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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자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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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보일러실 뒤편 단칸방의 공기는 언제나처럼 숨이 막힐 듯이 축축하고 뜨거웠다. 천장에 얽힌 녹슨 스팀 파이프들은 마치 붉은 독사들처럼 쉭쉭 소리를 내며 뜨거운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방구석, 얇고 헤진 담요 위에는 민소희가 잠들어 있었다. 낮에 투여한 시냅스 시너의 약효 덕분인지, 아이의 이마를 뒤덮었던 불길한 고열은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목덜미에 새겨진 이지스의 나노 통제 칩 흉터도 더 이상 붉게 점멸하지 않았다.


그 곁에서 여덟 살배기 꼬마 호재가 무릎을 꿇은 채 녹슨 볼트 하나를 정성스럽게 닦고 있었다. 호재는 이따금 건우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단순한 감사를 넘어선, 마치 신을 바라보는 듯한 맹목적인 경외심이 담겨 있었다.


건우는 수술대 대용으로 쓰던 부서진 목재 상자 위에 앉아 목덜미를 만졌다. 어젯밤 한태성의 정비실에서 행해진 지옥 같은 수술의 감각이 여전히 생생했다. 마취도 없이 생살을 찢고 뇌 속의 나노 칩 바로 옆에 프로토타입 시냅스 필터를 이식하던 그 끔찍한 극통. 붕대를 감은 목덜미가 맥박에 맞춰 욱신거릴 때마다 건우의 등등한 자력 에너지가 척수를 타고 미세하게 요동쳤다.


‘성공했어.’


건우는 손바닥을 천천히 폈다. 손가락 끝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자력의 실타래가 피어올랐다. 1단계 중입: 자력 인력 조작(Attraction). 건우가 마음을 집중하자,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낡은 철제 와셔 세 개가 스르륵 허공으로 떠올랐다. 자석에 끌려가듯 건우의 손바닥 위 5센티미터 상공에서 둥둥 떠 있는 와셔들을 보며, 건우는 내심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잔인한 현실은 그의 각성을 축하해 주지 않았다. 그의 품에 남은 전 재산은 단 12 크레딧. 소희의 다음 발작을 막아줄 시냅스 시너를 구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게다가 수술 당시 발생한 강력한 전자기 노이즈가 외부 감시 센서에 감지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건우는 이 어두운 단칸방이 언제까지 안전한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제9구역의 고철 분류장 외곽의 어두운 하역 보관소.


기름때 묻은 낡은 작업복을 입은 청년 노예 오길용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서성이고 있었다. 그의 비굴하게 굽은 등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눈동자는 불안감과 탐욕으로 사정없이 흔들렸다. 길용은 건우와 같은 조에서 고철을 분류하던 노예였다. 그는 낮에 하차장에서 수십 톤의 철골 더미가 무너져 내릴 때, 건우가 무의식적으로 방출한 기이한 힘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놈은 평범한 노예가 아냐. 기계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괴물이라고.’


길용은 침을 삼켰다. 가혹한 노역 속에서 하루 배급 죽 한 그릇에 목숨을 거는 삶에서 벗어날 유일한 기회가 그의 눈앞에 있었다. 이지스 코퍼레이션은 제9구역의 전자기 이상 능력자를 밀고하는 자에게 엄청난 현상금과 함께, 공기가 맑고 기계화 문명이 완벽히 갖춰진 상층부 ‘메탈 게이트’의 시민권을 약속했다.


어둠 속에서 무거운 기계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지스 테크놀로지 제9구역 보안국의 하급 순찰 대원이었다. 전신을 검은색 경량 슈트로 무장하고 얼굴을 불투명한 붉은 헬멧으로 가린 대원이 길용의 앞에 멈춰 섰다.


“밀고할 정보가 있다고 했나, 부품 409호.”


대원의 무기질적인 기계 변조음이 길용의 고막을 때렸다. 길용은 몸을 바르르 떨면서도, 주머니 속에서 이지스가 비밀리에 배포한 하급 통신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예, 예! 나리! 제9구역의 고철 유령에 대한 정보입니다! 어제 용광로 밸브를 터뜨리고, 정필두 십장님의 기계 다리를 폭파한 놈의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대원의 붉은 헬멧 센서가 길용의 단말기를 스캔했다.


“이름과 주파수 발산지를 대라.”


“차건우입니다! 17세 노예 소년인데, 그놈의 이마에 박힌 나노 칩이 이상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어제 하차장에서 수십 톤의 강철을 공중에 멈춰 세운 것도 그놈입니다! 지금은 지하 보일러실 뒤편 단칸방에 숨어 있습니다. 제발…… 제발 절 여기서 꺼내 주십시오. 메탈 게이트로 보내주겠다고 하신 약속은 진짜입니까?”


길용의 눈빛에 비열하고 광기 어린 집착이 서렸다. 대원은 말없이 품 안에서 은색으로 빛나는 물리적 패스 카드 한 장을 꺼내 길용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상층부 메탈 게이트로 향하는 수송 엘리베이터의 임시 통행증이었다.


“정보 확인 즉시 정식 시민권이 발급된다. 그때까지 입을 다물어라.”


“감사합니다, 나리! 정말 감사합니다!”


길용은 패스 카드를 보물처럼 품에 껴안으며 비열하게 미소 지었다. 자신이 평생을 함께 일해온 동료를 사지로 밀어 넣었다는 죄책감 따위는, 상층부의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열망에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그 순간, 길용의 밀고 정보는 이지스 보안국의 중앙 데이터베이스로 전송되었다.


