“하아, 하아…… 소희가 무사해야 할 텐데.”
철민은 찢어진 가죽 재킷 소매로 이마의 피를 닦아내며 진료소로 이어지는 어두운 스팀 파이프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열의 증기가 시야를 가리는 음산한 길이었다.
그런데 진료소 입구 근처의 모퉁이를 돌려던 철민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증기 안개 너머로 기괴한 기계음과 함께 낯선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철민은 신속하게 녹슨 철골 더미 뒤로 몸을 숨기고 숨을 죽였다.
그곳에는 가죽 코트 등판에 흉측한 뱀 문양이 새겨진 사내 셋이 기웃거리고 있었다. 이지스 보안국의 묵인 아래 제9구역 슬럼가에서 불법 장기 적출과 노예 갈취를 일삼는 최악의 폭력 조직, 독사파(毒蛇派)의 조직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 양손에 둔중한 철갑 장갑을 낀 젊은 사내가 서 있었다. 독사파의 악랄한 행동대장, 마진석이었다.
마진석은 형인 두목 ‘독사(마진태)’를 닮아 뱀처럼 날카롭고 잔인한 눈매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양손에 장착된 철갑 장갑은 이지스의 폐기 부품들을 마개조해 만든 고압 전기 충격기, ‘썬더(Thunder)’였다. 장갑의 표면을 따라 지직거리는 황색 전류가 불길하게 점멸하며 스팀 안개를 찢고 있었다.
“이 근처가 확실해. 그 지하 외과의사 년의 진료소 냄새가 나거든.”
마진석이 썬더 장갑을 서로 부딪치며 쇳소리 나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 고철 유령이라는 꼬맹이 놈이 훔쳐 간 시냅스 시너의 유통 경로를 추적해 보니 결국 이 골목으로 이어지더군. 형님이 이지스 본사 놈들과 아주 큰 건의 계약을 맺으셨다. 그 유령 놈을 산 채로 잡아 넘기면 우리 조직 전체가 상층부 메탈 게이트의 시민권을 얻고 이 지옥 같은 쓰레기장을 뜰 수 있어.”
“하지만 대장, 그 유령 놈은 기계를 마음대로 터뜨리는 괴물이라면서요?”
하급 조직원이 겁먹은 목소리로 묻자, 마진석이 비열하게 씩 웃었다.
“바보 같은 소리. 정필두 십장 놈의 다리가 터진 건 그놈이 조잡한 불법 개조 의수를 써서 회로가 꼬인 것뿐이야. 내 ‘썬더’는 완벽하게 절연 가죽으로 덧댄 군용 규격 개조품이다. 자력 따위는 통하지 않아. 게다가 그놈에게 아주 소중한 여동생 년이 이 근처에 숨어 있다지? 그 년만 손에 넣으면 유령 놈은 스스로 기어 나와 무릎을 꿇게 되어 있어.”
철골 뒤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강철민의 눈동자가 분노로 뒤흔들렸다.
‘이 개자식들이 소희를 노리고 있어……!’
현재 건우는 낮에 벌인 탄도 연산의 여파로 극심한 뇌압 통증을 겪으며 진료소 안에서 쉬고 있을 터였다. 소희 역시 전해질 수액을 맞으며 간신히 안정을 취하고 있는 상태. 만약 저 독사파 놈들이 진료소의 비밀 해치를 찾아내 안으로 들이닥친다면, 건우와 소희 모두 무방비 상태로 당할 것이 뻔했다.
철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온몸은 이미 김태곤에게 당한 구타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건우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듯, 이제는 자신이 건우를 지킬 차례였다.
철민은 바닥에 널려 있던 묵직한 녹슨 강철 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어이, 더러운 뱀새끼들아! 여기서 뭘 그렇게 킁킁거리고 자빠졌냐?”
철민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며 파이프로 철골을 강하게 두들겼다. 깡! 하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마진석과 조직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철민을 응시했다.
