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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의 보복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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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 담벼락 아래, 가로등 불빛조차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곽두팔의 손끝이 미세하게 멈칫했다. 손가락 끝에 쥐고 있던 초소형 핀홀 카메라의 렌즈가 달빛을 받아 차갑게 반짝였다. 녀석은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숨소리, 즉 이선아가 잠든 소리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온 나지막한 목소리에 곽두팔의 척추를 타고 서늘한 전율이 흘러내렸다.


“남의 사유지에 허락 없이 기계를 대는 건 형법 제319조 주거침입죄, 그리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입니다. 곽두팔 사장님.”


곽두팔은 용수철처럼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소년이 조용히 안경테를 쓸어 올리고 있었다. 안경 렌즈 너머로 보이는 눈빛은 심연처럼 깊고 서늘했다. 흙수저 고등학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이선우가 자신의 실명과 흥신소 이름까지 정확히 읊조리자, 곽두팔의 예리한 눈매가 가늘어졌다.


“너...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대치동 바닥이 생각보다 좁아서요.”


선우는 태연하게 가방지퍼를 살짝 열어 보였다. 가방 안쪽에서 노란색 서류 봉투의 모서리가 슬쩍 드러났다. 굵은 매직으로 적힌 ‘피나클 에세이 초안 - 강태성’이라는 글자가 곽두팔의 시야에 정면으로 내리꽂혔. 곽두팔의 눈에 노골적인 탐욕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독고영이 그토록 찾으려 안달하던 대필의 명백한 물증이 눈앞에 있었다.


“꼬맹이가 겁도 없이 사냥개 앞바닥에서 알짱거리는군.”


곽두팔이 위협적으로 한 걸음 다가서자, 선우는 겁에 질린 척 몸을 돌려 골목길 밖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가방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도망치는 소년의 뒷모습을 보며, 곽두팔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추적을 개시했다.


선우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상황 수치화 기술’이 고속으로 연산되고 있었다.


[상황 수치화 및 실시간 확률 계산력 구동]

- 곽두팔의 현재 주력 및 추격 속도: 초속 6m.

- 골목길 CCTV 감시 각도 사각지대 진입 성공률: 98.2%.

- 대치 권투 체육관 지하 입구 도달 예상 시간: 1분 12초.

- 최선의 행동 지침: 도보 추격을 유지하며 적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거리 조절.


선우는 가로등 불빛이 끊기는 골목 모퉁이를 돌 때마다 일부러 발을 헛디디는 척 속도를 늦췄다. 곽두팔은 녀석이 완전히 고립된 막다른 길로 도망치고 있다고 확신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마침내 선우가 낡은 상가 건물의 지하 계단 아래로 몸을 던지듯 내려갔다. 눅눅한 지하실 특유의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가죽 샌드백 냄새가 섞인 공기가 코끝을 찔렀다. 대치 권투 체육관의 지하 수련장이었다. 밤이 깊어 관원들이 모두 퇴근한 체육관 내부는 암흑 그 자체였다.


계단을 따라 쿵쾅거리며 내려온 곽두팔이 철문을 거칠게 밀치고 들어섰다. 어둠 속에서 링 위의 로프와 천장에 매달린 샌드백들의 실루엣이 기괴한 형상으로 서 있었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는데, 얌전히 가방 넘기지 그래?”


곽두팔이 주머니에서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커터 칼날을 꺼내 들었다. 은색 칼날이 어둠 속에서 서늘하게 빛났다. 녀석은 거구의 체구를 앞세워 선우의 목덜미를 낚아채듯 멱살을 잡았다. 거친 악력이 선우의 교복 깃을 죄어왔지만, 선우의 호흡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USB랑 에세이 원안, 어디 있냐? 좋게 말할 때 내놔라. 안 그러면 네 여동생 방구석에 진짜 카메라가 아니라 더 험한 게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여동생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선우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선우는 신재혁 관장에게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실전 호신술의 핵심 원리를 뇌 속에서 수식으로 치환했다.


‘인간의 손목 관절은 바깥쪽으로 비틀릴 때 인대의 가동 범위를 벗어난다. 상대의 악력이 강할수록 반작용의 지렛대를 이용하면 최소한의 힘으로도 궤적을 바꿀 수 있다.’


