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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균열, 매점 앞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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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시가 끝남을 알리는 종소리는 가혹했다. 명성고등학교의 쉬는 시간은 평화의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교실 안의 먹이사슬이 가장 노골적으로 작동하는 사냥 시간이었고, 약자들에게는 매 분 매 초가 생존을 위한 줄타기였다. 복도는 교실을 빠져나와 매점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거친 발걸음으로 가득 찼다.


강민지는 천천히 매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가슴은 터질 것처럼 내려앉고 있었다. 실내화를 신은 발끝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온몸의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섰다. 어젯밤 구관 물리실험실에서 송현우와 치렀던 지옥 같은 훈련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가해자의 영역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공포는 차원이 달랐다.


매점 앞은 이미 인산인해였다. 눅눅한 단팥빵 냄새와 아이들의 매캐한 땀 냄새, 그리고 매점 창구 너머로 밀려드는 소음들이 좁은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군중의 소음은 거대했지만, 민지에게는 그 모든 소리가 자신을 압박하는 기계음처럼 들렸다.


그 소란스러운 군중 속에서, 반장 김진수가 보였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반장 완장을 찬 그는 초코우유를 손에 든 채 동급생들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김진수의 시선이 매점 줄 끝에 서 있는 민지에게 잠시 닿았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우유 팩을 뜯었다. 교실 안의 폭력을 철저히 외면하며 자신의 평판만을 지키려는 기회주의적 방관자의 전형적인 눈길이었다. 민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에 아군은 없었다.


“어이, 빵셔틀.”


낮고 거친 음성이 민지의 등 뒤를 때렸다. 쿵, 하는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민지의 어깨가 앞으로 크게 밀려났다.


오태식이었다.


우람한 체격에 험악하게 찢어진 눈매를 가진 오태식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민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민지의 시야를 어둡게 덮었다. 오태식의 뒤에는 낄낄거리는 황재필을 비롯한 일진 패거리들이 버티고 서 있었다. 복도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주변에 서 있던 평범한 학생들이 본능적으로 한 걸음씩 물러나며 대피로를 만들었다.


“야, 강민지. 돈 가져왔냐? 오늘 아침에 매점 앞으로 오라고 했지. 근데 왜 늦어? 너 미쳤냐?”


오태식은 평소처럼 민지의 가방끈을 툭툭 치며 위협적인 태도로 다가왔다. 그의 턱은 오만하게 치켜들려 있었고, 목소리에는 약자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확신이 가득했다. 민지는 본능적으로 어깨가 움츠러들고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지려 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목구멍이 턱 막혔다.


그 순간, 민지의 오른쪽 귀 안쪽에서 미세한 진동이 울렸다. 머리카락으로 철저히 감춘 초소형 살색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얼음처럼 차가운 음성이 뇌리에 직접 박혔다. 송현우였다.


- 호흡해, 강민지. 들이쉬는 숨에 집중하고 척추를 곧게 세워. 어깨를 펴라. 대답하지 마. 지금부터 3초 동안 침묵해. 그의 왼쪽 눈동자만 응시해. 셋을 세어.


현우의 목소리는 지옥의 심해에서 울려 퍼지는 닻과 같았다. 그 단단한 음성이 민지의 붕괴하려던 정신을 강하게 붙잡았다. 민지는 주먹을 쥐고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들이쉬는 호흡과 함께 어깨를 활짝 폈다. 바닥을 향하려던 그녀의 고개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민지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턱을 가볍게 당긴 채, 오태식의 왼쪽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1초.


오태식이 민지의 가방을 뺏으려 손을 뻗다가 멈칫했다. 평소라면 즉각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며 지갑을 꺼냈을 먹잇감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보고 있었다.


2초.


매점 앞의 소음 속에서 두 사람을 둘러싼 공간만이 비정상적인 정적으로 물들었다. 오태식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늘 항복 신호를 보내던 약자의 눈빛에서 전혀 다른 기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흔들림 없는 사냥꾼의 차가운 관찰이었다.


3초.


침묵의 3초가 지나자, 오태식의 내면에 인지적 부조화가 발생했다. 자신이 구축한 '포식자 프레임'이 상대의 침묵에 의해 기이하게 왜곡되고 있었다. 오태식은 본능적인 당황을 감추기 위해 목소리 톤을 높였다.


“이게 미쳤나? 귀 처먹었냐고, 돈 꺼내라고!”


오태식이 위협적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당장이라도 민지의 뺨을 후려칠 기세였다. 민지는 본능적인 공포로 눈을 깜빡이려 했고, 몸이 뒤로 물러서려 했다.


- 그 손은 허세야. 치지 못해. 주변에 수백 명의 학생들과 반장 김진수가 보고 있다. 오태식은 대중 앞에서의 체면 때문에 선제 폭력을 쓰지 못해. 어깨를 더 넓혀. 목소리를 낮춰라.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현우의 음성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민지는 그 지시를 영혼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들어 올려진 오태식의 손을 무시하고, 어깨를 더 당당하게 폈다. 그리고 오태식의 미간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안구가 건조해지며 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어젯밤의 훈련을 떠올리며 눈을 부릅떴다.


오태식의 입술 오른쪽 끝이 아주 미세하게, 약 0.1초 동안 파르르 떨렸다.


틱 장애의 전조였다. 민지는 그 미세한 균열을 정확히 포착했다. 현우의 분석이 맞았다. 이 거구의 괴물은 내면의 불안과 공포를 폭력이라는 허세로 감추고 있는 나약한 짐승일 뿐이었다. 민지는 아랫배에 힘을 모았다. 그리고 평소의 떨리는 목소리를 완전히 지워버린 채, 한 옥타브 낮은 단호하고 차가운 저음으로 내뱉었다.


“싫어. 네 돈으로 사 먹어.”


그 낮고 단단한 음성은 웅성거리던 매점 앞의 소음을 칼날처럼 가르고 주변 학생들의 귀에 박혔다.


순간, 매점 앞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초코우유를 마시던 반장 김진수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매점 줄에 서 있던 수십 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해자가 소리 지르는 소란이 아니라, 피해자가 단호하게 가해자의 지배를 거부하는 이성적인 저음이 교실 복도에 공명했기 때문이었다.


주변 학생들의 눈동자가 오태식에게 집중되었다. 방관자들의 시선은 이제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오태식의 폭력 행위를 감시하는 사회적 압박의 벽으로 변모했다. 오태식은 들어 올렸던 주먹을 내리치지도, 거두지도 못한 채 공중에 멈춰 섰다.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빵셔틀에게 거절당했다는 사실이 그의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그의 얼굴이 분노와 당황으로 벌겋게 상기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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