“앙? 저 새끼는 아까 광장에서 이지스 놈들에게 잡혀 있던 자치회 찌꺼기 놈이잖아?”
조직원 하나가 이빨을 드러내며 비웃었다. 마진석이 썬더 장갑을 까딱이며 명령했다.
“저놈도 분명 유령 놈과 한패다. 다리를 부러뜨려서 정보를 짜내라.”
“예 형님!”
하급 조직원 두 명이 날카로운 식칼과 철사 채찍을 치켜들고 철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라, 이 쓰레기 노예 놈아!”
쉬이익!
첫 번째 조직원이 식칼을 휘두르며 철민의 가슴을 겨누고 돌진했다. 철민은 슬럼가 야생 격투술로 단련된 몸이었다. 그는 칼날이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 고개를 숙여 피한 뒤, 쥐고 있던 강철 파이프를 풀스윙으로 휘둘렀다.
“팍—!”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파이프가 조직원의 턱관절을 정확히 강타했다. 이빨 파편과 피가 공중에 흩날리며 조직원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이 새끼가!”
두 번째 조직원이 철사 채찍을 휘둘러 철민의 어깨를 감싸 안으려 했다. 채찍 끝에 달린 날카로운 가시들이 재킷을 찢고 살을 파고들었지만, 철민은 고통에 신음하는 대신 이를 악물고 채찍을 맨손으로 움켜잡았다.
“이리 와, 이 개새끼야!”
철민이 괴력을 발휘해 채찍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중심을 잃고 끌려온 조직원의 안면에 철민의 단단한 주먹이 무자비하게 꽂혔다. 콰직! 코뼈가 주저앉는 소리와 함께 두 번째 조직원마저 바닥을 뒹굴었다.
마지막 남은 조직원이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려 하자, 철민은 파이프를 던져 그의 무릎을 정확히 맞췄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조직원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단 몇 초 만에 세 명의 무장 조직원을 완벽하게 제압한 처절한 야생의 백병전이었다.
철민은 거친 숨을 내쉬며 흘러내리는 피를 훔쳐냈다.
“하아, 하아…… 마진석. 이제 네 차례다. 그 조잡한 장난갑 장갑으로 누굴 위협하겠다는 거냐?”
골목 끝, 어둠 속에 서 있던 마진석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 대신,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제법이군, 노예 놈치고는 쓸 만한 주먹이야.”
마진석이 양손의 ‘썬더’ 장갑을 가슴 앞으로 모았다.
지이이이잉—!
장갑 내부의 마개조된 고전압 콘덴서가 작동하며, 황색의 전격 스파크가 기괴한 소음과 함께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골목길 벽면의 녹슨 파이프들이 그 고압 전류의 파동에 반응해 징하는 진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기계의 힘 앞에서는 한낱 고기 덩어리일 뿐이지.”
철민은 침을 뱉어내며 바닥에 떨어진 강철 파이프를 다시 쥐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마진석의 정수리를 향해 파이프를 내리쳤다. 바람을 가르는 묵직한 일격이었다.
“죽어라!”
철컥!
하지만 마진석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번개 같은 속도로 왼손을 뻗어, 날아오는 무거운 강철 파이프를 손바닥으로 그대로 움켜잡았다. 파이프가 장갑의 크롬 장갑판과 부딪치며 날카로운 쇳소리가 났지만, 마진석의 기계 팔은 1미리도 밀리지 않았다. 군용 규격으로 덧댄 티타늄 프레임이 철민의 완력을 완벽하게 상쇄한 것이다.
“뭐……?”
철민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든 순간, 마진석이 잔인하게 웃었다.
“잘 가라, 쓰레기.”
마진석이 썬더 장갑의 방전 트리거를 당겼.
“쿠구구구구— 콰아아앙!”
강철 파이프를 매개체로 삼아, 수만 볼트의 고압 황색 전류가 번개처럼 철민의 양손으로 흘러 들어갔다.
“으아아아아아악!”
