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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의 덫과 면접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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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최서현과의 숨 막히는 거래가 끝난 직후, 밤의 장막이 대치동을 완전히 뒤덮었다. 선우는 반지하 자취방으로 돌아와 서현이 건넨 USB를 낡은 싱크패드 노트북에 밀어 넣었다. 모니터의 푸르스름한 광원이 어두운 방 안을 비추었다.


단서 파일의 암호화를 해독하자, 3년 전 아버지가 쓰러졌던 그날의 비자금 송금 내역이 다시 한번 선우의 눈을 찔렀다. 강산그룹과 정문재단 이사회. 그들의 추악한 유착은 이미 아버지를 파멸시킬 때부터 공고하게 다져진 카르텔이었다. 선우는 아버지가 물려준 낡은 만년필을 손에 쥐고 촉을 매만졌다. 차가운 금속의 감각이 그의 전두엽에 서늘한 이성을 주입했다.


‘정문고 이사장 특별 장학금.’


서현의 말대로 이 장학금은 단순한 학교 포상이 아니었다. 강산그룹이 재단에 기부하는 불법 자금을 합법적인 장학 기금으로 세탁하여 최종 결제하기 위한 교묘한 연결 고리였다. 동시에 사채업자 강 실장의 아가리를 닫고 여동생 선아의 병원비 안전판을 확보하기 위해 강태성에게 반드시 안겨주어야 하는 첫 번째 전리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정문고 본관 로비에 붙은 대형 대자보가 전교생을 뒤흔들었다.


[정문고등학교 이사장 특별 장학금 심층 면접 심사 공표]


예년과 달리 이번 장학금 선발에는 전교 2등 민혜령 가문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외부 면접관이 초빙된다는 조항이 추가되어 있었다. 그 이름은 임 교수. 명문 S대 입학처장이자 고등학생들의 위조 스펙을 현미경처럼 잡아내기로 악명 높은 물리학계의 원칙주의 거두였다.


선우는 교실 구석에 앉아 안경테를 쓸어 올리며 상황을 연산했다.


[상황 수치화 구동]

- 면접관 임 교수의 학술적 엄격함 지수: 극상.

- 강태성의 자발적 답변 성공 확률: 0.1% 미만.

- 임 교수의 날카로운 질문에 지적 백치 상태인 강태성이 노출될 확률: 99.9%.

- 최선의 대응책: 강태성을 실시간으로 조종할 수 있는 무선 아바타 시스템 구축 및 기출 개념 강제 주입.


이 면접에서 강태성의 무식이 탄로 나는 순간, 장학금 박탈은 물론 그동안 선우가 공들여 다듬어 놓은 태성의 모든 학생부종합전형 포트폴리오가 허위임이 폭로되어 공멸하게 된다. 선우는 즉각 오현태를 시켜 야간 자습 시간이 시작되기 전 강태성을 본관 5층의 방치된 폐기도서 보관소 아지트로 불러냈다.


***


먼지 냄새가 찌든 폐기도서 보관소 내부. 낡은 백과사전들이 가득 찬 책장 사이로 강태성이 거만하게 걸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야, 찐따 새끼야. 내가 왜 이딴 구석탱이 창고까지 기어 들어와야 하는데? 당장 내일모레가 면접인데 귀찮게 진짜.”


태성은 선우의 낡은 싱크패드 노트북이 놓인 테이블을 발로 툭 차며 소리를 질렀. 선우는 대꾸 없이 노트북 화면에 임 교수의 기출 질문 리스트와 예상 화학/물리 수식들을 띄웠다.


“이거 다 외워라. 임 교수가 네가 제출한 수소 결합 에너지 보고서의 핵심 원리를 직접 질문할 거다.”


태성이 화면에 가득 찬 복잡한 그리스 문자와 열역학 수식들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에게는 그저 알 수 없는 외계어 낙서에 불과한 텍스트들이었다.


