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센서의 추적
콰아앙—!
단칸방의 얇은 철문이 이지스 보안국의 마스터 오버라이드 코드와 함께 안쪽으로 거칠게 뜯겨 나갔다. 문틀이 찢어지는 비명 같은 금속음이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직전, 보일러실 뒤편의 어두운 해치 안으로 몸을 밀어 넣은 차건우는 소희를 등에 업은 채 해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철컥!'
수동식 잠금장치가 맞물리는 소리와 동시에 방 안으로 들어선 이지스 정예 대원들의 무거운 군화 소리가 철판을 통해 건우의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좁고 축축한 단칸방 안으로 이지스의 차가운 서치라이트 불빛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것이 해치 틈새로 보였다.
“수색해라. 흔적이 아직 따뜻하다.”
무기질적인 기계 변조음이 보일러실의 윙윙거리는 소음 사이로 들려왔다. 건우는 숨을 죽였다. 한 팔로는 자신의 목을 꼭 껴안고 있는 소희의 얇은 허벅지를 단단히 받쳐 들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겁에 질려 부르르 떨고 있는 여덟 살 고아 소년 호재의 입을 가로막았다.
목덜미가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어젯밤 한태성 옹의 정비실에서 이식한 '프로토타입 시냅스 필터'의 수술 자상이 아물지 않아, 움직일 때마다 뜨거운 피가 붕대 사이로 배어 나왔다. 하지만 건우는 신음조차 흘리지 않았다. 지금 한 걸음만 잘못 내디디면, 자신뿐만 아니라 소희와 호재까지 저 차가운 기계 인형들의 손에 넘어가 뇌가 적출당할 것이다.
건우가 침투한 곳은 제9구역 공장의 유독가스를 외부 황무지로 배출하는 거대한 환기 터널, '검은 연기 환기구'였다.
사방에서 수백 도에 달하는 고열의 배출 연기와 쉭쉭거리는 스팀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렸다. 바닥은 녹슨 철판과 타르처럼 끈적이는 기계 오염물질로 가득했고, 위를 올려다보면 상층부로 수직 관통하는 어두운 터널이 끝없이 뻗어 있었다.
“호재야, 내 옷자락을 꽉 잡아라. 절대로 아래를 내려다보지 마.”
건우는 나직하게 속삭인 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건우의 '지자기 감각'이 머릿속에 투사하는 전자기 지도 위로, 단칸방 해치 바로 너머에 붉은색 기괴한 발광체 하나가 우뚝 멈춰 서는 것이 인지되었다.
일반 경비대원이 아니었다. 이지스가 건우에게 건 10억 크레딧의 현상금을 노리고 파견된 사설 현상금 사냥꾼, '사냥꾼 곽'이었다.
철컥, 위이잉.
해치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계음. 사냥꾼 곽의 얼굴 절반을 차지한 초정밀 붉은색 센서 렌즈가 해치의 금속 틈새를 스캔하는 소리였다. 곽은 온몸에 생체 냄새와 미세 전자기 흔적을 추적하는 특수 이식 센서를 두른 괴물이었다.
“전자기 노이즈가 이 근처에서 끊겼군. 쥐새끼가 벽 속으로 숨었어.”
곽의 쉰 목소리가 철판을 투과해 건우의 귀에 꽂혔다. 건우의 심장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마에 붙인 '납-티타늄 합금 차폐 패치'가 자력 유출을 막아주고 있었지만, 이식 수술의 여파로 건우의 몸에서 방출되는 미세한 생체 전기는 완전히 가릴 수 없었다.
'사냥꾼의 센서가 내 주파수를 완전히 외우게 두어선 안 된다.'
건우는 신속하게 판단했다. 그는 이마에 착용 중인 '뇌파 동조 전자기 링'의 전원을 간헐적으로 껐다 켜며 자신의 전자기 주파수를 불규칙하게 왜곡시켰다. 링이 꺼질 때마다 머리가 쪼개질 듯한 뇌압이 치솟아 코끝에서 붉은 피가 한 방울 흘러내렸지만, 이 방법만이 곽의 센서 록온을 피할 유일한 길이었다.
동시에 건우는 발걸음을 옮기며 '지자선 추적 보행술'을 전개했다.
지구 내핵에서 뿜어져 나와 제9구역 지면을 관통하는 보이지 않는 푸른색 자기장선. 건우는 지자기 감각으로 그 선들이 가장 강하게 교차하는 지점만을 딛고 걸었다. 그의 발이 녹슨 철판에 닿을 때마다, 발바닥의 자력 주파수가 주변 보일러와 송풍기에서 발생하는 기계 노이즈의 진동 주파수와 완벽하게 동조되었다.
사박, 사박.
분명 철판 위를 걷고 있었지만, 물리적인 발소리와 지면 진동은 주변 기계의 소음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라……? 신호가 사라졌는데?”
해치 너머에서 사냥꾼 곽이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그의 초정밀 모노클 센서 화면에 잡히던 미세한 생체 전자기 흔적이 순간적으로 완전히 소멸한 것이었다. 곽은 해치 손잡이를 거칠게 움켜잡았다.
건우는 그 틈을 타 어두운 환기 터널 내부로 깊숙이 진입했다. 하지만 도주로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터널의 끝에 도달했을 때, 건우 일행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직경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강철 환기 팬이었다.
쿠구구구구—!
수백 도의 열풍과 유독가스를 아래로 뿜어내며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강철 날개. 그 날개들이 만들어내는 바람의 압력은 인간의 육체를 단숨에 찢어발길 기세였다. 옆의 비상 해치는 단단히 용접되어 있어 통과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이 회전하는 날개 사이뿐이었다.