철민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전신을 관통하는 극도의 전기 충격에 그의 온몸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하며 마비되었다. 중추신경계가 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 철민은 파이프를 놓치려 했으나, 마비된 손가락은 장갑에 들러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살이 타들어 가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철민의 눈동자가 흰자위를 드러내며 뒤집혔다.
마진석이 전류를 차단하며 파이프를 던져버렸다.
툭.
철민은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전신에서 미세한 연기가 피어올랐고, 손가락 끝은 심한 전격 화상으로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완전한 마비 상태에 빠졌다.
“하하, 꼴 좋군.”
마진석이 쓰러진 철민의 머리를 군화 발로 짓밟았다. 철민은 고통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신음을 삼켰다.
“이…… 더러운…… 사냥개 새끼……”
철민은 남은 힘을 쥐어짜 마진석의 발목을 잡으려 주먹을 뻗었지만, 마진석은 가볍게 발을 피해 철민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윽! 소리와 함께 철민의 몸이 진흙탕 속으로 굴렀다. 마진석은 군화 끝으로 철민의 안면을 무자비하게 강타했다.
빡!
뼈가 울리는 충격과 함께 철민의 시야가 암전되었다. 그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마진석은 품 안에서 전자기 쇠사슬을 꺼내 철민의 양손과 목을 단단히 결박했다. 그리고 무전기를 켜 형인 두목 독사(마진태)에게 보고했다.
“형님, 접니다. 독사파의 그림자가 드디어 고철 유령의 꼬리를 잡았습니다. 놈의 가장 친한 동료 놈을 확보했습니다. 예, 지금 놈을 쇠사슬로 묶어 독사의 사냥터(폐수 처리 공장)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놈을 미끼로 매달아 두면, 그 고철 유령 꼬마 놈이 제 발로 기어 나오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마진석은 기절한 철민의 몸을 거칠게 질질 끌며, 어두운 골목길 너머 독사파의 본거지인 폐수 공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동시간, 지하 진료소 안.
간이 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하고 있던 건우는 갑작스러운 전자기적 공명에 눈을 떴다. 이마의 전자기 링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위험 경보 주파수를 울리고 있었다.
그때, 진료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지아의 홀로그램 링크 패드가 격렬한 노이즈와 함께 점멸하기 시작했다.
“지직…… 건우야! 차건우!”
화면 위로 민지아의 다급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지아야, 무슨 일이야?”
건우가 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단말기를 잡았다. 주먹을 쥘 때마다 손가락 관절이 뻣뻣하게 비명을 질렀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철민이가…… 철민이가 독사파 놈들에게 납치당했어! 마진석이 이끄는 놈들이 소희를 찾으려고 진료소 근처를 기웃거리던 걸, 철민이가 온몸으로 유인해서 막아서다가……!”
지아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그녀가 독사파의 무선 통신망을 역해킹해 감청한 음성이 패드 스피커를 통해 지직거리며 흘러나왔다.
—‘……그 고철 유령 꼬마 놈이 제 발로 기어 나오게 만들어 주마.’
마진석의 잔인하고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진료소의 차가운 정적을 찢었다.
건우의 눈동자가 투명하고 차가운 푸른빛 전자기 스파크로 물들었다. 머릿속의 시냅스 필터가 분노에 반응하듯 무서운 고주파 진동을 일으켰고, 이마의 흉터가 파랗게 발열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소희를 지키기 위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끝까지 비밀을 지켰던 강철민. 그 의리 넘치는 동료가 지금 자신 때문에 독사의 사냥터라는 지옥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독사파…….”
건우의 나직한 음성이 분노로 낮게 가라앉았다.
뚝.
건우가 쥐고 있던 구식 구리 코일 도선이, 그의 손끝에서 방출된 순간적인 자력 인장력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뒤틀리며 단숨에 두 동강으로 부러져 나갔다. 부러진 단면에서 푸른색 정전기가 탁탁 소리를 내며 튀었다.
그의 주먹이 하얗게 뼈마디를 드러내며 꽉 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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