“미쳤냐? 이걸 내가 무슨 수로 외워? 그냥 대충 돈 찔러주고 받아오면 되는 장학금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구냐고!”


태성이 홧김에 선우의 교복 멱살을 잡고 거칠게 벽으로 밀쳐붙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낡은 책장에서 먼지가 풀풀 날렸다. 태성의 억센 손아귀가 선우의 목을 압박했지만, 선우의 눈동자에는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 선우는 냉정하게 태성의 손목을 내려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손 놓는 게 좋을 거야, 태성아.”


“뭐? 이 새끼가 진짜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임 교수는 네 아버지가 돈으로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S대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고, 가짜와 위선을 가장 혐오하는 원칙주의자지. 네가 면접장에서 단 한 단어라도 어버버거리는 순간, 네가 쌓아온 ‘노력파 천재’ 가면은 갈기갈기 찢어질 거다.”


선우는 조용히 태성의 심리적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찔렀.


“네 어머니 윤혜원이 피나클에 쏟아부은 수십억의 돈, 그리고 하버드 입학 플랜. 네 형 강민혁이 네 성적 상승에 의문을 품고 뒤를 캐고 있다는 걸 잊었어? 여기서 네가 사기꾼임이 드러나면, 네 아버지 강승현 회장이 널 가문의 후계 구도에서 가장 먼저 제명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냐?”


‘강민혁’과 ‘후계 제명’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태성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의 강한 억압적 지배욕 밑에 숨겨져 있던 가문 내에서의 생존 공포가 날 것 그대로 자극당한 것이다. 태성은 신음 같은 한숨을 내쉬며 선우의 멱살을 잡았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 그의 어깨가 패배감으로 미세하게 쳐졌다.


“...그럼 어쩌라고. 내 머리로 저 수식들을 어떻게 다 대답하냐고.”


태성의 목소리에서 오만한 기운이 완전히 씻겨 나가 있었다. 선우는 옷깃을 단정하게 정리하며 주머니에서 초소형 무선 이어폰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살색으로 도색되어 귓속 깊숙이 넣으면 밖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초소형 감청 장비였다.


“외우지 마. 뇌는 내가 쓸 테니까, 너는 오직 내 목소리를 출력하는 확성기 역할만 해.”


선우는 ‘오프라인 질의응답 플랜 B 프로토콜’의 세부 행동 지침을 태성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건 ‘3초 버퍼링 규칙’이다. 임 교수가 질문을 던지면, 넌 곧바로 대답하지 말고 짐짓 깊은 생각에 잠긴 척 턱을 만지며 3초간 침묵해라. 그 시간 동안 내가 네 복제폰 도청 마이크로 질문을 듣고, 싱크패드로 수식을 연산해 네 귀로 정답을 읽어줄 거다. 넌 내가 읊어주는 문장을 그대로 복창하기만 하면 돼.”


선우는 태성의 옷깃 안쪽 봉제선 깊숙한 곳에 칼날로 미세한 틈을 내어 마이크 선을 심고 장비를 고정했다.


“실전 훈련을 시작하지. 내가 임 교수라고 가정하고 질문한다.”


선우가 안경을 고쳐 쓰며 차가운 톤으로 질문을 던졌다.


“강태성 학생, 본인이 제출한 보고서에서 수소 전이 금속 촉매 하에서의 반응 엔탈피 변화 수식을 설명해 보시오.”


태성은 멍하니 선우를 바라보았다. 선우는 즉각 싱크패드 자판을 두드리며 마이크에 대고 속삭였다.


[델타 에이치는 델타 지 플러스 티 델타 에스. 촉매 개입 시 활성화 에너지가 감소함.]


태성이 귀에서 들리는 선우의 목소리를 듣고 입을 뗐다.


“어... 델타... 에이치는... 델타... 지... 플러스... 티... 델타... 에스... 촉매가 들어가면... 에너지가... 내려갑니다.”


“틀렸어.”


선우가 차갑게 태성의 말을 끊었다.