선우는 왼손으로 자신의 멱살을 잡은 곽두팔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동시에 오른손 손날로 곽두팔의 팔꿈치 안쪽 급소를 정확하게 타격하며 상체를 왼쪽으로 45도 회전시켰.


퍽!


“윽!”


단순한 고등학생의 몸짓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신속하고 유연한 회피 동작이었다. 곽두팔의 손목이 비틀리며 칼날의 궤적이 선우의 목덜미 바깥쪽 허공을 허무하게 갈랐다. 곽두팔이 당황해 오른손 주먹을 크게 휘두르려던 찰나,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샌드백 뒤에서 튀어나왔다.


탁!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곽두팔의 억센 주먹이 공중에서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굳은살이 박인 거대한 손이 곽두팔의 주먹을 마치 기계 바이스처럼 꽉 움켜쥐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의 다부진 체격을 지닌 신재혁 관장이 날카로운 안광을 뿜어내며 서 있었다.


“남의 체육관에 무단으로 들어와서 내 회원한테 칼을 들이대다니. 겁대가리가 상실했군, 흥신소 양아치 새끼가.”


“이, 이건 또 뭐야!”


곽두팔이 팔을 빼내려 발버둥 쳤지만, 신재혁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신재혁은 가볍게 손목을 비틀어 곽두팔을 바닥에 무릎 꿇렸다.


그 순간, 선우가 벽면에 설치된 수동 스위치를 올렸다.


탁, 탁, 탁!


눈이 시릴 정도로 밝은 형광등 조명이 체육관 내부를 환하게 비췄다. 곽두팔은 눈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체육관 구석구석, 샌드백 거치대와 링 포스트 상단에 설치된 초소형 적외선 카메라 4대가 일제히 자신을 향해 붉은색 표시등을 점멸하고 있었다. 김 사장이 미리 세팅해 둔 고화질 무선 백업 녹화 시스템이었다.


선우는 조용히 안경을 고쳐 쓰며 체육관 벽면에 걸린 모니터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 속에는 곽두팔이 선우의 자취방 담벽에 카메라를 설치하려던 장면부터, 체육관 지하로 침입해 칼날을 들이대며 미성년자를 협박하는 모습까지 고화질 영상으로 실시간 재생되고 있었다.


“무단 침입,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공갈 및 특수협박). 이 증거물들이 경찰청 서버로 바로 넘어가면, 사장님은 최소 5년 이상의 실형을 살게 됩니다.”


선우의 목소리는 칼날보다 더 차가웠다.


“이 영상은 김 사장님의 독립 서버에 실시간으로 이중 백업되고 있습니다. 제가 48시간 이내에 생존 신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대필 계약 파기 시 자동 폭로 트리거’ 시스템에 의해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언론사로 자동 송출되도록 연동해 두었습니다. 카메라를 부수거나 저를 해쳐도 소용없다는 뜻입니다.”


곽두팔은 굵은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완벽하게 짜인 지적 올가미에 걸려들었음을 직감한 흥신소 업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징역형의 공포가 그의 오만한 자존심을 완전히 깨부수었다.


“원... 원하는 게 뭐야?”


선우가 곽두팔의 눈높이에 맞춰 조용히 상체를 숙였다.


“독고영 대표에게 전화를 거십시오. 그리고 제가 불러주는 대로 보고하는 겁니다.”


곽두팔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독고영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린 뒤, 수화기 너머로 독고영의 차갑고 도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


- “곽 사장. 물증은 확보했나?”


선우가 미리 준비한 태블릿 화면을 곽두팔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화면에는 지시 사항이 단호한 문장으로 적혀 있었다. 곽두팔은 신재혁의 묵직한 손길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대, 대표님. 헛다리 짚었습니다. 정문고의 가짜 천재 배후에 있는 그림자 대필가는 그 학교 학생이 아닙니다.”


- “무슨 소리지?”


“대치동 경쟁 컨설팅 업체인 ‘메가에듀’의 수석 실장 놈들이 피나클의 소스코드를 훔쳐서 대필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정문고 흙수저 놈은 그냥 그놈들이 던져놓은 미끼였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독고영의 서늘한 호흡 소리가 일순간 멈췄다. 대치동 사교육 카르텔 내부의 거대한 밥그릇 싸움의 도화선에 불이 붙는 순간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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