'인력으로 날개를 통째로 뜯어낸다.'
건우는 이빨을 악물며 오른손을 뻗었다. 1단계 중입 자력 인력을 가동해 고속 회전하는 강철 날개의 중심부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끄으으윽……!”
순간,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뇌 과부하 수치가 급격히 치솟으며 관자놀이의 혈관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가속도가 붙은 거대한 강철 날개의 운동 에너지는 현재 건우의 미약한 자력 인력으로 멈추기에는 너무나 무거웠다. 목덜미의 수술 상처가 터지며 붉은 피가 붕대를 적셨고, 건우는 뇌압 폭발 직전의 아찔함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무릎을 꿇을 뻔했다.
'안 돼. 물리적인 날개 자체를 멈추려 하면 내 뇌가 먼저 타버린다. 약점을 노려야 해.'
건우는 곽도사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시선을 강철 날개가 아닌, 환기 팬 중앙 축 깊숙이 숨겨진 마이크로 베어링 소자로 돌렸다. 아무리 거대한 기계라도 회전을 지탱하는 아주 미세한 베어링이 고장 나면 멈출 수밖에 없다.
건우는 손가락 끝을 모으고 아주 정밀하고 미세한 자력선을 방출했다.
'미세 회로 자력 과부하.'
그의 자력선이 베어링 내부의 작은 금속 구슬들을 향해 침투했다. 건우가 자력을 움켜쥐자, 베어링 내부의 금속 마찰력이 비정상적으로 극대화되며 구슬들이 강하게 압착되었다.
끼이이이이익—!
고막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금속 마찰음과 함께, 미친 듯이 돌던 거대한 환기 팬의 회전 속도가 가파르게 줄어들더니 마침내 완전히 정지했다.
단 5초.
베어링이 고열로 녹아내려 고정된 동안 건우가 확보할 수 있는 최대의 시간이었다.
“호재야, 뛰어라!”
건우는 멈춰 선 강철 날개 틈새로 호재를 먼저 밀어 넣은 뒤, 소희를 단단히 업고 뜨거운 날개 사이를 몸을 날려 통과했다. 닿는 순간 날개의 열기에 가죽 가스마스크와 옷자락이 그을리며 살점이 타는 듯한 미세 화상의 고통이 밀려왔다.
그 다급한 찰나, 터널의 좁은 격벽 모서리에 건우의 이마가 거칠게 쓸렸다. 이마에 붙여두었던 납-티타늄 합금 차폐 패치가 날카로운 금속 돌기에 걸려 찢어지며, 아주 작은 패치 파편 하나가 터널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동시에, 5초의 시간이 끝났다.
콰과광—!
베어링이 완전히 으스러지며 거대한 환기 팬이 다시 미친 듯한 굉음과 함께 회전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유독가스가 그들의 등 뒤를 덮쳤다.
같은 시각, 단칸방의 비밀 해치를 부수고 환기 터널 안으로 진입한 사냥꾼 곽의 붉은 센서 렌즈가 급격하게 회전했다.
“찾았다. 이 쥐새끼가 베어링을 태웠군.”
곽은 환기 팬이 멈췄던 순간 발생한 미세한 전자기 잔류 파동을 정확히 감지해 냈다. 그의 기계화된 다리가 지면을 박차며 터널 아래로 무서운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터널 하부의 철창 해치 앞에 도달한 건우는 아래의 하수도로 도망치려 해치를 열려 했다. 하지만 상공에서 기괴한 바람 소리와 함께 곽의 목소리가 에코처럼 울려 퍼졌다.
“거기까지다, 현상금 10억짜리 부품 놈아.”
곽이 허리춤에서 고출력 전자기 그물 발사기를 겨누었다.
타앙—!
공기를 찢으며 푸른 전류가 흐르는 거대한 자성 금속 그물이 건우 일행의 머리 위로 덮쳐왔. 그물에 닿는 순간 고압 전격에 의해 전신이 마비되어 즉시 생포당할 터였다.
건우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왼손을 허공을 향해 내뻗었다.
'자력 척력 장벽.'
그는 뇌파 동조 전자기 링의 남은 동력을 쥐어짜 신체를 중심으로 반구형의 미세한 자력 척력막을 순간적으로 전개했다.
파지직—!
날아오던 자성 금속 그물이 건우의 손끝 앞 10센티미터 허공에서 강력한 자력 반발력에 부딪혔다. 극성이 충돌하며 푸른 불꽃을 튀긴 그물은 건우 일행을 덮치지 못하고 옆의 녹슨 파이프 벽면으로 밀려나 단단히 엉겨 붙었다.
“뭐라고……?”
사냥꾼 곽의 경악 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순간, 건우는 이미 하수도로 이어지는 수동 해치를 발로 차서 열어젖혔다.
“가자!”
건우는 소희와 호재를 안고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환기구 터널 아래, 칠흑처럼 어두운 하수도의 오염수 속으로 몸을 던졌다.
풍덩—!
차가운 오물 더미 속으로 떨어지며 건우는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환기구 상층부, 다시 미친 듯이 돌아가는 거대한 환기 팬 날개 옆에 도달한 사냥꾼 곽은 하수도를 내려다보며 멈춰 섰다. 그의 붉은 센서 모노클이 바닥의 날카로운 돌기 부분을 비추었다.
지이이잉.
모노클의 붉은 광학 스펙트럼 화면에, 건우가 탈출하며 흘린 납-티타늄 합금 차폐 패치의 미세한 은색 파편이 붉은색 낙인처럼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