삐이이익—!


제9구역 보안국 지휘소의 붉은 스크린에 경보가 울렸다. 어젯밤 한태성의 정비실 부근에서 감지되었던 전자기 노이즈의 파동 그래프와 오길용이 제공한 차건우의 생체 주파수 대역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단순한 기계 오작동이 아니었군. 제9구역 내부에 미등록 전자기 능력자가 존재한다.”


보안국의 전술 화면이 차건우의 단칸방 좌표를 중심으로 빠르게 좁혀졌다. 정보는 즉각 상부 계통인 이지스 메탈 게이트 지사로 에스컬레이션되었다.


메탈 게이트 지사의 중앙 통제실.


칠흑 같은 전자기 방어막 슈트를 전신에 두른 보안실장 블랙 윈터가 홀로그램 화면에 뜬 차건우의 프로필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붉은 광학 헬멧 렌즈 너머로 차가운 살기가 흘러나왔다.


“제9구역의 비천한 노예 놈이 나노 통제 칩을 우회해 자력을 각성했다라…….”


블랙 윈터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본사 파견 특수 수색대 ‘블랙 실’을 제9구역으로 하강시켜라. 대상은 생포한다. 뇌 속에 박힌 성좌의 잔류 에너지를 추출해야 하니까. 만약 저항한다면, 해당 구역 전체를 흔적도 없이 청소해도 좋다.”


“명령 수신. 블랙 실 수송선 가동합니다.”


상층부 메탈 게이트의 거대 강철 해치가 열리며, 검은색 무장 수송선 한 대가 어두운 먼지 안개를 뚫고 제9구역의 최하층을 향해 무섭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침묵이 슬럼가 전체를 무겁게 짓눌렀다.


다시 지하 보일러실 뒤편 단칸방.


건우는 소희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빗겨주었다. 소희의 뺨은 여전히 여위어 있었지만, 숨소리만큼은 평온했다.


‘내가 반드시 너를 이 지옥에서 꺼내 줄게, 소희야.’


건우가 그렇게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지이이이잉—!


갑자기 건우의 이마에 채워진 전자기 링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뇌 신경망을 타고 흐르는 미세 전류가 불규칙하게 요동치며 이마의 흉터가 찌릿하게 달아올랐다. 단순한 장비 오작동이 아니었다. 외부에서 거대한 전자기적 압박이 밀려오고 있었다.


건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곽도사에게 배웠던 호흡법을 전개하며 ‘지자기 감각(Geomagnetic Sense)’을 가동했다.


화아아악—!


건우의 머릿속에서 시각 정보가 완전히 사라지고, 사방 100미터 이내의 전자기 지도가 3차원 홀로그램처럼 시각화되었다. 벽 뒤에 흐르는 구식 구리 전선, 보일러의 육중한 철제 프레임, 그리고 그 너머에서 다가오는 생체 전기 신호들이 은청색 발광체로 인지되었다.


그리고 그 지도 위에, 불길한 붉은색 발광체 수십 개가 포착되었다.


쿵. 쿵. 쿵.


무겁고 규칙적인 발소리. 일반적인 노예들의 가벼운 발걸음이 아니었다. 전신을 고밀도 철제 장갑으로 무장한 이지스 보안국 정예 대원들의 생체 전기가 사방의 좁은 하수도 통로를 통해 건우의 단칸방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발각당했다. 오길용…… 그 비열한 놈이 결국 밀고했군.’


건우는 낮에 고철 분류장에서 자신을 훔쳐보던 오길용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떠올렸다. 배신으로 인한 차가운 분노가 가슴을 찔렀지만, 지금은 분노할 시간조차 없었다. 적들은 이미 50미터 앞까지 육박해 있었다. 정면 전투는 소희와 호재를 위험하게 만들 뿐이었다.


“호재야, 소희를 깨워라. 당장 움직여야 해.”


건우의 나직하고 단호한 목소리에 호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희의 어깨를 흔들었다. 소희가 흐릿한 눈을 뜨며 건우를 바라보았다.


“오빠……?”


“쉿, 조용히 해라.”


건우는 소희를 가볍게 업어 올렸다. 그리고 거대한 스팀 보일러 뒤편, 녹슨 철판으로 가려진 수동식 환기구 해치를 향해 다가갔. 지아와 한태성만이 알고 있는 지하 하수도로 이어지는 비밀 도주로였다.


건우는 손끝을 뻗어 해치의 낡은 마그네틱 락에 자력을 침투시켰다.


‘철컥.’


잠금장치가 조용히 풀리고 해치가 열렸다. 건우는 호재를 먼저 해치 안으로 밀어 넣은 뒤, 소희를 업은 채 안쪽으로 몸을 던졌다.


바로 그 순간.


“벅, 벅, 벅, 벅—”


단칸방의 얇은 철문 바로 너머에서 거칠고 묵직한 군화 소리가 우레처럼 멈춰 섰다.


“지이이이잉— 찰칵.”


보일러실 단칸방의 수동 잠금장치가 이지스 보안국의 마스터 오버라이드 코드에 의해 해제되는 날카로운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건우는 해치를 닫기 직전, 문틈 사이로 지자기 감각을 투사했다. 문 너머에서 방출되는 위험 주파수의 강도가 뇌 신경을 찢어발길 듯이 날카롭게 요동치고 있었다.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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