“단어 사이의 공백이 너무 길어. 그리고 ‘에너지가 내려간다’가 아니라 ‘활성화 에너지가 감소한다’라고 정확한 학술 용어를 구사해야 해. 너무 바보처럼 버벅거리면 임 교수가 즉각 의심한다. 다시.”


선우는 ‘어휘 수준 동기화의 법칙’에 따라 태성의 삐뚤빼뚤한 발음과 지적 수준을 고려해 스크립트를 더 쉽고 직관적인 비유로 실시간 수정했다.


“쉽게 가자. 내가 귀로 읽어주는 단어의 리듬을 타라. 내가 한 문장을 끝내면, 넌 그 문장의 템포를 그대로 복사해서 읊는 거야.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마. 넌 오직 소리를 복제하는 기계다.”


선우의 집요하고 가혹한 훈련이 어두운 보관소 안에서 몇 시간 동안 반복되었다. 태성은 몇 번이나 짜증을 내며 포기하려 했지만, 선우가 매번 ‘하버드 플랜의 파멸’을 상기시킬 때마다 이빨을 갈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태성은 선우가 마이크로 던져주는 복잡한 양자역학 및 열역학 공식을 3초의 버퍼링 끝에 기계처럼 막힘없이 복창하는 완벽한 ‘사운드 아바타’ 상태로 동기화되었다. 선우는 태성의 땀방울이 맺힌 이마를 바라보며 조용히 싱크패드를 닫았다. 훈련은 성공적이었다.


***


장학금 심층 면접 당일 아침.


정문고등학교 본관 복도는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면접실 앞 대기실에는 전교 최상위권 우등생들이 초조한 얼굴로 자신들의 예상 답변 노트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강태성은 선우가 코디해 준 단정한 교복 차림으로 오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녀석의 귀밑 깊숙한 곳에는 살색 초소형 이어폰이 완벽하게 숨겨져 있었다.


선우는 5층 폐기도서 보관소 아지트에 자리를 잡고 싱크패드를 켰다. 복제폰 미러링 프로그램을 가동하자, 면접실 내부에서 대기 중인 임 교수의 미세한 숨소리와 서류 넘어가는 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선우의 귀로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각본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장학금은 태성의 손에 들어올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 선우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강하게 진동했다. 화면에 뜬 발신인은 교무부장 황국선이었다.


선우는 미간을 좁히며 전화를 받았다.


“예, 교무부장님.”


- “이선우 군. 지금 당장 본관 2층 교무실 안쪽 평가관리실 앞으로 내려오게. 황 부장님께서 자네를 급히 찾으시네.”


전화를 건 행정실 직원의 목소리에는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선우는 싱크패드를 켜둔 채 신속히 계단을 내려가 교무실 안쪽의 통제 구역인 평가관리실 앞으로 향했다. 평가관리실 철문 앞에 서 있던 황국선 교무부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선우를 안쪽 음침한 탕비실 구석으로 조용히 불러들였다. 황국선의 야비한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선우 군, 왔는가.”


“무슨 일이십니까, 부장님.”


황국선은 손에 든 면접 순서 장표를 만지작거리며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선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기묘할 정도로 낮고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방금 이사장실에서 긴급 지시가 내려왔네. 민혜령 가문 측에서 면접의 공정성을 감시하겠다며 외부 참관인을 면접실 내부에 기습 배치했어. 그 때문에... 강태성 군의 면접 순서가 원래 맨 마지막에서, 당장 첫 번째 순서로 임의 변경되었네. 지금 바로 면접실로 들어가야 해.”


선우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좁혀졌다.


순서가 첫 번째로 바뀌었다는 것은, 선우가 면접실 내부의 전파 상태와 임 교수의 질문 성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플랜 B의 주파수를 미세 조정할 시간적 여유가 완전히 박탈당했음을 의미했다. 게다가 황국선의 흔들리는 눈빛 너머로, 무언가 숨겨진 또 다른 거대한 덫의 징후가 선우의 뇌리에 연역적으로 포착되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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